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아이와 귀여운 동물들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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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토끼와 채송화 꽃 ㅣ 신나는 책읽기 34
권정생 지음, 정호선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작가 권정생의 추모 5주년을 맞아 동화집이 새로 나왔어요.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동화 네 편이 실려있습니다. 조용한 목소리로 자연과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게 그려져 있어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 그림과 아이들의 모습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네요. 잔잔한 글과 그림이 나오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상처도 있고 기다림도 있어요. 그것을 이겨내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용기도 엿보이고요.

 

동화속 아이들은 솔직해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죠. 누구 눈치도 안보고 하기 싫은 것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기도 하고요. 자연스러운 아이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골프장을 만든다고 나무를 싹 베어버린 까치골에 사는 다람쥐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네요. 오래된 나무들을 베어내고 지을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 어른들이 생각해봐야 할 듯해요. 살아갈 터전을 잃어버린 다람쥐들은 하나 둘씩 떠나지만, 아기 다람쥐 알룩이네 식구들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아요. 다시 울창해질 까치골을 꿈꾸며 새로운 일을 벌이죠. 메마른 심성을 가진 인간보다 더 푸근한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반성하게 되네요.

제일 처음 나오는 <아기 토끼와 채송화꽃>에는 인심좋고 따뜻한 엄마가 나와요. 아이가 말하는 건 뭐든 들어주고 해주려고 하죠. 넉넉해보이지 않은 살림살이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요. 토끼 한 마리가 외로워하는 걸 보고 한 마리 더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가 참 순수하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준 엄마도 푸근하고요.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곳곳에 드러나요. 마음이 짠했답니다.

 <또야 너구리의 심부름>에는 순수하고 우직한 또야가 나와요. 엄마가 준 심부름값을 절대 심부름값이 아니라고 우기고 다니면서...결국 사탕을 사서 엄마와 나눠먹는 귀여운 너구리입니다.세상을 떠난 후 책을 팔아 생긴 이익금을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쓰라고 하셨던 권정생 선생님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어요. 닭과 쥐들이 마음대로 드나들던 소박한 집에서 여생을 마치셨던 선생님의 마음을 떠올려봤어요.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잔잔한 감동을 주는 예쁜 동화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