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렌지
후지오카 요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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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렌지]는 서른세 살에 암선고를 받은 사사모토 료가의 곁을 지키는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다. 후지오카 요코는 소설을 쓰면서 간호사로 일하며 매일같이 병과 죽음을 접하고 있다. 좋은 사람에게도 불행은 찾아올 수 있다는 현실을 강조했다. 소설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였다.

 

주인공 료가는 오카야마를 떠나 홀로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암 선고를 받은 날 간호사로 근무하는 동창 야다와 재회한다. 레스토랑 점장으로 있는 료가에게 아르바이트생 다카나가 병원을 가보라고 해서 발견된 것이다. 쌍둥이처럼 닮은 동생 교헤이를 친구들은 쌍둥이로 알고 있었다. 교헤이와 료가가 중학교 졸업할 무렵 아빠와 셋이 설산을 등반하다가 형제만 조난을 당한다. 암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조난 당시 꿈을 꾸었다. 료가는 슬픔보다도, 어째서 나인가 하는 분한 마음에 온몸이 굳어졌다.

 

제목이 오렌지일까 봤더니 표지에 나온 등산화다. 오렌지색은 희망을 상징한다. 교헤이가 보내 준 택배를 열어보니 열다섯 살의 료가가 신었던 등산화였다. 료가는 교헤이에게 신발을 양보했다. 동상에 걸렸지만 잘리는 것은 면했다. 엄마 도코는 자신이 싸 온 음식을 보고 무지함이 부끄러웠다. 아들은 젊은 나이에 위암에 걸리고 만 것일까. 료가를 기르던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부부는 의논한 끝에 형제가 열다섯 살이 되면 친형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하기로 하고 등산을 계획했었다. 남편은 어느 타이밍에 고백하려는 것일까.

 

야다의 부모님은 다섯 살일 때 이혼했다. 엄마는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야다를 키웠지만 재혼한 다음 날 일을 그만두었다. 여자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더니 정직원 자리를 내던지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야다는 고등학교 시절 공연할 연극에 쓰일 벚꽃을 만들기 위해 료가와 함께 했던 경험과 널 좋아해라고 말하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간호사가 되어 환자의 고독함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막막하고 무서울까. 그러나 환자의 공포와 외로움은 아무도 모른다.

 

엄마 아빠는 제 인생이 짧아 가여우신가요?

하지만 저는 가엾지 않아요.

제 인생은 정말로 행복했어요.

가족들 덕분에 즐거운 일투성이였어요.

저는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p364

 

교헤이는 부모님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고등학교 1학년부터 달라졌다. 오로지 야구뿐이었고, 고등학교 체육교사가 되었고 결혼도 일찍 했다. 아빠와 혈연은 없지만 그의 인자함이 인간으로서 지닌 그릇의 크기를 깨닫게 되었다. 료가가 고향으로 돌아오자 야다도 료가를 가까이 보기 위해 방문 간호사로 직장을 옮겼다. 료가는 엄마에게 부탁을 한다. 나답게 살아온 것이고 아등바등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주위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고. 열다섯 살에 오르던 산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 료가는 교헤이에게 무슨 말을 전할까. 엄마와 할머니와 야다에게는 고마운 마음밖에 없었다. 결혼해서 자신이 자라온 것과 같은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료가가 야다를 통해 교헤이에게 남긴 말은 너무 애쓰면 안 돼.”(p381)였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힘들었을 동생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소설이지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니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파왔다. 얼마 전,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젊은 자식을 잃은 지인을 보니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마음이 먹먹하였다.

 

[어제의 오렌지]에서 료가가 암 선고를 받고 괴로운 날이지만 끝까지 희망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족 덕분이었다. 나 또한 큰 수술을 하려고 입원을 했을 때 가족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픈 것은 불행이지만 뜻하지 않게 돌봄을 받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가정의 달이고 좋은 계절에 이 소설을 읽으며 가족의 의미를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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