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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3월의 끝에 책 한권을 긴 한숨을 몰아쉬며 다 읽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참 무거운 책은 더 묵직한 목소리들의 얘기를 담고 있었다. 이제 시작되고 있는 꽃들의 향연인 봄이면 더욱 생각나는 죽음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얘기는 어느 한 작가를 통해 ‘소련’의 나라에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들은 생각해 보지도 못한 그들의 삶을 경험하게 했다. 그리고 울먹이던 어떤 이의 목소리에 나도 손이 떨렸다.

 

 

 

언젠가 읽은 러시아 역사를 통해 다시 ‘소련’이라는 나라를 꺼내 생각하면서 이 이야기의 구성을 따라가 보려고 했지만 사실 어떤 일정 부분은 실패했다. 1917년 소련은 소비에트라는 사회주의로 모든 것들이 공평하게 나눠질 것이라는 이념에 사람들은 살아갔지만 그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부분이 훨씬 많았다. 1917년에서부터 1991년까지 그들이 겪었던 그 사회주의 삶은 참혹했다.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읽으면서 그들이 겪은 사회주의를 간접 경험 할 수 있었는데, 그때 공산주의 국가였던 체코에서 만난 친구가 했던 얘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공평하게, 모든 것들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스탈린은 왜 부자로 사는지 모르겠다는 그말, 기득권층에 있는 이들은 상당한 부를 누리고 이후 밑의 사람들은 더욱 굶주리고 고생스럽게 살아갔다는 마리 여사의 책을 통해서도 공산주의 국가에서의 하층민의 삶이 녹녹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아무런 기대와 바람 없이 얻어진 ‘자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라 당황스러워 했던 이들의 대화를 통해 그간의 삶을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세월이 얼마 흐르지 않은 지금 우린 자유라는 무거운 짐 때문에 등이 굽고 말았다. 왜냐하면 아무도 우리에게 자유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운 것이라고는 자유를 얻기 위해 죽는 방법밖에 없었다.” P14

 

 

저자 스베틀라나 일렉시예비치는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저자다. 사실 그녀의 이름이 너무 어렵고 생소하다. 그녀의 책을 읽어 본적도 없기 때문에 이 책이 주어지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묵직한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그녀가 전달하고 싶은 그 얘기를 듣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1991년 사회주의가 끝나도 죽는 방법 밖에 몰랐던 자유를 얻은 그 이후의 시대부터 2012년까지 사회주의를 겪었던 이들의 얘기에 집중하며 그들의 삶을 기록했다. 평범한 러시아인들이 그간 어떤 삶을 살아 왔었는지 기록했고, 그들의 얘기에 그녀도 수많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것이 책속에 고스란히 전달이 되고 있다.

 

 

“그렇다, 1990년대에 우리는 행복했다. 허나 그때의 순진함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없다. 우린 그때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고 공산주의는 처참하게 패배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P18

 

 

하지만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로 새롭게 거듭난 러시아가 아니라 소련을 그리워하고 있다. 강제 수용소에서의 삶을 기록했던 부분에서 나는 소름이 끼쳐 다음 장을 펼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의 삶이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그때 부자였던 이들은 아직도 그런 부를 누리고 있으며 잘 살고 있지만 그때도 가난했던 이들은 대부분 아직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거나 그것보다 훨씬 더 낙후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낫과 망치 그리고 레닌의 초상화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을 만났다. 저 젊은이들은 과연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일까?” P19

 

 

 

어쩌면 그녀는 이 질문하나로 이 책을 쓰게 됐는지 모르겠다. 거리로 입고 나온 티셔츠 한 장에 그녀는 철렁하는 가슴을 부여잡았을 수도 있겠다. 20년에 걸친 그녀의 이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그녀의 이 기나긴 노고를 기록했던 그녀의 손을 한번 잡아주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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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3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따라 신간평가단 서평이 유독 눈에 많이 띄네요. 지금도 몇 몇 분들을 글 쓰느라 정신이 없을 듯합니다. ㅎㅎㅎ

오후즈음 2016-04-03 15:00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사람중에 한명이었습니다. 정말 숨 넘어가게 읽고 쓰고...그랬답니다.
무엇보다 이번 받은 책들이 사실 모두 제 취향이 아닌지라...어떤 책은 참 고생하면서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