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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 - 불안과 고통에 대처하는 철학의 지혜
존 셀라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2월
평점 :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인간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은 무엇인지 숙고했다. 에피쿠로스가 찾아낸 대답은 단순했다. '즐거움,' 인간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즐거움뿐이다.
에피쿠로스는 레스보스섬의 미틸레네에서 철학 강의를 시작했고 평생지기 헤르마르코스도 만났다. 현지 주민들이 아테네식의 철학 방식에 반감을 드러내자 몇 사람을 데리고 소아시아 본토로 떠나지만 철저한 은둔생활을 한다. 결국 아테네로 옮겨가기로 결정하면서 성벽 외곽에 땅 한 뙈기를 구입한다. 사십 년간 이 철학 공동체를 영위했다. 친구들끼리는 모든 재산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철학자도 있었지만, 에피쿠로스의 ‘정원’은 사유재산을 유지했다. 에피쿠로스가 세상을 떠나고 두 번째 수장이 된 오랜 벗 헤르마르코스가 물려받았다.
에피쿠로스의 분류에 따른 네 가지 쾌락의 유형은 먹는 행위와 같은 동적인 육체적 쾌락, 배고프지 않은 상태와 같은 정적인 육체적 쾌락, 친구들과의 즐거운 대화와 같은 동적인 정신적 쾌락,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상태와 같은 정적인 쾌락. 이 네 가지는 모두 본질적으로 좋은 것이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유형, 즉 불안도 걱정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정적인 정신적 쾌락이다. 이 상태를 아타락시아라는 용어로 표현했는데, 직역하면 '근심 없음'이지만 대체로 '평정'이라고 번역한다.
(쾌락은) 오히려 맑은 정신으로 심사숙고한 결과라네. 모든 선택과 거부 행위의 동기를 분석하고, 정신적 동요의 주된 원인인 신과 죽음에 관한 거짓 관념을 버리는 것이지.p43
에피쿠로스는 자신의 철학은 타인의 존재와 역할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깨어지기 쉬운 우정의 속성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우정을 그토록 중시하는 이유에 관한 흥미로운 이론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가 정말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드물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인식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친구를 오로지 자신의 지원망 정도로 여기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없으리라. 일단 도움은 쌍방향이어야 하며, 친구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즉시 도우러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도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 도와주는 친구가 있기를 바랄 테니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균형이다.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기대한다면 합리적으로 친구에게 바랄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필로데모스가 에피쿠로스 철학의 정수를 요약 정리한 [테트라파르마코스] 즉 '네 가지 처방'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글이다.
신을 두려워마라.
죽음을 염려하지 마라.
좋은 것은 구하기 어렵지 않으며,
끔찍한 일은 견디기 어렵지 않다.
죽음은 우리를 유한한 존재로 정의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제한하여 우리의 계획과 과업에 절박함을 부여한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고 묻는 사람은 죽고 나면 '나'도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만약 사후세계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이는 우리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는 죽음이 아니라 의식을 지닌 우리의 현존재가 다른 것으로 변형되는 순간임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는 단 한 번 태어난다. 두 번 태어날 수 없으며 영원히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우리는 내일을 통제할 수 없는데도 내일을 위해 오늘의 기쁨을 미룬다. 인생은 그런 유예 속에 낭비되며, 결국 모두가 그렇게 일만 하다 죽고 만다.p99
진정한 철학을 길잡이 삼아 살아가는 사람은 소박한 생활에서도 충만함을 발견할 것이며 평온한 마음으로 그런 생활을 즐길 것이다. 이 구절은 에피쿠로스 철학의 핵심 사상인 '단순한 생활과 마음의 평화'를 떠올리게 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루크레티우스가 주는 교훈이다.
이 책은 부제목처럼 불안과 고통에 대처하는 철학의 지혜를 이해할 수 있다. 허구한 날 마음을 괴롭히는 비이상적인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지금 이 삶을 즐기는 데 집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