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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닥터 K의 오싹한 의학 미스터리 1~2 세트 - 전2권 - 인간 VS 바이러스 ㅣ 닥터 K의 오싹한 의학 미스터리
애덤 케이 지음, 헨리 파커 그림, 박아람 옮김 / 윌북주니어 / 2022년 10월
평점 :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즐겨 보는 것 중에 '옥탑방 문제아들'이라는 게 있다.
그 프로그램의 작가는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된다 싶은 어이없는 문제를 찾아오는지 궁금했는데, 그 버전으로 문제를 내보겠다.
'초창기 피부 이식 수술에서 의사들은 인간에게 OOO 피부를 이식했는데요, OOO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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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닥터 K의 오싹한 의학 미스터리 2권>의 45쪽에서 확인하세요~^^;;;;
이 책에는 이런 스타일의 의학 정보를 참으로 많이 모아놨다. 어디서 이런 정보를 얻을까 궁금해서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았다. 물론 우리 집 초등 아들이 사랑하는 작가라 이 책의 전작 <닥터 K의 이상한 해부학 실험실 1,2>를 봐서 작가가 의사였다는 이력까지는 알았지만, 이번 <닥터 K의 오싹한 의학 미스터리 1,2>을 보면서는 아예 인터넷으로 작가에 대해 서칭하는 의욕까지 생겼다. 역시나 작가인 애덤 케이는 지금은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작가에 더해 코미디언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전작 책을 읽고, 애덤 케이 아저씨에 반한 우리 집 초등 아들은 뒤이어 <닥터 K의 오싹한 의학 미스터리>를 원서로 읽어볼 정도로 계속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원서는 번역서와 달리 1권으로 되어있고, 꽤 두껍다.
하지만 초등 아들은 (평소 책 읽기에 그다지 열정적인 편은 아니다.) 그 두께는 개의치 않는지 계속 빠져들어 후다닥 읽었다.
그때 "이 책이 재밌니? 왜?"라고 물으니
아들 말하길, "아저씨가 거짓말을 많이 해서요. 그리고 똥이랑 방귀 얘기가 많아요." (참... 아이답다... 이 책을 보면 알게 되겠지만 프루넬라 고모할머니가 원고에 첨언하면서 작가의 '거짓말'을 가차 없이 골라내주신다. 그래서 이런 반응을 하는 게 아닌지...^^;;;)
<애덤 케이 아저씨를 사랑하는 아들의 애장 도서들. 이번 크리스마스의 책선물로 애덤 케이의 책을 주려했지만 아직 안 쓰셨음. 어서 똥과 방귀 이야기 하나 가득 안고 또 오시길요!!^^>
원서로 미리 접한 터라 이 책의 구성과 그림,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에게 중간중간 귀동냥으로 들으며 '오~~그런 것도 알아?' 하면서 맞장구만 쳤다. 그러다 올해 11월 드디어 번역서가 나왔다고 하여 기대 속에 서평단을 지원했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런 이런.... 오.... 이런 위엄 없는, 아니 세상 가벼운 의사 선생님도 있다니...' 이었다.
아버지도 의사던데, 그 어려운 의학을 공부하고, 영국의 공공 의료 기관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에서 실제 의사로 근무한 엄연한 의사 출신인 작가는 쉴 새 없이 실없는 농담을 한다. 그것도 의학정보와 의학역사로.
"(고대 로마의) 과학자들은 징그러운 공연을 무대에 올렸어. 많은 사람이 커다란 야외극장에 몰려가서 간식을 들고 앉아, 과학자가 사자나 곰 같은 동물들로 (신경) 실험하는 광경을 구경했지 뭐야... 예를 들면 동물의 신경 하나를 자른 뒤 그 동물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여 주었지." 35쪽.
"그뿐만이 아니야. 사람들이 수용소에 찾아와 돈을 내고 (정신 질환) 환자들을 구경하기도 했어. 그 시대에는 그런 수용소를 구경하러 가는 게 최고의 나들이였거든." 46쪽.
"사실 과거의 의사들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아주'를 6000번쯤 더 넣었다고 생각해 줘) 잘못된 방법을 썼어. 환자의 입에 숨을 불어 넣은 게 아니라 똥구멍으로 연기를 넣었다니까. 웃지 마. 이건 진지한 책이야." 78쪽
"르네는 반려 독수리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지만 프랑스 독수리니까 우리는 '독수아'라고 부르자. 르네는 독수아에게 아침과 점심, 저녁으로 스펀지를 먹였어. 이 스펀지에 줄을 달아서 스펀지를 독수아의 위 안에 한참 머물게 한 뒤, 다시 줄을 당겨서 위액이 묻은 스펀지를 부리 밖으로 꺼냈지. 그런데 이 지독한 위액이 음식을 소화시킨다는 건 어떻게 증명했냐고? 독수아의 배속에 있던 스펀지를 짜서 거기에 묻은 액체를 날고기 위에 뿌렸더니 고기가 녹아 없어졌지 뭐야." 144쪽.
"...한 의사가 심한 화상을 입은 아이에게 개구리 피부를 이식했는데...... 드디어 성공한 거야! 아쉽게도 아이의 몸에 미끈거리는 초록색의 멋진 피부가 남지는 않았어. 원래 자기 피부와 빠르게 섞어 버렸거든. 재미없게!" 2권 45
쪽.
"-정신 나간 치료법-
수백 년 전에는 관절이 붓고 아프면, 그러니까 관절염에 걸리면 온 몸에 지방을 발라서 치료하려고 했어. 무슨 지방일까? 닭의 지방? 코끼리 지방? 아니, 인간의 지방이야. 사형집행인이 건네준 신선한 지방을 발랐다지 뭐야." 2권 132쪽.
읽다 보면 '이거 맞는 이야기일까? 검색을 해 봐?' 이런 의심이 들 정도로, 작가는 낄낄거리면서 처음 듣게 되는 의학의 삽질의 역사를 늘어놓는다. 웃다가 읽다 보면 100년 이내의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정말 엎드려 절하고 싶을 정도다. 내가 중세, 아니 '톡톡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이 책에는 뇌, 혈액순환, 감염, 소화관, 피부, 폐, 수술, 생식, 간과 신장, 뼈, 눈과 귀, 유전으로 단원을 나눠 인류의 긴 의학 역사에 대해 고대 이집트나 로마, 인도부터 출발하여 중세, 근대, 현대, 미래에까지 풀어놨다. (아마도 작가가 30년 뒤쯤에는 이 글을 쓰는 2020년대 코로나 시기의 어이없던 여러 실책들을 농담과 곁들어 풀고 있지 않을까?)
의학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익히 알던 이발소의 유래도 나오지만, 거의 몰랐던, 아니 사실이었을까 싶을 만큼의 어이없던 의사와 과학자들의 실수나 왜곡된 지식이 나온다. 또한 이렇게 재미있지만 무시무시한 의학 역사를 읽다 보면, 단원마다 주제와 관련된 특별한 의사들의 이야기 코너, 미래의 의학 코너, '케이의 천재적인 대답'이라는 코너(마치 케이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 같음.), '참일까, 똥일까?'(참, 거짓을 묻는 퀴즈) 코너, '정신 나간 치료법' 코너를 두어 아이들이 추가로 궁금해할 수 있는 것을 따로 자세히 풀어놨다. 이런 코너들을 보면, 정말 작가가 책에서 튀어나와 아이들과 함께 낄낄거리며 대화하고 싶어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정보와 농담을 쏟아낸다.
온갖 삽질의 역사도 재미있는데 거기에 어디서 이렇게 작가의 머릿속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그림을 그리는 헨리 파커 그림 작가까지 만났는지... 그림도 엽기적이면서 코믹해서, 작가의 의도를 잘 표현한다. 작가가 그림도 직접 그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농담으로 시작해 농담으로 끝난 거 같은 북새통 같은(?) 책을 끝내고 나면, 왜 아이가 그렇게 이 작가에 열광하는지 알게 된다.
대부분의 시간을 의사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내가 알기로는 애덤 케이는 응급실의 크리스마스 당직 근무에 매년 빼놓지 않고 당첨되었던 기가 막힐 정도로 불운한 의사였다고 한다. 그 에피소드를 엮은 어른용 의학 에세이도 썼다.) 사람들에게 얼마나 들려줄 이야기가 많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는 것도 많고, 글재주도 좋고, 유머러스한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비록 그 마음이 잦은 똥이나 방귀 이야기, 엽기적인 농담으로 표현되기는 하지만(^^), 그를 통해 어린아이들이 의학적 상식에 쉽고, 거부감 없이, 아니 만만하게 다가가는 게 어디인가?
수많은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은 기괴하고 어리석은 의사, 과학자들부터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위인들의 구체적인 업적들까지, 인류가 걸어온 의학의 역사를 친절하고 재미있는 의사의 목소리로 풀어낸 이 책 <닥터 K의 오싹한 의학 미스터리>를 아이들에게 소개한다면,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인체의 정보에 목말라있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재미있는 의학 서적을 찾을 수 없었다면, 만화책보다 더 재미있는 의학 미스터리 역사 이야기<닥터 K의 오싹한 의학 미스터리>, 여기에 우리 몸 탐험서인 전작<닥터 K의 이상한 해부학 실험실>도 함께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