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코드 - 너와 나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소통의 공간
신화연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를 둘이나 낳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아줌마'라는 호칭으로 불린 세월이 15년이 넘어버린 시간속에서 내가 잃어버린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움'은 그 감정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역설적으로 '뻔뻔함'으로 중무장되어 세상속에서 버티게 하는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 여기까지가 피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수줍은 10대 소녀의 볼 빨개지는 그런 순진한 개인적인 인식에서 멈춰있던 나의 부끄러움에 대한 생각은 이번에 <부끄러움 코드>를 통해서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 신화연님은 이 시대의 '너'와 '나'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소통의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부끄러움'이라는 키워드를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있다.
저자는 부끄러움이 가지는 그 내밀한 중요성을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현대인들에게 소외되고 있는 이 감정이 선한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회복하게 해주는 필수교양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소심함, 못남, 가지지 말아야 할 덕목 등의 의미로 폄하된 채, 그것이 가지는 장점은 사회관계속에서 묻힌 채 소외되어 왔다.
 이 책에서는 일상에서 만나지는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사회적인 부끄러움, 비적응적이고 자기파괴적인 부끄러움을 여러 각도에서 다루고 있으며, 아울러 부끄러움의 심리적, 철학적 정의가 그 갈피 갈피에서 언급되고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각 각의 장에서 언급되는 부끄러움은 새롭게 조명된 부끄러움에 대해서, 생활속에 숨어 있는 부끄러움 찾기, 희망이 지나간 자리엔 부끄러움도 없다, 라는 주제로 사회적 관계속에서 생성되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주로 해석해 놓고 있다.
저자가 의도한 부끄러움의 사회적 생존기능과 필요성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면서 아등바등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현 사회구조속에서 '뻔뻔함'을 뻔뻔함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당당함'으로 오인하여 살아가는 삶을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신화연이 < 부끄러움 코드>에서 언급한 신학자 디트로히 본 회퍼의 말은 부끄러움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의 계기가 되었기에 옮겨 본다.

‘부끄러움은 이제는 멀어진, 우리의 근원을 향한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이다. 부끄러움은 우리로 하여금 그 어그러진 관계를 비통해하면서 근원으로의 회귀를 무기력하게 소망하게 한다.’  

작은 몸짓의 부끄러움이 자리하는 바로 그 공간이 자아와 타아가 만나는 소통의 코드이며, 서로의 아름다운 관계를 꿈꾸게 하는 관계의 공간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말해주고 있다.
 소제목별로는 그 말하고자 내용이 명확해 보였으나, 계속해서 읽어가는 동안 내용과 소재의 반복적인 느낌은 전체적인 책의 주제가 조금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이 책의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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