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고양이 우리 시대 우리 삶 2
황인숙 지음, 이정학 그림 / 이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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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가까운 친구가 아주 반가워하면 찜! 했더랬다.

그러면서 작가가 쓴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라는 시를 아주 인상깊게 읽었다면서 꼭 읽고 싶어하길래, 덩달아 나도 찜! 하게 되었다.

요즘 세상은 참 편리해서 호기심을 일으키는 대상이 생기면 그저 검색엔진의 단추만 눌러도 그야말로 쭈르륵~~~~~~~~~그에 관한 내력이 단숨에 눈앞에 펼쳐진다.

황인숙님의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도 마찬가지다. 읽어보니 맛깔스럽고도 당찬, 그리고 산뜻한 그녀의 시는 나도 언젠가 만났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사실 활자화된 시가 얼마나 많은가. 또한, 그 많은 시 중에 비록 선뜻 외워대진 못하더라도 다시 만났을 땐 낯설지 않은 시가 과연 몇 개나 될까? 이 물음에 빗대어 봤을 때, 그녀의 시는 나름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틀림이 없다.

다만, 그 시의 작가와 <해방촌 고양이>를 집필한 작가를 쉽게 연결시키지 못했을 뿐.

허나, 금번의 만남을 통해서 나는 그녀를 아주 오랜 동안 기억하게 될 거 같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녀의 문체는 달콤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이 있을 뿐 아니라, 간결한 문체이면서도 문장의 여운 또한 만만치가 않다. 우리 큰오빠와 동갑인 58년 개띠생이라는 표현이 이 책속에서 나오는데, 실로 실감이 나지 않는 그녀의 나이이다.

그녀의 소녀처럼 살아 있는 여성성과 고양이로 대변되는 야성은 우리가 흔히 50대 초반의 여자에게서 갖는 느낌을 무색하게 한다.

비혼의 그녀은 세 마리의 고양이가 가족의 전부이다.

그 가족들과의 애틋한 정이 담긴 일상이야기와 그녀가 살아가는 이야기, 주변의 인간관계 속에서 생기는 소소한 이야기 등이 이책의 주를 이루고 있다.

검색엔진에서는 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여줬다.

 “ 황인숙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 “시인이 된 총무형 수녀 (마당발)”
-소설가 서영은
* “기품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황인숙이다.”
-‘인숙만필’의 고종식이 쓴 서문에서
강직하고 원칙적인 이미지의 강장관이 아주 로맨틱한 연애를 했다는 것은 관심있는 자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장관의 재임시절 그녀의 패션이 대중들에게 회자되기도 했었다. 친구를 친구를 닮는다고 했던가. 강금실을 좋아한 나는 그녀의 친구 황인숙도 덩다랑 더 좋아진다. 서영은님의 한줄평이나 고종실님의 한줄평만으로도 비록 황인숙님을 만나보진 못했지만, 능히 그러할 것이라는 긍정이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그녀의 책,<해방촌 고양이>를 읽다 보면 그들의 한줄평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충분히 갖게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과에 속하는 여자와 개과에 속하는 여자를 분류하는 그 기준에 대해서 설왕설래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때, 아마도 내 마음속에는 내심 고양이과에 속하고 싶었던 심리가 숨어 있었던지, 아니면 나는 주인에게 충성스런 개과에 속하는 여자라고 미리 예단해놓고선 마음 한켠에 관능적이면서도 나른한 그리고 그 모습이 매우 매혹적인 고양이를 괜스리 경원시했었던 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양이를 한번도 키워보지 않았으면서 지레 싫어한다고 생각해 가까이 할려고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깊은 밤, 아기울음소리를 내는 밤고양이를 또 얼마나 무서워하고 몸서리치며 싫어했는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깊이 이해할려고 했던 적도 없지만, 특히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이해는 전무했다. 에드가앨런포우의 <검은 고양이>가 주는 느낌, 톰소여의 모험에서 나오는 악마의 동물이라는 음습한 느낌만이 전부인 내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삶의 모습이었다. 다만, 가까운 지인중에는 없었기에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황인숙님의 <해방촌 고양이>를 이 여름에 만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되었다. 아마도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구는 점차 늘어날 거 같고, 그러다 보면 내 주변에는 자연스레 생기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이 책이 고양이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니 나 개인을 위해서도, 미래에 나타날 고양이 애호가 지인을 위해서도 그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주로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 외에도 저자의 일기장이라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솔직하고 재미나는 표현은 나도 모르는 새 입가에 웃음을 빙긋거리게 할 만큼 소소한 재미를 준다.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얘기, 개인의 고민, 시인으로서의 정체성 문제까지도 어찌나 사랑스럽게 풀어놓았는지 나는 그녀가 한참 인생선배라기 보담은 귀여운 친구나 후배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4부에 나오는 '떠듬떠듬 책읽기'에서 언급되는 그녀의 독서분야는 나에게는 아주 생소한 제목들이어서 또다른 충격을 준다.

역시 세상에는 멋진 사람도 많고 박식한 사람도 많고 자기만의 멋으로 사는 사람도 많다.

특별히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긍정적이고 사랑스럽게 풀어낸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했다. 그 생각은 원래의 계획보다 상당히 오랜 시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뒷맛은 상당히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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