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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기생충 - 엽기의학탐정소설
서민 지음 / 청년의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마태우스님의 서재엘 들어갔다가, 무슨 생각이 발동했는지, 나는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고 리플을 단 적이 있었다. 나는 이 리플에 설마 응답을 할까 반신반의 했었다. 왜냐하면, 정말 용기를 내서 어떤 개기를 만들지 않으면, 그의 목소리를 직접들을 수 있는 기회는 없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인이 현재 고정 출연하고 있는 모 라디오 프로그램을 가르쳐 주면서, 한번 들어보라는 리플을 달아 주셨다. 앗!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렇지 않아도 그 방송 프로그램의 저명한 인사라고 그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 어느 방송인지는 몰라도.
그때 난 정말 그 프로그램을 기쁜 마음으로 들어었다. 그리고 외모와 달리 그의 풋풋한 목소리에, 도무지 기생충이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더구나 평소 그의 글은 얼마나 귀엽고, 능청스러우며, 종횡무진, 최첨단을 달리던가. 그런데 의외로 목소리는 풋풋하고 차분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어떤 게 진실을 말하고 있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잘 가려 들어야 한다.
오늘도, 우리가 비타민 C를 너무 많이 먹어 한강에 뛰놀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할 위기에 놓여있다며, 얼마나 황당하면서도 그럴 듯한 가설을 내놓던지. 이글을 읽는 사람 중 그 방송을 못 들은 사람은, 이 무슨 말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본인한테 그 대답을 직접 듣길 바란다.
이처럼 그의 책도 횡당하기 그지없는 상상의 나래를 마구 마구 쏟아낸다. 도무지 저자의 상상의 끝은 어딜까? 배를 부여잡으리만치 웃으며 그 책을 읽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오늘 날 <대통령과 기생충>을 읽으며 이토록 좋아라 할 줄은!
정말 제목부터 너무 언밸런스해, 나 같이 고상한 책만 좋아하는 사람은 두 팔 끝을 다 벌려, 당장 읽고 싶은 그리고 읽어야 할 책을 한아름 안는다 해도, 이 책은 순위에 포함되지 않을 성 싶은 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슴에 포~옥 끌어안고 함박 웃음 지어주고 싶은 건, 저자의 친필 사인에 말그림을 그려 준 탓도 조금은 있으리라.
내가 기생충에 관한 책을 읽고 이토록이나 좋아라하면, 이 책을 모르는 사람들은 좀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책은 감염력있는 책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엽기, 발랄함을 이용해서 그토록이나 재밌게 전해 줄 수 있을까? 아마 저자와 같은 의학도가 이 책을 읽은 거보다, 일반 대중이 더 많이 읽지 않았을까란 추측을 해 본다. 그만큼 이 책은 감염력이 있다는 말이다.
퓨전이 좋은 것은, 너무 한우물만 파려는 전문가적 성향 때문에 자칫 시야가 좁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것일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도 언급한 바있지만, 기생충 감염 사실을 모르고 무려 1년 동안 설사를 하며 가산을 탕진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를 담당했던 의사가 기생충에 관해 조금만 상식이 있었더라도 과연 그렇게 허무하게 가산을 탕진했을까? 그 많은 의사들 중, 이 책을 읽은 사람이 한 사람만 있었어도..."아, 그때 내가, <대통령과 기생충>이란 책을 읽어보니까 말야..."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실력있는 의사라고 칭찬 받았을텐데...
한 사람이 어느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최고가 되는 건 좋지만, 크게 놓고 볼 때 그 사람은 그 분야만 아는 거지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다. 그러니 인간의 앎이란 한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편벽된 존재다. 아무리 독서광이어도 편식을 한다지 않는가.
저자가 아무리 기생충학에 일찌감치 눈을 뜨고 그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역설한다해도, 학적인 지식으로만, 시각적 효과에만 의존에서 징그러운 기생충들을 도판으로 보여줬더라면, 이 책은 정말 이만큼 알려지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말도 안될 것 같은 이야기를 끌여들여 거기에 기생충들의 향연을 펼쳐 보일 수 있었을까? 게다가 현세태를 꼬집고, 비꼬는 저자의 이야기 솜씨란 기히 상상을 불허한다.
나는 왜, 이 책의 제목이 <대통령과 기생충>일까 궁금했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과 기생충'이란 쳅터에서 배꼽이 빠지도록 웃겨가며, 저자의 희망을 말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가히 압권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생충학이 의학분야에서 얼마나 대접을 받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기생충이 아직도 있냐고 반문하는 이 시대에, 정말 인간의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음에도 그 분야는 너무도 그늘져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으로도 보건데, 어느 한 분야가 발전하려면 최고 권력자를 건드리지 않으면 안된다. 난 정말 대통령이 기생충에 걸려서라도 이 분야가 발전이 됐으면 좋겠다.
나는 가끔 의학분야 중, 항문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나, 산부인과 의사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 분야를 택하는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산부인과는 인기과목이라고는 하지만, 아기를 받을 때의 신비감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여자들의 자궁이나 들여다 보는 그것이 과연 좋을까 싶기도 했다. 물론 그 분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 날 생명을 연장하며 잘 살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나 같이 우매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저자는 자기식의 대답을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 중에서 기생충에 걸려 죽은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되느냐, 교통 사고를 당해 죽는 사람이 해마다 1만 명인데 그렇다고 네가 차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 않는냐, 기생충 보다는 뱀이나 지렁이, 지네 따위가 더 징그럽지 않는냐, 외모가 처진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내 서재 대문에 걸린 글 귀가, '그럴 법한 인식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 책을 애독한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겠는데, 저자는, 저자가 말한 저 의도를 설득하는데 또 한 사람을 성공시켰다고 일러주고 싶다.
나를 아는 사람이, "너는 왜 그런 기생충에 관한 책을 읽고 실실거리고 웃느냐?"고 묻는다면 두말 않고, 한번 읽어 보라고고 그의 코 앞에 내밀어 주고 싶다.
그만치 이 책은 잘 쓴 책이고, 동시에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