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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주인공 K는 그 이니셜처럼 삼진 아웃을 당하지는 않는다. 아내와의 전야제에서도, K1과 K2의 합체에서도. 그리고 종교 냄새를 끌어들이려면 한없이 이어질 수도 있고……. 어쨌든 K의 도시는 타인과 내가 교차하는 절벽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본다. 아내는 아내가 아니고, 딸은 딸이 아니고, 강아지는 강아지가 아니라고 느끼는 K 본인이 <나는 내가 아니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고 ㅡ 타인은 그저 나와 무관계한 타인으로만 존재했으면 좋겠다, 라고 말이다(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종교적으로 보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 《파란 대문》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진아가 모래에 파묻혀 있던 그 장면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지만 그것은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동의어로 보였던 그 장면을.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에서 K가 자아自我와 타아他我는 불이不二라는 것을 인식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K는 자신의 상황에 분노를 느끼지만 타인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타인에게서 부정당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타인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다시 여기서는 물음표. K1과 K2가 합체된다는 설정과 방식은 꼭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하는 것. 일상과 비일상의 연결, 아我와 타他의 작별과 조우라는 부분에서 그렇다. 모든 것과 헤어지고 나면(혹은 그런 뒤에야) 온전한 자신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적절한 것일까.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낯익으면서도 한편으론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