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코치 K 3 - 아픔과 두려움을 넘어
이진 지음, 천범식 그림, 조벽 외 감수 / 해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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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청소년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왜냐하면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 관계 속에서 학교 생활의 재미를 잃어가는 아이들, 빡빡한 스케줄 속에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나 또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딸을 둔 엄마로서 요즘 아이들의 고민과 그것을 풀어가는 방법적인 것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찾아보게 된 책이 바로 '감정코치 K'라는 책이다. 이번에 보게 된 책은 3권인데 이미 1, 2권이 나와 있었다. 연작이라면 앞의 내용을 알아야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읽어보니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이어져 있어 따로 보아도 상관 없었다. 더구나 만화 형식이라 몰입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들이 읽으면 재미있게 잘 읽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권의 내용은 3개의 예화로 구성되어져 있었다. 다문화 가정의 남학생 이야기, 부모 없이 조부모 밑에 자란 여학생 이야기, 학생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 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3편 모두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였으며 누군가의 고민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사실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은 그럴 만한 어떤 이유와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도 반항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 모두가 그럴 만한 충분한 뒷배경이 있었다. 아버지가 외국인이라 얼굴이 까만 아이,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아이는 공부를 포기하려 한다. 왜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과연 이 아이의 고민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또한 어린 나이에 아버지에게서 버려진 한 여학생은 성숙한 외모와는 달리 어린 아이 수준의 말투와 어리광을 부려 친구들로부터 미움을 산다. 이 여학생은 자신의 아버지와 닮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고 그것이 지나쳐 집착하게 되고 만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여학생의 잘못된 행동들은 어떻게 바로잡혀질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잘 이끌어주려는 어느 여선생님은 말썽만 부리는 한 아이를 잘 지도해 보려 하지만 마음같이 잘 되지 않아 좌절한다. 선생님으로서의 의지와 열정이 현실 앞에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선생님은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만이 방법이 아님을 깨달은 이 선생님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이 세 사람 모두 감정코치 K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나도 감정코치 K의 대화법을 보면서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어떻게 들어주고 어떻게 말해야 하나를 알게 된 거 같다. 아마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학생들이 읽게 된다면 자신의 문제를 상담받은 듯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각박함 속에서 상처받는 많은 청소년들... 그들을 위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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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생존 육아 - 스스로 하는 아이로 키우는
박란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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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이란 호칭하고는 이미 거리가 멀어진 나이지만, 전업주부로서의 삶과 워킹맘의 삶을 두루두루 살아본 작가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 큰 애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직장을 그만두긴 했지만 나 또한 워킹맘의 삶을 살아봤다. 그때의 삶을 돌아보면 참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젊을 때라서 그렇게까지 했었나 보다. 돌이 안 된 어린 딸 때문에 친정 엄마가 우리집으로 출퇴근하셨고,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이후로는 출근 시간 전에 데려다 주고 가느라 분주한 아침을 보내곤 했다.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 친정 엄마에게 부탁하며 늘 죄송해 했고 청소에 대한 결벽증 때문에 아침이든 밤이든 치워놓기 바빴다. 그밖에도 아이가 아플 때,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 내 몸이 아플 때...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기만 한 워킹맘의 삶을 살았다. 돈을 더 벌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해도 지금 생각하면 버는 대로 썼던 거 같고, 나의 경제활동으로 인해 삶이 더 윤택하거나 부유해진 건 아닌 거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내 모습, 전업주부의 삶을 후회하진 않는다. 남들은 왜 아깝게 직장을 그만두었냐 얘기하지만 그때의 삶을 되돌아 본다면, 알뜰하게 살아야 하는 지금의 삶이 더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집을 가꾸고 가정을 돌보는 데에 더 신경 쓸 수 있고, 그로인해 가족들이 더 행복해 하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 두 가지를 다 해내는 수퍼우먼도 있지만, 난 그렇지 못했기에 한 가지를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도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왔다. 그로 인해 가정일에 소홀하게 되었고, 가족에게 소홀히 하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감이 들어 좋은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주부로서의 삶을 살며, 살림하는 주부로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알아야 할 노하우를 주변의 주부들을 통해 배우게 된다. 그러다 다시 직장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 시기가 참 의아하다. 큰 애가 초등 입학한 지 한 달만에..... 보통의 경우 그 시기면 일하던 사람도 휴직을 하는 시기인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보니 주부로서 지낸 몇 년 동안 일에 대한 갈망이 커져 있었고 때마침 좋은 일자리가 들어와 약간의 망설임은 뒤로 하고 일을 다시 하게 된 거 같다. 워킹맘으로 학부모가 되었으니 그 다음 내용이야 뻔하다. 게다가 서울에서도 교육열이 엄청 높다는 목동에 살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더 치열해진다. 일하는 데는 충분히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지만 학부모로서 아이를 챙기는 부분에 있어서는 모자란 부분이 많은 그녀였다. 아이의 친구관계, 주변 엄마들과의 관계, 학원 선택, 모임 문제 등 끊임없이 엄마로서 채워줘야 할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의 주 내용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나갔고, 거기에서 얻은 깨달음과 지혜는 무엇인가이다. 읽는 내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 부분이 많다. 결국 저자가 얘기하는 것도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줘야지 다른 엄마들 얘기와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로 자기 자녀를 몰아부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와 아이의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것을 채워나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워킹맘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의 시간을 때우기 위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학원을 다니게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는 아이가 힘들어하면 다른 학원이나 대안을 찾아보고, 어떤 것은 주변에서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과감히 포기해 버리는 등 아이의 만족가 행복에 더 신경을 쓴다. 비록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요즘의 세태를 따르지 않고 소신껏 아이를 키우려는 저자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일하는 엄마들에게 아이들이 실망을 느끼거나 화가 날 때는, '너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학원에 밀어부칠 때일 것이다. 워킹맘들이 이 책을 통해 그녀의 노하우도 얻고 그녀의 좌충우돌한 경험들을 보며 위로도 얻길 바란다. 그녀의 말대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왕도가 없다. 그저 내 아이와 소통하며 아이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뿐. 전업주부들이라도 이 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 같다. 교육에 대한 것이나 학부모로서의 여러 경험담은 직장인이든 주부든 다 필요한 정보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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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쌤 껌딱지 단비어린이 그림책 16
김인자 글, 김영곤 그림 / 단비어린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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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딱지란 말은 사전에 나와 있진 않지만 참 정감이 가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애정을 가지고 꼭 붙어 있는다는 말. 좋아하는 누군가를 졸졸 따라다니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껌딱지' 같다는 말을 한다. 큰 애에 비해 둘째 녀석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는 껌딱지. 그런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접착력이 덜해져서 저대로 떨어져 잘 지낸다. 그렇다고 애정이 식은 건 아니겠지만 왠지 '엄마, 엄마'하고 따라다니던 예전이 더 날 따르고 좋아했던 거 같다는 생각은 든다. 왜 그랬을까? 그건 아마도 그만큼 자신과 시간을 많이 보내주고 필요한 것을 잘 챙겨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난 딸이 어리기 때문에 더 신경 쓰고 잘해줬을 테고 아이는 그것이 고마워 더 달라붙어 지냈을 것이다.

이 책은 ​라쌤이라는 담임 선생님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K라는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친구들도 잘 놀리고 장난도 잘치고 더러운 행동만 일삼는 K를 친구들은 모두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K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장난만 더 심해진다. 이런 학생이 있다면 선생님 입장에서 어떨까? 그리 탐탁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 행동을 바로 잡기 위해 꾸짖기도 하고 벌을 세우기도 하지 않을까? 어느날 K는 라쌤에게 묻는다. 나보다 공부 잘하는 윤지가 더 좋지 않냐고? 라쌤은 고개를 저으며 반 아이들 모두를 좋아한다고 답한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려준다. 반 아이들 전체의 특징을 알고 그것을 한 명 한 명 얘기해 줄 수 있는 선생님. 멋진 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K는 그림을 잘 그려 좋아한다고 말해 준다. 그리고 라쌤은 말로만 좋아한다 하지 않고 K를 늘 곁에 두며 게임도 같이 하고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하기도  한다. K가 실수를 해서 일을 망쳐도 야단치지 않고 늘 다독여 주고 격려한다. 그렇게 선생님을 도와주고 함께 놀기도 하며 K는 자신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말로 가르치고 타이르는 게 아니라 함께 하면서 아이가 느끼고 깨닫게 해 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정말 많을 걸 느끼게 해 주었다. 어느날 컬러믹스를 가지고 놀던 K는 선생님께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은 이걸로 무얼 만들고 싶어요?"

선생님은 의외의 것을 얘기했고, K는 선생님을 위해 매일같이 그것을 만들어 가지고 온다. 그리고 선생님 책상 주변은 그것으로 가득 채워지게 된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아마 많이 웃게 될 것이다. 아이의 순수함과 사랑이 느껴지는 부분이라서, 황당하지만 따뜻한 웃음을 짓게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딸과 함께 읽어보았는데 아이도 무척 재미있어 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도 어찌나 재미있어 하던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함빡 웃음 지었을 것이다. 그림도 참 잘 그려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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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핵심 영단어 따라쓰기 - 스스로 공부하며 배우는
달리는곰셋 기획.글, 이가연 그림, Jonathan Bennett 감수 / 달리는곰셋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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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보내지 않고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둘째를 초등학교에 보낸 지금도 여전합니다.

큰 애가 영어에 고생하는 모습을 쭈~욱 바라보았음에도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ㅎㅎ

왜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지를 구구절절히 얘기해 가며

고비고비 넘기며 지금까지 왔는데 고등학생이 되면 어찌될지....

그건 장담을 못하겠네요. ^^;;

하여간 은수에게도 혼자서 조금씩 공부할 수 있는 교재를 골라 주어야겠다 싶어

'초등 핵심 영단어 따라쓰기'를 신청하게 되었어요.

 

 

 

 

 

                          이 책은 Uni​t 1 ~ Unit 14까지 구성되어져 있어요.

초등 필수 단어 740개가 있다니

요것만 제대로 공부해도 단어 공부 따로 안 해도 되겠다 싶네요.

 

 

 

 

 

 

 

 

 

 

 

 

 

 

보다시피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Unit 1에서는 '나에 관한 것'으로 '몸, 얼굴, 가족'으로 나누어져 단어를 공부할 수 있게 해 놓았어요.



하나의 소재에서 그와 연계된 단어들을 이어서 공부하니

더 기억에 오래 남고 공부하기도 쉬운 거 같아요.

게다가 영어노트처럼 줄이 쳐저 있어서 쓰기 공부에도 좋아요.

발음기호가 적혀져 있긴 한데

우리 은수는 완전 초보라 제가 읽어주고 있어요.

언젠가 발음기호 보고 읽을 날이 있겠지요. ^^



 

 

 

 

 

 

 

 

 


 배우는 단어와 연관된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가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거 같아요.

너무 복잡하거나 내용이 많지 않아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을 거 같구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조금씩 재미를 붙여가며 공부하는 게 제일이거든요.

은수도 많이 쓰면 힘들어 하기 때문에

하루 3~5개 정도의 단어를 읽어보고 써 보게 하려구 해요.

 

 

 

 

 

 

 

 

 

 

 

 

 

마지막 Unit 14에서는 '반의어'와 '동사'까지 공부할 수 있게 해 놓았네요.

요건 단계가 더 높은 거라 맨 마지막에 해 놓았나 봐요.

언젠가 요 단계까지 올 날이 있겠지요?

그날을 기대하며~~ *^^*

 

 

 

 

 

 

 

 

 

 

 

 

 

 

 


 

마지막으로 우리 은수 열공 모습이요.

아직 알파벳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아 좀 힘들어하긴 하지만 곧 익숙해지겠지요.

조금씩~ 천천히~ 재미를 알아가며 공부할 수 있게 되길

엄마로서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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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해변
크로켓 존슨 글.그림,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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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한 때 출판이 좌절될 뻔 했다고 한다.  담당 에디터가 이 책이 지나치게 심각하고 아이들이 읽기에 너무나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읽어보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도 한편으론 들었다. 삽화 위주이고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어 무척 단순해 보이지만 읽고 난 뒤 '뭐지? 그래서?'라는 생각이 들면서 도데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쉽게 와닿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람따라 이해 정도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뒷부분에 덧붙여진 이 책에 대한 짧은 소개와 책 내용을 2번 정도 더 읽으면서 나름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거 같았다.  그러니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하긴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는 훨씬 빠르게 이해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초등학생인 딸에게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눠봐야할 거 같다.

책에 나오는 두 아이, 앤과 벤은 미국의 전형적인 아이들이다. 오래된 고둥을 찾아 해변을 찾았다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해변에 글자를 쓰고 그것이 파도에 쓸려나가면 그 자리에 원하는 것의 실체가 나타나는 것이다. (우유라고 쓰면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우유가 있는 식이다.)


이야기 속에서 진짜로 벌어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이야기란 단어들을 늘어놓은 것일 뿐이야. 단어는 글자에 불과해. 글자들은 그저 기호의 일종이고

이야기속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앤에게 벤은 현실적인 답을 내놓는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원하는 걸 얻고 싶어하는 앤과 그건 책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존재라고 말하는 벤. 요즘의 아이들 중에 벤처럼 말하는 아이들도 곧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상상과 현실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다. 그런데 두 아이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마법처럼 해변에 쓰여진 단어들이 실제로 존재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상상과 현실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두 아이가 만나게 되는 늙은 왕. 그는 아이들의 말을 곧이 듣지 않다가 실제로 펼쳐지는 마법같은 일에 놀라며 자신이 원하는 것까지 요구하게 된다. 어느 순간 늙은 왕은 조금은 젊어진 모습의 왕이 되는데 이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무언가를 꿈꾸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나이가 많을수록 어려워진다. 아이들의 말을 무시하던 늙은 왕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나서 조금 더 젊은 모습으로 변화되는 건 보다 순수해진 왕의 모습을 대변하는 게 아닌지. 왕의 요구대로 숲을 만들고 도시와 농장을 만들고....그렇게 왕의 왕국을 만들어주니 왕은 아이들을 떨쳐버리고 떠나버린다. 그를 쫓아가다 결국 아이들은 멀리 떠나오게 되고 물이 차오르면서 해변에 더이상 글자를 쓸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왔을 때 두 아이의 눈에 비쳐진 광경은....

물에 잠겨버린 숲과 도시와 농장이었다. 앤은 말한다. 파도가 들이닥치기 전에 행복한 결말을 맺었어야 한다고. 그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벤. 하지만 앤은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 잠겨버린 곳을 바라보며 왕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 속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거라고 말한다.


나름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온 나였는데 어느 순간에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꿈꾸고 마음 속에 그려보는 것에 무뎌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것은, 내 마음 속 해변 어딘가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글자 하나하나 써내려간다면 적어도 조금 더 젊어진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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