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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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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더운 나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러 한 달 동안 머물렀던 필리핀과 가족 여행으로 갔던 태국 말고는 일부러 찾아서 갔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여름휴가를 통해 다녔던 유럽도 모두 시기가 맞아 어쩔 수 없이 더운 여름이었을 뿐, 화려한 이미지가 그려지는 열대지방은 없었다. 나는 그런 것보다 오히려 칼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의 북유럽이 훨씬 가고 싶었고, 칼바람과 함께 오들거리며 밤이면 창궐하는 오로라의 현란한 축제를 보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겨울의 차디찬 바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더운 열기속의 화려한 꽃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 요시모토 바나나는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그녀가 태생적으로 섬나라의 사람이고, 당연히 바다를 많이 접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바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 하와이는 더욱더 특별했을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그녀는 하와이의 예찬이 책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지막장까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꿈꾸는 하와이]를 통해 그녀의 하와이 사랑을 살펴 볼 수 있었는데 사실 이것이 하와이의 사랑이라기보다 그녀가 몇 년 동안 배웠다는 “훌라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훨씬 많은것 같다.

 

 

 

“훌라는 수화 같은 것이다. 머리 위에다 빙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다른 팔을 쭉 뻗는 것이 ‘바람’ 즉 카마카니의 손동작이다. 곡에 따라, 또 거기에 등장하는 바람의 모습에 따라 표현 방식이 미묘하게 다른데, 그날의 밤바람은 정말 부드럽고 천국 같았다.” P17~18

 

 

그녀가 말하는 훌라는 수화 같다고 한다. 사실 눈앞에서 훌라춤을 추는 사람을 본적이 없고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통해서만 보았기 때문에 그 춤의 화려한 매력을 느껴 본적이 없다. 여성의 상의가 너무 짧다는 것(사실 그걸 상의라고 해야 하는 걸지.) 더욱이 훌라춤을 춘 여자들이 모두다 글래머스해서 흔들었던 엉덩이가 너무 커서 육감적이라는 생각도, 매력적이라는 느낌도 없어서 그녀가 찬양하는 훌라의 그 느낌을 받지 못해 안타까운 표현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주 살짝 흔들며 넘겼던 그 손동작이 마치 언어를 표현하는 하나의 모습이라는 것에 생각을 맞춘다면, 모든 춤들이 그렇지 않을까. 우리나라 고전 무용들도 손끝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움직임인지.

 

 

 

그녀는 훌라를 배우며 인생을 배우고 있다. 오랫동안 같이 춤을 추었던 지인이 어느 날은 훌라가 아닌 다른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그녀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며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에 대해 간직하려 애쓰고 훌라를 배워도 늘지 않았던 자신의 춤을 한탄하며 그만두고 싶었던 때에 자신을 잡아주었던 선생님의 편지 한 장에 인생의 실패란 있을 수 있지만, 포기는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훌라를 통해 배워 나갔다.

그런 훌라를 출수 있게 했던 하와이는 그녀에게 또 다른 세계의 한곳 같다.

 

 

 

“ 정작 나는 아무 애도 쓰지 않았는데, 너그럽게 품어주는 듯 한 느낌. 하와이는 그런 섬이었다. 처음부터 친군하게 뭐든 다 보여 줄게, 하고 말하는 것처럼.” P123

 

 

그녀에게 다정하기만 한 하와이에 대한 이 무한한 애정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분명 같은 공감이 불어 왔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녀는 왜 그토록 훌라춤에, 하와이에 매료 된 것인지 공감을 찾기가 어려웠다. 물론 하이와를 취재하며 그녀는 소설을 썼고 그런 과정에서 겪었던 하와이와 훌라춤의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쓴 에세이라고 하지만 뭔가 초점이 없는 흐릿한 사진 한 장을 보는 느낌의 에세이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하와이를 여행하며 곳곳을 다녔던 여행기는 아니다. 하와이의 곳곳을 다녔을 그녀였지만 그곳의 매력을 표현하기에 너무 얄팍한 느낌의 표현들만 바다 수면위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마치 반짝이는 햇살을 보이며 출렁이는 바다가 하와이의 섬을 감싸고 있다고만 말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냥, 그녀가 빠져든 훌라춤의 매력을 더 보여줬다면, 나는 어쩌면 칼바람이 부는 북유럽의 눈보라가 아닌 느리게 흐리며 수화를 하듯 손짓을 하는 훌라춤을 배우고 싶어 하와이로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일 년에 몇 번씩 해외여행을 나가는 것이냐고 주변 사람들의 잔소리를 듣고 있는 나에게 여행의 속삭임을 잠재워준 낭만의 하와이 에세이를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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