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걷기사전 - 서울에서 제주까지 걷고 싶은 길 200
김병훈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전국이 걷기 열풍으로 뒤덮인지 꽤 오래다.

제주도의 올레길 코스가 개발되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을 계기로 지자체별로 둘레길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 유행에 옳다구나! 편승하여 작년에는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왔고, 올 1월에는 큰 마음 먹고 제주도 올레길 7코스를 다녀왔다.

물론, 걷기여행은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다음 여행을 계획할 때도 걷는 여행을 고려해야겠다는 나만의 다짐을 하기도 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문명이 발달할수록 원시로 회귀하려는 인간의 심리도 승해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근의 걷기 열풍을 원시에 대한 인간본능을 발현이라는 글쓴이의 의견이 상당히 인상깊었던 기억이 난다.

 

한 때는 전국의 아름다운 드라이브길이 회자되더니, 이제는 걷기 여행에 좋은 장소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단순히 유행의 한 흐름으로만 보기에는 무엇인가 아쉬움이 있다.

걷는 것, 좋아한다. 생활의 편리함, 시간의 촉박함을 고려하다 보니 두 발보다는 자동차를 선호하면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느긋함, 여유, 사색, 호흡, 건강, 좋은 환경, 등.거기에다 사람들 사이의 인정까지.

터치아트에서는 그 동안 여러 테마의 걷기여행책들의 성과와 필자들의 5년 동안의 노하우를 담아 [대한민국 걷기사전]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길들은 30분 정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곳부터 한 나절, 하루, 또는 완주하는 데 며칠씩 걸리는 먼 길까지 다양한 코스를 6개의 파트로 나누어 총 200개의 곳을 소개해주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산길, 들길, 물길>,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바닷길과 섬>, <피토치드 가득한 숲속길>, <조상의 숨결을 느끼는 역사 문화 답사길>, <테마가 있는 마을길, 골목길>, <발길이 이끄는 만큼 걷는 일주길>로 나뉜 길들은 원하는 페이지별로 골아 읽어도 무리가 없으며, 목차에서 지역별로 살펴봐도 무방하다.
차편, 음식점, 민박, 편의점 시설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주변의 관광명소나 역사적 의미 등을 함께 담아내어 많은 길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좋다.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면 한 권의 책에 많은 곳을 담아내다 보니, 관련 사진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고로 걷기사전이라고 명명해놓고도 상징적인 곳의 모습 한 장만 달랑 실어놓고서 그 곳에 대한 설명만으로 독자의 감흥을 일으키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읽으면서 당황한 것은 걷기에 대한 사전이라고 생각하여 올레길, 둘레길 같은 길 위주의 내용을 기대했는데, 책에는 생각보다 많은 산과 섬이 소개되어 있었다. 물론, 산길도 길이요, 섬길도 길이니 괜한 테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산관련 서적에서 만나는 설명과 섬관련 서적에서 만나는 섬에 대한 내용과 하등 다를 게 없어 보여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소개하고자 하는 길에 대한 모습을 최소한 5장 정도는 모습별로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독서하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서문에 길은 앞으로도 계속 변하기 때문에 걷기여행책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라고 밝혔는데, 제목을 '걷기사전'이라고 붙인 만큼 이 책에 소개되지 못한 전국의 아름다운 길들을 더 많이 발굴해내길 바란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아름다운 길이 어디 200개 뿐이겠는가. 내가 가봤으나 여기에 소개되지 못한 길도 이미 열 손가락을 넘어섰건만.

한 편으로는 소개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곳을 여러사람과 공유하는 즐거움도 크겠지만, 사람독만큼 무서운 것이 없어 널리 알려지게 된다면 나만이 아는 호젓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가 없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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