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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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일명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읽으려고 찾으면
책이 보이지가 않았다.
어떤 날은 우리 냥냥이 집에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화장실 서랍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 나는 여기다가 책을 둔 기억이 없는데~ 하고
남편을 추궁했다.
끝까지 '냥냥이의 소행이오!'를 주장하던 남편은
띠지에 적힌 '당신, 제발 좀 죽어주지 않을래?'를 보고
얘가 드디어 날 죽이려고 공부하는구나 싶어서
책을 못 읽게 출근 전에 자꾸 숨겨놨단다.

*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당신을 죽이냐~ 부터 시작해서
갖은 회유와 협박 끝에 서로
원만한 합의를 이루고 나는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요놈~ 설마~ 혹시~ㅋㅋㅋㅋ
그래도 합의한 바가 있으니 절대로
책에 나온 트릭은 쓰지 않겠어!ㅋㅋㅋㅋ

* 완전 부부 범죄는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를 쓰신
황세연 작가님의 신작 소설이다.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이한 것은 이 단편이 모두
부부 살인이라는 테마로 쓴 것이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당신.
그들은 왜 그렇게 서로를 죽이려고 했을까?

* 치매에 걸려 수시로 기억이 리셋되는 하정씨를
그린 '결혼에서 무덤까지'는 첫 편부터
감탄을 날리게 했다.
사실 단편집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여기서부터 이미 기대감 뿜뿜!!
바람피우는 남편을 죽이는데 치매 따위!
아무것도 아니지~

* 소설가를 꿈꾸는 남편과 사는 지영씨.
그런데 남편의 소설이 심상치가 않다.
아내를 가장 우아하게 죽이는 방법에 대해
조사하는 남편을 보고
먼저 손을 쓰게 되는 지영씨.
과연 이 부부의 결말은?

* 오래도록 범죄 없는 마을이라고
표창을 받아온 곳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안에 숨겨진 불명예스러운 일들.
과연, 이 마을은 진정한
범죄 없는 마을일까?

* 네 번째 '진정한 복수'를 읽고 나서는
소름이 오소소소 돋았다.
가정 문제 상담사로 잘나가는 순석씨.
첫눈에 반한 아내였지만 그녀의
과거를 알고 나서는 한순간도 함께하기 싫었다.
직업 때문에 이혼을 할 수도 없었던 그는
결심하게 된다.
아내를 죽이기로. 단 남의 손으로.

* 다섯 번째 '비리가 너무 많다'는
첫 장면에서 여자인 내가 봐도
미친X이 분명해 보였다.
남들은 어떻게든 안 가려고 버티는 군대를
이미 다녀왔으면서도 또 가겠다고?
다시 군대에 가겠다고 사정하게 되는
그의 사정은 무엇일까?

* 이혼을 하고 없는 돈을 긁어모아서
시골에 마련 집이 사실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집터라면?
여섯 번째 '보물찾기'는 내 생각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냥 잠시 쉬어가는 코너 정도?

* 그런데 일곱 번째 '내가 죽인 남자'부터는
또다시 두근두근 했다.
내연녀와 밀회를 즐기던 아모르 모텔.
여기서 내연녀의 남편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 범인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 나다.
왜? 나는 형사니까.

* 마지막 '개티즌'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최근에 가까운 이야기처럼 보였다.
방송사가 사정사정해서 모인 사람들.
그들은 방송 촬영을 위해 무인도에 입성하게 된다.
그런데 왜 방송국 사람들은 하나도 없는 거지?
몰래카메라인가 싶을 때 즈음,
태풍과 함께 살인마의 습격이 시작된다.

* 책을 펴자마자 너무 완벽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단편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만큼 탄탄한 이야기 구성이었다.
딱 이 정도에서 만족스러운 이야기도 있었고,
아, 이건 조금더 길게 써줬으면~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는게 부부라는데.
어쩌면 맺는 것도 끊는 것도 가장 어려운 것이
부부가 아닐까 싶다.
재밌는 책이어서 완전 추천이나
절대!! 배우자에겐 보여주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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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쿠라이 미나 지음, 현승희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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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는

빈페이지 출판사에서 받아본 책이었다.

초록초록한 표지에 이끌려서,

교복을 입은 아이에게 기대어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서

신청했던 책이었다.


* 물론 할머니의 유산을 받기 위해서

함께 살아야한다는 특별한 조건이

눈에 띄기도 했다.

어디서, 누구랑, 왜?

단순한 유산 상속을 위해서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대체 유산 금액이 얼마이길래~ 라는

속물적인 생각도^^


* 열 일곱살인 하나시로 가에.

아직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미성년자이지만 가에는 혼자서 살고 있다.

엄마는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아빠는 개망나니였다.

가에가 아르바이트한 돈을

훔쳐 달아날 만큼.


* 개차반이 아빠가 또 가에의 돈을

훔쳐서 도망갔다.

찾아온 집주인 아줌마는

1년 동안이나 월세를 밀렸으니

이만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

혈혈단신의 몸으로 가야할 곳이 없는 가에가

집 주인에게 빌면서 애원할 무렵,

한 여자가 가에를 찾아왔다.


* 가에를 찾아온 여자 다마키는

그외할머니의 사망소식과 함께

유산 상속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당장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던 가에는

깊게 고민할 이유도 없이

다마키를 따라 할머니의 집으로 갔다.


* 다마키를 따라서 할머니 집으로 간 가에는

또 다른 유산 상속자들을 만나게 된다.

할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가에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모 리사코.

집에서는 여장을 하고 있어서

이모라고 생각되는 외삼촌 고타로와

할머니의 유산 상속을 받기 위해서

한 지붕 밑에서 살게 된다.


* 다마키는 유산 집행인으로서

그들이 한 지붕 밑에서 살고, 유산 상속에 대한

도움을 주며 음식과 청소 등 집안일을 해준다.

가에는 할머니의 고양이 리넨과

현금을 분할로 상속 받게 되었다.

고타로는 3.5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리사코는 집을 비롯한 부동산을 받게 되었다.


* 하지만 이 유산 상속은 단번에

이루어지는게 아니었다.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먼저 그들은 한 지붕 밑에서

유산 상속이 마무리 될 때까지

같이 살아야만 했다.


* 가에는 리넨을 상속 받기 전에

리넨과 친해져야 했지만 그녀는

고양이를 싫어했다.

그것을 아는지 고양이 리넨도

가에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 고타로의 3.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는

사진과 감정서는 있었지만

실물은 없었다.

이 반지를 어디서 찾아야 하지?

리사코는 등기를 치지 않은 토지 가옥에

열 여섯명의 상속인이 더 있었고,

이들 모두에게 포기각서를 받아야만 했다.


* 금액이 제법 되는 유산 상속이지만

포기하면 편하게 살 수 있지 않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이라도 유산 상속을 포기하면

나머지 두 사람의 몫까지 포함해

전액 사회에 환원이 된다.

나 하나만 안받고 끝날일이 아니었다.


* 그렇게 시작된 기묘한 동거.

처음에는 뭐, 저런 어른들이 있나하고

대단히 기분이 나빴었다.

특히 이모인 리사코!!

아니 나이가 마흔 열덟이라면서

왜 이렇게 철딱서니가 없는지.

뇌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지 진짜

할말 못할 말 구분도 못하고

그냥 마구 쏟아낸다.

옆에 있으면 뒷통수라도 때려서

입을 다물게 해줬을텐데🔥🔥


* 고타로도 조카인 가에에게 처음에는

그다지 친절하지 못했다.

매일 리사코와 독설을 나누며 싸웠다.

집에서는 여자인 히마리로,

밖에서는 남자인 고타로로 있었지만

나중에는 가에에게 진학 상담과

공부를 가르치고, 가에를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보호자가 되려는 노력은 했다.


* 유산 집행인으로서 끊임없이

의심을 받는 다마키.

리사코는 그녀가 마사코의 음식에

독을 넣어서 죽였다고 의심한다.

고타로도 내색하지는 않지만

유의깊게 다마키를 지켜보고 있다.

가에 역시, 어느날 실수로 문을 열게 된

탈의실에서 다마키의 흉터를 보고

의심을 뭉게뭉게 피우게 된다.


* 이야기가 진행 될 수록

어째서 마사코가 네 사람을 같이 살게 했는지,

그녀의 의도와 마음씨가 속속 드러난다.

삶의 방식도 다르고, 연령도 다르다.

가치관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사코는 그들을 모아놓았다.


* 네 명의 사람과 고양이 한마리가

그리는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마지막 장면에는 코끝이

찡~해지는 울림도 있었다.

오랜만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읽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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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의 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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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드비에서 서평으로 받아본 책.

'마트료시카의 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러시아였다.

러시아 인형으로 유명한 마트료시카.

큰 인형 안에서 인형들이 계속 나오는

러시아 전통 인형인데

이게 미스터리 장르와 접목되었다고?

어찌 안읽어볼수가~


* 첫번째는 위험한 도박.

한 남성의 사진을 들고 다니며

그를 찾는 사립탐정의 시점이다.

그 남자는 어젯밤 살해되었고,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어떤 물건을 찾는 탐정.


* 탐정은 찻집 주인장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피해자의 행적을 따라

헌책방을 돌아다니게 된다.

이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생각도 나면서

서점 주인들이 이야기하는 책들도

모두 읽어보고 싶었다.

실제로 있는 책이기는 한걸까.......?

나름 반전도 있으면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치를 높혔다.


* 두번째는 '2021학년도 입시'라는 제목의 추리소설.

입시라는 제도와 추리가 어떻게 접목이 될까,

입시 시험을 내는 사람을 누가 죽이나?

입시 스트레스를 받은 학생이 죽는건가? 했는데

이게 웬걸,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서 학생들의

입시제도도 달라지게 되었다.


* 논술 시험이 추리 소설 속 범인 찾기라니 +ㅁ+

이거이거, 나였으면 무조건 떨어졌을 것 같다.

좋아는 하는데, 늘 추리에 실패하는 나로서는

서울대보다 이게 더 어려울지도ㅋㅋㅋ

블로그와 그에 따른 댓글들, 인터뷰 형식의 이야기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나의 온라인 책친구님들도 생각났다.


* 세번째는 책의 제목과 같은

마트료시카의 밤이다.

잘나가는 소설가 양반과 편집자가 주인공이다.

소설가는 편집자에게 추리 소설 속

모순을 확인하기 위해서 연기를 하자고 한다.

편집자가 소설가를 죽이고 작품을 빼간다는 내용인데

어머나! 분명 연기라고 했는데!!!

왜 점점 실제가 되어가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툭 튀어나온 반전!


* 그런데 이 반전이 좀 끝이 없다.

왜 책과 소설의 제목이

마트료시카의 밤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추리소설에서 반전은 늘 흥미롭고

뒷통수가 얼얼한 매운맛 반전은 늘 반갑지만

이게 계속되다보니

나중에는 좀 어지러운 기분이었다.

회전목마를 타고 뱅글뱅글 도는 듯한 기분.

그래도 나름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

이라는걸 살려내려고 애쓴 모습이 좋았다.


* 마지막 6명의 격앙된 마스크맨.

이건 솔직히 내스타일이 아니었다.

전일본 학생 프로레슬링 연합이라는 학프연의

여섯 멤버들이 모여서 이끌어가는 이야기이다.

추리 그 자체로만 본다면 반전도 있고

숨겨둔 인물도 있어서 나쁜 편은 아니다.


* 하지만 '레슬링'이라는 종목은 매니아층이

주를 이루고 있고,

내가 본 레슬링이라고는 무한도전의 레슬링이 다였기 때문에

사실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레슬링을 어쩔수 없이 선택을 했을지는 몰라도

대중적으로 조금 더 유명한 스포츠였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 네 작품 모두 코로나 형태의 시국을

반영했고, 이는 읽는 이로 하여금

팬데믹에서 내가 생활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게 했다.

적절한 소스처럼 잘 버무려진 이야기들.

그러나 모두 다 좋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모두 다 안좋았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우와 +ㅁ+! 에서

아.........ㅜㅜ 로 끝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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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는 소녀들
스테이시 윌링햄 지음, 허진 옮김 / 세계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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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인친님인 부인님의 피드에서
처음 봤던 책이다.
부인님의 극찬에 이건 무조건 저장각이다! 하고 있었는데
오모나!!!! 서평이 올라오다니+ㅁ+
보통 서평에서는 저요!! 하고 손만 드는데
이 책은 내 두 손과 두 발,
냥냥이의 손과 발도 빌려서 다 들었다ㅋㅋㅋ

​* 그렇게 받아본 책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꼬꼬무 형식 이야기 편지에
완전 기대 만발!!
편지 읽으면서 요기 마케팅 팀
일 참 잘하시네~라고 생각했다.
나의 '과몰입 메이트'라는 담당자님의
문구에 내적친밀감 뿜뿜!!
그렇게 과몰입 메이트와 함께
초대된 책 안으로 들어갔다.

* 서른 두 살의 심리상담사 클로이 데이비스.
클로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부유하고
행복한 여성일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주는 오빠 쿱이 있고,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완벽한 약혼자
대니얼이 늘 그녀의 곁을 지켜주었다.

​* 그녀만의 근사한 상담실이 있고
여섯 자리의 수입에 2층짜리 집까지.
누가봐도 완벽한 여성의 클로이였지만
사실 그녀는 보이는 것 만큼 행복하지 못했다.
'망가진 클로이.'
그녀가 종종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

​* 어릴 적 클로이는 그냥 평범한 아이였다.
악어를 보고 기뻐하고 오빠와 같이 늪과
집 주변을 뛰노는 어린 아이.
그런데 열 두살에 그 삶이 무너지게 된다.
클로이의 마을에서 여섯 명의 여자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은 마을을 둘러싼 공포가 되었다.
그리고 클로이의 아빠가 범인으로 밝혀지면서
클로이에게 이 일들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클로이는
많은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
어둠도 무서워하고, 누군가가 놀래키는 것도 싫다.
누구도 믿지 않으려고 하고
가끔은 벤조디아제핀계열의 약에 의지하기도 한다.
대니얼과의 결혼식 준비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던 클로이는
뉴스를 보고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 20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어린 소녀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것도 클로이와 훨씬 가까운 곳에서.
트라우마가 건드려진 클로이는 두려움에
벌벌 떨게 된다.
아빠와 똑같은 수법으로 살해되는 소녀들.
아빠는, 지금 감옥에 있는데.....?

​* 처음부터 끝까지 클로이의 시선으로 펼쳐진
이야기는 생각보다 잔잔하다는 느낌이었다.
상처받은 이가 애써 덤덤하게 툭,
'나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내던지는 모습이랄까.
'20년 전 사건 범인의 딸'이라는 클로이의 시선이라
잔인한 장면 묘사도 없다.
그런데도 좀 기분이 요상스러워진다.
클로이에 몰입되어서 그녀의 죄책감과
고통들이 공유되는 느낌이었다.

​* 199년과 2019년을 오가는 장면도
큰 거리낌없이 자연스럽게 오가게 된다.
이런 부분들은 자칫 잘못하면 몰입을 깨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전혀, 절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더 몰입감을 높여준다.
12세의 클로이와 32세의 클로이.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얽혀서
정말 띠지의 문구처럼 지독하게
훌륭한 스릴러를 만났다.

​* 가독성 또한 좋아서 잠깐 자기 전에
읽는다는 것이 새벽 3시까지 다 보고 잤다.
하루 종일 어떤 문장으로, 어떤 형식으로 써야
이 책의 훌륭함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해봤지만
역시, 나의 부족한 필력으론 어림도 없다.

​* 범인을 눈치챘어도 그 떡밥 회수에서는
저절로 엄지척이었다.
그냥 무조건 강추. 적극적으로 추천!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한다.

​PS. 후속작 안내놓으면 부인님이랑 같이

본사 앞에서 이인 시위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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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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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프라하'는 로망의 도시이다.

어릴 적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안에서 본 프라하는 내가 생각했던

동화 속 세상과 꼭 닮아 있었다.

빨간 지붕과 맑은 하늘은 지금 생각해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 늘 신혼여행은 프라하로 갈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 때가 되어도 가지 못했다.

냥냥이를 긴 시간 동안 혼자 둘 수 없던 엄마의 불안함과

장시간의 비행을 감당할 수 없었던

나의 몸 상태가 가장 큰 이유였다.

결국 가까운 곳으로 신혼여행을 가고,

나머지 기간은 집에서의 쉼을 선택했다.

그랬기에 프라하를 배경으로 나온 소설이 더욱 반가웠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처음 받아본 책이

'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이다.


* 코 끝이 시리도록 추운 프라하의 겨울.

한국의 겨울도 춥지만, 프라하의 겨울은 유독

더 추운 것만 같이 느껴진다.

한 때는 이곳에서 사랑을 속삭였던 그를

잘 떠나보내기 위해, 잊기 위해서 다시

프라하를 찾은 수빈.

그녀는 '마민카'라는 식당에 들어가게 된다.


* '마민카'는 체코어로 '엄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마민카 식당의 주인은 엄마가 아니라

젊은 총각이다. 그것도 한국인.

마민카 식당의 주인 해국에게서 따뜻한

한식을 받아든 수빈과 어딘지 모르게

우울해 보이는 수빈이 신경쓰이는 해국.

그 사이로 수빈의 친한 동생인 단비와

해국의 친한 동생인 지호가 들어왔다.


* 낯선 땅, 아무도 없는 타국에서

서로를 만나 알아보고 인연을 쌓아가던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아픔과 상실을

서서히 보여준다.

'이혼'이라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돌게 된 수빈,

자신의 전부였던 어머니를 잃고 유럽에 가보는게 소원이었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프라하에 식당을 차린 해국,

4살 때 가족과 함께 프라하로 넘어와서

체코인도 한국인도 아닌 경계인이 되어버린 지호,

과도한 경쟁에 죽어라 노력했지만

친구들보다 뒤쳐졌다 생각하는 단비.


* 이 청춘 네 남녀가 만들어가는 프라하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마민카 식당을 찾은

한국인, 혹은 체코인들의 아픔이나

그들의 다양한 삶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이야기는 오롯히 딱 네 남녀에게 집중되었다.

막상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대로 흘러갔더라면

요즘 유행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 작가님이 투영되는 듯한 섬세한 문장과

눈 앞에 선명히 그려지는 프라하의 배경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 느낌이 조금 강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울림이 강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상처로부터 도망을 쳤든

당당히 마주보려고 했든 그들은 프라하에서 만났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과거로부터 벗어나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를 살아가게 했다.


* 책 중간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

나는 지금 현재에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나는 내 스스로가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자신감이든 자존감이든,

나는 언제나 '이런 것에 지치지 않아!'

'이런 것에 굴복하지 않아!'를 마음에 새기며 산다.


*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상실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많은 방황을 했고

많은 아픔을 겪었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

혹자는 오기이고 치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나에게 저 말들은 힘을 내는 주문이었다.


* 내가 했던 고민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들의 과거를 보며 그들의 현재도

나름 평안한 현재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과거의 인고가 없었다면 현재의 단단한 나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그 시간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주변을 지켜주는 이들이 곁에 있다면

이겨내지 못할 일들도 없다.


*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려는 프라하.

그들은 나름대로 여전히

서로의 곁을 지키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프라하의 겨울에서 만난 따뜻한 온기를 가진

이 인연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소설 같은 에세이, 에세이 같은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완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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