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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마피아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해 열린 브라질 월드컵을 필두로 각각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국에 선정된 러시아와 카타르, 또 얼마 전 불거진 가나축구협회의 승부조작 모의까지. 못된 습벽은 끝이 나질 않는다. 월드컵은 가죽 공 하나를 두고 펼쳐지는 지상 최대의 비즈니스임에 틀림없으며 동시에 헤아리기도 힘든 거래와 뒷돈이 오가는 복마전이다. 책에서 키스트너는 국제축구연맹 FIFA의 회장 제프 블라터(Sepp Blatter)를 ‘작은 덩치의 축구 카이사르’로 깎아내리는데, 그에 의하면 FIFA 수뇌부는 늘 개최국이 마지막 4강에 들도록 일을 꾸며왔다. 대회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돈벌이에도 좋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개최국이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예는 극미하다(수십조 원의 세금으로 지은 경기장들에서 외국 팀들만 경기를 벌인다는 게 정말로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FIFA가 이와 같은 일을 꾸미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그러고도 남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에 어떤 나라가 올라갔는지를 보라. 나는 당시 한국 팀이 꽤 잘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꺾고 준결승에 안착했다는 것에는 다소 수상쩍은 기운을 느끼고 있다. 특히 당시에 한국과 이탈리아가 16강전에서 맞붙었고, 심판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진 이탈리아 선수 토티(Francesco Totti)의 할리우드 액션을 문제 삼아 그를 퇴장시켰다. 이 에콰도르 심판 비론 모레노(Byron Moreno)는 뒷돈을 챙기는가하면 조직범죄로부터 매수를 당하고 또 헤로인 밀반입으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부터다. 당시 한국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정몽준은 블라터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데다가 대통령 출마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블라터는 이후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을 맡기로 했던 심판을 스위스 사람(중립과 공정성을 위해?) 우르스 마이어(Urs Meier)로 교체해버렸다. 자, 그 심판은 스위스 국적이었지만 좀 더 파고 들어가면 독일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블라터의 국적은 스위스다.




월드컵만 열렸다 하면 수십억의 인구가 경기에 넋을 잃는다. 아무리 경영을 엉망으로 해놓고 돈을 빼돌려도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뭐 하러 신경을 쓸까? 새 돈다발이 끊임없이 금고에 착착 쌓이는 마당에. 그리고 거기서 블라터가 얼마를 주물러대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뭔가 골치 아픈 일이 생겨나면 유명한 스타 변호사들이 버팀목 노릇을 해준다. 돈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사회는 축구공이 구르는 한, 이 모든 일에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정계와 재계의 엘리트는 이미 돈 냄새를 맡고 불나방처럼 날아든다.


― p.257




본격적인 이야기는 스포츠 스폰서업계로 시작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아디다스(Adidas)다― 다슬러 가문의 아돌프(Adolf Dassler)와 루돌프(Rudolf) 형제는 서로 아디다스와 푸마(Puma)를 창업해 죽을 때까지 원수가 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게임(전설)의 시작은 아돌프의 아들 호르스트 다슬러(Horst)로부터 시작된다. 프랑스 지사를 지어 훗날 그 자신이 진정한 주인이 된 호르스트의 스포츠제국은 세계 최대의 수영용품 제조업체 아레나(Arena)를 세웠고 미국의 포니(Pony), 프랑스의 르꼬끄 스포르티브(Le Coq Sportif) 등의 지분을 사들이며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는 각종 협회의 입원과 걸출한 선수들의 정보를 모아 ― 체중, 신체 사이즈, 좋아하는 여성 타입 등 시시콜콜한 것 모두 다! ― 관리했는데(키스트너는 이를 두고 ‘운동화 CIA’라 부르기도), 때로는 그의 경쟁사 푸마와도 종종 우스꽝스러운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1966년 월드컵 결승전에 나서게 된 두 명의 잉글랜드 선수는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고 몸을 풀다가 곧 화장실로 가서 푸마 제품으로 갈아 신고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 1만 마르크를 챙겼다). 승승장구하던 다슬러는 이제 스포츠 자체를 거래품목으로 만들어버렸고 각종 스포츠연맹은 하나둘씩 면세특권을 누릴 수 있는 스위스로 자리를 옮겼으며 ― 스위스는 스포츠(돈) 천국이며 세금 오아시스이자 에덴동산이다. 또한 언젠가 블라터가 교통사고를 내자 경찰들은 그의 자동차 번호판을 떼어내는 VIP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 임원들은 방송 중계권과 광고권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앙 아벨란제(João Havelange)와 뒤를 이은 블라터를 비롯한 미래의 FIFA의 회장과 임원들은 각종 비리를 저질러왔고 앞으로도 끊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블라터는 자신들을 패밀리라 부르지만 우리는 그들을 ‘패거리’란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추악한 뒷거래의 신호탄이라 보아도 무방한 일은 1981년에 벌어졌다. 다슬러는 강직한 FIFA 사무총장 헬무트 케저(Helmut Käser) 대신 블라터를 키우고자 했고, 결국 당시 회장이었던 아벨란제는 사무총장을 내치고는 블라터를 앉혔다― ‘지옥의 트리오’ 완성이다. 이것으로 끝난 것인가? 아니다. 블라터는 자신의 재혼 상대로 케저의 딸을 골랐다(훗날 그는 그의 유일한 딸의 친구와 세 번째로 결혼했다가 금세 헤어지기도 했다).




모든 월드컵 개최 후보 국가는 이른바 ‘지원서’라는 두툼한 책자를 제출한다. 여기에는 대회를 개최할 경우 어떤 특정한 법적 권리의 행사를 포기한다는 보증 목록이 들어간다 (...) 예를 들어 보증 목록에 등장하는 다섯 번째 항목은 개최국이 FIFA 패밀리에게 특별한 환율 규정을 보장해주도록 강제한다. 다시 말해 개최국 정부는 <모든 외국 통화를 들여오거나 갖고 나가는 데 그 어떤 제한도 받지 않으며, 이 통화를 달러나 유로 혹은 프랑으로 무한정 교환할 수 있게> 보장해주어야만 한다.


― p.362 (이건 돈세탁이 아닌가!)




①참가국 숫자가 16에서 24로, 다시 32로 늘어나면서 더 많은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 참가하게 되었다. ②신용카드회사 마스터카드와 비자(물론 둘의 한가운데에는 FIFA가 있다) 사이에서의 이중계약은 FIFA 로고에서 두 개의 축구공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③축구를 둘러싼 여러 사업, 각 위원의 조국에 돈을 제공하는 각종 프로젝트, 마케팅 라이선스, 여행사와의 월드컵 티켓 거래, 그리고 개최국 선정이 FIFA의 든든한 돈줄이다. ④블라터는 2006년 월드컵이 자신이 원했던 남아공이 아닌 독일로 돌아가자 소위 로테이션 시스템이란 것을 만들어 대륙을 돌아가며 개최하자고 했지만 그만큼 경쟁이 떨어지니 수익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을 동시에 선정하기로 했다. 열 개가 넘는 나라가 두 번의 월드컵을 놓고 다투는 것은 FIFA의 돈주머니를 채워줄 것이 아닌가(하지만 축구공은 언제나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야 했으므로, 블라터는 곧 불안정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폐기해버렸다). ⑤2002 월드컵 개최국 선정 당시 아벨란제는 일본의 단독 개최를 지지했지만 정몽준은 아벨란제의 사위 히카르두 테이셰이라(Ricardo Teixeira)를 공략했다. 브라질축구협회 회장, 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 FIFA위원으로도 활동한 테이셰이라는 결국 자신의 친구와 함께 현대 자동차의 브라질 영업권을 따냈다. ⑥월드컵 개최국 선정 투표가 있기 여드레 전인 2000년 어느 날 독일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판처파우스트(Panzerfaust,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공급하기로 결정했고 나중에 사우디 왕족의 일원인 FIFA위원 압둘라 알다발(Abdullah Al-Dabal)은 독일에 표를 던졌다. 또 한국의 정몽준도 독일을 지지했는데,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 크라이슬러(Daimler Chrysler)는 한국의 현대 자동차에 약 8억 마르크의 자본투자를 약속했다.





……정말 FIFA가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는 돈인 걸까? 『피파 마피아』를 읽어 보면 위에 적힌 것들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아주 미세한 먼지처럼 보일 것이다(앞에서 2018년과 2022년의 개최국 선정에 대해 단순히 로테이션 시스템이라고만 언급했으나 러시아와 카타르 그리고 FIFA의 더러운 뒷거래는 추악하기 그지없다). FIFA는 공익단체로 구성되었지만 그 조직원들의 급여는 일반 기업처럼 지급된다. (키스트너의 표현대로) 그들이 저지르는 비열한 반칙은 거칠기로 유명한 축구선수라 할지라도 새파랗게 질릴 정도이고, 감시와 감독을 해야 할 당국은 외려 그들과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이래도 월드컵이 공 하나로 빚어내는 세계인의 축제와 감동인가?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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