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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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는 내내 살짝 미소짓게 만드는 책이다. '행복은 타인에게서 온다'라고 역설하는 저자는, 말하자면 시민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라고 저자가 우리에게 제안하는 것이 그리 거창한 실천과 결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일단은 공동체를 만들어서 모여보고, 모여서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세상을 더 좋게 바꾸어 나가자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지역 사회 운동과 시민 대학 만들기같은 조금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사회적 실천 내용도 있지만, 대화법 등 당장 개인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도 있다. 취지는 좋으나 너무 당위적으로, 계몽적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공감을 얻지 못하는 초보 운동가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얻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도 이 책을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쉽게 읽히지만 절대 내용까지 가벼운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곳곳에 저자가 공부하고 고민한 내용이 알차게 담겨있다. 여러 저명한 사회학자들의 견해를 쉽게 요약해서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어서, 이 책 한권에 많은 것을 (날로) 배우는 기분이 든다. 소로우의 경우에는 참 많이 인용된다.

 

벤클러는 오늘날 대부분의 제도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유일한 방법은 보상과 처벌밖에 없다'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제도를 수립하면 사람들은 자기만족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기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 반대로 인간의 선량한 본성을 끌어내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을 협력적인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하고 더욱더 협력하게 된다. 그리고 이전과 다른 형태의 자기 충족적 예언을 만든다.

- 본문 249쪽에서 인용

 

위의 인용부분에서 느낄 수 있듯, 저자는 인간 본성을 선량하게 보고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갖고 움직이는 분이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함께 대화할 줄을 아는 분이다. 책의 큰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내가 갖고 있던 미국 중산층에 대한 편견을 깨 주는 책이었다. 미국 중산층이라고 다 돈과 성공만 바라고 사는 것은 아닌데, 내가 왜 이 저자분께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거실 혁명 (Living Room Revolution)이란 원제를 이렇게 유쾌한 제목으로 바꾼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유쾌한 시민운동, 지역사회 운동에 대한 책을 계속 읽고 싶다면, 이어서 마쓰모토 하지메의 <가난뱅이의 역습>을 이어보시길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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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 개정판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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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대가 된 후, 세상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주입당한 역사에 참 많이 분노했더랬다. 가장 크게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과정. 그리고 세계사로 보면 제3세계의 역사를 왜 서구 - 특히 미국의 관점에서 배우고 받아들이고 해석했나 하는 점.

 

얼마전에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을 충격적으로 보고나서, 다시금 이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서구인의 시각에서, 마찬가지로 유색인종으로 차별받는 극동인인 우리가, 그동안 왜 중동인의 역사를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금융재벌 유태인의 시각에서 배워야 했는가하는 문제. 그리고 그렇게 박해를 받아온 유태인이 왜 다시 가해자의 입장에 서게 되었나하는 문제,,,등등. 그러다 잡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십자군, 이 부분은 몇년 전인가, <킹덤 오브 헤븐>을 보면서 참 역사 왜곡을 많이 하는 구나, 하는 생각에 십자군에 관해 유럽인의 입장, 그리고 당시 살라딘 진영 입장에서 다룬 책을 한 권씩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십자군전쟁에서 유럽, 이슬람 쌍방의 입장이 아니라 현재 우리, 약소국이자 미국의 바람직하지 못한 파병요구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입장에서 인류의 모든 명분없는 전쟁과 폭력의 근원을 밝히고 있는 점이 새롭다. 결국 모든 전쟁은 종교적이든 아니든 내건 명분과 상관없이 지배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살아남은 우리는 그 모든 전쟁을 정확히 알고, 기억해야할 의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에 나와 있듯, '기억은 약한 자의 마지막 무기'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상식위주가 아니라 작가의 현실논평이 많이 들어가 있다. 세세한 전후 설명없이 만화 칸 구성에 따라 사건이 빨리 진행된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위해 '십자군'과 '중세 유럽사''중세 이슬람사''비잔틴제국사'에 관한 일반적인 서적을 접한 후 종합적으로 읽으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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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운동 - 독일, 서유럽, 미국
잉그리트 길혀-홀타이 지음, 정대성 옮김 / 들녘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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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적군파를 다룬 영화 <바더 마인호프>를 보고나서, 궁금한 점이 있어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은 흔히 68운동이라 칭하는 1968년이래의 서유럽과 미국의 저항운동을 연대순으로 약 5년간 다루고 있다. 이 세계적인 현상의 중점에는 공통적으로 베트남 반전운동이 있지만, 1848년의 경험이 있는 서구 유럽에서는 정치적 색채가 강하며, 좌파 정당의 전통이 없는 미국에서는 문화운동의 모습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는 차이점이 있다. 여하튼 당시 청년이었던 68세대가 성장하여 서구의 현 정치세력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이들 세대의 원체험을 역사적으로 빠르게 맥을 잡아보기에  적당하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386세대와 비교하여 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SDS JCR SED,,, 이런 약자로 등장하는 각 조직명이 잘 와닿지 않아서 몇번이고 페이지를 뒤로 넘겨서 확인해야 했고, 마오 주의, 트로츠키 주의 등 각 신좌파들의 이념적 차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 이들의 주장와 입장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서독, 프랑스, 이탈리아와 미국 등 서구세계 중심이어서 프라하의 봄도 조금 서술되고 지나가고, 제 3세계의 경우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사진 한 장으로 끝이어서 아쉽다. 곧 더 두껍고 자세한 다른 책으로 이 부분을 더 읽어 보아야겠다.

 

책은 사진이 풍부하여, 같은 시기 다른 공간을 오가며 저항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어 68운동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게 해준다.  다시 강조하는데, 이 책은 초보용이다. 나보다 한 세대 정도 앞선 독자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어서 책값이 아까울 수도 있다.

 

"항의에서 저항으로!"라는 반베트남전의 표어는 언제 보아도 늘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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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 상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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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된 말로 시오노 여사의 빠순이이다. 난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읽으며 내 20대에서 30대 전반의 청춘시절을 보냈다. 매년, 로마인 이야기 발간 소식을 기다리며, 마치 '모란이 지고 나면 그뿐, 나의 봄은 다 가고 말아'하듯, 그 해에 나온 책 한 권을 읽으며 한 해를 보내고, 혹은 맞이하며 살았다.

 

그러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가 완간되고, '삼백 예순날 하양 우옵내다'라고 부르짖으며 더 이상의 기대도 포기한 이 시점에, 시오노 여사의 새 책 발간 소식을 들은 것이다. 무조건 예약 구매, 가슴 설레며 책이 내게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당혹스럽다. 

 

내가 현재까지 읽은 상권은 동로마제국이 전성기의 영토와 지중해의 제해권을 잃은 후, 마호멧이 등장한 7세기 이후부터 십자군 전쟁을 거쳐 오스만 투르크 등장 이전까지 이슬람 해적이 장악한 지중해세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지중해' 이야기가 아니다.

 

우선, 전체 지중해 세계를 조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반도 남쪽의 시칠리아 섬과 튀니지 유역의 티레니아 해만 나온다. 게다가 시오노 나나미의 전작 <로마인 이야기 15권>의 마지막 부분, <바다의 도시 이야기 상,하>, <콘스탄티노플 함락><로도스섬 공방전><레판토 해전>등 전쟁3부작, <주홍빛 베네치아>,<신의 대리인> 등에서 한 번 이상 다루어진 내용들을 새롭게 엮은 부분이 많다. 중간중간 이슬람 해적과 구출기사단 내용이 새로운 정도이다.

 

그래서, 시오노 여사 팬인 나는 지금 심히 당혹스럽다.

 

뭐랄까, 새로 나온 보석목걸이인줄 알고, 그 브랜드의 인지도를 믿기에 무조건 샀는데, 기존 디자인의 보석들을 줄만 갈아서, 중간중간에 싸고 작은 준보석 알 몇 개만 껴주고는 새 디자인이라고 우기는 경우 같다고나 할까.

 

시오노 전작을 다 읽은 팬들이라면, 이미 썼던 내용을 단지 지중해란 관점에서 한 줄로 주욱 연결만 한 듯한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나처럼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작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본문 중간중간에 '자세한 내용은 내 책 00를 읽어라'라며 생략해버리는 저자에게 분노까지 느낄 수도 있을 듯.

 

모르겠다, 하편까지 다 읽고 나면 무언가 '숲'이 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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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 하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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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시오노 나나미 작가의 열성팬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 저자의 대표작 <로마인 이야기> 전 15권을 포함, 거의 40권에 이르는 저작들을 다 읽고, 현재 소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오노의 전작들을 다 읽어 보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쓴 평이라는 태클은 미리 정중히 사양한다.(반대로 이 시리즈 상,하를 역시 시오노,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명작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이 있으시다면 내가 묻고 싶다, 과연 시오노의 전작을 다 읽어 보았습니까,라고)

 

상권을 읽으면서, 저자 자신의 전작에 이미 쓴 이야기들을 연대순으로 재배열하고만 있는 듯한 느낌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하권까지 읽으면 저자의 말대로 '나무 아닌 숲'이 보이려나, 하고 끝까지 읽었다.

 

하지만, 하권까지 다 읽은 지금, 여전히 당혹스럽다. 단언하건대, 수필집까지 포함한 시오노의 전체 작품들 중에 이 책이 가장 수준낮은 작품이다.

 

일단, 이 책은 이 책만을 읽으려는 독자도, 전작을 다 읽은 독자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기존 시오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 <전쟁3부작> 등을 기본으로 읽지 않은 독자라면 전체 연대순으로 사건만 배열하는 이 책의 서술상, 뭔 소리인지 모르고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존 시오노의 전작을 다 읽은 독자라면 새로운 이야기 없이(몰타섬 공방전 부분만 새롭다) 그냥 아는 사실을 재확인시키는 정도의 독서체험을 할 뿐이다. 그런데, 그런 체험은 굳이 작가가 나서서 해 줄 것이 아니라 독자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 그렇다면 어차피 고급 독자라면 비단 시오노 전작이 아니라 다른 서적을 통해 이 지역 역사를 다 알고 있을 테니, 역사 사실 생략이나 재확인 문제는 한 쪽으로 밀쳐 놓고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 보자. 이 두 권의 시리즈를 다 읽고 나서, 전체 '숲'이라고 작가가 내세우는 것이 보이는가? 역사 사실의 재해석과 작가의 주관에서 신선한 '무엇'이 느껴지는가? 내가 시오노의 열성팬이었던 이유는 역사사실을 작가만의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으로 재해석하여 보여주는 그 능력 때문이었다. 이번 저작에서도 그런 점이 느껴지는가?

 

불행히도, 나는 그런 점을 보지 못했다.

 

로마제국 멸망후 7세기부터 18세기까지 천 년 넘는 세월의 지중해 역사를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쪽을 습격하는 이슬람 해적과의 관계에서 서술하는 시점은 일단 신선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지중해 세계의 평화란 문제를 강대제국의 안보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시선을 느꼈다. 결국 18세기에 들어 지중해의 해적문제는 나폴레옹의 출현과 프랑스, 영국의 북아프리카 침략으로 해결되지 않는가.

 

다음으로, 왜 북아프리카의 이슬람인들이 해적 행위로 생존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충분한 해설이 없다. 북아프리카의 자연환경과 농업의 문제 등에 대한 설명을, 2권이라는 분량상 별도의 한 장으로 구성해서 서술해도 좋을텐데 말이다. 이 점, 이탈리아 해양도시국가들을 다룬 다른 저작의 경우, 그 발생 배경설명을 충분히 한 점과 비교된다.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 특유의 인간성에 대한 명쾌한 해석의 펜이 많이 무디어 졌다. 하권에서 제일 중요한 인물로 볼 수 있는, '안드레아 도리아'라는 매력적 인물을 별로 생생히 살려 내지 못했다. '투르구트'를 풀어준 대목은 절로 미소짓게 만들었지만, 다른 책에서 '안드레아 그리티'나 '장 파리소 라 발레타'를 그려낸 실력에 비해 많이 아쉽다. 대체로 이번의 인물분석은 다 밋밋하다.

 

아쉽다.

 

차라리 십자군 전쟁이라든가 터키의 시각에서 본 지중해를 다루었다면 기존 저작과 겹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서술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책은 거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와 연대도, 활동 무대도, 역사사건도 겹친다.

 

그리고 저자의 사관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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