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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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권이 사회부 기자 김기연을 주축으로 라틴어 교수 전형우의 기괴한 살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면 직지 2권은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더구나 1권은 상황이나 역사적 사실 또는 사건의 배경이 되는 여러 인과관계를 설명하느라 다소 느리고 답답한 전개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한 부담감에서 벗어난 작가는 자신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주제를 2권에서 마음껏 펼쳐낸다. 직지에 얽힌 작가의 상상력과 그 근거가 마치 역사의 현장을 자세히 목도한 후 자신이 본 것을 그저 한 편의 이야기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1권에서 겨우 이름만 비쳤던 카레나의 흔적이 2권에서 드러난다. 카레나는 조선 세종 때 유럽으로 건너간 여성으로 금속활자를 유럽에 가져갔을 뿐 아니라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독일의 신학자 니콜라우스 쿠자누스에게 전달한 인물이었다. 

 

"카레나와 쿠자누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는 직지의 역사적 진실과 더불어 기연의 가슴에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기연은 자신이 그 시절의 카레나였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곱씹으며 1400년대로 돌아가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p.14)

 

이야기는 이제 1400년대 세종 시대로 옮아간다. 한글을 창제하던 당시의 시대 상황과 비밀리에 운영되던 주자소가 그려진다. 그리고 주자소의 책임자인 양승락과 그의 여식 '은수'는 한글을 창제하려는 세종의 비밀 조력자와 다름이 없었던 바 이 사실이 명의 사신단에게 알려짐으로써 양승락은 죽임을 당하고 '은수'는 사신단으로 왔던 유겸에 의해 구명된다. 사신단과 함께 명으로 갔던 '은수'는 유겸의 양녀가 된다. 그 후 죽을 고비를 무사히 넘긴 '은수'는 명나라에 와 있던 사제들과 함께 유럽으로 향한다. 로마에 도착한 '은수'는 죄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봉사활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은수'는 죄수들의 이름에서 모음의 차이만으로 사형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필사보다는 인쇄를 위한 금속활자를 만들어 보여준다. 이를 본 교황과 추기경 등은 새로운 기술에 충격을 받게 되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신들의 권위가 하락할까 염려한 그들은 '은수'를 마인츠로 보낸다.

 

"은수는 이제 금속활자를 내놓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쇳물을 끓일 용광로를 구하고, 철이든 청동이든 납이든 금속을 구하고, 철제 주형틀을 만드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 은수 혼자 할 수 없었다. 바티칸에는 없는 없었을 뿐 아니라 교황의 명에 따라 마음껏 지원을 받았기에 한 달 만에 끝낼 수 있었지만 마인츠의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p.133)

 

마인츠에서 '은수'는 금속활자를 선보이지만 대주교에 의해 마녀로 몰려 화형에 처할 위기에 처한다.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은수'가 만난 사람이 쿠자누스였다. '은수'는 금속활자를 만드는 기술을 쿠자누스에게 전한다. 그리고 그 기술은 쿠자누스의 절친이었던 구텐베르크에 의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소설에서 작가는 비약이 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를 기연이 하는 상상으로 그려내고 잇다. 그리고 상상에서 깨어난 기연은 다시 전 교수의 살해 사건을 추적하는데...

 

"기연의 기사는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직지의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에게 전달되었다는 외국 학자들의 구체적 검증방법과 논거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간 미국 앨 고어 부통령의 인사말이나 구텐베르크 초상화, 또 다큐멘터리 영화 <직지코드> 등을 통해 직지의 유럽 전파에 대한 주장이 나오곤 했었다. 하지만 그 주장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자현미경을 통한 과학적 검증을 소개한 기연의 기사에 쏟아지는 관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p.236)

 

작가는 한국 사회의 주체성 결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주체성은 현대 국가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지만 우리에겐 부족하다. 아직도 외국에서 인정해줘야만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의 곳곳에는 아직도 일본이 마치 우리보다 몇십 배 또는 몇백 배 뛰어난 민족인 양 떠들고 숭상하는 일베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능력은 전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소설 <직지>를 통해 배웠으면 좋겠다. 일본은 이제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함께 협력하거나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국가일 뿐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우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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