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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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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내가 하는 여행에 대한 자세는 어떤 것인가 생각해본 것은 이번 터키여행을 다녀 온 이후였다. 주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마치 여행 작가마냥 다니는 것을 보면서 무거운 카메라를 가져가서 찍다가 가방에서 꺼내지 않고 주변 풍경을 둘러봤다. 뭔가 담아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에 남을 만한 사색의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여행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행자에게는 다섯 단계의 등급이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은 여행하면서 관찰의 대상이 되는 자들이다. 그들은 본래의 여행의 대상이며 흡사 장님과 같다. 다음 등급은 실제로 세상을 구경하는 자들이다. 세 번째 등급의 여행자는 관찰한 결과로 무언가를 체험하는 다들이다. 네 번째 등급의 여행자는 체험한 것을 체득해서 몸에 지니고 다닌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능력을 지닌 몇몇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관찰한 것을 모두 체험하고 체득한 뒤 집에 돌아온 즉시, 또한 체험하고 체득한 것을 행동이나 일에서 반드시 실천해 나간다." P14

 

 

 

나는 어떤 분류의 여행자인가 생각해 보지만 역시 마지막 최고의 능력을 지닌 여행자는 아직 멀었다.

헤세의 24세부터 50세까지의 여행기를 읽고 있으니 그는 마지막 최고의 능력자였던 부분이 농후하다. 여행을 하면서 늘 고민했고 방황했고, 쓸쓸했지만 그의 독특한 문학관을 가지고 깨달음을 얻어 나갔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인, 그의 어머니는 스위스인이었고, 어머니 국적을 아버지가 취득하면서 헤세가 살았던 지역은 대부분 스위스였다. 그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자연의 모습에 자신의 마음도 자연처럼 작위적인 것이 없이 살아가고자 했지만, 그는 독일에서 태어났고, 독일인이었으며 그의 나라가 행한 전쟁에 대한 반감의 글을 투고해 독일 국민에게 반감을 샀고 그것 때문에 독일 저널리즘에서도 배척당했다. 그 시절의 그의 여행기는 매우 쓸쓸했다.

 

 

 

젊은 시절은 얼마 안 되는 돈을 갖고 짐도 없이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그 지역세서 만난 사람과의 교류로 가슴 뜨거운 날들을 보냈다. 특히 이탈리아 여행의 기록들을 늘 생기가 넘쳤다. 현지인의 초대를 받아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와인 한잔을 나누며 얘기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가장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여행이 꼭 그에게 다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인도에서의 여행기나 말레시아등 아시아를 여행했던 부분들은 사실, 그가 여행 내내 말했던 이질감을 버리는 여행을 강조하더니 아시아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토착민으로부터 혹은 인간적으로 진지하게, 정말 마지못해 등을 돌리게 되었다니.

 

 

 

“그렇다고 해서 나는 토착민을 부당하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강물에 빠져 나갈 곳이 없어 깨끗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다. 그들로서는 부엌의 쓰레기나 변소의 오물이 집 주위에 늘려 있는 것과 무자비한 태양이 진창을 그토록 빨리 발효시키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다.” P220

 

 

 

하지만 긴 여행을 통해 헤세는 토착민들의 삶, 즉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인들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는 독일인이지만 독일에서 그의 책이 출판되지 못했고 한동안 그의 모든 것들이 거부되었었다. 그것을 견디면서 그는 달라졌을 것이다.

 

 

 

“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여행의 시학은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체험에, 다시 말해 더욱 풍요로워지는 데에, 새로 획득한 것의 유기적인 편입에, 다양성 속의 통일성과 지구와 인류라는 큰 조직에 대한 우리의 이해 증진에, 옛 진리와 법칙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서 재발견 하는 데에 있다. ” P36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부분일 것이다. 헤세의 이탈리아 여행과 보덴 호 산책,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테신 지역의 소풍,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뉘른베르크 등지의 낭송 여행에 대한 느낌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여행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한 당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지만 그의 여행에 대한 의견보다는 사실 나는 그가 뮌헨으로 가려다 머뭇거리고, 결국엔 뮌헨에 가서 그가 흘렸던 그 웃음의 기록에서 가장 가슴이 아팠다.

 

 

 

“ 나는 종일 눈을 차가운 물에 담그고 있거나 또는 장중한 고목 밑을 거닐며 시든 잎, 우리의 어린 형제들이 바람에 무척 재미있게 흩날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때로 그것을 바라보며 웃음 짓기도 했다. 나도 그랬듯이 잎이 오늘은 뮌헨으로, 내일은 취리히로 날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며. 고통을 피하려는 충동에서, 죽음을 잠시 미루려는 충동에서 무언가를 찾아서 말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저항하는 걸까? 나는 울적해졌다. 그것이 삶의 유희니까, 하며 나는 웃었다.” P468

 

 

 

 

그가 오랫동안 귀향을 지연시키며 고민했었던 날들을 떠 올려보면 그는 오랫동안 길 위에서 방황하고 고민했던 것 같다. 그가 다녔던 많은 나라들이 결코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부분은 이런 그의 고민의 깊이가 너무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로웠기 때문에 그의 여행이 관찰자만으로 그친 여행이 되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그의 여행을 통해,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 나는 기록만을 위한 여행을 떠날 것인지. 반성하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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