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하루에 관한 거의 모든 심리학 - 정신과 의사에게 말하기엔 너무 사소한 일상심리 이야기
선안남 지음 / 웅진윙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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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자의 하루에 관한 사소한 일상 심리 이야기를 다룬 <여자의 하루에 관한 거의 모든 심리학>은 제목에서부터 여자라면 흥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사회속에서 여자라는 젠더로 살아오면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성찰해 보았을 일상속의 나의 모습, 혹은 동성의 이웃들, 친구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이야기. 저자는 이를 정신과 의사에게는 말하기엔 너무 사소하지만, 그래도 일상속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여성들의 심리라고 말해준다.

자신을 성찰하고 자꾸 돌아보는 행위는 곧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미래를 더 의미있고 나답고 튼튼하게 해주기에.

제목과 소제목에서 먼저 느끼는 감정은 그래, 그렇지..이런 적이 있었어..이런 기분은 그다지 낯설지 않아. 아하..내가 바로 이 느낌속에서 한 행동이었구나..하는 일련의 감정들이 속속 솟아올라온다.

리셋증후군, 무조건적인 사랑, 자기검열, 자기 위로, 감각테라피, 애도, 선택적 주의, 폭식증, 등..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심리학적 용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용어들이 쓰여지는 일상 속 여성들의 모습을 저자는 마치 꽁트처럼 그려내고 있어 쉽게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책은 20대 여성들에게 매우 유용할 듯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온 시절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불혹을 넘겼으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제 거의 여우가 되어 알고도 미처 실행하지 못할 뿐. 그다지 새로운 시선은 없다. 적어도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말이다.

아직은 관계속에서 자신을 객관화한다거나, 타인의 모습을 제대로 읽어낼 줄 모르는 경험이 적은 20대 사회초년생들은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모습을 들여다 보기도,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을 배우기도 말이다.

저자가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심리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20대 여성들의 고민에 귀 기울인 결과가 이 책에 다 들어있다고 보면 되겠다. 

젠더로 살아가면서 관계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개인의 욕망에 충실하면서 이율배반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세태를 보면서 혹은 컴퓨터나 휴대폰과 같은 기계식 대화에 익숙한 세대를 보면서 참된 관계맺기에 대한 결핍을 동시에 느낀다.

저자는 아침에 눈 떠서 잠드는 순간까지, 여자들이 마주치는 하루 동안의 69가지 심리 장면을 공감 가득한 생활밀착형으로 그려놓고 있다.

내가 무의식속에서 온 몸의 각 종 기호를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면, 세상속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좀 더 정확해지지 않을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나는 무엇인지,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이 무엇인지, 바로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는 일이 20대에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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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걷기사전 - 서울에서 제주까지 걷고 싶은 길 200
김병훈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전국이 걷기 열풍으로 뒤덮인지 꽤 오래다.

제주도의 올레길 코스가 개발되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을 계기로 지자체별로 둘레길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 유행에 옳다구나! 편승하여 작년에는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왔고, 올 1월에는 큰 마음 먹고 제주도 올레길 7코스를 다녀왔다.

물론, 걷기여행은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다음 여행을 계획할 때도 걷는 여행을 고려해야겠다는 나만의 다짐을 하기도 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문명이 발달할수록 원시로 회귀하려는 인간의 심리도 승해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근의 걷기 열풍을 원시에 대한 인간본능을 발현이라는 글쓴이의 의견이 상당히 인상깊었던 기억이 난다.

 

한 때는 전국의 아름다운 드라이브길이 회자되더니, 이제는 걷기 여행에 좋은 장소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단순히 유행의 한 흐름으로만 보기에는 무엇인가 아쉬움이 있다.

걷는 것, 좋아한다. 생활의 편리함, 시간의 촉박함을 고려하다 보니 두 발보다는 자동차를 선호하면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느긋함, 여유, 사색, 호흡, 건강, 좋은 환경, 등.거기에다 사람들 사이의 인정까지.

터치아트에서는 그 동안 여러 테마의 걷기여행책들의 성과와 필자들의 5년 동안의 노하우를 담아 [대한민국 걷기사전]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길들은 30분 정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곳부터 한 나절, 하루, 또는 완주하는 데 며칠씩 걸리는 먼 길까지 다양한 코스를 6개의 파트로 나누어 총 200개의 곳을 소개해주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산길, 들길, 물길>,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바닷길과 섬>, <피토치드 가득한 숲속길>, <조상의 숨결을 느끼는 역사 문화 답사길>, <테마가 있는 마을길, 골목길>, <발길이 이끄는 만큼 걷는 일주길>로 나뉜 길들은 원하는 페이지별로 골아 읽어도 무리가 없으며, 목차에서 지역별로 살펴봐도 무방하다.
차편, 음식점, 민박, 편의점 시설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주변의 관광명소나 역사적 의미 등을 함께 담아내어 많은 길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좋다.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면 한 권의 책에 많은 곳을 담아내다 보니, 관련 사진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고로 걷기사전이라고 명명해놓고도 상징적인 곳의 모습 한 장만 달랑 실어놓고서 그 곳에 대한 설명만으로 독자의 감흥을 일으키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읽으면서 당황한 것은 걷기에 대한 사전이라고 생각하여 올레길, 둘레길 같은 길 위주의 내용을 기대했는데, 책에는 생각보다 많은 산과 섬이 소개되어 있었다. 물론, 산길도 길이요, 섬길도 길이니 괜한 테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산관련 서적에서 만나는 설명과 섬관련 서적에서 만나는 섬에 대한 내용과 하등 다를 게 없어 보여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소개하고자 하는 길에 대한 모습을 최소한 5장 정도는 모습별로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독서하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서문에 길은 앞으로도 계속 변하기 때문에 걷기여행책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는데, 제목을 '걷기사전'이라고 붙인 만큼 이 책에 소개되지 못한 전국의 아름다운 길들을 더 많이 발굴해내길 바란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아름다운 길이 어디 200개 뿐이겠는가. 내가 가봤으나 여기에 소개되지 못한 길도 이미 열 손가락을 넘어섰건만.

한 편으로는 소개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곳을 여러사람과 공유하는 즐거움도 크겠지만, 사람독만큼 무서운 것이 없어 널리 알려지게 된다면 나만이 아는 호젓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가 없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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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In the Blue 3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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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창조에서 만들어진 번짐시리즈 제3탄은 요구르트로 유명한 불가리아다.

요구르트로는 꽤 값이 나가는 우리나라의 '불가리스'가 아마도 불가리아라는 지명에서 연유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불가리아라는 이름을 들으면 우습게도 늘 '불가사리'가 떠오르곤 한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단순한 발음상의 이유로 말이다.

별모양의 주홍빛 물체, 불가사리. 이 책에 소개된 불가리아의 사진속 집들은 주홍빛으로 아름답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에 이어서 불가리아에서 그들이 뽑아낸 이미지는 '사랑'이다.

아이들의 놀이중 나라이름 대기에도 쉽게 거론되는 곳이니만큼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가리아는 터어키의 오랜 시간 식민지였었고,  780만명의 인구수는 그다지 많지 않음에도 인지도가 있는 이유는 동유럽 안의 가장 오래된 도시들을 갖고 있는 역사깊은 나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앞의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활자보다는 사진으로 우리에게 많은 느낌과 이야기들을 들려 주는 이 책은 불가리아 사람과 사랑, 그것이 어우러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말해주고 있다.

영화 해바라기의 여주인공 소피아 로렌과 이름이 같은 불가리아의 수도는 소피아다. 고대 그리스어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7천년 이상의 유럽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로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나 12개의 황금돔을 가진 알렉산드르 네브스키 교회는 사진만으로도 그 위용을 충분히 감지할 만큼 크고 멋지고 아름답다.

국립미술관의 굴뚝 사이 오선지와 음표장식물은 참 신선했다. 그 음표가 그려내는 음악은 바로 베토벤의 <합창>이다.

이런 풍광들이 바로 바로 여행의 재미이자 이국의 맛을 살려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는 소피아 시민공원 안의 풍경들...설렘과 불안과 공존하는 낯선 곳에서의 시선이기에 더 새롭게 다가올 수 있지 않았을까.여행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1983년에 지정된 아름다운 릴라 수도원은 오스만 터키의 지배 아래 유일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불가리아 종교 및 문화의 본산지였다. 수도하는 곳의 조용함, 엄숙함, 경건함,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모두 다 가진 곳.

밤깊은 시간에 도착한 플로브디프, 친절한 택시기사가 데려다 준 올드타운의 게스트하우스. 돌길을 지나서 창밖으로 푸른나무가 청정한 숙소에 도착한 저자의 마음이 바로 여행자로서 누리는 가장 큰 호사가 아닐까..그 대목에서 부쩍 여행에의 유혹을 느꼈다.

 

저자도 책에서 이미 밝히고 있지만, 불가리아라는 나라는 복잡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소음과 공해로부터 한발짝 벗어나 있는 느낌이 물씬 풍겨나온다. 나라 전체가 그런 것인지 정말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공기도 좋아 보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인심도 좋아보이고, 바람도 맑고 시원할 것 같은 느낌이 사진만 봐도 그대로 전달된다.

불가리아에는 키릴문자라고 고유의 문자를 가지고 있다. 장미의 나라인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불가리아의 건축물은 아무리 큰 건물도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엔틱한 느낌이 풍부한 건물들은 처음 보았어도 정겹고 편안한 느낌을 선사해준다.

불가리아라는 나라가 가지는 소박하고 정겨운 매력이 이렇게 또 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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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의 How Song - 누구나 노래 잘 할 수 있다
박선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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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이가 있으니, 그것은 부자도 아니요, 권력자도 아니요, 이쁜 사람도 아닌

바로 노래와 함께 하는 사람과 맨발로 춤을 추며 사는 사람이다.

이에 대한 동경은 동경으로만 끝나지 않고, 노래잘하는 사람과의 결혼으로 이어졌건만, 10여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노래 한번 들어본 적이 없으니...난 아들과 딸이 노래하는 가수로, 춤을 추는 방랑자로 한 생을 살아도 상관이 없었다. 아니 기꺼이 박수쳐줄 용의가 있건만, 이 에미의 소망은 외면한 채 두 아이 모두 축구나 피아니스트가 꿈이라니... 그저 아쉽기만 할 뿐이다.

 

박선주는 <귀로>라는 노래로 내게는 매우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싱어송라이터다.

<귀로>는 한 때, 노래방 애창곡의 순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아꼈던 노래였기에 그녀가 노래와 관련된 책을 냈다고 하니 더 궁금증과 반가움이 일었다.

<박선주의 하우쏭>은 초판 1쇄 인쇄를 7월 10일에 했는데 내 손에 들어온 책은 7월 27일 겨우 2주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3쇄 발행본이었다. 다양한 책을 만나봤지만  나오자마자 이렇게 인기가 많은 책도 드물었던 거 같다.

그만큼 대중들의 이해요구와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일치한 탓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보면서 책장을 열었다.

이십여년 전부터 전국에 노래방 바람이 불었다. 예로부터 흥과 신이 많은 우리 민족에게 노래방이라는 문화(?)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고, 이제는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노래방문화를 눈살찌푸리는 시선으로 일별하기도 하지만, 비록 노래방이 아니드라도 우리나라 사람은 다양한 장소와 때에 노래는 빼놓을 수 없는 유흥문화인 것은 사실이다.

신입생, 신입사원 인사시에도 분위기를 살리고자 등장하는 메뉴는 노래 한곡! 해보라는 권유이다.

노래잘하는 사람이 부럽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흔히 올려지는 멘트이기도 하다.

해서 노래잘하는 방법이나 비법이 사회생활을 하는 자에게는 누구나 필요하며, 서로 공유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가슴 시원하게 해주는 방법은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에 가요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보컬트레이너 박선주가 내놓은 이 책은 가뭄에 단비마냥 노래잘하고 싶어하는 대중에게 어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메마른 가슴과 지친 일상에 마르지 않는 위로와 에너지를 선물해주는 유일한 것, 노래에 대한 멋진 정의다. 이 노래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게 노래 부르는 법에 대해서 박선주만의 예리하고 전문적이면서도 친근한 노래 코칭에 대한 것, 그녀 노래인생과 얽힌 소소한 에피소드를 이 책에서 풀어놓고 있다.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뜨겁게 성장시켜 온 그녀의 얘기는 노래와 마찬가지로 읽는 이에게 위로와 에너지를 준다.

책속에는 멋진 노래의 악보까지 실어놓아 각 노래에 맞는 창법, 유의할 점 등을 친절히 표시해 놓아 어느새 그녀의 안내대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특히, 각 단락마다 끝부분에 '박선주의 Best of Song Tip'이라고 따로 배치하여  노래잘하는 방법, 무대매너, 노래방에서 노래잘하는 비법, 자신의 목소리에 맞는 노래찾기, 마이크 다루는 법, 음치벗어나기, 노래방 매너 등 노래와 관련된 모든 것을 그녀만의 경험과 노하우로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것이 참 유용하다.

 

아쉬운 점은 책 초반에 그녀만의 개성적인 문체가 간혹 문법적으로 눈에 거슬리는 것이 보였다.

예를 들면, 재능보다는 노력이 늘 하나님의 편이라는 것이다(36P)===> 하나님은 늘 재능보다는 노력의 편이라는 것이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음악적 재능을 보일 만큼 나이가 있지도 않았다.(32P)====> 음악적 재능을 보일 만큼 나이가 있어보이지도(들지도) 않았다.

모든 미래는 예고가 없으며,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39P)=====> 의미의 반복., 다음에 "따라서"를 넣는다면 좀 더 자연스럽다.

물론,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초반에 이런 표현이 자주 눈에 걸리다 보니 책을 성의있게 읽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노래한다는 것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거나 혹은 그 즐거움을 모르는 분들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한다.

자신감과 함께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즐기는 인생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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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고양이 우리 시대 우리 삶 2
황인숙 지음, 이정학 그림 / 이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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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가까운 친구가 아주 반가워하면 찜! 했더랬다.

그러면서 작가가 쓴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라는 시를 아주 인상깊게 읽었다면서 꼭 읽고 싶어하길래, 덩달아 나도 찜! 하게 되었다.

요즘 세상은 참 편리해서 호기심을 일으키는 대상이 생기면 그저 검색엔진의 단추만 눌러도 그야말로 쭈르륵~~~~~~~~~그에 관한 내력이 단숨에 눈앞에 펼쳐진다.

황인숙님의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도 마찬가지다. 읽어보니 맛깔스럽고도 당찬, 그리고 산뜻한 그녀의 시는 나도 언젠가 만났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사실 활자화된 시가 얼마나 많은가. 또한, 그 많은 시 중에 비록 선뜻 외워대진 못하더라도 다시 만났을 땐 낯설지 않은 시가 과연 몇 개나 될까? 이 물음에 빗대어 봤을 때, 그녀의 시는 나름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틀림이 없다.

다만, 그 시의 작가와 <해방촌 고양이>를 집필한 작가를 쉽게 연결시키지 못했을 뿐.

허나, 금번의 만남을 통해서 나는 그녀를 아주 오랜 동안 기억하게 될 거 같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녀의 문체는 달콤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이 있을 뿐 아니라, 간결한 문체이면서도 문장의 여운 또한 만만치가 않다. 우리 큰오빠와 동갑인 58년 개띠생이라는 표현이 이 책속에서 나오는데, 실로 실감이 나지 않는 그녀의 나이이다.

그녀의 소녀처럼 살아 있는 여성성과 고양이로 대변되는 야성은 우리가 흔히 50대 초반의 여자에게서 갖는 느낌을 무색하게 한다.

비혼의 그녀은 세 마리의 고양이가 가족의 전부이다.

그 가족들과의 애틋한 정이 담긴 일상이야기와 그녀가 살아가는 이야기, 주변의 인간관계 속에서 생기는 소소한 이야기 등이 이책의 주를 이루고 있다.

검색엔진에서는 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여줬다.

 “ 황인숙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 “시인이 된 총무형 수녀 (마당발)”
-소설가 서영은
* “기품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황인숙이다.”
-‘인숙만필’의 고종식이 쓴 서문에서
강직하고 원칙적인 이미지의 강장관이 아주 로맨틱한 연애를 했다는 것은 관심있는 자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장관의 재임시절 그녀의 패션이 대중들에게 회자되기도 했었다. 친구를 친구를 닮는다고 했던가. 강금실을 좋아한 나는 그녀의 친구 황인숙도 덩다랑 더 좋아진다. 서영은님의 한줄평이나 고종실님의 한줄평만으로도 비록 황인숙님을 만나보진 못했지만, 능히 그러할 것이라는 긍정이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그녀의 책,<해방촌 고양이>를 읽다 보면 그들의 한줄평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충분히 갖게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과에 속하는 여자와 개과에 속하는 여자를 분류하는 그 기준에 대해서 설왕설래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때, 아마도 내 마음속에는 내심 고양이과에 속하고 싶었던 심리가 숨어 있었던지, 아니면 나는 주인에게 충성스런 개과에 속하는 여자라고 미리 예단해놓고선 마음 한켠에 관능적이면서도 나른한 그리고 그 모습이 매우 매혹적인 고양이를 괜스리 경원시했었던 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양이를 한번도 키워보지 않았으면서 지레 싫어한다고 생각해 가까이 할려고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깊은 밤, 아기울음소리를 내는 밤고양이를 또 얼마나 무서워하고 몸서리치며 싫어했는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깊이 이해할려고 했던 적도 없지만, 특히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이해는 전무했다. 에드가앨런포우의 <검은 고양이>가 주는 느낌, 톰소여의 모험에서 나오는 악마의 동물이라는 음습한 느낌만이 전부인 내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삶의 모습이었다. 다만, 가까운 지인중에는 없었기에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황인숙님의 <해방촌 고양이>를 이 여름에 만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되었다. 아마도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구는 점차 늘어날 거 같고, 그러다 보면 내 주변에는 자연스레 생기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이 책이 고양이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니 나 개인을 위해서도, 미래에 나타날 고양이 애호가 지인을 위해서도 그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주로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 외에도 저자의 일기장이라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솔직하고 재미나는 표현은 나도 모르는 새 입가에 웃음을 빙긋거리게 할 만큼 소소한 재미를 준다.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얘기, 개인의 고민, 시인으로서의 정체성 문제까지도 어찌나 사랑스럽게 풀어놓았는지 나는 그녀가 한참 인생선배라기 보담은 귀여운 친구나 후배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4부에 나오는 '떠듬떠듬 책읽기'에서 언급되는 그녀의 독서분야는 나에게는 아주 생소한 제목들이어서 또다른 충격을 준다.

역시 세상에는 멋진 사람도 많고 박식한 사람도 많고 자기만의 멋으로 사는 사람도 많다.

특별히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긍정적이고 사랑스럽게 풀어낸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했다. 그 생각은 원래의 계획보다 상당히 오랜 시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뒷맛은 상당히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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