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정호승 지음 / 시공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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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신작 우화소설집 [산산조각]을 펴냈다. 시인은 우화에 관심을 가진 지 오래였다. 시를 쓰다 보면 시 속에 서사가 있고, 그 서사를 소설적 형태로 재탄생시키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러다 우화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을 때 시가 소설로 재탄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동물이나 식물과 사물이다. 17편의 단편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우화의 방법으로 성찰해본 것이다. 첫 번째로 전시장에 외롭게 전시되어 있는 수의가 말을 한다. 주인 김씨는 주머니 달린 수의를 만들어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주문이 들어오자 주머니에 무엇을 담아 갈것인가 물었다. 돈이나 후회, 행복, 상처를 넣어 간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주문을 받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분이 주문을 했는데 아내의 사랑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찾으러 올 때가 지나 연락을 해보니 돌아가신지 한 달도 넘었다고 한다. 살아 있을 때 미리 수의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고 내일 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면 오늘을 더 열심히 성실하게 살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은 것이고,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되지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가.p47

 

못생긴 룸비니 부처는 오랜 기다림 끝에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주인은 내가(부처) 흙으로 만들어져서 떨어져 산산조각 나면 어떡하나 걱정됀다고 했다. 친구의 빚 보증을 서고 단칸방으로 갈때도 데리고 갔다. 채권자들에 쫓겨 노숙자가 되어 하루하루 산산조각이 날 뿐이라고 했다. 부처는 단순한 모조품이 아니라 고행 끝에 진짜 부처님이 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산산조각 난 내 삶이라는 종의 파편을 소중하게 거두어야 한다.

 

큰스님은 참나무를 사서 손수 장작을 패 쌓아놓았고, 당신이 입적할 때 당신을 태워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고 이제는 숯이 되어,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참나무의 존재를 깨닫는다. 새는 바람이 있어야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걸레는 자신을 더럽히고 내 살을 헐어서 남을 깨끗하게 해준다는 것은 보람된 삶이 된다. 아라가야의 공주님은 연꽃에게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연꽃이 보고 싶어 아라연꽃 테마파크를 찾아가 보려고 한다.

 

룸비니 부처 다음으로 인상 깊게 읽은 우화는 선암사 해우소다. 허승 스님이 찻잎을 딸 때 잠시나마 쉬었다 가곤 하던 바윗돌이 있었다. 차 향기를 맡고 살다가 어느 날 뒷간의 받침돌이 필요하여 그곳으로 옮겨지니 어두컴컴하고 냄새나는 곳이었다.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데 다른 받침돌들은 무덤덤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다른 돌들은 여기도 살면 살아갈 만하고 선암사 해우소는 지은 지 400년이 되었고 우리나라 해우소 중에서 아름답다고 말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참고 견뎌야 하고, 견딘다는 것은 희생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희생한다는 것은 자비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희생 없는 자비는 없다. 바윗돌은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존재다.

 

선암사/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네모난 수박을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둥그런 모양을 네모난 형태로 변형 시키려면 아크릴 모형틀 사각 모서리에 철제 빔을 설치해야 하고 그 생장력이 1톤이나 된다고 한다. 겉모양이 네모져도 수박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네모난 수박이 맛과 향기를 잃지 않듯이 인간으로서의 본질과 가치만은 잃어서는 안된다. 기러기는 삶의 가치는 무엇이고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왜 해마다 따뜻한 남쪽을 향해 멀고 먼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생각하였다. 마지막으로 하동 송림에 있는 장승은 소나무가 장승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겪으며 소나무로서의 삶은 살 수 없지만 송림을 떠나지 않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는 호탕하게 웃음으로 삶에 지친 이들이 송림을 찾았을 때, 모든 근심 걱정, 우울한 고통을 한 순간에 다 날아가게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삶이 무엇인지, 왜 고난을 견디고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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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렌지
후지오카 요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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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렌지]는 서른세 살에 암선고를 받은 사사모토 료가의 곁을 지키는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다. 후지오카 요코는 소설을 쓰면서 간호사로 일하며 매일같이 병과 죽음을 접하고 있다. 좋은 사람에게도 불행은 찾아올 수 있다는 현실을 강조했다. 소설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였다.

 

주인공 료가는 오카야마를 떠나 홀로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암 선고를 받은 날 간호사로 근무하는 동창 야다와 재회한다. 레스토랑 점장으로 있는 료가에게 아르바이트생 다카나가 병원을 가보라고 해서 발견된 것이다. 쌍둥이처럼 닮은 동생 교헤이를 친구들은 쌍둥이로 알고 있었다. 교헤이와 료가가 중학교 졸업할 무렵 아빠와 셋이 설산을 등반하다가 형제만 조난을 당한다. 암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조난 당시 꿈을 꾸었다. 료가는 슬픔보다도, 어째서 나인가 하는 분한 마음에 온몸이 굳어졌다.

 

제목이 오렌지일까 봤더니 표지에 나온 등산화다. 오렌지색은 희망을 상징한다. 교헤이가 보내 준 택배를 열어보니 열다섯 살의 료가가 신었던 등산화였다. 료가는 교헤이에게 신발을 양보했다. 동상에 걸렸지만 잘리는 것은 면했다. 엄마 도코는 자신이 싸 온 음식을 보고 무지함이 부끄러웠다. 아들은 젊은 나이에 위암에 걸리고 만 것일까. 료가를 기르던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부부는 의논한 끝에 형제가 열다섯 살이 되면 친형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하기로 하고 등산을 계획했었다. 남편은 어느 타이밍에 고백하려는 것일까.

 

야다의 부모님은 다섯 살일 때 이혼했다. 엄마는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야다를 키웠지만 재혼한 다음 날 일을 그만두었다. 여자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더니 정직원 자리를 내던지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야다는 고등학교 시절 공연할 연극에 쓰일 벚꽃을 만들기 위해 료가와 함께 했던 경험과 널 좋아해라고 말하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간호사가 되어 환자의 고독함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막막하고 무서울까. 그러나 환자의 공포와 외로움은 아무도 모른다.

 

엄마 아빠는 제 인생이 짧아 가여우신가요?

하지만 저는 가엾지 않아요.

제 인생은 정말로 행복했어요.

가족들 덕분에 즐거운 일투성이였어요.

저는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p364

 

교헤이는 부모님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고등학교 1학년부터 달라졌다. 오로지 야구뿐이었고, 고등학교 체육교사가 되었고 결혼도 일찍 했다. 아빠와 혈연은 없지만 그의 인자함이 인간으로서 지닌 그릇의 크기를 깨닫게 되었다. 료가가 고향으로 돌아오자 야다도 료가를 가까이 보기 위해 방문 간호사로 직장을 옮겼다. 료가는 엄마에게 부탁을 한다. 나답게 살아온 것이고 아등바등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주위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고. 열다섯 살에 오르던 산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 료가는 교헤이에게 무슨 말을 전할까. 엄마와 할머니와 야다에게는 고마운 마음밖에 없었다. 결혼해서 자신이 자라온 것과 같은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료가가 야다를 통해 교헤이에게 남긴 말은 너무 애쓰면 안 돼.”(p381)였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힘들었을 동생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소설이지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니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파왔다. 얼마 전,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젊은 자식을 잃은 지인을 보니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마음이 먹먹하였다.

 

[어제의 오렌지]에서 료가가 암 선고를 받고 괴로운 날이지만 끝까지 희망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족 덕분이었다. 나 또한 큰 수술을 하려고 입원을 했을 때 가족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픈 것은 불행이지만 뜻하지 않게 돌봄을 받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가정의 달이고 좋은 계절에 이 소설을 읽으며 가족의 의미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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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수면법 - 제발 잠 좀 잡시다! 수면처방전 123 기적의 건강법
스가와라 요헤이 지음, 허슬기 옮김 / 길벗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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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잠을 잘 잤으면 소원이 없겠다 할 정도로 힘든 적이 많았다. 잠을 못 자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성격도 예민해지는 것을 스스로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평생에 걸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수면 문제 123가지를 소개하였다. 수면을 바로 잡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

 

책은 우리는 왜 잠을 잘 자야 할까? 숙면을 위한 기초 상식,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는 기상 솔루션,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을 때 유용한 취침 솔루션, 밤중에 갑자기 깨어나지 않는 숙면 솔루션, 낮에 졸음이 쏟아지지 않게 하는 졸음 퇴치 솔루션, 불규칙한 생활 속에서도 푹 자는 숙면 솔루션, 잠자리가 바뀌어서 생기는 수면 장애를 해결하는 수면 환경 솔루션, 일과 학습 생활의 능률을 높이는 숙면 솔루션, 수면을 개선하기 위한 수면 기록 사용법과 팁 등 9장으로 구성되었다.

 

뇌의 노폐물은 치매의 원인이다. 수면의 역할 중 하나는 디톡스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아 쌓인 상태를 수면 부채라 부르는데 반드시 줄여야 한다. 수면은 계절이나 나이에 따른 변화, 자연재해 등으로 흐트러질 수 있으니 자신의 수면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수면을 개선하는 방법을 통해 수면 불안을 해소하라고 하였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사소한 소리나 말투에도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세로토닌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세로토닌 양이 줄어들면 사소한 것에도 쉽게 불쾌해진다. 잠을 못 자면 괜히 짜증이 늘어나고 매사에 귀차니즘이 되는 것도 세로토닌 부족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수면이 부족하면 고유감각이 전해주는 정보에 무뎌진다. 사탕을 녹여 먹지 않고 깨물어 먹는다면 세로토닌이 부족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작업 중 머리나 얼굴을 만지는 것은 뇌를 각성시키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이다. 유독 주위 소음이 신경 쓰인다면 수면 부족으로 뇌의 각성 수준이 저하되었다는 뜻이다. 문장 중 같은 부분을 두 번 읽는 것은 수면이 부족할 때 자주 일어나는데 뇌가 잠든 상태인 것이다.

 

질 좋은 수면의 세 가지 조건에는 수면 효율, 하루 두 번 졸음을 느끼는 생체리듬, 수면 만족도라고 한다. 질 좋은 수면이란 우선 수면 효율이 85% 이상인 것을 말한다. 적절한 수면량의 기준은 주당 50시간 이상이다. 수면에 대해 너무 높은 기준을 세우면 수면 만족도가 떨어진다.

 

최근 근력 운동을 통해 수면의 질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졌다.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 격렬한 운동을 하고 그 외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것보다 가벼운 운동을 주 4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주변이 시끄러워 잠이 안 올때는 음악을 튼다. 옆에서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때 이용하는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음악을 작게 틀어두면 소리가 서로 간섭받아서 신경 쓰이지 않게 된다. 밤중에 갑자기 깨지 않으려면 수면 중에는 시계를 치운다. 자다가 깼을 때 개운한지 체크한다. 개운하게 눈을 떴다면 3시간 정도는 잔 것이다. 이후 30분 안에 다시 잠들 수 있다면 의학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식사를 할 때 맨 처음에 탄수화물 식품을 먹으면 식후에 졸음이 오기 쉽다.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먹어본다. 식사 순서를 습관화하면 자연스럽게 식후 졸음이 줄어든다. 육아 맘들에게 불규칙한 생활 속에서도 푹 자는 숙면으로 아이를 재울 때 같이 잠들라고 한다. 아이에게 짜증 내지 않으려면 일정한 시간에 일어난다. 이는 자극 때문에 달라진 심박이나 호흡을 조절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침에 창가에 가는 타이밍이 늦으면 늦을수록 비만도를 나타내는 BMI가 높다는 연구가 있다. 기상 후 창가로 이동하는 것도 다이어트의 일부라는 것이다.

 

세 가지 생체리듬(멜라토닌 리듬, 수면-각성 리듬, 심부 체온 리듬)이 있는데 멜라토닌 리듬은 고정력이 약해 햇빛에 따라 리듬이 쉬게 흐트러진다. 수면각성 리듬 또한 고정력이 약하다. 그에 반해 심부 체온 리듬은 고정력이 강해서 리듬이 며칠 늦어져도 금방 흐트러지지 않는다.수면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습관을 들일 때는 한 번에 한 가지 습관만 들이는 것이 좋다. 쉬운 습관부터 들이면 생체리듬을 만들어가며 수면 습관도 자연스럽게 개선 될 것이다. 체력은 운동이 아니라 잠에서 나온다고 했다. 수면으로 뇌 노폐물 배출, 정서 안정, 스트레스 완화, 집중력 향상, 학습력 향상이 되니 123가지 수면 기술을 상비책으로 두고 사용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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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호스트 엄마와 쌍둥이 자매의 브랜드 인문학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4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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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호스트 엄마와 쌍둥이 자매의 브랜드 인문학]은 브랜드를 보는 을 기르고 미래에 진화하는 브랜드들에 휘둘리지 않고 영리하고 심지 굳은 소비자가 될 청소년들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매일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빠트리지 않고 하는 일 중의 하나인 무언가를 사는일이다. 산다는 건 산다는 것이다. 사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이 말은 명언 이다. 그렇다고 남들이 산다고 나도 따라 명품을 살 수도 없는 일이고 형편에 맞게 소비를 해야 한다.

 

책은 쇼호스트 노이서 엄마와 쌍둥이 자매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다. 중학생인 자매들이 엄마 생일을 맞이하여 선물을 구입하는데 브랜드의 의미를 두고 옥신각신 토론을 한다. 명품과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은서와 브랜드 보다는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는 현서 사이에 엄마는 중재에 나선다. 처음에는 명품을 이야기 하는 것인가보다 했는데 브랜드의 어원부터 소비의 흐름을 알기 쉽게 풀어주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예시로 한 개인 유통업자가 대기업에 계란을 공급하는 농장에서 똑같은 계란을 사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유통 과정 비용을 줄여서 마트에 50%나 싼 가격에 내놓았다. 그런데 그걸 사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대기업 브랜드 제품이 믿을 만해서 비싸도 사는 것인가? 비싼 건 비싼 만큼 돈값을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돈값은 품질을 보증하는 돈값이라기보다는 이중 삼중으로 얽힌 유통비와 광고비, 마케팅비처럼 기업이 부담하는 돈을 소비자들이 쪼개서 내고 있는 것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살아남는 승자가 되려면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그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이고 철학이고 자기다움이라고 말한다. 업사이클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지구를 살리는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심리학자들이 임상 실험으로 밝혀낸 건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일수록 불만족을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이미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이 갖고 싶어지는 것이다. 원하던 것을 손에 넣고 나서 정작 제대로 쓰지도 않고 내팽개쳐두는 건 소비가 아니라 낭비다.

 

쓰레기섬은 들어본 적이 있는데 플라스틱이 개발된 지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환경 오염은 암울하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한반도 면적의 일곱 배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떠다닌다는 건 이제 유명한 얘기다.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해조류 또는 다른 플라스틱과 부딪치면서 작은 조각으로 분리되어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이를 먹이로 착각한 해양생물들로 인해 먹이 사슬 상층에 있는 생물의 몸속에 축적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공범인데 슈퍼나 문방구에서 아무 고민 없이 집어 드는 자잘한 물건 하나하나가 다 관련이 있었다.

 

인도 남부의 의류 산업 도시인 티루푸르에서 청바지 하나를 만드는 데 7,000리터, 티셔츠 한 장에는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의류 산업은 급성장을 했지만 대가가 엄청나서 수 세기 동안 지역 주민들을 먹여 살려왔던 농사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을 넘어 폐기물이나 중고를 활용해서 재탄생시키는 브랜드도 있다. 미국의 솔메이트라는 양말 브랜드는 업사이클링의 의미를 제대로 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물애호가에 채식주의자로 소문난 스텔라 매카트니는 자신의 브랜드에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획기적인 옷을 선보였다. 바로 버섯 가죽으로 만든 옷이다.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다수가 되면서 브랜드들도 그 가치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MZ세대가 시장의 주도권을 쥐면서부터 브랜드보다 제품 자체를 따지는 노브랜딩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가 2017년 문을 연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리스다. ‘브랜드가 없다는 뜻이다.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가 미국에만 있는 건 아니라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로 출범시킨 노브랜드는 가성비가 브랜드라고 할 만큼 가성비를 앞세워 승부를 걸었다. 이 책은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해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퍼스널 브랜딩까지 폭넓게 다루는 청소년 인문학이다. 물건을 하나 살 때도 지구와 환경을 살리는 가치 소비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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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마법도구점 폴라리스
후지마루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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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 어울리는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후지 마루 작가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빠른 전개로 독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하는 판타지 소설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소설은 낮에는 평범한 골동품 가게, 새벽에는 마법도구점으로 변하는 폴라리스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이야기가 담겼다. 판타지인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우정과 사랑이 담겨져 마음이 따뜻해진다.

 

주인공 도노 하루키는 기이한 체질을 가졌다. 왼손이 누군가의 몸에 스치기만 하면 내 속마음이 낱낱이 전해져 문제를 일으킨다. 어느 날부터 악몽에 시달리는데, 악몽을 꾼 후에는 어김없이 머리맡에 열쇠 꾸러미가 나타난다. 대학캠퍼스 근처에 괴현상을 해결해주는 가게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마법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 일상에 흔히 존재한다. 복권에 여러 번 당첨되는 사람이나 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 가는 곳마다 날씨가 좋은 여자, 그런 사람들은 대개 마법사인 경우가 많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법사가 된 거지. 무의식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꽤 있어.p50

 

도노는 열쇠 꾸러미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폴라리스를 찾아간다. 쓰키시로 다마키는 가게 주인이자 마법사, 얼음공주, 외톨이로 지내고 있었다. 그녀는 왼손이 닿으면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마법을 지니고 있었다. 새벽 333, 별이 총총히 뜬 밤에는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 그녀가 왼손을 열쇠 꾸러미로 뻗으니 순간 기억의 물결이 소용돌이치며 어릴 때 엄마가 입원해 있던 병원부터 주마등처럼 보여준다. 열쇠 꾸러미는 도노의 마음이 만들어낸 마법 도구였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유품 정리를 하다 남겨진 저주의 나무가 할아버지가 손녀의 건강을 생각해주는 행복의 나무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법협회 크롤리라는 사람이 드림캐처를 머리맡에 달아놓으면 꿈속에서 알맞은 시련을 줄거라고 했다. 이겨내면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준다고 했지만 시련은 없었고 정체모를 무언가가 느껴졌다. 오래 전에 알고 지냈던 이즈미 씨가 나타났다. 쓰키시로와 이즈미 씨 사이에 무엇인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도노는 직감으로 알았다. 이즈미 씨 아들인 교헤이가 죽었는데 아이의 몸은 사람의 몸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소생시키는 마법 도구였다. 아들의 영혼을 영원히 지켜내고 싶어 쓰키시로의 약점을 이용해 몽환의 나침반을 빼앗고 마법협회에 덜미를 잡히지 않게 대비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이즈미 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쓰키시로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괴로워서 학교도 나오지 않고 가게 문도 열지 않았다. 도노의 꿈속에 나타난 형체를 이루지 못한 엄마가 나타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쓰키시로가 하루키에게 어떤 존재냐고 물었다. 아르바이트생일 뿐 친구가 있어본 적이 없어서 이런 게 친구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꿈에서 깨어 자연스럽게 골동품 가게에 도착한다. 쓰키시로를 위로할 언변은 없지만 개그를 연발해서 기운을 북돋워주기 작전을 쓴다. 그리고 쓰키시로에게 4년 전 진실을 듣게 되었고, 왜 새벽 333분에만 마법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됐는지도 알게 된다. 미움 받기 쉬운 마법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건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네 운명의 사람일 거라고 돌아가시기 전 할머니는 말했다. 이즈미와 쓰키시로는 그간의 오해를 용서를 빌며 끌어 안았다. 그날 이후 거리를 떠도는 죽은 자에 대한 소문은 들리지 않았다. 하루키와 쓰키시로의 우정이 한층 두터워질 것이고 쓰키시로의 썰렁한 개그도 발전할 것이다.

 

마법은 후회나 미련 같은 감정을 바탕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고 나쁜 감정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하니 마법은 저주라고 하였고 불완전한 마음이 낳은 고통 덩어리라고 했다. 투명인간 목도리는 한 번 둘러봤으면 하는 상상을 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불안하면 일년에 한두 번 철학관을 다닌 적이 있었다. 마법이 있다면 그 힘을 빌려볼텐데 말이다. 소설 속의 4건의 미스테리를 따라 가다보면 인연의 소중함, 우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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