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조용호 지음 / 문이당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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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독특한 향기가 나는 소설이다.

근래 들어 이런 스타일의 소설은 참 오랜만인 거 같다.(그렇다고 최근의 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닌데....).

처음 이 소설의 내용이 노래패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했을 때, 마음이 자꾸만 아스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노래패하면, 흔히 우리는 '노찾사'의 목소리를 떠올릴 것이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나에게는 노래패라는 단어가 가지는 뜻은 여러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노래패에 속해 있는 애들은 언제나 학내 어디에서든 눈에 띄였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이 주는 감동과 울림은 가히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연우의 기타처럼 기타를 치면서 창작동아리에 속해 있던 친구도 있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고뇌, 밤을 하얗게 밝히던 노래를 향한 열정..그 언저리에서 동동거렸던 내 청춘도 기억이 났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는 저자의 젊은 시절 노래패 활동의 경험을 녹여낸 작품으로써 민요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적 사랑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노래꾼인 연우가 화자인 나에게 비망록을 남긴 채 종적을 감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비망록에는 '사라진 노래를 찾아 떠난다'며 칠레 가수 '비올레타 파라'의 노래  <생에 감사드리며>가 유언처럼 적혀 있다. <생에 감사드리며>는 이 책의 표지를 넘기면 첫장에 저자가 사인으로 남긴 그 글귀이기도 하다.

나와 내가 한때 연모하기도 했던 연우의 아내인 승미는 비망록이 안내하는 대로 연우를 찾아 나서고, 그 길에서 지난 날의 추억과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과 조우한다. 한때 시절을 풍미했던 노래패들의 현재의 모습을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서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다.

'사라진 노래를 찾아 떠난' 연우에게 그 사라진 노래는 한때 영혼으로 사랑했던 해금을 켜는 선화였다. 선화는 연우는 부모에서부터 이어지던 운명의 인연. 선화는 파멸로 가는 관계를 막고자 연우에게서 숨어버리고,,,연우는 또 하나의 노래 선화를 찾아 멀고 먼 남미까지 찾아가기에 이른다.

승미의 노래는 깊지만 어둡지 않았고 밝지만 가볍지 않았기에 오히려 연우는 그녀에 대한 연민을 쉬이 접을 수 있었던 것일까?

청승맞는 듯, 통곡하는 듯, 애절한 선화의 해금소리를 연우는 결코 놓을 수가 없었던 것인지.

노래와의 인연이든, 사람과의 인연이든 간에 인연의 끈의 힘이 그토록이나 강한 것이지...연우와 선화는 영원히 오디세우스와 세이렌의 전설로 사라진다. 예정된 그들의 파국앞에서 망연해지는 승미의 마음이 자꾸만 신경에 쓰인다.

남미에서 돌아온 승미는 마치 연우를 가슴에서 도려내는 것처럼 유방암의 암세포를 잘라내고, 연우의 승미의 공동음반을 기획한다.

나는 승미의 구원투수가 되어 배경으로만 존재해도 아름다운 사람이리라, 자위하며 언제까지나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바람이고자 한다. 그래도 내게 주어진 "생에 감사드리며".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쉬이 마음이 닫히지 않는다. 해서 다시 첫장부터 스르륵 넘겨보게 되는 저간의 의미가 가지는 것은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기분은 확실하게 감지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내 쓸쓸해졌다.

문장의 세련미나 소설의 구성이 그다지 빼어나다고 할 수는 없겠다. 납득되지 않는 내용의 전개도 보였다.

허나, 작가가 6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깊이 생각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금은 낯선 분위기의 소설이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깊었다.

요즘도 노래꾼이나 가객이란 말이 쓰임받는지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사어로 사라져가는 단어들이 꽤 된다. 더불어 같이 사라지는 정서도 분명히 존재한다.

소설의 플룻이 눈앞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뚜렷하게 그려지는 느낌은 바로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난 느낌과 흡사했다.

 영화 <서편제>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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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 - 나무를 찾아가는 여행 52 주말이 기다려지는 여행
고규홍 글.사진 / 터치아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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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당산나무가 한 그루 자리하고 있었다.

오색줄이나 금줄은 보이지 않았지만, 자랄 때 분위기로는 마을 어르신들이 몹시 아끼신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그 느낌은 고대로 어린 우리들에게도 전염되었다.

당산나무의 원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만남의 장소로, 혹은 놀이터로 그 나무를 아껴었다. 언젠가부터 나무아래 평상이 놓이면서부터 오가는 사람들의 아늑한 쉼터가 되어주던 나무그늘....

외지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은 먼 시야에 나무가 잡히면서부터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그렇게 당산나무 한 그루는 고향이라는 단어와 이음동의어였다.

나무에 대한 애정과 추억이 남다른 나에게 고규홍님의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은 그야말로 행복하기 그지없는 만남이었다. 용문사의 은행나무나 속리산의 정이품송, 전주의 곰솔 등...나름 전국의 이름이 알려진 나무들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왔으나, 생각보다 나무에 대해서 집대성한 책들은 쉽게 보이지 않았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의 큰 나무를 찾아 떠나는 최초의 '나무여행책'이라는 데 큰 의의를 둘 수 가 있겠다.

고규홍님이 소개해주는 나무들은 사진속의 모습만으로도 가슴이 턱 하고 막힐만큼 장엄하기 그지없다.

단순히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직립의 비원이라고만 표현할 수 있을까? 옛 조상들이 신목이라 하여 숭배하고 금줄치던 그 마음을 능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나무님들이다.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세월을 살아온 나무둥치에는 사람살이의 흔적이 남기 마련....

사연도 가지가지, 내용도 구구절절...인간과 함께 살아왔기에 그만큼 나무에 얽혀 있는 사연 또한, 인간사와 여지없이 닮아 있다.

 

2007년도 발간된 초판에는  나무만을 중심으로 하여 52개 코스의 260그루의 나무만으로 소개했었는데, 많은 나무를 하나라도 더 소개하고자 주변의 여행지는일부러 무시했는데, 오히려 그점이 실제 여행을 이끄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 듯 하여, 이번에 개정판으로 내면서 바로 그 부분을 보완하였다고 한다.

총 4장으로 나뉘어 담겨져 있는 나무는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의 나무들로서 각각 명품나무의 신비, 사람의 자취로 남아 있는 나무살이의 지혜, 선비의 기상으로 이 땅을 지켜낸 호연지기, 예향의 산과 들을 지킨 수직의 아름다움, 이란 모습으로 이 땅 삼천리 금수강산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얽힌 사연도 가지가지, 나무의 종류도 가지가지, 모양도 천차만별, 그야말로 알고 나면 보이나니, 그전에 알았던 나무의 모습이 아니라 새롭게 알게 된 나무 한 그루로 인해 주변 전체가 새로워지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

책내용은 전반적으로 먼저 찾아갈 나무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고,  이어서 여행길에 가볼 만한 곳이 소개되어 있으며, 나무찾아가는 길이 지도로 첨부되어 있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이해하기 쉽게 단락지어 있으며, 원하는 곳이나 나무를 먼저 찾아 읽어 주말여행에 활용하면 더 할 나위없이 좋을 나무여행 안내책자이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은 역사탐방, 혹은 시간여행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며, 우리 조상의 시원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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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보는 그림 명화 백과 한 권으로 보는 그림 백과
정상영 지음, 이병용 그림, 류재만 감수 / 진선아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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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쯤에 서울에서 모네전이 열렸었다.

아이손을 잡고서 기차를 타고 상경하여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감상한다는 원대한 여정을 앞두고 미리 아이와 함께 그림에 대해서 공부할 만한 책을 찾아봤으나, 대학교 도서관이나 시립도서관에서 만나본 책은 만족스럽지가 못했다.

아쉬운대로 줄을 쳐가며 화가의 일생이나 그림의 배경 등에 대해서 공부한 것은 말 그대로 활자에 대한 공부에 불과할 뿐이었다.

언젠가 할부로 사 둔 화집이 있어 명화에 대한 갈증은 그것으로 대체했으나 양장본의 무거운 책은 또 아이가 만만하게 들춰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어 이 또한 아쉬웠다.

진선출판사는 아이들을 위한 유용하고 멋진 책을 그 동안 여러 분야에 걸쳐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한 권으로 보는 그림 명화 백과>를 통해서 그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사이즈에 비해서 큰 판형으로 제작되어 있어 아이들이 보기에 쉽기도 하려니와 총 9장에 담긴 미술의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정리는 간략하게 핵심만 언급하고 있어도 일목요연하여 내용상에 서운함이 없이 알차서 그동안 서양미술사에 혼란이 있었던 성인들이 보기에도 흥미롭다.

만화캐릭터를 등장시켜 친근감을 높이고 마치 눈앞에서 미술선생님의 강의라도 듣는 양, 구어체식으로 나열된 이 미술 역사 이야기는 그림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해 줄 뿐 만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 문화와 다른 서양 문화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세상을 이해하는 그 첫걸음이 되어주고 있다.

고대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부터 20세기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70여 명의 화가와 그들의 주요 작품 350점을 한 권에 모아 놓은 제목 그대로 능히 그림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하겠다.

우리 자랄 때는 이런 책은 너무도 귀해서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는데, 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우리때보다 문화적 축복을 더 받았다고 해야 하나...이 책을 보자마자 아들이 읊어대는 화가 이름이 꽤 되어 괜시리 흐뭇해진다. 앉은자리에서 페이지를 넘겨가며 흥미로운 주제가 나타나면 질문을 일삼는 아이를 보면서 이 책이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열어주기를 희망해 본다.

부록으로 '명화 감상 노트'가 첨부되어 있어 마치 독서감상문처럼 아이들에게 그림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지방에서 거주하고 있기에 전시회나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그림을 감상하는 것에야 비할 바가 못되겠지만, 좋은 책을 통해서나마 그림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다면 그 또한 작은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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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 홋카이도.혼슈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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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보여행작가 김남희 이름 석자는 여행에 관심있는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나는 그녀의 책중에서 특히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에 주목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녀와는 인연이 닿질 않았는데..이번에 반갑게도 <일본의 걷고 싶은 길>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걷는 여행은 내가 좋아하는 여행방식의 하나이긴 하지만, 실제로 실천했던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걸어서 여행을 하다 보면, 타거나 달리거나 의 여행에서는 결코 만나지 못할 여행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이 즐거움을 맛본 자는 그 매력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몇 번의 해외여행을 통해서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재미를 알게 된 나는 틈틈히 짧게라도 해외여행의 기회를 노리곤 했다.

그 중에서도 딱 한번 방문했던 일본여행에서 받은 인상은 그 어디보다도 강렬해서 누가 '당신은 해외 여행지 중 어느 곳이 가장 좋았습니까?'하고 묻기라도 할라치면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대뜸 '일본'이라고 답하게 된다.

잘 보존한 자연경관, 깨끗한 도시 풍경, 친절하고 상냥하다 못해 마치 깃털같았던 일본인들...

막연히 관념적으로 배타적이었던 가까운 이웃이 이토록이나 매력적일 줄이야,,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일본이라는 나라에 갖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이중적인 감정을 나 또한  맞닥뜨릴 수 밖에 없으니...

단 한번의 여행으로 일본예찬을 하기에는 내 마음이 쉽게 허락치 않는다. 혹자는 그랬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서너번까지는 감탄의 연속일 뿐이라고...과연 그럴 거 같다. 다만, 10여년을 일본에서 살았던 친구의 말을 결론으로 위로삼아 보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만났던 내 감정은 당혹스러울만치 우호적인 것이었다.

김남희의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2>에서도 이런 감정은 나타나고 있다. 개인으로 다가오는 일본과 나라로 다가오는 일본의 간격이 주는 당혹감에 대해서 2권에서 그녀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갖는 일본에 대한 감정의 모든 것이 아닐까?

 

역사적 관계는 잠시 접어두고 오롯히 책속의 일본을 말할라치면 그저 입이 쩍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나라임에는 분명하다. 우리보다 약간 더 큰 나라, 조금 더 부자인 나라, 조금 더 친절한 나라, 조금 더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 등등...막연히 그렇게 헤아렸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실체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빙하가 거론되는 땅, 밀림이 있는 땅, 88개의 절을 잇는 불교의 순례자길, 잘 보존된 문화재, 옛 마을, 옛문화, 옛정취, 클래식과 모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나라, ....

두권에 담긴  그녀의 발자취를 남긴 일본의 땅 곳곳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고 감동스러워서 부럽다 못해 내 이웃에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절로 감사해지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기존에 만나봤던 일본소설의 상상력, 풍부한 자연배경은 그들이 나고 자란 자연환경의 영향이었음을 알았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의 발달, 동화같은 스토리가 이해되는 것은 한순간, 문화의 완성은 모두가 그 땅의 소산임을 깨닫는다.

일본어가 익숙치 않아 일일히 열거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그녀가 다녀온 곳을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수묵화, 수채화로 가슴 깊이 번져오는 그녀의 여행기. 여행을 하고 싶다면, 달리 일본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꼭 한번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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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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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바다색으로 가득찬 사진에는 양켠으로 빨간색 등대와 하얀색 등대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

두 개의 등대는 영원히 맞닿을 수 없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 정해진 위치에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그 거리만큼의 그리움이 뭉글뭉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만 같은 사진.

그리움, 이란 단어를 접할 때마다 거의 동시에 떠오르는 음절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기다림'이라는 단어이다.

그리움에는 기다림이 숨어 있고, 기다림에는 그리움이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움의 외연은 기다림이고 기다림의 내포가 그리움인가...

 

그리움, 하고 입술에 올려 소리내어 불러보면 가장 가깝게 연상되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체국 앞 풍경이다.

작은 마을의 더 작은 우체국에 들어가 탁자에 기대어 그리운 사람들을 추억하며 엽서를 쓰는 행위. 그것이 내게는 그리움이라는 단어의 원형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전자우편과 휴대전화가 있어 먼 타국의 다정한 이를 그리워할 새도 없이, 혹은 그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릴 필요도 없는 즉석감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다림이 없는 세상은 우리에게서 낭만과 은유가 없는 무미한 삶을 안겨줬다.

하여 이번에 좋은생각에서는 1명의 소설가와 3명의 시인들의 붓을 빌려 우리에게 그리움에 대해서 우리 귓가에 들려 준다.

4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아스라한 유년의 뜰 한 쪽에 자리한, 우리들 기억 저편에 사라져 버린 듯한 그리움의 우물을 샘솟게 해주는 마중물처럼 그렇게 다가와준다.

여름날, 시원한 산바람 강바람 불어오는 원두막에서 어머니 무릎베고 누워 듣던  옛날 이야기같은 그네들의 그리움에 관한 담론들은 달콤한 슬픔이 온 몸을 감싸오는 듯, 인간 시원의 시절 그때의 순수했던 감성으로 돌아가는 듯 해 내내 가슴 따뜻해지는 뭉근한 행복감을 맛보게 했다.

걔중에는 추상적인 혹은 상상력에 기댄 담론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지난 기억이나 소중했던 추억에 의지한 그리움에 대한 글들은 지금 20대나 30대 초반의 독자들도 감흥할 수 있을까?

저자들이 40대 후반에서 50대에 속하시는 분들이니, 아마도 <그리움의 발견>은 열심히 일하고 난 뒤의 시간을 갈무리하는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것은 아닐런지....

일생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골똘히 들여다보면서 난데없이 생각하게 되는 물음이 더 깊어진다.

 

같이 수록된 아름다운 사진들은 비록 종이 한 장으로 대하는 풍경이지만, 눈과 그 눈이 닿는 곳이 아스라해지는 느낌이 절로 드는 사진이어서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작가의 감성에 감흥하고자 나름 곤란했던 나의 심장을 그리움으로 가득차게 하기에 맞춤이었다.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세상살이에 한 조각 그리움을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이길 소망해보면서 다가오는 가을을 다시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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