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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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삶과 그를 위해 '거기 있어줘야만 하는 삶'이 끈임없이 줄다리기를 한다. 당신과의 삶인가, 나 자신의 삶인가. 아무리 노력해도 두 가지 다 가질 수는 없다. p.58

엄마들은 도망가지 않는다. 아내들은 도망가지 않는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중이 아닌 한은. p.252

한밤중 깊은 숲속 한 여자가 무덤을 파는 모습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무덤을 파는 여자는 에린. 그리고 그 무덤의 주인은 자신의 남편 마크다.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마크와 에린. 결혼 준비를 하면서 다툼과 위기가 있었지만 슬기롭게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 완벽한 신혼부부가 되어 환상의 섬 보라보라섬으로 꿈같은 신혼여행을 떠난다. 행복한 신혼여행을 즐기던 그들은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던 바다에서 추락한 비행기, 죽어있는 사람들, 어마어마한 돈과 다이아몬드가 든 가방을 발견한다. 가방을 자신들이 소유할지 다시 돌려놓을지 고민하던 그들은 결국 그 가방을 차지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행복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일상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무더운 여름과 어울리는 시원한 표지.
첫 페이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흥미진진함.
무더운 여름과 어울리는 심리 스릴러.

가방을 앞에 두고 욕망과 도덕성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물건을 소유한 뒤 불안해하는 심리. 예전의 삶과 새로운 삶 사이에서 방황하는 심리까지. 심리 스릴러답게 읽는 내내 인물들의 불안정한 마음이 제대로 느껴졌다.

보통의 스릴러 소설은 읽으면서 긴장되고 조바심나고 손에 땀을 쥐게 되는데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묘하게 잔잔했다. 아무런 소음이 들리지 않는 물속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들이 대화만이 들리는 기분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서 에린의 모습은 물 속에서 나와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들과 마주했을 때의 느낌이었다.

에린이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만난 홀리, 에디, 알렉사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솔직히 왜 계속 나오나 싶었는데 그들이 자연스럽게 에린과 연결되는부분을 읽으면서는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영화 제작자이며 수많은 영화를 보고 공부했을 에린이 너무 쉽게 사람을 믿는다는 것. 스릴러 소설과 영화에서 사람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 특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걸 나보다 더 많이 보았을 에린일텐데....

<어바웃 타임>을 보지 않아서 캐서린 스테드먼을 모르지만 배우가 쓴 스릴러 소설이라 그런지 몰라도 묘하게 시나리오 느낌도 났고 내가 느낀 잔잔함이 영화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영화화가 확정되었다는데 잔잔한 심리 스릴러 영화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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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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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싫어해도 좋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해도 싫고. p.17

누군가의 비밀을 지키는 이유는
비밀을 지키고 싶어서가 아니지.
그 사람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지. p.39

나이가 들면 세상을 더 알게 되는 건 맞지만, 세상을 다 알게 되는 건 아니다.
나보다 어리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의 어제를 사는 게 아니더라. 같은 오늘을 그저 다른 나이로 살아갈 뿐. p.181-182

국민 시팔이 하상욱과 겁많고 마음약한 오리 튜브의 만남.
라이언, 어피치에 이어 아르테 카카오프렌즈 세 번째 에세이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이 에세이를 읽기 전 솔직한 마음은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앞에 라이언, 어피치의 에세이가 캐릭터와 너무 찰떡인 글들을 만나서 이 책 또한 기대되면서도 혹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까 걱정되는 복잡한 마음이었는데 하상욱 시인과 튜브의 만남이라니! 읽기도 전에 튜브와 어울릴 것 같은 나의 기대감은 읽으면서도 역시나였다.

시팔이 하상욱의 특징인 짧은 글들은 튜브의 이미지, 성격과 너무 잘 어울렸고 짧지만 읽고 난 후 긴 여운을 주는 글귀는 격한 공감과 많은 생각들을 선물했다.

캐릭터 에세이에 선입견을 매 번 와르르 무너뜨리고 있는 아르테 카카오 프렌즈 에세이. 다음 캐릭터는 누군지 벌써 기대된다. (다음 주자는 무지였으면 무지무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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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는 삶 - 여성의 몸, 욕망, 쾌락, 그리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이미 조 고다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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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나이, 생활 방식, 그간의 인생이 어땠는지와 상관없이 한 여성이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창조적으로, 심지어 경제적으로 피어나는 데에는 성적 자아를 자각하고 성적, 창조적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어요. 우리가 사는 마지막 나날까지 즐거움과 쾌락을 느껴볼 수 없다고 감히 누가 말할 수 있나요? p.25

진정 나의 삶에서 사랑을 원한다면, 내가 받고 싶은 모든 사랑을 나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 p.128

남들의 장점에 위기감을 느끼기보다는 영감을 받도록 하라. 그 누구의 빛도 당신의 빛을 흐리게 하지 않는다. 남들의 장점은 당신을 깎아내리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지탱하고 당신을 격상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모두 빛날 여지가 있고 그럴 필요가 있다. p.140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교육을 받아온 여성들이 자신있게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욕망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요즘 성교육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고 성에 대한 이야기는 늘 부끄러웠고 조심스러웠다. <섹스하는 삶>이라는 제목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여 북커버를 찾았고, 읽으면서 그림이 있는 페이지가 나온 순간 나도 모르게 그림을 손으로 가렸다. 그만큼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섹스'라는 제목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그려진 그림에 계속 부끄러워했다.

뉴욕대에서 성교육학 공부를 하고, 20년간 섹슈얼리티 교육을 해온 저자 에이미 조 고다드가 여성들이 가슴에만 담아온 비밀들을 직접 듣고 그들이 겪었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성과 관련된 수치심, 두려움, 죄의식, 트라우마 등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하고 놀랐던 점은 우리나라보다 당연히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자유로울 거라 생각했던 미국이 놀랍도록 성에 부정적인 곳이라는 거였다. 그들 또한 성적 표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섹스'는 불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에 대해 억압받아 온 사람들이 저자를 만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타인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욕망은 우리의 중심이다. 욕망은 당신에게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당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게 하고, 당신이 살기 원하는 삶을 살게 하고, 당신을 자신에게, 연인에게, 자연에, 당신의 창조성에, 그리고 신의 영역에 연결하게 하는 엔진이다. p.202

자신의 욕망을 부끄러워 하지 말자.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자. 내면의 욕망과 함께 걸어나갈 때 우리는 누구보다 건강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책 제목에 부끄러워했고, 그림에 놀랐고, 리뷰를 쓰는 동안 '섹스'라는 단어를 쓰면서 계속 부끄러웠지만 이 책과 함께 지금까지 폐쇄적이기만 했던 나의 사고방식이 조금은 바뀌었고 앞으로 더 바꾸어 나가려 한다. 그리고 모든 여성들이 더 이상 숨지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당당하게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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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모노클 시리즈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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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꿈을 가시화했다. 언어나 그림으로밖에 표현되지 않았던 '보이지 않아야 마땅한 것'을 눈으로 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인간은 일단 이 영역까지 나아가게 되면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것도 보기 위해 망설임 없이 나아갈 것이다.

"어쩐지 무시무시한 세계가 되겠군.” p.240

우리가 꾸는 꿈을 다시 볼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한다면?

꿈을 영상, 소리로 변환하는게 가능해지고 그 꿈을 해석하는 '꿈 해석사'라는 직업이 생기는 세계. 그리고 그 세계에서 예지몽으로 사건, 사고를 미리 사람들에게 전해 유명세를 떨친 고토 유이코. 그런 그녀가 12년 전 끔찍한 화재 사건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세상 사람들이 사라진 그녀를 잊을 무렵, 일본 전역에서 그녀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기 시작하고 그녀의 목격 제보와 함께 초등학교 아이들이 집단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이들은 알 수 없는 악몽을 꾸게되는데.

나오키상에 노미네이트되고 TV 드라마로도 방영된 온다 리쿠의 <몽위>

미스테리, 스릴러 소설은 자주 읽지 않았었다. 그러다 몇년 전부터 스릴러 소설에 빠졌고 지금까지 온다 리쿠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녀의 작품을 검색하다 알게 된 몽위.

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타인의 꿈을 영상화하고 그 꿈을 해석하는 세계도 흥미로웠지만 사건, 사고를 미리 보는 예지몽이라는 소재는 또한 흥미 진진했다.
이미 일어날 일의 꿈을 꾸고 그 사고를 막았다면 그 꿈을 예지몽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미 일어날 일을 꿈에서 보았지만 막지 못했다면 꿈을 꾼 사람의 괴로움은 어떨까?
그 궁금증, 질문, 괴로움들이 똘똘 뭉친 고토 유이코의 복잡한 감정 세계, 타인의 꿈을 볼 수 있는 세계를 신비스럽게 그려냈다.

이 책은 현재, 과거, 꿈이 계속 반복되는데 나중에는 내가 읽고 있는 부분이 현재인지 꿈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누군가의 꿈을 읽고 있는 것인지....온다 리쿠의 강점인 몽환적 글쓰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알 수 없는 사건들, 예지몽을 꾸는 소녀 등 궁금증이 한가득이었는데 뭔가 후다닥 끝내버린 듯한 결말은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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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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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음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좋은' 사람일수록 더 사랑이 많고 행복하고 배려심이 많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생기는 틈은 그만큼 더 작다. p.138

루시아 벌린. 세 번의 결혼과 이혼. 네 아들을 혼자 키운 싱글맘. 알코올중독. 가난했던 그녀는 고등학교 교사, 전화 교환수, 병동 사무원, 청소부 등의 일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 나가고 팍팍하고 어두운 그녀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단편을 써내려간다.
2004년 68세로 죽은 루시아 벌린은 사후 11년 만에 문학 천재로 떠오르고 그런 그녀의 16편의 단편들이 수록된 가제본으로 그녀의 작품들과 만났다.

16편의 단편이 실린 가제본이라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첫 단편부터 어둡고 무거웠다. 단편 하나를 읽어내는 시간도 꽤 걸렸고 읽은 문장도 여러번 다시 읽었다. 한없이 어두운 내용 속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유쾌함을 읽으면서 힘든 삶 속에서 마지막까지 손에서 글을 놓지 않으며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한 그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몰랐던 작가를 알게되어 짜릿했고 인생의 숨겨진 어두움의 한 면을 만나 또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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