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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는 아니지만 - 구병모 소설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표지 디자인은 『플라스틱 피플』과 묘하게 닮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면 마그리트든가) 한 두 번으로 끝났으면 참 좋았을 만연체. 너무 질기다. 한국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라고 하기엔 좀 무리도 있어 보이고 말이다. 그러나 '기발함'으로 치자면... 일단 아이디어는 기발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쳐가는 그 순간들을 캐치해서 하나의 글로 풀어내는 걸 보면. 그리고 전체적으로 리듬감이 살아있다는 것이 좋았다. 역시 아무리 감각적이어도 '만연체가 만연'하다보니 질리는 감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작품들 전체를 관통하는 감각적 이미지들을 잘 살려냈다고 보는 게 적절할 듯싶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독특하다못해 특이하기까지 하다는 것. 자칫 허공에 떠버릴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조차 깊은 현실을 반영해 붕 뜨지 않았다는 것에 박수를 주고 싶다. 나는 문학평론가는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에 기반한, 그 현실(만)이 두렵다는 것을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