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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의 탄생
송호근 지음 / 민음사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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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책머리에’ 부분 6번째 행을 읽고 있는데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광주 혁명’이 아닌 ‘광주 사태’란 단어가 등장했다. 설마 이 책 전체가 아래에서 위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관점은 아닌지,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역사적 사실을 보면 동학운동이나 조선사회를 통틀어 ‘인민’이라는 단어의 개념 ―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들 혹은 (대체로)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에 대한 개념 역시 ― 이나 지식은 희박했으며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과연 저자는 ‘인민의 탄생’에 대해 올바르고 적확하게 통찰하고 있는가? 그런데 이에 앞서『인민의 탄생』은 개념의 공허한 동어반복과, 진실과 사실에 있어서 독자를 오도하는 부분도 많았음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책이 다른 것들보다 눈에 띄게 좋아 보이지 않는 점이다……. 담론과 공론에 있어 언문의 역할을 되짚어보고 기존의 서양산(産) 사회과학과 서양식 잣대를 벗고서 조선사를 조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그렇지만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 처음 언급했듯이 위에서 아래를 ― 혹은 기득권의 입장에서 ― 내려다보는 시각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내가 이 책에 대해 자그마한 평가를 내린다면, 굴절된 프레임으로 이 세계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론장에서의 인민(의 탄생)이란 피라미드 꼭대기의 몰락과 붕괴에서 기인했다고 해야 맞는 말일 거다. 그런데 이 불가능한 합의가 ‘위’가 아닌 ‘아래’에 원인이 있다고 하기에 나는 이것이 관념적으로든 뭐든 어긋났다고 본다.『인민의 탄생』은 한글이 탄생되어 그것으로 인해 스스로 읽고 쓰고 생각할 줄 아는 새로운 인민이 출현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에 있어서 공론장과 합의의 결함 및 결핍은 교양시민이 부재했기 때문이란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는 사회적 합의를 주도할 교양시민이 없어 마침내 공론장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인민의 탄생』은 참 잘 만들어졌다. 몹시도 많은 사회 과학자들을 끌어오고 올바르지 못한 서구식 잣대를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을 무렵 저자가 일간지와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다. 그런데 뭐라고? “SNS가 대안 공론장이 되기엔 아직 이르다. 여과기능 없는 온라인 공간의 대화는 개화기 인민들이 소문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소문에 살을 붙이고 극적 요소를 보탠 것 같은 현상일 뿐이며 자기검열의 과정을 겪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나는 한국 사회를 공론장의 측면에서 봤을 때 그것이 ‘반쪽짜리’라는 말에는 쉬이 찬성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 우리의 공론장과 합의가 신통치 않은 것은 교양시민이 부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썩은 기득권의 썩은 논리와 지배와 피지배적 인식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민과 공론장과 합의의 문제를 엉뚱한 데서 찾으려하니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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