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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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회적 문제를 날카로운 비판과 은유로 고발해오던 작가 무라타 사야카

단순히 사회현상과 사회문제를 고발하기 보다 여기에다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고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소설적인 재미를 곁들여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편의점 인간도 그렇고 소멸 세계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충격적이고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 터무니없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오싹하게 느껴진다.

이 책 지구별 인간도 그 범주에서 그렇게 멀어지지 않았다.

자신을 스스로 마법 소녀라고 칭하는 나쓰키를 처음 봤을 땐 어딘가 지능이랄지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언니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든지 할아버지 집에서의 이야기를 보면 남과 조금 다를 뿐 상상력이 풍부하고 제법 통찰력도 있는... 흔히 말하는 4차원의 사고를 가진 아이 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나쓰키의 일상은 학대받는 아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언제나 감정 과잉인 상태에서 자신의 화풀이 대상으로 나쓰키를 대하는 엄마와 그런 아내를 보면서 모른 척 외면하는 방관자 아빠 그리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와 학교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을 동생에게 퍼붓는 언니... 스스로를 쓰레기통으로 칭하는 것만 봐도 이 집안에서 나쓰키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가족들의 학대는 나쓰키로 하여금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했고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도록 만들었는데 그런 나쓰키의 위치와 감정을 재빨리 간파한 어느 누군가는 자신의 성적 만족감을 위해 나쓰키를 이용한다.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고립되고 힘들어지지만 그런 나쓰키를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던 사촌 유우와 좀 더 자주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나쓰키는 조금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두 사람은 둘만의 결혼을 한다면서 가족들을 충격에 빠뜨린 그날 이후 성인이 될 때까지 만날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사라져갈 즈음 지금의 남편인 도모오미를 만난다.

도모오미 역시 폭력적인 집안에서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아 성과 번식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과 혐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집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이 필요했었고 이런 조건들이 맞아 나쓰키와 가정을 이뤘다.

서로 접촉하지 않은 채 그저 한 집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하면서 만족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런 평범한 일상도 잠시... 도모오미 역시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 결국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되고 휴식을 취할 겸 해서 나쓰키의 할아버지 집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릴 적 유일하게 이해해 주던 유우를 만나 셋은 마침내 자신들에게 출산을 강요하고 공장처럼 모든 걸 똑같이 규격을 맞출 것을 요구하는 이 세계를 거부하기로 결정한다.

자신들은 지구별 사람이 아닌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기에....

그들 세 사람이 살기로 결정한 뒤부터 이야기는 파격적이고 충격적으로 흘러가지만 오히려 그들의 모습이 점점 더 안타깝고 슬프기까지 했다.

결국은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이 세계가 그들에게 가하는 폭력에 끝까지 저항하는 그들은 결국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걸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지만 세 사람은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그냥 닥치는 대로 살면서도 별다른 걱정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순수하다.

그런 모습 즉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고자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더 두렵고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음을 알기에 이들이 결국 파멸하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의 다름도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된 사회에서 남과 다르다는 게 얼마나 힘들 수 있는지... 그리고 출산에 관한 문제조차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필요에 의한 강요를 받는 지금의 모습을 날카로우면서도 충격적으로 그리고 있는 지구별 인간은 처음엔 흥미롭게 읽다 뒤로 갈수록 강해지는 충격파에 다 읽고 난 뒤 정신이 멍함을 느꼈다.

어쩌면 작가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주제...모든것에서 획일화를 강요하고 개인에게 출산을 의무처럼 느끼도록 강요하는 지금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걸 작가는 스스로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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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 퀘스트
기타야마 치히로 지음, 이소담 옮김 / 폭스코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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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때로 생각보다 더 성숙하고 생각보다 더 통찰력이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다.

어쩌면 영원히 아이의 순수한 감성 그대로를 간직한 채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모습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녹아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성큼 성장하고 자라있는 모습이 대견하다가도 때론 아쉽게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 책 서머 퀘스트에 나오는 어른들이 소년 히로키에게 하는 거짓말에는 그런 의미가 숨어있음을 알고 있기에 히로키의 마음도 이해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선택을 한 어른들의 결정 역시 십분 이해가 가는 건 아무래도 내가 자식의 입장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본 탓이 아닐까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히로키는 아빠의 얼굴조차 모르고 자랐다.

게다가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이 말하는 아빠의 죽음에는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히로키는 늘 아빠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으면서도 엄마에게 대놓고 물어보지 못한다.

엄마가 슬퍼하는 건 싫기 때문이다. 이렇게 히로키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착한 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히로키의 궁금증이 사라진 건 아니다.

왜 엄마와 주변 사람들은 아빠의 죽음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왜 아빠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는지...

한 살 한 살 자라면서 아빠와 웃는 눈매가 닮았다는 걸 말고 아빠에 대해 알고 싶어지지만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물어볼 수 없다

그러다 이모, 이모부라 불리는 엄마, 아빠의 동창생 부부의 집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카메라를 몰래 현상해서 그날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히로키는 엄마 몰래 아빠의 흔적을 쫓아 10년 전 사고 현장이었던 곳으로 혼자 길을 찾아간다.

초등학생 히로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마치 히로키의 일기 같은 느낌을 준다.

때론 아이처럼 발랄하면서도 유쾌하지만 때론 그 나이대의 아이처럼 고민도 털어놓고 자신만의 감상을 적어 놓은 게 너무 친근감이 있게 다가온다.

지금 현재 히로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빠에 대해 알고 싶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고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아라타가 자신과 다른 중학교로 진학해 서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라타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싫으면서도 그런 말을 해서 안된다는 걸 알고 있는 히로키는 엄마에게 아빠에 관해 묻지 않을 정도로 또래에 비해 감수성도 좋다.

어쩌면 그런 부분이 더 이 아이가 더 안쓰럽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빠의 죽음에 대한 비밀 외에는 여느 또래 친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히로키의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감정을 과잉해서 묘사하거나 아빠의 부재라는 걸 지나치게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아서 오히려 더 히로키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

또한 남들은 모르지만 부모의 갈등에 자신들의 진학이 도구가 되는 걸 알고 있는 아라타의 선택 또한 어른들의 생각보다 아이들이 휠씬 더 성숙함을 보여주는 예다.

그저 아직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아이들이란 존재는 늘 이렇게 주변 어른들을 놀래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존재가 아닐까

아빠의 흔적을 쫓는 여행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히로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읽고 난 후의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가독성도 좋고 전체적으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덤덤한 필체가 더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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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이드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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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부에서 벌어지는 조직 내의 암투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는 환경 그리고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부리는 횡포에 대한 고발을 이케이도 준만큼 흥미진진하면서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쓰는 작가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임에도 특유의 경쾌함이 있어 읽기에 너무 부담되지도 않고 그럼에도 그 밑에 깔린 고발정신은 날카롭다.

그야말로 아픈 곳을 콕콕 찔러주면서도 지나침이 없는...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즐거움을 주는 작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 내에서 다음 회장으로 유력시되는 다키가와 상무의 합병 계획에 반대되는 문건을 작성해 그 계획을 저지했다는 이유로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혀 끝내는 엉뚱한 곳으로 좌천된 기획실의 에이스 기미시마

게다가 새로 발령받은 요코하마 공장에서는 평소 관심도 없었고 룰조차 제대로 모르는 럭비팀마저 그의 책임하에 놓여있다.

이곳에서도 특유의 기획력을 발휘하기 위해 팀 운영을 들여다보니 매년 엄청난 금액의 적자를 모 기업이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럭비협회에서는 그 어떤 자정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각 기업에서 내는 출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처지다. 이래서는 앞으로 발전은커녕 팀이 살아남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기미시마는 특유의 뚝심과 기획력으로 럭비팀 아스트로스의 인기를 끌어모으기 위해 우선 요 근래 부진한 성적으로 간신히 체면치레에 머물고 있는 럭비팀을 새롭게 정비하고 팀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감독을 구한다.

그리고 연고지 내의 주민들과의 화합을 도모하고 기업과 주민과의 거리 해소를 위한 일환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등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서서히 팀 내 분위기도 그렇고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만 여기서도 언제나 자신이 가진 기득권만 주장할 뿐 어떤 변화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 고인 물이 있기 마련...기득권들은 그들끼리 뭉쳐 반격을 가하며 변화에 저항한다.

하지만 아스트로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모여드는 등 이미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은 불기 시작했다.

사실 한 번의 승부로 승패를 결정하는 스포츠 세계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그게 모두 스포츠 정신처럼 정정당당하거나 옳은 방법만은 아니다.

여기에서도 상대팀의 전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팀의 주전 선수를 빼가거나 자신들과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지는 협회를 움직여 자신들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는 감독을 내세우는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럭비를 사랑하고 럭비를 마음껏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 모든 부조리함과 억울함을 참고 견디며 오늘도 땀 흘리고 노력하는 럭비팀 아스트로스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새로 온 감독의 지도아래 기미시마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새로운 전설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잘 짜인 스토리가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연상케했다.

역시 매너리즘에 빠진 채 별다른 노력 없이 경기를 하고 어느새 지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팀이 야구에 전혀 문외한인 외부 인사 한 명으로 인해 팀 전체가 달라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 인기를 끌었었는데 그 외부 인사 역할을 하는 게 이 책에선 기미시마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일에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고지식한 인물로 자칫하면 미운 털이 박혀 낙오되기 쉬운 유형이다.

이 책에서도 쉬운 길로 갈 수 있었음에도 타협하지 않은 결과로 결국 낙오되어 생각지도 못했던 럭비팀을 맡았지만 그가 참여한 럭비팀은 그의 합류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된다.

럭비라는 경기가 익숙하지 않아 경기에 대한 이야기나 작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선 다소 헷갈렸지만 그 속에서 숨 쉬는 럭비 팀원들의 이야기... 즉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팀에 대해 느끼는 불안 같은 건 그 모습만 다를 뿐 우리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다.

지나치게 무겁지않으면서도 그 속에 많은 걸 함유하고 있는 노사이드 게임

일본에서 드라마도로 인기였다는 데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로 만들어도 괜찮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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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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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친밀한 반려동물 중 하나인 고양이는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꺼림직하게 여기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다른 애완동물보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동물 중 하나인데 거기에는 상대적으로 사람에게 충실하다고 여기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은혜를 갚는 만큼 자신에게 해를 가한 사람에게 반드시 원수를 갚는 영물이라고 생각하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고양이를 둘러싼 괴담이나 공포소설에 소재로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마성의 고양이가 활약하는 달콤 살벌 다크 판타지라는 설명이 붙은 이 책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는 책 소개를 보고 표지를 봐서 괴담보다는 동화적 판타지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고양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기묘한 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얻고자 하거나 혹은 자신도 몰랐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책에는 서장을 포함하면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와 사연이 나온다.

그 들 대부분은 막다른 곳에 다다라 어찌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거나 잦은 실패로 자신감을 잃고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사람들이 어찌어찌해서 산속 깊은 곳으로 마치 홀린 듯이 올라와 고풍스럽지만 어딘지 수상쩍은 여관에 묵게 되고 그곳에서 각자가 두려워하거나 회피하고자 했던 현실과 마주하게 된 후 마침내 인생의 다음 단계를 넘어가게 된다는 게 이야기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채 자라 어느 순간부터 사랑받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던 여자가 나오는가 하면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회사일에 전념했지만 돌아보니 여전히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여자가 나오고 즐거운 마음으로 동아리에 들어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즐거웠던 운동이 죽기보다 싫은 일이 되어 버린 소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 언제나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보다 도망치는 쉬운 길을 선택했던 남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각 에피소드에 나오는 사람들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을 마치 들여다본 것처럼 악몽을 꾸거나 현실인지 환각인지 모호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쫓겨 벼랑 끝까지 몰려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현실의 문제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침을 당한다.

어쨌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을 강요당한 사람들은 그 여관을 나오면서 지금까지의 삶과 매듭을 짓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들여다보면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와 흔한 소재를 가져와 예로부터 내려온 전설 속 고양이의 이야기를 결합해 흥미로운 내용으로 탈바꿈했다.

재밌는 건 여관에 상주하는 고양이들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였다.

고민이 있고 방황하는 손님을 이끌어주면서도 호의를 가지고 있다기보다 오히려 인간을 경멸하고 싫어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어떤 선택을 하든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다는 듯 보였던 그들의 태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키를 쥔 건 한 사람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태도에 따라서다.

무겁지 않은 소재와 판타지의 적절한 배합 거기에 잘 몰랐던 고양이에 관한 각국의 동화나 전설에 관해서 다양하게 풀어놓아 그걸 읽는 재미 역시 쏠쏠했다.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어느 편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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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하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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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제법 소장하고 있는 츠지무라 미즈키... 그녀가 처음 호러 장편소설을 썼다는 것부터 일단 호기심을 불러온다.

일상과 비일상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의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묘사하는 작가가 그린 호러란 어떨까

소재는 뭘까

호러라고 하면 우선 떠올리는 괴담이나 초현실적인 거? 아니면 잔혹하기 그지없는 살인마의 살인 행각?

하지만 작가는 이런 내 예상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우리 주위의 일상에서 늘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그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극대화한 게 사뭇 공포스러웠다.

무서운 악몽으로 나타나 사람들을 두렵게 하지만 현실을 무너뜨릴 수 없는 귀신보다 현실에서 나와 매일 마주 보는 평범한 사람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일단 시작은 늘 그렇듯 낯선 전학생이 혹은 낯선 누군가가 내 일상으로 새롭게 들어오면서부터다.

평범했던 일상은 낯선 이방인의 존재에 의해 알게 모르게 흐트러지기 시작하지만 그 변화를 눈치채기엔 너무 교묘하고 은밀하다.

그래서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고 이상하다 생각될 즈음은 벌써 낯선 이방인이 주위의 모든 걸 장악하고 난 뒤...

게다가 그 사람에게 힘을 보태는 건 내가 매일 보는 사람이거나 친구 심지어는 가족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로 사방이 포위되었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그들은 그렇게 평범한 얼굴로 내 주위로 다가와 하나둘씩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자신의 생각을... 가치관을 들이밀며 받아들이길 강요하고 끝내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뭐가 문제인지 눈치채지도 알지도 못한다.

그렇게 서서히 오염되었다. 모두가 야미하라에게...

첫 장에서는 평범한 사립 고등학교에 낯선 전학생이 오면서 시작된다.

처음부터 한 소녀에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거리낌 없이 사적 영역까지 침범해오다 그 여학생에게 집으로 찾아가도 되는지를 묻는 모습은 누가 봐도 공포스럽다.

여학생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꺼린다는 걸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밀어붙이는 걸로 모자라 여학생이 마음속으로 흠모하던 한 학년 위 선배와 가까워지는 걸 두고 협박성 발언까지 거침없이 내뱉는다.

창백한 얼굴에 마른 몸매 어딘지 멍한 듯한 눈에 사회성이라고는 1도 없는 듯한 그의 이름은 시라이시

뾰족뾰족한 이빨에 고르지 않은 치열... 결정적으로 미소라고 짓는 게 아주 사악하게 느껴진다.

누가 봐도 섬뜩한 인상에 하는 짓까지 이 모양이니 여학생이 겁을 먹고 두려워할 만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어둠을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세뇌시키는 야미하라들을 물리치는 사람 즉 또 다른 의미의 야미하라였다는 게 키포인트!!

이렇게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새롭게 리모델링된 후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아진 아파트 단지에 연쇄적으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한다.

그곳에 이사 온 여자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모인 학부모들 모임에서 이질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두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을 관찰하면서 지켜보는 위치에 있다 어느샌가 그 들 속에 들어가 자신도 모르는 새 감염당한 채 두려움에 쫓기는 모습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아이를 키우고 학부모회 같은 모임 비슷한 걸 해 본 적이 있다면 이런 분위기가 어떤 건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른 그야말로 아이라는 공통적인 매개체만 없으면 서로 마주할 일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시기와 질투가 넘치고 사람들끼리 은근히 편을 갈라 서로 흉을 보기도 하는 등 피곤한 일의 연속이다.

그런 점을 작가는 캐치해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악의로 물들여가는 야미하라로 인해 공포스럽게 변해가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이웃에서 사람들의 악의가 빚어내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데 그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더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러웠다.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화자 역시 달라서 단편처럼 느껴지지만 마지막에는 그 이야기들을 한 데 묶는 비밀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반전을 보여주는 야미하라

역시 호러 소설도 츠지무라 미즈키다운...그녀만의 느낌으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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