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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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된 계기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의 이동진 작가님 때문이다.  팟캐스트를 함께 이끄는 김준혁 작가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동진 작가님이 생각나더라는 것이다. 분명 좋아할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책을 읽다가 누군가 떠오른다는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그 사람의 소소한 부분까지 느낄 수 있어야지 갖을 수 있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동진 작가님은 어떤 스타일의 소설을 좋아하시나 하는 궁금증이 크게 생겨났고 또 독서광인 그를 매혹시킨 소설이란 생각이 나쁘지 않아 읽게되었다. 그러나 책을 펼쳐들고 1/3 지점까지 읽었을때는 큰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너무나 잔잔하게 흘러가는 한 남자의 일대기가 그렇게 재밌게 느껴지진 않았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는 아버지의 일을 돕던 중 아버지의 권유로 4년제 농과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 생활중 영문학에 재미를 느낀 그는 농과에서 영문과로 바꾸며 영문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게 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슬론 교수님은 학사 과정을 밟아 강사로써의 삶을 권유한다. 슬론 교수님의 말을 쫓아 평탄한 과정을 밟아가는 중에 한 모임에서 첫눈에 '이디스'라는 여성에게 반해버린 그는 그녀에게 청혼하기에 이르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을 하고난 이후부터의 삶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앉은 자리에서 그만 책을 홀딱 읽어버리고 말았다. 왠만하면 밥을 먹을때 음식물이 튈까봐 책을 읽지 않는데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스토너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나는 '이디스'라는 여성에 대한 증오심에 불타올랐었다. 이렇게 미워해도 되나 싶을만큼. 은행장의 외동딸로 태어난 이디스는 부족함 없는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스토너와 결혼하면서 낡고 작은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풍요로운 삶에서 가난한 삶 속에 떨어진 이디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히스테릭한 성격으로 인해 스토너를 괴롭히고 외롭게 만드는 삶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디스는 딸 그레이스를 낳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집안일과 딸을 돌보지 않았다. 모든 일은 스토너가 도맡아 해야했다. 그러다가 극단에 호기심이 생긴 이디스는 극단일에 열성을 보이며 집으로 많은 사람을 초대하며 자신을 과시하다가도 실증이 나면 집안에 틀어박혀 스토너를 왠종일 괴롭게했다. 스토너에게 집에서 유일한 공간은 서재였다. 딸 그레이스와 함께 책상을 놓고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런 모습을 이디스가 놓아둘리 없었다. 그녀는 스토너에게서 딸을 빼앗고 그의 서재를 빼앗았다. 그를 집안의 구석 자리로 내몰고 딸과 이야기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외로움을 느낀 스토너는 강의와 집필에 열중하게되고 그러다가 캐서린 이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외도에 수긍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었다. 이디스라는 여성의 병적인 성격에 질려서 캐서린과 스토너의 사랑을 응원하게 되었다. 이제라도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 그가 다행스럽다 느꼈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륜 사실을 알게된 학교에서는 캐서린을 제명 시킬 생각을 했고 스토너는 할 수 없이 그녀와 이별을 했다. 그녀가 떠난 후 그는 학교 생활에 전념하며 노년을 맞고 어떤 사건(?)에 의해 죽음에 이른다.(혹시 읽으실 분들을 위해 사건(?)은 밝히지 않는다)

 

 

그와중에 딸 그레이스가 혼외 임신을 했다. 순전히 이디스에게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원치 않았지만 탈출구가 필요했던 그레이스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몇달만에 과부가 되어버리며 알콜중독자의 모습이 비춰진다. 이렇게봤을적에 이디스라는 여성은 딸과 남편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악마중에 악마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너무 미웠다. 조금만 다정하게 굴었더라면, 조금 더 스토너를 생각했더라면 충분히 사랑받고 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죽음에 이른 스토너가 ' 나는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자문하는 순간 외롭고 불행했던 삶이 순전히 '이디스'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아버지가 그에게 농과 대학의 입학을 권유하던 장면으로 거슬러올라 모든 순간에는 '선택'이 있었고 그 선택은 순전히 스토너에 의해 이루워졌으며 선택의 순간들이 나비의 날개짓이되어 그의 인생을 만들었다. 이디스를 선택한것도, 캐서린을 선택한것도 또 그녀를 떠난것도 모두 스토너의 선택이었다. 만약 스토너가 모든것을 포기하고 캐서린을 선택했더라면 말년이 그리 외롭고 쓸쓸하진 않았을터다. 혹은 그가 이디스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안정적인 가정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그에게서 뺏어가는 그레이스를 온전히 지켜냈더라면 그의 노년의 그림은 달라졌을터다. 하지만 그는 그가 선택한 모슨 순간을 주워 삼키면서 모든걸 포기하지 못했다. 그를 끔찍히 괴롭히는 이디스도, 호시탐탐 그를 내몰 궁리만 하는 학교측도 스토너가 남기를 원했고 그렇게 선택했다. 그의 끔직한 외로움은 순전히 그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 속에서 그는 점점 삶이 던지는 질문에 무뎌져 가는 자신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자 더이상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이제 나이를 먹은 그는 압도적일 정도로 단순해서 대처할 수단이 전혀 없는 문제가 점점 강렬해지는

순간에 도달했다. 자신의 생각이 할 만한 가지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시기에 직면하게 되는 의문인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이 의문은 슬픔도 함께 가져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 자신이나 그의 운명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반적인 슬픔이었다(그의 생각에는 그런것 같았다). 문제의 의문이 지금 자신이 직면한 가장 뻔한 원인, 즉 자신의 삶에서 튀어나온 것인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나이를 먹은 탓에, 그가 우연히 겪은 일들과 주변 상황이 강렬한 탓에, 자신이 그 일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된 탓에 그런 의문이 생겨난 것 같았다p252'

 

 

모든 사람에게는 성향이라는게 있다. 어떤 문제점에 도달했을때 두들어지게 나타나는 성향은 그 사람을 나타내준다. 그렇기에 스토너는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반복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예를들어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는 스토너와는 반대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금융권에서 잘나가는 일을 하던 그가 어느날 화가가 되고 싶다며 가족과 모든것을 버리고 홀연히 떠나버린다. 스트릭랜드가 꿈을 쫓아 죽음에 이르기까지, 또 죽음의 순간에도 그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결국 대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된다. 그는 꿈을 이룬것이다. 그러나 스토너는 자신의 모든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캐서린을 쫓아 모든것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너무 극단적인 비교이지만, 내 삶 속에서 묻게된다. 스토너처럼 안정적인 삶을 쫓아 외롭고 지루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스트릭랜드처럼 힘겨운 삶이지만 꿈을 쫓아 이뤄나갈 것인가. 모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이있고 또 그런 과정을 겪는 중이라면 나는 힘겹지만 꿈을 쫓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스토너의 외로운 죽음이 내게 그렇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동진 작가님이 좋아하는 소설은 이렇게 극단적이지 않는 잔잔한 물결같은 이야기인가 보다. 그 잔잔한 물결속에 삶의 의미를 묻는 소설. 그런 소설을 또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와 비슷한 소설이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도 얼른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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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개미 2015-11-25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인생이 누구에게나 한번 뿐이라는 대전제를 상기시켜 주는 소설같아요~선택의 연속이란 말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끌어내려주는..그런 이야기요~ㅎ

해피북 2015-11-25 21:02   좋아요 0 | URL
네^~^ 저두 이디스라는 여성에 초점을 맞춰서 스토너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죽음에 이르러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모든 과정에 `선택`이 있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ㅋ 그리고 의외로 재미도 있어서 잘 읽었답니다 호호^~^

살리미 2015-11-25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너 읽으셨군요! 저도 이 소설이 너무 좋았어요. 모든 사람은 스토너다! 이 말이 너무 너무 이해가 갔거든요. 저도 여자지만 이디스가 이해가 안가고 왜 그렇게 삐뚤어져야 하는지 알수 없어서 스토너가 마냥 불쌍하기만 하다가도, 한편 이디스가 이해가 가기도 했어요. 전업주부로 오래 살다보면 문득 문득 드는 어떤 우울감 같은게 있거든요. 그런 마음이라면 스토너를 괴롭히는 것으로 인생의 목표를 삼은 이디스도 나름 이해는 가더라고요. 어쨌든, 스토어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낸 사람이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도 스토너만큼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어떤 면에서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고민을 잊을 수 있었던 그는 행복한 사람이었는지 모릅니다.
나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간 사람들보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선택을 하며, 묵묵히 꿋꿋이 살아가는 스토너가 저도 너무 맘에 들었어요. 어떤 안쓰러움과 함께요.

저도 빨책 초창기부터 열심히 듣고 있는데, 이동진씨가 정말 좋아할 만한 소설이라고 느꼈어요^^

해피북 2015-11-25 21:10   좋아요 0 | URL
어마낫 오로라님도 빨책 팬이셨군요 ㅎㅎ 저는 자주 듣진 못하지만 가끔 듣는데 좋더라고요 ㅋ 지난번에 앞부분 조금 듣다가 책 다 읽고 들으려고 멈춰놨어요 ㅋ 그런데 `모든 사람은 스토너다`라는 말이 왜이렇게 공감이 가는지요 ㅎ 물론 히스테릭한 이디스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너무너무 궁지로 몰아넣는통에 한동안 이디스 밖에 안보이더라고요. ㅎㅎ 오로라님 말씀처럼 자신이 지고 갈수있는 삶의 무게만큼만진 스토너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아슬아슬한 불꽃같았던 찰라의 행복만이 있던, 너무 행복한 시간이 짧기만 했던 스토너가 안쓰럽고 답답하기도 했답니다. ㅋㅂㅋ

2015-11-26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7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