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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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시창!

 

  제목부터가 마음이 짠하다. 한창 꿈이 많을 청년의 때에 그들이 처한 현실이 시궁창이라니.

 

  사노라면 언젠다는 좋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겠냐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날이 새는 판자집에 새우잠을 잔대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예전에 축가로 많이 불렀던 노래다. 그런데 요즘은 이 노래를 부르기가 쉽지 않다. 청년들에게 괜히 이 노래를 불러줬다가 돌을 맞지나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그들도 꿈이 많고, 밝은 미래를 계획할텐데 아무리 노력해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현실은 시궁창과 같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눈물나겠는가? 그들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서 그저 눈물만 글썽인다. 째째하게 군다고, 아무런 생각 없이 산다고, 미래의 성공만 꿈꾼다고, 눈만 높다고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이미 새파랗게 젊은 것이 한 밑천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괜시리 미안해진다. 이 책이 나오지 6년이 넘었기 때문에 여기에 기록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낯선 것도 아닌데, 이미 신문으로 봤던 기사들인데 문득 낯설게 느끼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내가 그들을 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마트에서 일하다 죽은 청년, 용광로에 떨어져 죽은 청년 등등 그들의 삶을 보면서 분노하고 안타까워했던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지고 내 삶이 바빠서 그들을 잊고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 그러니 누군들 그들을 위로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그들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는 부제가 눈에 자꾸 걸린다. 마음에 아프게 와서 박힌다. 누구보다도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일텐데, 같이 눈물 흘려줄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것이 오늘날 그들이 처한 현실이 아니겠는가? 그들이 자신의 삶을 시궁창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부제를 살짝 비틀어 보았다. 대한민국이 그들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고 아무런 공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위로 받은 자격이 있다는 말로 바꾸어 보았다. 그들을 향해 위로의 손길을 뻗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고 해도 함게 울어줄 마음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들을 일으켜 줄 손이라도 뻗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내어 줄 것이 없다고 해도, 그냥 내게 있는 것만이라도, 함께 울 수 있는 가슴만이라도 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글을 쓰고 취재를 하는 동안 비가 왔다는 저자의 말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 용광로의 쇳물은 어떻게 되었을까? 기계로 만들어져서 어딘가에서 깎이고 마모되고 있지 않을까? 이것이 청년들의 삶일 것 같아서, 고통받는 약자들의 몸부림이고 눈물일 것 같아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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