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그리고 사람들

얼마전 새로 개관한 도서관은 네 살 아이와 내가 좋아하는 팝업북의 상태가 좋아서 요며칠 자주 발걸음을 하고 있다. 어린이도서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수권의 팝업북을 보다보면 하루도 짧은만큼 네 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난 화요일도 그랬다. 어린이 도서관에는 정숙이라는 규칙을 엄격히 지키기에는 호기심과 흥이 가득한 어린이들이 분주하게 이리저리 도서관을 즐기고 있었다. 도서관측에서는 정기적으로 정숙을 부탁하는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사실 아이들보다 도서관의 안내방송이 더 주의집중을 흐리고 있었다. 어린이들이 즐거이 시간을 보낼 공공장소의 부재상태에서 도서관은 아이들의 열린공간이므로 어린이들의 잔소음쯤이야 너그러이 넘길 수 있는 일 아닐까?
열린공간이라 하여도 네 살 아이에게는 도서관에서는 조용히하루것을 계속하여 주의를 주면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 때 대여섯살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내 아이의 폴리 장난감에 관심을 가졌는지 책상위에 놓아둔 폴리 장난감을 만지려고 했다.
“이거 만져봐도 돼요?”
이런 정중한 예의를 원했던 나는 가만이 대여섯살의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나의 시선따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않고 장난감을 집으려고 했다. 내 아이는 자기 장난감이라며 대여섯살의 남자 아이의 손에서부터 자신의 장난감을 보호했다. 대여섯살의 남자 아이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책상위에 쌓인 팝업북을 손으로 밀어 책상 밑으로 떨어뜨려버렸다. 나는 가만이 아이에게 말할 참이었다.
“스스로 정리하면 장난감 만지게 해 줄게.”
이 말을 내뱉기 전에 남자 아이의 엄마가 다가왔다. 아이의 엄마는 아기띠로 어린 아이를 안고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정리할게요.”
아기를 안은채로 몸을 숙여 책을 정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정리할게요.”
책을 흐트러놓은 남자아이에게 스스로 책임지게끔 정리를 시키려던 내 의도는 결국 이루지 못하고 책을 정리하고 있을 때 남자아이에게 엄마는 말하고 있었다.
“옳지 못해. 너는 역시 도서관같은데 오면 안되는 아이였어.”
그러더니 어린 아이를 안은채 대여섯살의 남자아이 손을 이끌고 나가려 했다. 남자아이는 흐느껴 울기시작했다. 아이 울음소리가 꺼지자 더욱 난감해진 엄마는 소리내어 아이를 훈계했다. 그 말들은 아이가 아닌 도서관 사람들에게 향하는 말같았다. 타인에 대한 이해를 강요하는 자기 분노에 쌓인, 그리고 그 기저에는 자격지심같은.
나는 나의 의도를 알리고 싶었다. 아이가 시끄러워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라고. 나는 다만 남자아이와 절차를 밟아 예의하에 소통을 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책을 흐트러 놓았다면 정중이 잘못을 인짓키고 그 잘못을 시정하면 장난감도 쥐어보게 하고 또 내 아이와 같이 옆에 앉혀놓고 팝업북도 읽으려고 했던 의도였다고.
그 새 아이 엄마는 울부짖는 다섯살의 남자 아이와 신을 신으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내버리면 내 의도와 전혀 다르게 아이엄마에게 오해와 분노를 주게 될 것같았다. 저렇게 집에 들어가게 되면 분명 아이에게 육아의 서러움을 표출하느라 더 함겨워질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엄마에게 서둘러 달려갔다. 남자아이 신발이 신겨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기에 가만이 남자 아이를 안고 한쪽 손에는 남자 아이의 신발을 쥐고 로비로 나왔다.
“애가 난청이 있어서 잘 못 들어요. 그래서 공공장소 규칙을 가르치기에는 어려워요.”
아이 엄마는 눈물을 글썽거렸고 남자아니는 내 품에서 내려 로비를 신나게 뛰고 있었다.
“저는 아이에게 소통의 절차를 알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아이가 도서관에서 정숙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에요. 너는 도서관 같은 데 오면 안되는 아이란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 아이가 이런데 와서 좀 즐거이 보내면 어때요? 친구들을 보니 말을 걸고 싶은데 말을 걸지 못하니 행동으로 표현한 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아이 엄마는 타인의 시선때문에 아이를 옥죄고 있었다.
“ 안그래도 미안해, 라고 말하라고 가르치는데...”
“미안해부터 강요하지 말아요. 차라리 타인들에게 우리 아이 양해해주셔서 고맙다는 말부터해요.”
“그러게요. 저부터 마음 속에 자격지심을 갖고 있었어요. 도서관에서는 자꾸 조용히 하라고만 하는데. 새로 개관해서 좋다기에 온 도서관인데...”
“앞으로 더 자주 아이 데리고 공공장소에 다니셔야 해요. 아이가 친구들에게 다가가면 미리 막지 마세요. 혹시라도 행동이 과격해지면 차라리 타인에게 고맙다고 말하세요.”
그렇게 십여분을 로비에 서서 대화를 했다. 대여섯살의 남자 아이는 즐겁게 로비를 누비고 있었다. 도서관 한구석에 남겨져 엄마를 기다릴 내 아이가 염려되어 대화는 결말없이 끝낼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은, 물론 정숙이란 규칙이 지켜져야 하는 곳이다. 공공장소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규칙을 자키기에 어려운 이들은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분리된 장소로만 향해야 하는 것일까? 타인에게 피해를 주네, 마네의 문제가 아니라 특별한 경우에는 타인에 대해 관용의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인간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처음의 내 태도가 부끄럽지 않을 수없다. 좀 거 아이를 눈여겨볼 것을, 센스있게 눈치채서 유머있게 아이에게 말을 걸어줄 걸. 그랬다면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너는 도서관같은데 올 수 없는 아이였어란 말을 안해도 되었을텐데. 그 말을 하면서 아이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사실 그 말은 어쩜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와 저는 대체 어디로 나가란 말이에요? 였을 것이다.
공공장소는, 도서관은 그런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나와 시간과 장소를 누릴 수 있는 것이어야한다. 공부하는 이들의 조용한 학습의 공간이기도 하면서 호기심가득한 아이들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해야한다. 도서관은. 그 만남이 책과 타인과 지성과 인성의 모든 만남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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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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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3H59uSxjSY

윤석철, 강이채- 처음 먹는 나이

우리는 매 해 한 살을 더 먹지만 매해 처음 사는 나이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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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살이 된 제자들을 만났다.
사설 학원에서 만나 십년이 넘게 사제지간을 유지하기 또한 흔하지 않음 일이지 않을까?
어쨌든 너희들은 열심히 삶을 고민하고 있는 시기여야한다고, 지금 이렇게 살아줘서 고맙다고 힘주어 말했다. 십년 뒤에도 우리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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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계절
베스트 오퍼
아가씨
코코
요즘 본 영화.

어떤 이유에서든 좀체 잊기 어려운 영화들.
길게 써놓고 싶지만 좀 더 머릿속에 남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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