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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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공간'은 자신만의 은밀한 추억을 떠올리는 장소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고 바라는, sns를 타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그리고 그 장소에 대한 찬사가 쏟아짐으로써 내가 오히려 으쓱해지는, 남들에게 보여주는 어떤 것인 동시에 '나는 이런 곳도 다녀왔다'는 시각적인 과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공간'은 단순히 사물을 배치하고 사용하는 데 얼마나 실용적인가를 따지는 차원을 넘어 방문하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주인이 요구하거나 부탁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고 실시간으로 sns에 공유되는 취향의 대상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므로 현대에 있어서의 좋은 공간은 실용성과 더불어 시각적인 미와 감성을 덧입힌, 그 자체로서 브랜드가 되는 새로운 의미로 진화하고 있다.

 

"책에서는 공간 디자인 항목을 크게 3가지로 구분했습니다. 1장에서는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큰 영역인 시각적 요소, 즉 보이는 요소들에 대해 점검하고자 합니다. 2장에서는 시각적 요소를 제외한 감각들, 즉 보이지 않는 요소들에 대해 다룰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항목으로 공간에 대한 이미지는 물론 판매와 재방문에도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꾸준히 진화하고 사랑받는 매장들을 사례로 공간 자체가 브랜드가 된 이곳들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p.15 '이 책을 읽기 전에' 중에서)

 

20년 경력의 베테랑 공간기획자인 이경미, 정은아 VMD(비주얼 머천다이저visual merchandiser)에 의해 쓰인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고 그에 맞는 콘셉트 설정,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의 소소한 디테일까지 정교하게 공간에 녹여내는 '공간 브랜딩' 노하우의 A to Z이다. 단순히 업종이나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인테리어 수준이 아니라, 입지, 외관, 진열, 조명, 동선, 촉감, 냄새, 소리, 온도, 소품, 포장, 스태프의 애티튜드에 이르기까지 추구하는 콘셉트와 메시지를 공간 전체에 불어넣음으로써 방문하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의 손길이 되는 것이다.

 

"공간에서는 아주 작은 소품 하나가 마지막 인상을 결정짓습니다. 제가 아주 예전에 방문했던 일본의 한 작은 중고서점 입구 테이블에는 작은 명함 도장과 종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곳의 잔상은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작은 매장을 둘러보고 나가면서 그곳의 명함 도장을 직접 종이에 찍어 가지고 나가니 그곳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함께 공간이 저를 배웅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p.89)

 

우리는 이따금 자신이 방문했던 공간에서 받았던 작은 배려로 인해 큰 감동을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 듯 느껴질지 몰라도 당사자는 자신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감동으로 인해 공간에 대한 기억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기회가 되면 또 다른 방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혼밥족의 증가와 1인 미디어의 활성화에 힘입어 공간은 심리적 요소와 소비자를 배려하는 서비스 디자인 영역이 더해짐으로써 공간의 깊이가 더욱 깊어지는 추세이다.

 

"운영하는 공간 안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팝업스토어의 형태는 공간 전체에 큰 변화를 줘서 쇼룸의 형태로 만들고, 전시회처럼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판매하는 상품 가운데 일부를 선별해서 홍보하거나 신상품을 런칭할 때 효과적입니다. 동선이나 상품의 위치를 바꿔 새로운 공간을 연출하고 외부까지 크게 변화시켜 임팩트 있게 만든다면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해 그들을 공간으로 들어오도록 유인할 수 있습니다." (p.184)

 

저자는 제대로 된 취향 저격의 공간을 3장에서 소개하고 있다. 서점의 재부흥과 함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성공 사례로 잘 알려진 '츠타야 TSUTAYA', 뉴트로 감성을 콘셉트로 최근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 익선동과 을지로 거리, 업사이클링 콘셉트의 '대림창고', 넥타이를 만드는 공장에서 전시 공간, 카페로 재탄생한 '스파치오 로사나 올란디',청춘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 브랜드로 성장한 '하우스 오브 반스' 등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감성과 실용성을 더한, 때로는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서 브랜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나는 고향에 갈 때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공간을 둘러보곤 한다. 그곳은 지금 농산물을 보관하는 창고가 지어져 그리운 고향집은 찾을 길이 없지만 나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기억 속의 그 집을 만나곤 한다. 싸리비로 마당을 싸악 싸악 쓸고 나면 드러나던 뽀얀 속살과 마당가로 피어나던 붉은 맨드라미. 사립문을 밀치고 헐레벌떡 마당 안으로 뛰어들던 형과 누나들. 공간은 이처럼 우리의 눈에 남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것이며 세월도 지울 수 없는 불멸의 흔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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