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결국엔 위로 - 다큐 작가 정화영의 사람, 책, 영화 이야기 좋은 습관 시리즈 17
정화영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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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들에게 위로가 필요하다. 서로 다독여 주든 혼자 위로를 하든 불안한 시대인 것은 맞다. 책 제목에 끌렸고 읽고 싶었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방송 작가로 2018<엄마의 봄날>, 2021<백 투 더 북스>로 휴스턴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백금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주변을 스쳐 갔던 수많은 인연 사이에서 그들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며 때로는 위로를 보내며 이 책을 썼다.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 된 20개의 이야기는 위로에 관한 꼭 봐야할 책과 영화도 소개되어 있다.

 

남편과의 불화로 혼자 외롭게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다른 남자와 불륜을 고백하고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알기에 늦은 밤 전화를 걸었던 친구는 도와달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같이 일하던 동생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었는데 일이 바빠 대충 말하고 나중에 만나자고 한 후로는 연락이 되지 않은 일에 성급한 조언과 위로가 독이 되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역사를 서술하자면 처음은 어디이고 끝은 왜 없는지 장황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경험이 여성에게는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소안도에서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길 혼자 운전을 하다 터널에 진입한 순간, 몸이 이상하고. 발작이 시작된 것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고, 팔과 다리가 경직됐다. 공황 장애가 오면 어떡하면 되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다시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기를’‘두근거리는 가슴이 진정되기를’‘손이 그만 떨리기를’‘이 공포가 지나가기를기다리는 일뿐이었다. 글만 읽어도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열일곱살 때 집이 가난해졌다. 아버지의 과감한 투자가 빗나갔고 엄마가 포장마차를 시작했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포장마차를 부끄러워하는 남편을 향해 분노했다. 엄마의 서러움과 슬픔,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지고 공감하기 고통스러웠다. 저자가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라는 인생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

 

가까운 사람의 자살로 인해 살아 남은 자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까. 친구 언니가 손목에 피를 흘리고 있어 병원으로 갔다. 사람을 살렸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지만 가족들은 칭찬도 고맙다는 말도 안 했다. 입원 수속을 할 때 환자 상태에 대해 자살 시도라고 정직하게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친구의 어색한 변명을 듣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저자의 친구가 된 오빠 친구, 그 오빠가 간암으로 간 이식이 필요한데 장성한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고민도 하지 않고 간 이식을 결정했고 아들이 후유증을 겪지 않을까 울기 시작했다. 어떤 위로도 힘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저자도 함께 울고 있었다. 늘 바쁜 엄마에게 공중전화로 걸려온 아들의 한 마디 엄마는 나를 믿나요?’ 오늘만 그런 게 아니라, 늘 그랬고, 어제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학 때 친구와 사소한 일로 거리가 멀어진 경우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친구가 힘들 때 어떤 위로도 전하지 못하니 더욱 그럴 것이다. 저자는 친구 관계가 위태로울 수도 있어 대답하지 않는 편을 선택한다. 듣기를 바라는 말과 진심이 다를 때, 조심스러우니까. 나의 진심을 꺼내 놓았을 때 그녀와 그들에게 미움받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메멘토를 떠올린 것은 61년생 신영숙 씨 때문이라고 했다. 어머니 권유로 중학교 중퇴 서울의 한 방제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벌어 들인 돈으로 엄마와 외삼촌이 진 빚을 대신 갚고 두 동생의 학비를 충당한 사람이다. 그런데 신영숙 씨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딸 집으로 와서 같이 산다. 저자가 왜 나만 공장에 보냈느냐고 물어보셨냐고 하니 엄마의 기억을 놓아버려서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새로운 기억을, 그것도 행복한 기억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며 위로라는 선물을 받을 것이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책과 영화는 우리의 내면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씨앗이 될 것이다. 저자는 특별한 위로자는 아니지만, 당신이 어떤 위로라도 해달라고 내 팔을 두 번 친다면. 함께 대화하자고 손 내밀 수 있다고 했다. 서툰 위로였지만 결국은 나를 향한 위로 였다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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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이어령 - 이 땅의 모든 지성에게
이어령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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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이어령] 제목이 의아했는데 머리말을 읽어 보고 알았다. 한 작가의 소망이 된 책이라는 것을. 최인호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서너 달 전 병중의 몸으로 인쇄물을 하나 건넸다. 바로 [읽고 싶은 이어령]이라는 저자의 글모음이었다. 그동안 많은 책을 냈지만 그것은 모두 내 의지로 낸 것인데 이 책만은 그렇지 않다. 그가 먼저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이 책은 아마도 이 세상에 영영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순환하는 것들은 직선운동과는 다르다. 역사는 직선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계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셀리의 시구처럼 겨울의 추위가 거꾸로 봄의 다스함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비합리적인 속담이 아니라, 역사의 순환성을 정확히 짚어낸 슬기다.

 

엄살은 측은의 정을 전제로 한 전략이니만큼 상대방이 짐승이나 목석 같은 사람일 때는 아무 소용도 없는 전술이다. 엄살을 부리고 엄살을 받아주는 것은 서로가 상대를 정이 있는 인간으로 믿고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좀 쓸까 한다. 오십 년 가까이 매일같이, 그것도 하루에 세 번씩 식사를 해왔는데 젓가락질이 서툴다고 했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 가운데에는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가 8할이 넘는다고 한다. 별로 흉이 안 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가 막내둥이로 자라나고 있는 까닭이다. 부모들은 그 응석을 그대로 받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전통은 부모에 의해서 아이들에게 전수되는 법이다. 태어나 어머니의 젖을 빠는 것은 본능이지만 젓가락질은 배우는 문화요, 교육이다.

 

모든 길의 끝에는 바다가 있듯이, 모든 시간의 끝에는 죽음의 종말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시작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끝을 그 결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그것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은 언제나 시작하는 그 순간 속에 있다는 주장이다.

 

무슨 고본이건 가만히 들여다보면 10페이지 이상 손때가 묻어 있는 책이 드물다. 즉 서문과 제1장 제1절만 붉은 연필로 언더라인을 쳐놓은 것이 많은데 제2장째만 접어들어도 소식이 없다. ‘앞장은 고본, 뒷장은 신간인 셈이다. 독서법도 이렇게 눈깔사탕 먹는 식이다. 진득하게 앉아 책 한 권을 독파해낼 만한 지구력이 모자란 탓이다. 어쩌다 끝까지 다 읽은 흔적이 있는 고본을 보면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등산가가 정상에 말뚝을 세워 놓은 것처럼 ‘0000일에 이 책을 완독하노라는 기념 사인이 적혀져 있다.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지구력 기르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짐을 들어주는 학생을 날치기로 생각해서 마음이 편치 않아 고맙다는 인사도 못한 이야기는 참 씁쓸하다. 대가 없는 친절이란 의심과 경계를 살 뿐이다. 도리어 불안과 공포를 준다. 무상(無償)의 시대는 지나가고 만 것이다.

 

서양 사람은 나들이를 다닐 때면 활동하기 쉬운 간편한 옷을 입고 나간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피크닉이나 꽃구경을 가는데에도 으레 성장을 한다. 옷 중에서 최고의 것을 골라 걸친다. 패션쇼를 하는 기분이다. 어째서 꽃구경이나 야유회를 하는 데까지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한국어는 아픔의 말이다. 단테도, 셰익스피어도 아픈 것에 관한 한 한국인만큼 속시원하게 표현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기껏해야 골치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 등이다. 삭신 쑤신다는 말은 외국어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병이 나기 전에 노곤하고, 녹작지근한 것이 다르고 사지가 나른한 것과 뻐근한 것이 모두 다르다. 다른 민족보다도 고통을 많이 겪어왔기 때문인가? 한국처럼 약방이 많고 약 광고가 많은 나라도 흔치 않은 걸 보면 그런 데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글을 쓸 때면 글의 근원적인 뜻대로만 쓰면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가 있다. 미끈미끈한 볼펜으로 글을 쓸망정 그것이 긁는 행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인들이 바가지를 긁듯이 문사(文士)도 문자로써 긁는다. 가려운 데를 긁어주어야 한다. 부정이나 불의를 박박 긁어야 글은 시원한 것이 된다.p194

 

우리가 남을 욕하는 것, 헐뜯는 것은 정말 미워서가 아니다. 욕으로써 감정을 푸는 게다. 욕은 더러워도 욕으로 풀고 나면 마음은 천사처럼 깨끗해진다. 한국의 욕은 비뚤어진 한국적 풀이 문화의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욕만큼 다양하고 푸짐하고 걸쭉한 것도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욕을 분석해보면 분야별로 고루고루 발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밥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식구 수만큼 손수 지어 먹는 것이며, 끼니때마다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정을 측정하는 구실을 한다. 빵은 식은 것도 먹을 수 있지만, 밥만은 온기를 지니도록 해야 한다. 식은 밥은 곧 식은 정을 의미한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것, 뜨거운 밥을 먹는다는 것, 아버지와 아들을, 아내와 남편을, 형과 아우를 묶어두는 핏줄의 확인이다.

 

빵의 문화는 개인주의 문화이며, 정복의 문화이며, 활동의 문화이며, 상업의 문화이다. 빵이 있는 곳에 전쟁과 개척이 있었다. 밥의 문화는 한솥의 문화다. 지붕 안에 고정되어 있고, 정적이며, 집을 떠나서는 살기 어려운 귀향자의 문화다. 정말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읽고 싶은 이어령]은 저자의 수많은 글들 가운데 가장 빛나는 글만을 가려 뽑은 에세이의 결정본이라고 하였다. 이 땅의 모든 지성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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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 - 불안과 고통에 대처하는 철학의 지혜
존 셀라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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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사는 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인간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은 무엇인지 숙고했다. 에피쿠로스가 찾아낸 대답은 단순했다. '즐거움,' 인간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즐거움뿐이다.

 

에피쿠로스는 레스보스섬의 미틸레네에서 철학 강의를 시작했고 평생지기 헤르마르코스도 만났다. 현지 주민들이 아테네식의 철학 방식에 반감을 드러내자 몇 사람을 데리고 소아시아 본토로 떠나지만 철저한 은둔생활을 한다. 결국 아테네로 옮겨가기로 결정하면서 성벽 외곽에 땅 한 뙈기를 구입한다. 사십 년간 이 철학 공동체를 영위했다. 친구들끼리는 모든 재산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철학자도 있었지만, 에피쿠로스의 정원은 사유재산을 유지했다. 에피쿠로스가 세상을 떠나고 두 번째 수장이 된 오랜 벗 헤르마르코스가 물려받았다.

 

에피쿠로스의 분류에 따른 네 가지 쾌락의 유형은 먹는 행위와 같은 동적인 육체적 쾌락, 배고프지 않은 상태와 같은 정적인 육체적 쾌락, 친구들과의 즐거운 대화와 같은 동적인 정신적 쾌락,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상태와 같은 정적인 쾌락. 이 네 가지는 모두 본질적으로 좋은 것이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유형, 즉 불안도 걱정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정적인 정신적 쾌락이다. 이 상태를 아타락시아라는 용어로 표현했는데, 직역하면 '근심 없음'이지만 대체로 '평정'이라고 번역한다.

 

(쾌락은) 오히려 맑은 정신으로 심사숙고한 결과라네. 모든 선택과 거부 행위의 동기를 분석하고, 정신적 동요의 주된 원인인 신과 죽음에 관한 거짓 관념을 버리는 것이지.p43

 

에피쿠로스는 자신의 철학은 타인의 존재와 역할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깨어지기 쉬운 우정의 속성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우정을 그토록 중시하는 이유에 관한 흥미로운 이론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가 정말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드물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인식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친구를 오로지 자신의 지원망 정도로 여기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없으리라. 일단 도움은 쌍방향이어야 하며, 친구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즉시 도우러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도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 도와주는 친구가 있기를 바랄 테니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균형이다.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기대한다면 합리적으로 친구에게 바랄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필로데모스가 에피쿠로스 철학의 정수를 요약 정리한 [테트라파르마코스] '네 가지 처방'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글이다

신을 두려워마라.

죽음을 염려하지 마라.

좋은 것은 구하기 어렵지 않으며,

끔찍한 일은 견디기 어렵지 않다.

 

 죽음은 우리를 유한한 존재로 정의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제한하여 우리의 계획과 과업에 절박함을 부여한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고 묻는 사람은 죽고 나면 ''도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만약 사후세계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이는 우리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는 죽음이 아니라 의식을 지닌 우리의 현존재가 다른 것으로 변형되는 순간임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는 단 한 번 태어난다. 두 번 태어날 수 없으며 영원히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우리는 내일을 통제할 수 없는데도 내일을 위해 오늘의 기쁨을 미룬다. 인생은 그런 유예 속에 낭비되며, 결국 모두가 그렇게 일만 하다 죽고 만다.p99

 

진정한 철학을 길잡이 삼아 살아가는 사람은 소박한 생활에서도 충만함을 발견할 것이며 평온한 마음으로 그런 생활을 즐길 것이다. 이 구절은 에피쿠로스 철학의 핵심 사상인 '단순한 생활과 마음의 평화'를 떠올리게 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루크레티우스가 주는 교훈이다.

 

이 책은 부제목처럼 불안과 고통에 대처하는 철학의 지혜를 이해할 수 있다. 허구한 날 마음을 괴롭히는 비이상적인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지금 이 삶을 즐기는 데 집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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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게
늘리혜 지음 / 늘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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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리혜저자는 늘꿈이란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등에서 이야기가 담긴 시, 시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지는 [일곱 색깔 나라와 꿈]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늘에게]는 그 두 번째 이야기다.

 

날아오르는 줄 알았다.

그만큼 간절하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몸도 가벼워 보여 바람만 제대로 잘 불면 정말 날아오를 것 같았다.p293

 

3의 끝자락, 항상 주변에 무관심하게 하루를 살고 있는 소년 제운은 하굣길에서 우연히 간절하게 하늘을 올려보며 두 팔을 벌리고 있는 하늘을 발견한다. 그날 이후 하늘이 신경 쓰인다. 친구들은 하늘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경계의 대상이 되었고, Ni renkontigos. 이상한 말을 하는 아이였는데 성이 하, 이름이 늘,이라고 먼저 소개하였다.

 

하늘은 예전 꿈속에 플로로라는 소녀를 만났고 이 세상에는 일곱 색깔의 나라가 있다고 말했다. 빨주노파보흰검. 제운은 언젠가 본 적이 있는 하늘이 봤다는 꿈속의 소녀를 알고 있었고 플로로라고 했다. ‘바라기꽃이란 뜻이라고 말하자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며 하늘은 놀랐다.

 

6살 동네 유치원 다닐 때 부터 친하게 지내던 삼총사, 도진과 시연이 있다. 제운의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꿈을 이어 변호사가 되겠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시연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S대에 들어가 로스쿨까지 가는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하늘과 한강을 따라 걸으며 하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에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지낸다고 했다.

 

제운은 늘에게 동화를 써 보자고 제안했다. 상상하는 것들을 동화로 만들기로 했다. 제목은 <일곱 색깔 나라와 꿈>으로 정했다. 자신도 깨닫지 못한 모습을 알아봐 준 소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고, 온기를 느끼고 싶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궁금했다. 하늘은 꿈인 건 싫다고 매일 제운을 되도록 자주, 오래 보고 싶다고 했다. 제운은 소중한 동지라고 말했고 하늘은 현실에서 처음 만난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려움도 생겨났다. 하늘과 시연, 제운 삼각관계가 되려는 순간이었다.

 

수능이 다가오던 어느 날 시연의 고백을 받아버렸다. 하늘이도 좋아하지만 13년 우정을 생각해서 사귀자고 했다. 우도진은 시연이 울리지 마라고 한다. 도진이도 시연이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민아라는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한다.

 

제운은 그린 그림을 하늘에게 보여주었고 수채화가 어울릴 것 같다고 한다. 하늘이 쓴 <일곱 색깔 나라와 꿈>을 읽고 읽고 수없이 되풀이하여 읽었다. 하늘이 쓴 글에 그린 그림들이, 하늘과 함께 만들려 했던 동화의 삽화들이, 채색을 하지 않은 미완성인 채 무차별적으로 찢겨 흩어져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한 채 제운은 하늘을 피했다.

 

엄마가 비밀이라고 내놓은 책은 <일곱 색깔 나라와 꿈>이란 제목과 무지개 공주 일러스트가 보였다. 엄마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다. 저자를 확인했다. 정소연, 엄마의 이름이었다. 이 책이 나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비밀이 아니었다.

 

미소 너머로 주홍빛 노을이 진 하늘 아래 빨주노파보흰검의 무지개가 뜬 것이 보였다.

나의 색은 늘, 너였어.” 이토록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에필로그에 궁금했던 말의 뜻이 담겼다. Ni renkontigos(니 렌콘티고스). 그 말은 가장 널리 쓰이는 인공어인 에스페란토어로 다시 만나요란 뜻이었다. 그말은 내게 있어 간절한 기도문이 되었다. 그 말을 동화 마지막에 넣은 건 동화책 <하늘에게>는 오직 단 한 사람, 하늘만을 위한 동화였기 때문이었다.

 

[하늘에게] 청춘감성 로맨스를 읽으면 누구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의 나는 어떤 색이었을까? 하얀 눈송이처럼 하얀색일까, 희망을 품은 노란색일까. 저자는 세계관을 알지 못해도 내용 이해에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 소설은 애틋한 로맨스이면서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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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걷힌 자리엔
홍우림(젤리빈)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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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웹툰 누적 조회수 1억 뷰의 문제작 [묘진전]의 젤리빈 작가의 신작 웹툰[어둠이 걷힌 자리엔]은 누적 2천만 뷰 화제로 전격 소설화 되었다. 원작에는 없는 감기지 않는 눈을 새롭게 써넣었다. 1900년대의 경성, 안국정 골목 상점가 모퉁이에 위치한 미술품과 골동품 중개상점인 오월중개소에 골동품 중개인 최두겸은 보통 사람들은 보고 들을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덕분에 기이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두겸을 찾아 오월중개소의 문을 두드린다.

 

티 하우스1에 한 번 온 손님은 다시 찾지 않거나 오래 머물지 않았던 이유는 그림 때문이었다. 세화(歲畫)는 돈복을 부른다고 하였지만 그림 자체는 좋은데 만들어진 의도가 너무 고약해 손님을 쫓아내는 것이다. 토지신이 들고 온 나무토막을 갖다 대니 혼령이 나왔다. 뒷목에 반골로 태어나 억울하게 죽은 고오는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농성을 시작했던 것, 토지신의 잠을 방해할 정도로. 결국 그 토지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간 최두겸을 찾아 경성까지 오게 만들었다. 토지신은 고오의 사정을 알고 나니 내 잠을 방해했던 소란이 이해가 됐다.

 

여관에 묵게 된 기묘한 손님과 대철이 사라져버렸다는 편지를 보내온 은자, 그런데 사라졌던 그가 돌아왔고 상태가 이상하였다. 염원하는 마음이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인간이 아닌 것이 개입한 사건이다. 범인은 영원히 잡히지 않을 것이고 사건의 내용 또한 기괴하다.

 

두겸이 어린 시절 살던 마을에 귀신 잡아먹는 우물이 있었다. 그 우물은 마을의 문젯거리들을 집어삼켰다. 이 씨 부자네 말더듬이 시종이 죽었을 때 심하게 구박하고 괴롭혀서 죽였다는 사실을 외면하기 위해 저주 받은 식칼 운운하였다. 남편에게 맞고 살던 이웃 누이가 도망친 것이 꽃신에 신이 들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겸의 병든 동생도 우물을 부수려던 두겸도 발작을 하자 사람들에 의해 우물에 던져졌다. 두겸을 살리고 특별한 능력을 준 것은 우물에 봉인되어 있던 영물 뱀 치조였다. 인간을 살리기 위해 귀신 잡아먹는 우물이 만들어진 배경이 나온다. 치조는 인간의 원혼으로 부정탄 것을 씻어버리려 벼락에 뛰어 들었다 산산조각이 났고 인간이 되어 있었다. 두겸을 만나서 자신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을 때까지 신세 좀 진다고 하였다.

 

얼어 죽기 일보직전에 구해준 보살님들이 좋아서 절에 머물었다가 자기도 모르게 불상의 목을 날려버린 담비 동자는 두겸을 찾아왔다가 치조를 만나 티격태격 하는 중이었다. 담비는 치조님과 저는 운 좋게도 아주 좋은 인간들을 만난 것 같다고 하였다. ‘귀님은 삼십 년 동안 묵혀왔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무녀로서의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 섬에서 도망친 온내는 과거로부터 헤어나는 순간 엉엉 울었다. 인간을 사랑하게 된 샘물은 여자를 위해 물건을 사러 가자고 하였다. 샘은 덕재의 몸에 들어갔고 그의 연인이었던 명희가 주는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치조는 다정한 인간을 조심하라고 했다. 붉은 눈썹을 가진 사람들이 태어나는 개갈촌에 마을의 금기를 깼다 죽은 여인 어정은 가해자들이 저지른 짓이 밝혀지길 원했고 원한을 풀고 저승길을 갈 것이다.

 

치조의 썩은 조각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원귀들의 집합체다. 두겸은 만약 썩은 조각 안에 동생의 영혼도 있다면 어떻게든 저승에 보내주고 싶었다. 본체가 영물 뱀의 조각을 모으는 이유는 더 많은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치조의 조각이 썩게 된 원인이며 본체의 구심점인 원혼을 알고 믿기지 않았다. 두겸은 귀신 잡아먹는 우물을 만든 자가 있었을 줄이야.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자 생긴 우물이 그토록 오랜 시간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잡아먹는 수단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어지러웠다.

 

치조는 두겸을 보며 웃음이 절로 났고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 떠나왔다. 고향산에서 식물학을 공부하는 여자를 만나 보고 두겸이 사는 세상을 더 알고 싶어졌고 다시 세상으로 오게 되었다. 경사장의 친구인 장영주와 두겸은 어정이 겪은 일을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겨우 영화로 그간의 원한이 풀릴 리 있겠느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정이 이제는 괜찮아라고 할 수 있기까지 마침표를 찍어줄 마지막 물 한 방울이다.

 

[어둠이 걷힌 자리엔]은 치조와 두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과 기묘한 존재들의 사연들은 매력이 있다. 두겸은 아픔이 있었고 인간이나 영물들의 사연들을 잘 헤아려 자신의 아픔을 치유 해가며 치조와 함께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간다. 기담이지만 따뜻한 이야기로 재미있게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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