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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좀 다른 얘기지만 야마구치 마사야의 책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生ける屍の死)』에는 이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옛날 옛적 하느님이 생물의 수명을 결정할 때의 일. 하느님이 당나귀에게 30년의 수명을 주자 당나귀는 ‘무거운 짐을 지고 30년이나 살기는 싫다’고 하여 하느님은 18년의 수명만 주었다. 그 다음 개에게 똑같이 말했지만 개 역시 ‘30년은 너무 길다, 늙어서 이빨도 없이 구석자리에서 낑낑대는 건 싫다’고 하자 12년의 수명만 주었다. 그 다음으로 원숭이 또한 ‘그렇게 오랫동안 기묘한 재주를 부리며 인간의 웃음을 사는 건 너무하다’고 하여 10년의 수명만 주었다. 하느님은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30년의 수명을 주겠다고 하자 인간은 ‘30년 동안 애써서 겨우 집을 짓고, 이제부터다 싶을 때 끝난다니 시시하다, 30년은 짧다’고 했다. 하느님은 당나귀의 18년을 더 주겠다고 했지만 인간이 그것도 짧다고 하자, 개의 12년과 원숭이의 10년까지 주어 결국 인간은 70년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진짜 수명은 30년이다. 그 나이를 지나고 나면 인간은 당나귀의 18년 수명 동안 무거운 짐을 지고, 개의 12년 수명 동안 이가 빠지고 끙끙대며, 마지막 원숭이의 10년 수명 동안 둔해지고 멍청한 짓을 해서 비웃음을 사게 되는 것……. 그런데 인간은 이미 마지막 10년에 다다라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뭐,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아주, 무척이나 오만한 발상. 우리가 침묵하면 봄도 침묵한다. 핵, 멕시코 만 기름유출, 4대강 등등. 침묵하는 봄을 맞으려고 안달이 났다. 물론 지금은 책이 집필될 당시와 시대상황이나 법규 등에서는 다른 면이 많지만, 가해자 측면의 우리에게서는 과거와 그다지 변화를 느낄 수 없다. 아, 한 가지, 일종의 과학연구라는 것이 어느 때는 파괴연구, 살인연구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다. 그런 의미에서 『침묵의 봄』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고 선구자적 역할을 했는지 알만하다. 루소가 문명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염증을 느끼고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다지만, 희한하게도 인간은 정말 ‘자연’으로 돌아가 모든 걸 채취하고 버리고 있다. 음식, 옷, 집, 명예를 원하는 만큼 가지고도 ‘자연’ 또한 가지려고 한다. 이 침묵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해줄 봄이 과연 인간의 손에서 나올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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