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한국의 명품문화
하중호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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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삼양미디어에서 출판되는 상식시리즈는 이번 책까지 총  8권 정도 만나본 것 같다.

기존에 만나보았던 책들도 나름 그 제목에 어울리는 내용들이 만족감을 주었지만, 이번 책만큼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내용에 부합하는 책은 없었던 듯 싶다.

목재문화재의 관리소홀로 인한 유실사건, 네티즌들의 예의를 무시한 덧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글자라고 칭송받고 있는 한글의 오염 및 훼손, 개발이란 명목으로 삼천리금수강산이 처참하게 파괴되는 현장 등,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유서깊은 문화유산에 관한 아픈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을 치며 통탄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반만년의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은 제대로 보존하고 지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으며, 그것의 대가는 우리의 뒤를 잇는 후손의 몫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문화유산이라는 것은 경제의 발달이나 과학의 발달로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이 땅에서 오랜 기간 살아오며 민족의 혼이 담긴 너무도 소중한 것인데, 세계화, 글로벌화라는 국적모르는 슬로건에 휘둘려 우리것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이 자주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참에 삼양미디어에서 출간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한국의 명품문화>는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더 반갑다.

 

총 6장으로 구분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과 한국인에게 저자가 들려주는 글은 상식으로 시리즈에 걸맞게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어, 읽으면서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5장까지의 내용은 한국인이 가진 우수한 명품문화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각 장의 내용을 언급하자면,..

1장에서는 자랑스런 한국인의 명품문화중 조상으로부터의 유산부문을 다루고 있다. 실로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산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온돌문화이다. 온돌은 세계가 경이롭고도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면이 돋보이는 우리 고유의 난방 방식으로 우리발음 그대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실려 있다. 저자는 한국인의 기본정신으로 '우리'라는 개념을 꼽고 있는데, 저자는 '우리'라는 단어는 공자가 말한 '인'에 사상에 가깝다며 남을 사랑하지 않고는 '우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장에서는 인성을 키워주는 한국의 명품예절에 대한 부문을 다루고 있으며, 더 나아가 글로벌시대의 국제매너에 대해서까지 언급하고 있어 아주 유용하다.

 3장에서는 품격을 높이는 인사와 호칭 문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굳이, 김춘수님의 '니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너에게로 가 꽃이 되었다'를 인용하지 않더라고 서로의 관계를 제대로 규정짓는 데는 호칭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데, 호칭예절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알고 있더라도 일상에서 제대로 사용한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가 언급한 내용중에서 깊이 공감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기혼여성이 남편을 호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주변에서  딴에는 교양있는 척, 애교있는 척, 금슬좋은 척 하는 호칭으로 '아빠'라는 쓰는 것을 간혹 본다. 그럴 때마다 같은 여자입장에서 늘 모욕적인 느낌이 들어서 더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저자 또한 이 부분을 짚어줘서 정말 고마웠다. 결혼하자 마자, 여보, 당신을 썼던 나는 가끔은 닭살멘트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이 참에 여보, 당신이란 호칭을 더 갈고 닦아서 닭살스럽게 사용해봐야겠단 생각으로 마음을 굳힌다.

 

4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세시풍속을 다루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으니 우리나라의 발렌타이데이라 하여 경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바로 이날에 연인들은 서로 은행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사용했다고 한다.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5장에서는 자랑스런 효문화와 함께 제사문화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사실 효문화야말로 그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유산이라고 생각해왔으나,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논리에 가장 심각하게 훼손된 문화유산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하낟. 참으로 아쉽고도 아쉬운 부분이지만, 나 또한 부모에게 너무도 부족하기만 한 자식이니.....

 

마지막 6장에서는 고쳐야 할 의식과 문화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100년도 못 되는 세월을 지나오며 너무도 급격히 경제성장을 이루어버린 과정중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된 부정적인 우리의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내용중에서 모두의 긍정을 이끌어낼 수 없는 부분이 몇 군데 보이기는 하지만, 돌려 생각하면 저자의 시각으로 인해 오히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시각을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단초가 되어 줄 수 있어 이 또한 기꺼이 이해된다.

 

요즘 취업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취업예비생들에게는 스펙쌓기가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각종 자격증에 어학연수에 정신없이 세월을 보내다 보니, 제대로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공식화되지는 않았으나, 스펙을 열을 올리다 보니 그것만으로는 훌륭한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기업에서는 인성부문에 대한 것에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한 권 속에 담겨진 내용이 참으로 다양하여 생활속에서 '명품한국인'으로 빛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아주 유요한 책으로 보인다. 취업준비생은 물론, 한국인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자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으로 주저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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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코드 - 너와 나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소통의 공간
신화연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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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둘이나 낳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아줌마'라는 호칭으로 불린 세월이 15년이 넘어버린 시간속에서 내가 잃어버린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움'은 그 감정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역설적으로 '뻔뻔함'으로 중무장되어 세상속에서 버티게 하는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 여기까지가 피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수줍은 10대 소녀의 볼 빨개지는 그런 순진한 개인적인 인식에서 멈춰있던 나의 부끄러움에 대한 생각은 이번에 <부끄러움 코드>를 통해서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 신화연님은 이 시대의 '너'와 '나'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소통의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부끄러움'이라는 키워드를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있다.
저자는 부끄러움이 가지는 그 내밀한 중요성을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현대인들에게 소외되고 있는 이 감정이 선한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회복하게 해주는 필수교양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소심함, 못남, 가지지 말아야 할 덕목 등의 의미로 폄하된 채, 그것이 가지는 장점은 사회관계속에서 묻힌 채 소외되어 왔다.
 이 책에서는 일상에서 만나지는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사회적인 부끄러움, 비적응적이고 자기파괴적인 부끄러움을 여러 각도에서 다루고 있으며, 아울러 부끄러움의 심리적, 철학적 정의가 그 갈피 갈피에서 언급되고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각 각의 장에서 언급되는 부끄러움은 새롭게 조명된 부끄러움에 대해서, 생활속에 숨어 있는 부끄러움 찾기, 희망이 지나간 자리엔 부끄러움도 없다, 라는 주제로 사회적 관계속에서 생성되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주로 해석해 놓고 있다.
저자가 의도한 부끄러움의 사회적 생존기능과 필요성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면서 아등바등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현 사회구조속에서 '뻔뻔함'을 뻔뻔함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당당함'으로 오인하여 살아가는 삶을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신화연이 < 부끄러움 코드>에서 언급한 신학자 디트로히 본 회퍼의 말은 부끄러움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의 계기가 되었기에 옮겨 본다.

‘부끄러움은 이제는 멀어진, 우리의 근원을 향한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이다. 부끄러움은 우리로 하여금 그 어그러진 관계를 비통해하면서 근원으로의 회귀를 무기력하게 소망하게 한다.’  

작은 몸짓의 부끄러움이 자리하는 바로 그 공간이 자아와 타아가 만나는 소통의 코드이며, 서로의 아름다운 관계를 꿈꾸게 하는 관계의 공간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말해주고 있다.
 소제목별로는 그 말하고자 내용이 명확해 보였으나, 계속해서 읽어가는 동안 내용과 소재의 반복적인 느낌은 전체적인 책의 주제가 조금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이 책의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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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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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각인된 이미지가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게 한 사람을 규정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생각해 보면, 평범한 일반사람인 나조차도 40평생을 살아오면서 굳게 믿어왔던 신념이나 생각들이 뒤늦게 흔들리는 경우가 숱하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회적인 위치가 어느 정도 존경받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 하나하나 행동이나 발언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단 생각을 나이가 들어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해는 별개로 2009년도에 있었던 황석영의 '변절논란'을 불러일으킨 일련의 발언은 당시 상당한 충격을 나에게 안겼다. 이어지는 김지하시인의 황석영 지지발언은 믿던 애인에게 결별선언을 듣는 것만큼이나 배신감과 함께 허탈함을 느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김지하시인이나 황석영작가나 그들의 족적 하나하나를 세세히 추적하며 그들을 우러러봤던 것은 아니었다. 나 또한, 그들에게 짐지워진 이미지, 그 이미지를 넘어서서 그들을 깊게 생각해 본 기억이 없었으니, 이내 세태를 탓하며 쉽게 마음의 상처를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된 40대 중년이었던 것이다.

<강남몽>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잠시 고민했었다. 만나봐야 할까?

망설임과 머뭇거림, 그리고 그 사이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혹시, 하고 기대하는 마음은 끝내 이 책을 손에 들게 했다.

 

<강남몽>에는 거창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지난 격동의 시절을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인식해왔던 강남형성사와 일부 부자들의 부축적의  어두운 과정들이 1995년 6월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소재로 하여 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5명의 군상들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그려져 나타난다.

원래 10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 단행본으로 압축을 시켜서인지 소설적인 재미는 부족한 느낌이다. 인물들에 대한 심층적인 묘사가 약하고 강남의 건설과정에 필연적으로 맺어지는 개인의 역사를 나열하는 식으로 그쳐서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역시, 라는 결론을 짓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황석영의 책은 <장길산>, <오래된 정원>, <모랫말 아이들>,<삼포가는 길>,<무기의 그늘>등 다수의 책을 접해봤으나, 그 중에서 <장길산>에서 느꼈던 용두사미같은 결말을 <강남몽>의 결말에서도 본다.

백화점 직원인 임정아의 생존을 통해서 작가는 우리에게 남아 있는 희망을 약하게나마 보여주고자 한 것 같지만, 그 결말은 작금의 현실을 돌아 봤을 때, 안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의 계획대로 대하소설로 구성했다면 인물들의 구체적인 묘사와 다양한 사건들의 설득력있는 구성과  전개로 좀 더 살아 있는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백화점 직원인 임정아와 같이 붕괴된 건물더미에 깔렸던 박선녀는 국밥집 딸이었던 그녀가 모델계로 입문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흔히 텐프로로 칭해지는 요정계에 발이 디디기까지의 과정, 룸살롱과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면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맺어진 폭력배들과의 인연 , 그리고 삼풍백화점 회장인 김진의 첩이 되기까지의 내용을 소설의 시작으로 하여 딸같은 박선녀를 후처로 맞은 김진이 어떠한 경위로 하여 강남에 건설업을 통해 거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밀정, 미군정청 산하 요원, 4.3사태, 여순항쟁, 5.16쿠데타 등 역사적인 사건의 진행과 함께 씨줄과 날줄처럼  얼기설기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의 졸부의 탄생을 보여주는 부동산업자 심남수, 호남출신 주먹패 홍양태와 강은촌등을 각 장의 주인공으로 하여 소설은 전개된다.강남몽의 주인공들의 대척점에는 임정아의 부모인 임판수와 김점순의 신산한 삶의 이력을 그려냄으로써 한국 자본주의 근대화의 이면에 가려진 민초들의 그늘과 상처를 함께 보여준다. 

<강남몽>은 저자의 말에 의하면 '80%는 사실 그대로이며, 20%가 인물의 일상생활을 형상화한것이 허구'라고 하였는데, 등장인물의 이름과 발자취를 조합해 보면 실제의 인물이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  신문기사로만 대했던 그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소설로 접하는 재미가 은근히 흥미롭다. 내 짐작이 맞다면 이철희, 장영자, 조양은, 김태촌 등이 바로 그들이다.

역사책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현대사의 한 축을 한 권의 소설로 압축해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의미를 찾고 싶다.

 

흔히, 황석영의 문학세계는 '주변부 소외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산업화 사회의 모순과 상처를 준엄히 비판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성찰의 끈을 놓지 않았다'라고 정의된다. 이 정의가 잘 드러나는 새로운 그의 작품을 꼭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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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 남녀의 북유럽 캠핑카 여행기
배재문 글 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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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련 서적은 재미와 흥미를 기본 베이스로 깔고 있다. 여행지에서 생길 법한 개성넘치는 에프소드와 멋진 사진들이 함께 하기에 비교적 즐겁고 쉽게 읽혀지는 책 중의 하나인 것이다. 따라서, 여행관련 책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번 부즈펌에서 나온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또한,  제목에서부터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연인끼리 떠나는 것이 아닌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이(그것도 혼성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록이라니. 책을 펼치기도 전에 독자의 마음을  미리 기대로 설레게 하는 제목이다.

저자인 배재문의 주도하에 캠핑카 북유럽 여행단은 결성이 된다. 그 과정이 소상히 소개되어 있는데, 읽는 동안 과연 이렇게 해서 여행을 떠날 수 있기나 한 걸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청년답게 무모해 보였다.

그러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섯 남녀는 다행히도 과감히 처음 만난 사람들과 여행을 감행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는 점이 공통점이었기에 여행하는 동안 상당한 호흡을 자랑한다.

서유럽, 동유럽, 북유럽...

해외여행이 용이해지면서 제일 1착으로 선택하는 유럽은 서유럽이지만, 점점 동유럽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북유럽까지 접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개인적으로는 서유럽도 미처 가보지 못해 언제쯤이나 유럽땅을 밟아보나 긴 한숨만 나오지만, 이렇게 글로나마 만나볼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주변에서 서유럽이나 동유럽을 다녀온 사람은 간혹 만나봤지만, 자작나무, 백야의 땅인 북유럽은 여러가지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쉽게 만나볼 수가 없었다. 그런 만큼 더 신비롭고 북구의 전설이 떠올려지는 곳이기에 이 책이 더욱 반가왔다. (이제는 반가움을 넘어서서 그네들이 질투가 날 정도이다).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의 젊은 청춘들로 구성된 여섯남녀는 각각 학생 C, K 와 취업준비생 S, B,  그리고 특이하게도 중국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L과 여행지에서 밝혀진 유부녀 N 등이다.

이들의 여행동기를 접하면서 느낀 점은 참 세상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멋지고 다양하게 살아가는 주체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름 멋을 추구하면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이들을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날 정도로 샘이 났었다.

서유럽 여행기에 나오는 관광명소나 지명들은 이미 너무도 익숙해 있지만, 북유럽의 낯선 지명들과 관광명소들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이 여행기에서 얻은 소득이다. 해서 자주 펼쳐봐야겠다. 이름만이라도 익숙해진다면 북유럽을 갈 수 있는 소망을 이룰 수 있는 날이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이 여행기를 읽는 내내 드는 감정은 정말 세상은 참으로 넓다는 것이다.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복닥거리며 사는 우리네 삶의 가치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해주는 것들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한달 간의 긴 여행은 이들 여섯남녀의 생에 깊은 영향을 끼쳤을 거 같다. 어쩌면 그들 인생의 화양연화로 기억되며 이후의 그들 삶의 의미를 규정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기실 여행이란, 꿈을 꾸는 단계부터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목적지를 향하여 떠나는 시점, 목적지에 당도하는 순간의 절정이 가장 핵심이다.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동심을 느껴보고자 한다면 늘상 떠나는 꿈을 꾸어도 좋겠다.

내게 주어진 삶을 만끽하며 살고 싶다.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강렬하게 유혹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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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제국 -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 기록한 우리 시대 음식열전!
황교익 지음 / 따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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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맛의 근본에 대해 사색해 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출발한 책이다.
제목이 예사롭지가 않은데, 저자는 이 제목으로 정한 이유를 책 중간쯤에서 밝혀두고 있다.
저자는 우리 몸 안에 들어와 있는 제국주의자들의 미각 기준을 털어내려고 시도하였음을, 오로지 내 몸이 느끼는 것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기록하고자 이러한 제목을 많은 고민끝에 정했다고 한다. 즉, <미각의 제국>은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제국주의자들의 미각 기준에 버팅기는 저자만의 미각의 '제국'인 것이라고.
<미각의 제국>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요리책과는 많이 다르다.
마치 재생용지를 사용한 듯한 색감에 흑백사진이 조화롭게 곁들여진 책은 그 흔한 레시피 하나 없이도, 화려한 요리 사진 없이도 저자만의 군더더기 없는 자신감 넘치는 문체만으로도 충분히 맛깔스러움이 혀끝에 느껴지는 새로운 형태의 독특한 책이다.
이 책을 알게 된 후, 저자의 블로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보다 먼저 블로그를 접해 본 느낌은 입으로 들어가는 세상의 모든 먹을거리에 대한 저자의 지식이 상당히 방대하다는 것이다.
그 동안의 아이들을 위한 요리책이라든가, 바쁜 아침을 위한 요리책, 퓨전요리, 마크로비오틱, 일식요리짱, 등등 무수히 많게 접한 요리책은 이 책에 비교하자면, 제대로 된 속옷을 갖추지 못한 채 겉옷으로만 맵시를 내려고 했던 무용수같았다. 이전에 접했던 요리책의 문제가 아니라, 요리책을 통해 음식에 대해서 무엇인가 배우고자 했던 나의 자세를 말함이다.
<미각의 제국>에서는 하나의 요리보다는 그 요리를 구성하는 재료와 양념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즉, 제대로 된 요리를 위해서는 각자의 재료와 양념이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거나 오용되고 있는 상황을 짚어주고 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우리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역사적 유래와 우리나라 음식이 가지는 우수성, 앞으로 더 발전시켜나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이다.
 
저자의 연배를 보니 나보다 겨우 몇 년 앞서 사신 분인데(더군다나 여자도 아닌 남자), 어쩌면 이토록이나 예전 음식을 많이 접해 보셨는지 감탄스러웠다. 퓨전요리나 이국의 음식보다는 오래묵은 토종요리에 더 깊은 애착과 기억을 갖고 있는 나에게도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이니 과연 어떤 추천인의 말처럼 <미각의 제국>은 '최초의 진정한 음식박물지'라고 할 만하다 하겠다.
 
사람살이에 있어서  먹는 즐거움에 필적할 만한 일이 또 있을까?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블로그마다 음식포스팅이 넘쳐나고, 미식가를 자칭하는 사람 또한, 너무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을 만나고 보니 진정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음식의 기본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우리나라 요리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애정을 갖고 있는지 말이다.
 
점점 변질되어가고 있거나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전통요리에 대한 그의 애정어린 기록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블로그를 통해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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