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흔드는 사람 - 위대한 지도자 레비야 카디르의 도전과 투쟁
레비야 카디르, 알렉산드라 카벨리우스 지음, 이덕임 옮김 / 열음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재미있는 우화를 즐겨 들려 주었다. 일생을 살면서 마음에 간직했던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 우화는 작은 개미에 간한 이야기다. 어느날 개미가 중앙아시아의 초원지대에서 새 한마리를 만났다. "너, 어디 가니?" 새가 개미에게 물었다. "서쪽으로 가는 길이야. 유럽에 가려고." 개미는 이렇게 대답하며 계속 기어갔다. "그렇게 먼 곳까지 어떻게 가려고? 가는 도중에는 험한 산과 물살이 센 강도 있을 텐데.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걱정하지 마. 산은 기어서 넘으면 되고 강은 헤엄쳐서 건너면 되니까. 물살이 세면 나무조각 같은 걸 꽉 붙잡고 가면 돼." 개미는 자신 있게 대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버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몇 년이 흐른 후, 그 새는 유럽의 어느 나무 위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던 어느 날 , 갑자기 엄청난 수의 개미 떼가 나무 위로 기어오르더니 새 둥지를 마구 허물기 시작했다. 그러자 새가 둥지를 버리고 막 도망가려는 순간, 개미 한 마리가 말을 걸었다. "반가워, 친구. 도망가지 마! 내가 친구들에게 네 둥지는 건드리지 말라고 할께." 개미의 말에 새가 깜짝 놀라 물었다. "넌 누구니? 나를 아니?" "몇 년 전에 저 먼 나라에서 만났었잖아. 같이 이야기도 했었는데 기억나지 않니?" 새는 그제야 크게 감탄하며 말했다. "아무리 작은 생명체도 자신에 대한 믿음과 용기만 있으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구나!"  

  아버지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인자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말문을 열었다. "이 세상에는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도, 이루지 못할 목표도 없단다." 

  왜 내가 이 우화를 언급하는 것일가? 사실 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동투르키스탄의 산악 지대에서 태어나 아커수라는 도시에서 집안일을 도우며 자랐다. 어린 시절 기억에는 외세의 압력에 고통 받고 시달리는 우리 민족의 모습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위구르족은 항상 쫓기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했다. 그렇다. 나는 오랜 세월 독립과 자유를 갈망하며 투쟁하는 그 당에서 태어났다. 우리는 문화저그, 경제적, 종교적으로 모든 자주성을 빼앗겼다. 정복자의 고문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변하고 그들을 위해 싸웠다. 나는 위구르족의 어머니가 되어 고통을 멎게 하는 치료제가 되고,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 될 것이며, 비바람을 막아줄 우산이 될 것이다.(p22~23) 

  중국의 자치구 중의 하나인 신장 자치구는 중앙아시아의 교통의 요지이다. 게다가 자원의 보고이다. 오랜 세월 상인으로 방랑자로 자유롭게 살아온 위구르족들을 중국에서 불시에 침공하여 자신들의 영토에 편입시켰다. 청나라 시절의 어느 한 순간 청에 복속되었었던 것을 이유로 위구르는 독립된 나라가 아니며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서남공정의 한복판에 티벳이고 있고, 동북공정의 한복판에 조선족이 있다면, 서북공정의 타겟은 신장 위구르 족이다. 

  중국은 한족과 소수민족들을 포함하여 대략 56개의 민족을 그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 천안문 광장에 56이라는 숫자를 써놓고 그 숫자 유기에 목을 맨다고 한다. 소수민족 끌어안기라는 그럴듯한 말을 쓰지만 결국은 한족이 지배층이 되고 소수민족이 피지배층이 되는 강압적인 신분제도일 뿐이다. 그렇지만 어찌 되었든 중국은 사해가 동포라는 말로 그들을 중국의 민족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들의 역사까지도 자기의 역사에 편입시켜 장래 그 역사를 빌미로 또 다른 영토 확장을 꾀하는 것이 그들의 속셈이다. 동북공정에 이어 북한 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속내를 어찌 모르겠는가? 그냥 모르는 척 눈감아 줄 뿐이다. 중국의 덩치가 조금만 작았다면 아마도 이렇게 눈감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중국의 그 강대함 때문에 소수민족이 중국으로부터 갈라져나와서 독립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이 중국의 독주를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올림픽 때 중국은 한참 시끄러웠다. 성화봉송시 티벳의 달라이 라마의 항의와 티벳 사람들의 데모. 신장 우루무치에서의 유혈 사태. 한족 아이들에게 소수 민족 전통 의상을 입혀 립싱크를 하게 만들었던 올림픽 오프닝의 희대 사기극. 어떻게 해서든 그럴 듯하게 포장해 보려는 그들의 노력이 눈물 겹다. 그런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려나? 

  이 책의 주인공 레비야 카디르는 신장의 달라이 라마랃고 불리운다.달라이 라마가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요, 망명자들의 우두머리라면, 레비야 카디르는 위구르인들에게 그런 위치에 있는 존재다. 민족의 어머니라고까지 불리우는 사람이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없이 많은 불편한 진실들, 부조리, 불합리, 중국의 강압을 세세히 적으면서 자신이 왜 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뛰언 들게 되었는지 밝히고 있다. 

  거창한 집안의 사람도 아니었으나 왜 하늘을 흔드는 사람이 되었는가? 왜 강철같은 중국을 흔들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사람이 되었는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들었던 개미의 이야기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위대한 일이라고,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라고 사람들이 포기하는 그 순간에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온갖 현실과 당당하게 맞선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족을 위해서, 도 다른 위구르 인을 위해서 자신의 부와 권력을 나눈다. 비록 그길이 자신이 가진 것을 희생하는 일이 된다고 할지라도. 평범한 사림이었던 그녀가 이제는 중국 정부에 의해 테러범으로, 분리주의자로 낙인찍혀 불순분자가 되었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그들의 오만 뒤에 가려진 소수민족들의 가슴아픈 현실을 잘 보여 준다.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이라는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다. 중국의 통치가 변하지 않는한 앞으로 다른 소수 민족에게서 제2, 제3의 달라이 라마, 레비야 카디르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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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6-25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든 힘의 논리는 지배하는 것이겠지요.
우리의 독립투사들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싸웠듯이 신장지구의 카디르 또한 그들의 독립을 위해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의가 승리하는 날이 오길 기원해 봅니다.

근데 개미이야기에 대한 기울임밑줄체 읽기가 너무 힘드네요. 세워주셔도 될 듯...

saint236 2010-06-24 23:27   좋아요 0 | URL
알았습니다. 이젠 인용문은 밑줄로만 표시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