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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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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 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빠져나갔다. 특별법 제정을 요청하며 ‘살려달라’는 유가족들의 외침이 손닿을 거리에서 들렸지만 대통령은 끝끝내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창현 아버지 이남석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이어 떠나려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지켜보던 이들의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 애원하는 창현이 아빠를 김무성 대표도 차갑게 외면하고 차에 올랐다. 아들이 죽은 이유를 알겠다고 나선 아버지의 간절함은 팽개쳐져 바닥을 뒹굴었다. 그날 그 두 사람이 밟고 지나간 것은 붉은 카펫이 아니라 유가족들의 피눈물이었다. 잔혹한 풍경이었다.” P137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은 19일 금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출발했던 절반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은 금요일에 집에 올 수 없게 됐다. 아이들이 떠났던 가슴 아픈 그 날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봄에 떠났던 아이들을 맞이할 그 봄이 다시 오고 있는 것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240여 일간 아직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유가족 분들을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 분들이 인터뷰를 기록한 책이다. 작가 분들도 기록을 하다가 울고, 이 글을 옮기다 우셨다는 내용은 쓰지 않아도 전달되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겠냐는 답변에 할 말이 없다. 자식을 잃어 본적이 없으니 심장을 도려내는 아품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며칠 후면 돌아올 것을 알았던 아들이, 딸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데 어떻게 그 슬픔을 내가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너무 철들었던 아이,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를 위해 벗어주었던 아이, 반장이라는 직함의 무게를 지니고 있기에 친구들을 더 구하러 간 아이, 기도하는 엄마의 무릎이 아플까봐 방석을 사주고 싶다고 글짓기를 한 아이, 장학금으로 부모님 결혼기념일 여행을 보내줬던 아이, 봉사를 하기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아이들이 왜 구해지지 못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 부모들에게 진실은 너무 매몰차기만 하다. 그 어떤 것 하나도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이 없다.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을 한 선장은 가장 먼저 탈출을 했고, 선원 대부분 탈출에 성공했다. 신고한지 한 시간이 넘도록 구조요청을 했는데도 해경은 구하지 않고 있었다. 전원 구조라는 매체의 오보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배는 점점 가라앉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게 했던 그 이유를 아이들과 일반인의 가족들 포함해서 모두 알고 싶지만 그 진실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아무 곳에도 없다. 이런 가족들은 결국 분노 할 수밖에 없고 시위를 했고 단식기도를 했다. 시위를 하던 도중 자신을 막아선 경찰의 안경을 뺏어 보니 그 사람도 어린 청년이었다. 그 어린 청년들도 유가족들에게 그저, “미안해요”라는 말을 할뿐이다.

 

“왜 책임질 사람들은 쏙 빠지고 자식 같은 애들하고만 싸우게 만들어놨더라고요” P127

 

 

 

어떤 이가 그랬다. 4월의 바다가 그렇게 차가울지 몰랐다고. 그렇게 차가운 바다에서 하루 만에 돌아온 아이의 손톱 밑이 저체온증으로 까맣게 죽어 있었다고. 진도로 내려가는 동안은 제발 살아만 있으라고 빌었다. 엄마가, 아빠가 내려 갈동안만 제발 버텨 달라고. 그때까지만 제발 살아 있으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제발 아이들의 시신만이라도 봤으면 했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의 시신이 한 달, 두 달 사이에 나오자 생전에 예쁜 모습만 기억하라며 보길 권하지 않아 보지 않은 부모는 끝내 그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그 무섭고 막막하고 분노가 일던 그곳을 빠져 나갈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했다. 아이가 죽어서 왔는데 감사하다니. 어떻게 죽은 아이를 찾을 수 있어서 축하한다는 말을 서로 나누다 다시 부둥켜안고 울 수밖에 없는 그 억울한 순간은 왜, 만들어 진 것일까. 점점 떠나는 진도체육관은 어느덧 몇몇 사람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제발 살아 있어 달라고 원했던 기도가 어느덧 제발 시신만이라도 찾게 해 달라는 것으로 바뀌며 이제는 마지막으로 남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로 변했다. 모두 떠나는 것이 무서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잊지 않겠다고 한 그 말들이 색 바랜 노란 리본처럼 모두 잊고, 심지어는 이제 그만하라는 그 말이 무섭다.

 

 

 

“한번 대리기사를 불러서 타고 가는데 이만저만 해서 유가족인데 술 한 잔 마시고 간다고 말하니까 뭐라는지 알아요? 보상금이 3억밖에 안 나왔다면서요? 이러는 거야. 내가 3억을 누가 줬는데요? 라고 물었잖아. 정부에서 나온 거라면 안산이 특별 재난지역이 되어서 시에서 4인 가족 기준으로 108만원이 지급되는데 3인이라서 30만원 빠진 금액이 3개월 나온거, 그리고 직장 다니는 부모님 같은 경우 회사에서 급여가 안 나오면 노동부에서 3개월씩 120만원인가 지원한게 전부야.” P284

 

 

 

어떤 이의 덧글을 읽으면서 나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사고로 인해 유가족에게 몇억씩 돌아갈 것이고 그 보상금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돈이면 어디 가게를 하나 얻을 수 있고 먹고 살만해지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나밖에 없는 딸이 세상에 없고, 부인도 없는 딸을 키우기 위해 애쓴 아버지는 매일 일하다 손마디가 짤린 손가락으로 노란 리본을 묵묵하게 접고만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나면 죽고 싶어 하루 종일 울고, 형을 화장을 하고 온 날 동생은 이제 형은 어디서 잠을 자냐고 묻는다. 차디찬 바다가 아니라 이제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자는 것이냐고. 그럼 나도 그곳에 같이 가면 안 되겠냐고. 그래서 엄마 아빠가 안 계신 틈에 자살을 준비했던 동생에게 그 돈이 무슨 소용리라고.

정부는 지금 세월호를 인양하는 부분에서도 돈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냥 그 바다 속에 세월호를 침식시키고 시키고 싶은 것 같다. 그 누구도 진실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한 달 전 [눈 먼 자들의 국가]라는 책을 읽고 리뷰를 썼는데 어떤 이가 비밀 덧글을 달았다. 내가 대통령이 진도에 내려와 눈물 한 방울 흘리고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그렇게 말하고는 이후부터 모든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에, “그러면 니 생각대로 대통령이 맨날 울고 있어야 속이 시원하냐. 대통령이 사람 죽을 때마다 다 찾아가 맨날 울고 책임져야 하냐?”였다. 그 덧글을 보며 참담했다. 일을 당하지 않은 나도 덧글에 이렇게 화가 나기 시작하는데 유가족들에게 쏟아지는 냉담한 시선은 얼마나 아플까. 그 참기 어려운 날들을 대체, 이 봄날에 어떻게 참고 지내시는 것인가.

 

 

 

 

 

 

 

“그러나 가족들은 팽목항을 떠날 수 없다. 참사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들의 기다림만이 이를 일깨워주는 것은 아니다. 아직 4월 16일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야 겨우, 304명이 희생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P341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확률을 따지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이라도,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으며, 모욕당해도 되는 죽음은 없다. 부인되어야 할 삶이 없는 세상으로, 가족들은 우리를 이끌고 있다. “ P343~344

 

 

 

 

 

 

 

 

 


 

3월 6일 찾았던 광화문에는 큰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이 계셨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관의 피습 사건에 화가나신 한 단체분들께서

고 노무현과 고 김대중 정부를 비판하셨다. 대표 몇분이서 돌아가면서 열번을 토하시는 말씀중에는 대부분 고인이 된 두 대통령을 논하며 그들의 정부로 인해서 나라가 망했다고 했다.


 

 

그들의 건너편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묵묵히 서명을 받고 계셨다. 그들은 모두 침착했고 더이상의 울분도 없어 보였다. 이날 광화문에서 만난 이 두 모습에 내내 슬프게 다가 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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