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물빛 바다색으로 가득찬 사진에는 양켠으로 빨간색 등대와 하얀색 등대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

두 개의 등대는 영원히 맞닿을 수 없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 정해진 위치에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그 거리만큼의 그리움이 뭉글뭉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만 같은 사진.

그리움, 이란 단어를 접할 때마다 거의 동시에 떠오르는 음절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기다림'이라는 단어이다.

그리움에는 기다림이 숨어 있고, 기다림에는 그리움이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움의 외연은 기다림이고 기다림의 내포가 그리움인가...

 

그리움, 하고 입술에 올려 소리내어 불러보면 가장 가깝게 연상되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체국 앞 풍경이다.

작은 마을의 더 작은 우체국에 들어가 탁자에 기대어 그리운 사람들을 추억하며 엽서를 쓰는 행위. 그것이 내게는 그리움이라는 단어의 원형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전자우편과 휴대전화가 있어 먼 타국의 다정한 이를 그리워할 새도 없이, 혹은 그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릴 필요도 없는 즉석감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다림이 없는 세상은 우리에게서 낭만과 은유가 없는 무미한 삶을 안겨줬다.

하여 이번에 좋은생각에서는 1명의 소설가와 3명의 시인들의 붓을 빌려 우리에게 그리움에 대해서 우리 귓가에 들려 준다.

4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아스라한 유년의 뜰 한 쪽에 자리한, 우리들 기억 저편에 사라져 버린 듯한 그리움의 우물을 샘솟게 해주는 마중물처럼 그렇게 다가와준다.

여름날, 시원한 산바람 강바람 불어오는 원두막에서 어머니 무릎베고 누워 듣던  옛날 이야기같은 그네들의 그리움에 관한 담론들은 달콤한 슬픔이 온 몸을 감싸오는 듯, 인간 시원의 시절 그때의 순수했던 감성으로 돌아가는 듯 해 내내 가슴 따뜻해지는 뭉근한 행복감을 맛보게 했다.

걔중에는 추상적인 혹은 상상력에 기댄 담론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지난 기억이나 소중했던 추억에 의지한 그리움에 대한 글들은 지금 20대나 30대 초반의 독자들도 감흥할 수 있을까?

저자들이 40대 후반에서 50대에 속하시는 분들이니, 아마도 <그리움의 발견>은 열심히 일하고 난 뒤의 시간을 갈무리하는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것은 아닐런지....

일생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골똘히 들여다보면서 난데없이 생각하게 되는 물음이 더 깊어진다.

 

같이 수록된 아름다운 사진들은 비록 종이 한 장으로 대하는 풍경이지만, 눈과 그 눈이 닿는 곳이 아스라해지는 느낌이 절로 드는 사진이어서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작가의 감성에 감흥하고자 나름 곤란했던 나의 심장을 그리움으로 가득차게 하기에 맞춤이었다.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세상살이에 한 조각 그리움을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이길 소망해보면서 다가오는 가을을 다시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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