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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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지혜야, 너무 그렇다고 남들 눈치 보고 거기에 다 맞춰줄 필요도 없다. 너는 워낙에 네 기분보다 남의 속을 먼저 들여다보니까, 순서가 반대로 됐잖니. 그게 걱정이야. p.120

가장 중요한 것은 나나 엄마의 기분이 아니라 할머니의 의사가 아니냐고 나 역시 거듭 이야기했다. p.122

안락사가 합법화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5년 후 안락사로 세상과의 이별을 선택하신 할머니의 선언에 지혜와 가족들은 고민에 빠진다. 안락사를 선택한 할머니를 지지하는 가족과 반대하는 가족들. 정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할머니의 '안락사' 문제로.

아르테에서 출간한 한국 소설 <작은책> 시리즈의 첫 번째는 책 제목만 보고 예상한 안락- 安樂 과는 전혀 다른 안락사 - 安樂死 의 이야기였다.

아름다운 이별.
아름다운 마무리는 과연 가능한걸까?
누군가가 떠나면 슬퍼하는 사람이 존재하고남겨진 사람은 이별이 싫어 더 오랜시간 함께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별은 늘 슬프다.

죽음을 선택한 사람도 선택한 죽음을 반대한 남겨진 사람도 오답이지 않기에 어렵고도 슬픈 이별.

다들 애 많이 썼다. 고맙다.
희미하게 웃으며 떠나신 할머니의 모습과 끝내 울어버렸을 가족들의 모습이 상상되어 더 슬펐던 작은책.

이름도 크기도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었던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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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와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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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개구리가 집으로 돌아왔다. 먼 곳은 실망스러웠다. 아주 가까이, 정말 코앞에 가서 보았다. 그러나 뭔가 특별한 걸 본 건 아니었다. 사실 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 먼 곳에 가 봤다는 것만으로도 개구리는 기뻤다. p.47

그는 다시 눈을 꼭 감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곳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언젠가는 돌아올 수 있는 무엇이나 누군가에 대해 반드시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p.91

귀여운 동물들의 이야기에 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 고독한 우리들의 모습이였던 고슴도치와 계속되는 실패에도 도전을 계속했던 코끼리. 이번에는 동물친구들이 여행을 떠난다.

숲 속에 살고있는 평범한 일상에서 떠나는 여행. 그들이 말하는 먼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어떤 생각과 기대를 하며 떠나는걸까?

여행을 가야겠다고 고민만 하다 끝나는 여행이 있다. 도대체 다들 왜 여행을 떠나는건지 궁금해서 떠나보는 여행도 있다. 여행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에 좌절하고 기대했던 도착지에 실망하고 집을 떠나 어딘가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여행도 있다.

여행에 정답은 없다.
떠나지 않았다고 여행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여행을 결심하고 준비하고 두근거리는 그 순간들 모두 여행이 주는 선물이니까.

예전에는 돌아오는 날이 그냥 싫기만 했다. 즐거운 여행을 계속하고 싶은데 일상으로 돌아가는게 너무 싫었다. 하지만 요즘은 여행의 마지막 익숙한 나의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참 좋다.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가요.
잘 다녀오세요❤ ️

 

잘다녀와, 톤텔레헨, 소설,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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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니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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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고슴도치가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를 읽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사랑하는 고슴도치"를 읽고 또 읽었다. 사랑하는 고슴도치, 사랑하는 고슴도치. 그래 나는 사랑하는 고슴도치야.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편지를 이마 제일 아래에 있는 가시에 찔러 두었다. 바로 눈앞에 편지가 걸려 있어, 그가 사랑하는 고슴도치라는 데에 의심이 생길 때마다 볼 수 있도록. p.38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세상이 춤과 먹을 것으로 넘치고 모두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누군가가 "가끔은 좋을 때도 있어." 라고 하면 또 다른 이가 "지금처럼" 이라고 답했다. 멋진 날이구나. 모두들 생각했다. p.82

다람쥐는 다시 생각했다. 나는 바로 지금 존재할 뿐인데. '나중'에는 있어 본 적이 없고,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다람쥐는 항상 자기 자신보다 앞서 나갔던 생각들을 더이상 좇을 수가 없게 되자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그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지금이 아니면 아무 때도 아닌거야." 그러고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p.67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는 동물들의 모습은 한없이 귀엽기도 철학적인 모습에 깊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로에게 따뜻함을 선물하는 동물 친구들. 그런데 읽다보면 다정하다가 갑자기 쿨하게 떠나버린다. 함께였다 어느 순간 혼자가 되어버리는 우리들처럼.

친구들이 잘있는지 내 생각은 하고 있는지 다람쥐는 궁금하다.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하지만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하기만 하다.
"잘 지내지? 우리 다음에 꼭 밥 한 번 먹자." 고 핸드폰으로 안부를 전하는 우리들처럼.

얼굴을 보고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글자로만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고 해도 거기에 따뜻함이 없는 건 아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는 하지만 따뜻함을 담아 한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들에게 전해본다.

지금 잘 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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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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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을 겪으면 절망한다. 무언가를 빼앗긴 사람은 원망한다. 그리고 분노한다. 그 분노는 특정한 누군가를 향할 수도 있고, 불특정한 세상을 향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상실감은 배가된다. 하나의 상실감이 또 다른 상실감을 부르는 것이다. p.26

사실 '만남' 자체가 이미 나눔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건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것이니까. 나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그(녀)는 그(녀)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우리는 공유하며 공존한다. 게다가 우리는 만나서 '고민'을 나눈다. 고민을 나누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p.58

상대의 마음을 가지려고 하지 마세요. 대신 상대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지키세요. 사랑은 상대의 마음을 뺏는 것도, 자신의 마음을 뺏기는 것도 아닙니다. p.88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 거리의 정신과 의사로 불리는 한남자. 행키 - 행복 키우미라는 별명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만나러 그는 병원이 아닌 거리로 나간다.

우리는 어디가 아프거나 이상하면 바로 병원으로 간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우리는 자신의 증상을 숨기고 병원에 가려하지 않는다. 정신과라는 병원의 문턱을 밟는 순간 흔히 말하는 정신병자가 된 것 같고 다른이들의 시선이 무서위 마음의 병을 키워간다. 그렇게 병원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사람들의 시선으로 병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 행키는 자신이 직접 그들을 만나러 간다. 내가 찾아갈테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픔을 나에게 털어놓기를.
읽으면서 참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아픈 사람들이 오지 못하면 그들을 만나러 직접 움직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의사.
그들처럼 느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 행키 선생님은 참 멋있었다.

핸드폰 배터리가 부족하면 바로 충전을 한다.
마음의 배터리가 부족하면 우리는 고민하거나 숨어버린다. 그렇게 마음의 배터리는 점점 떨어진다. 내 마음의 배터리는 지금 몇 %일까?
마음의 배터리가 부족한 사람들이 마음껏 충전할 수 있기를. 그들이 마음을 충전하는 걸 이상하게 보지 않는 현실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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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1228 2018-12-04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키입니다! ^^ 리뷰 감사합니당~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ㅎㅋ

차차 2018-12-20 15:40   좋아요 0 | URL
작가님께서 댓글까지! 감사합니다. 멋진 작가님 항상 행복하세요^^
 
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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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계세요?
대답하면 안 된다. 문을 열어줘도 안 된다.
대답한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된다.
보기왕이 당신을 찾아온다. 천천히 하지만 끝까지.

다하라 히데키가 보기왕의 존재를 안 건 초등학교 6학년 여름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단 둘이 집에 있을 때였다.
부재중이던 할머니와 돌아가신 외삼촌, 그리고 누워있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던 존재.
그 때 치매에 걸려 누워있는 할아버지의 "돌아가!" 라는 고함에 그 존재는 사라졌다. 할아버지의 "절대 대답하면 안돼" 라는 경고와 함께.

세월이 흘러 히데키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했고 부인은 임신중이였다. 그리고 어느랄 회사로 손님이 찾아온다.
그 누구에게도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자신의 아이 치사를 찾아온 손님. 하지만 손님은 사라졌고 손님의 방문을 알려준 후배는 원인 불명의 부상으로 입원을 하게 된다.

사랑스러운 딸 치사가 태어난 이후 이상한 전화와 메일이 오는 등 알 수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히데키는 어린시절 자신을 찾아온 '보기왕'이라고 확신한다. 보기왕이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노리고 있다. 지켜야한다. 보기왕이 찾아오기 전에.

표지부터 으스스한 분위기인 호러 소설.
이 책은 아르테 포스트 신간 안내로 처음 접했는데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흡입력에 '이거 재밌다!' 고 생각했었다.

엄청 무섭다. 그런데 재밌어서 무서운데 멈출 수 없다는 리뷰를 보며 한층 기대감이 커졌다. 드디어 <보기왕이 온다>를 손에 든 그 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고 있는데도 궁금증이 점점 커져서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사실 기대감이 크면 실망감도 큰 법인데 보기왕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궁금증과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귀신보다는 사람을 더 무서워해서 많이 무섭지는 않네....하면서 끝까지 읽었는데 다 읽고 자려고 누운 그 밤 작은 소리만 들려도 움찔하기는 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일본은 더 무서운게 내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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