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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 ㅣ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기회의 땅이었던 아메리카 대륙의 꿈 중에 한곳인 캐나다는 이민자의 꿈과 희망의 땅이었다.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드라마틱 해보여 부러워했던 적도 있었는데 드라마틱한 삶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기 힘들었다던 친구의 얘기에 잠시 우울했던 동경이 떠오른다.
내게 캐나다란 그런 곳이었다. 1캐나다로 이주해온 많은 사람들이 섞여 있었던 곳이었기에 다양한 문화와 인종, 종교로 혼잡했던 시대가 어디 18세기의 얘기일까 싶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18세기로의 여행을 위해 살짝 캐나다 역사를 살펴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배경지식을 쌓아두면 작품을 몰입하는데 큰 힘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배경지식을 쌓아야 하거늘 늘 닥쳐서 읽어야 하는 역사들을 살피는 것이 고작이다.
1890년대의 토론토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당시의 이민자들이 겪었을 아픔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리고 시린 추운 겨울날 어린 여자소녀의 시체가 옷가지 하나 남아있지 않은 채 얼어 죽어있는 사건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사건을 해결하기위해 경관 윌리엄 머독은 죽은 여자가 테레즈라는 가정부였고, 그 가정부에게 있었던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윌리엄 머독의 모습은 평범하고 표준의 경감처럼 보인다. 그의 모습은 텔레비전에 익숙하게 보았던 홈즈의 모습까지 겹쳐졌다. 하지만 그에게 있는 아픈 과거는 테레즈의 살인사건보다 더 흥미롭다.
그에게는 많은 상실이 있다. 전염병으로 약혼녀를 잃었고, 지적 장애가 있는 남동생도 잃었으며, 어머니까지 일찍 돌아가셨다. 그에게 혈육이라고 하나 있는 여동생은 수녀원에 들어가 버려 가족이라는 그룹에 있는 가족이 제대로 있지 않는 상실감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할 만큼 슬픈 개인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얘기만으로 한편의 시리즈물이 나올 것 같기만 하다. 가족과의 관계도 이렇게 허망할 뿐인데 그는 종교적 갈등으로 직장 상사와 사이도 좋지 않다.
화려한 마차,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벨벳 재킷, 우윳빛 진주 귀걸이, 빛나는 브로치, 반짝이는 세련된 수제화의 가죽 구두들이 작품에서 읽혀질 때마다 18세기의 화려한 영화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이 작품이 스릴러라는 것을 잊고 있을 때가 있었다. 마차라는 교통수단을 통해주는 어감은 더욱 고전물이라는 느낌을 주니 더욱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머독이 해결해 나가는 사건의 실마리들의 반전들이 사실 많이 약해보이긴 하지만 작가의 서술을 느슨하지만은 않다. 그래서였는지 작품이 고전물이라는 생각이 들뿐 장르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더욱 작품에서 아쉬운 부분은 테레즈의 살인사건의 배후는 알겠고 그 배경 또한 상상이 가지만 테레즈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부족해서 해결을 했지만 그 과정이 많이 삭제된 단편 영화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보통을 읽다가 밑줄도 많이 치면서 읽는 편인데 술술 읽혀져서 밑줄 한번 없는 산뜻한 시리즈의 만남이었다.
이미 영화는 3부작으로 만들어졌고 2010년 현재 3시즌까지 방영되고 4시즌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 작품은 시리즈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불완전한 개인사를 가지고 표준의 모습을 보이는 머독이라는 흥미로운 인물로 풍부한 소재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일 듯하다. 그래서였는지 그의 첫 번째 편을 읽고 나니 뒤에 이어질 머독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는 또 어떤 얼굴로 그늘진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