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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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소설 #남편과아내 #KL슬레이터 #박지선 #반타 #협찬도서

* 반타에서 또 어마무시한 책을 들고 왔다.
『남편과 아내』.
사랑으로 맺어지고 법이라는 제도에 묶여
일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관계, 반려(伴侶).
그러나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어도
남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언제든 배반으로 돌아설 수 있는 반려(叛戾).
이 책 속의 남편과 아내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 니콜라는 오늘 아들의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아들 파커, 며느리 루나, 그리고 손자 바니.
파커는 회사 행사로 1박 2일 자리를
비우게 되어 바니를 맡기기로 했고,
노부부에게는 손자를 만날 수 있는 더없이 반가운 기회였다.
하지만 루나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고,
파커는 바니와 짐만 내려준 채 서둘러 떠나려 한다.
그러면서도 니콜라에게는
“내일 꼭, 아버지와 아내 몰래 할 말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 즐거운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새벽,
노부부에게 불행이 닥친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경찰은 파커 부부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연락도 없이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는
말에 니콜라는 급히 병원으로 향하고,
생사를 오가는 아들과 상대적으로
덜 다친 며느리 루나를 마주한다.

* 손자 바니를 위해 아들의 집에 들른
니콜라는 또 한 번의 충격을 받는다.
집은 매물로 나와 있었고,
부부는 각방을 쓰고 있었다.
아들이 자신에게 비밀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진다.
그러다 충동적으로 가져온 쓰레기봉투 속에서,
몇 주 전 살해된 세라 그레이슨 사건의
핵심 증거물인 스카프를 발견하게 된다.

* 파커는 스카프를 무조건 버리라고만 말하고,
루나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경찰에 신고해버린다.
그렇게 파커는 생사를 오가는 와중에 용의자가 되고,
니콜라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은 죄책감에 휩싸인다.
통제하려 드는 루나의 엄마 마리,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루나.
이야기는 점점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균열을 드러낸다.

* 너무 생각 없이 움직이는 니콜라의 모습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아니, 아줌마 쫌!!!!!
제발 생각 좀 하고 움직여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마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어쩜 그렇게도
꼴보기가 싫어서, 옆에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 이 책에는 세 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특이해 보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관계들이다.
책을 덮고 무심코 남편을 쳐다봤더니
“이상한 책 읽고 눈 좀 그렇게 뜨지 마”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문득, 여자는 직접 말하지 않으면 빈칸을 스스로 채워서
열 배는 더 안 좋은 상상을 한다는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 초반부터 범인이 드러나기까지의
전개는 매우 탄탄하고 흡인력이 있다.
다만 결말부에서는 몇몇 인물의
감정과 선택이 충분히 설득되기보다는
조금 급하게 정리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섀넌 오루크의 억울함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고,
마리가 보이는 마지막 태도 역시 선뜻 이해되지는 않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과 진범을
드러내는 방식만큼은 신선했다.
부부, 부모와 자식, 그리고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 얼마나 많은 비밀과
오해가 쌓일 수 있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감사의 말에서 애정하는 작가
앤절라 마슨스의 이름을 발견한 것도 반가웠다.
천재 옆에 천재라니,
이 조합은 반칙 아닌가 싶다.

@ofanhouse.official
#잘읽었습니다
#부부 #자식 #가족 #교통사고
#스카프 #비밀 #폭로 #심리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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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노래를 불러라 2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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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우리의노래를불러라 #오승호 #이연승 #블루홀6 #출판사 #도장깨기

*2026년의 첫날.
이어서 읽은 승호 오빠의 『우리의 노래를 불러라』 2권.
사토시라는 옛 친구의 죽음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젊은 건달 사토시와 숨겨진 금괴의 행방을 쫓으며,
전직 형사 가와베는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꺼내 든다.

* 그는 잠시 현재에 머물렀다가,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간다.
형사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그리고 ‘영광의 5인조’가 다시 모였던 그때로.
윗선에서 덮으려 했던 사건을 형사의
양심으로 끝까지 파헤친 대가로,
가와베는 수사 일선에서 배제되고
노골적인 괴롭힘까지 감내해야 했다.

* 그 무렵, 영광의 5인조 중 한 명인
고쇼에게서 연락이 온다.
오랜만의 연락이었지만 내용은 반갑지 않았다.
과거 그들이 흩어지게 된 사건을
빌미로 협박을 받고 있으며,
협박범은 인당 200만 엔, 총 1천만 엔을 한 달 안에
준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 고쇼의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가 내민 증거를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가와베는 그의 부탁을 받아, 은행에 취직했다는
또 다른 친구 긴타를 찾아 나선다.
긴타는 먼저 연락을 해오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전화로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와베에게, 영광의 5인조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던 후카와 그들에게
우상과도 같았던 세이 씨를 찾아오라고 말한다.

* 한편 가와베는 사토시, 고쇼와 함께
노래방에서 조촐한 동창회를 연다.
협박범에 의해 억지로 다시 모인 친구들.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그들은 모든 것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리고 술잔을 던지는 고쇼를 보며 가와베는 직감한다.
이제는 끝이다. 우리는 끝난 것이다.

* 긴타의 말처럼, 과거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일까.
그날 이후 그들은 어떤 연락도, 어떤 만남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사토시의 죽음 이후, 마치 운명처럼
‘영광의 5인조’라는 이름이 다시 떠오른다.
시게타와 함께 사토시가 남긴 금괴의 수수께끼를 풀수록,
가와베는 자신들보다 한 발 앞서 있는 누군가의 존재를 느낀다.
그리고 그 인물이 긴타임을 확신하게 된다.

* 조사를 거듭하고 과거를 곱씹을수록,
가와베는 자신이 쌓아온 세계관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얼마나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오랜 친구의 배신과 우상의 실체를 마주하며 큰 충격에 휩싸인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사토시의 수수께끼가 가진 진짜 의미.
그 의미를 가와베와 함께 깨닫는 순간,
나는 코끝이 찡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 새해라며 안부를 묻는 친구들이 떠올라, 괜히 더 서러워졌다.
사토시는 이 수수께끼를 남길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행복했을까, 과거가 그리워 서러웠을까.
그 시절이 너무 눈부셔서, 차마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을까.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새해 첫 책으로 이 작품을 고른 나 자신에게
괜히 한 번 더 셀프 칭찬을 하게 됐다.

* 일본 문학 속 수수께끼라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그 마음만큼은 정확히 전해졌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그 노래가 어떤 노래였는지.
떠나버린 시게타와 키리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지지만,
승호 오빠는 그 이후를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듯하다.
적어도 가와베가 그들에게 남긴 기억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좋은 스승이 되어줄 것 같다.
하…… 새해부터 또 반했다, 이 오빠♥

* 출판사 도장깨기 63/94

#금괴 #친구 #동창회 #우정 #노래
#과거 #현재 #협박 #거인 #황금
#2026 #독서 #첫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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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노래를 불러라 1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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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우리의노래를불러라 #오승호 #이연승 #블루홀6 #출판사 #도장깨기

* 2025년의 마지막 책은 블루홀6로 정했다.
그리고 2026년의 첫 책 역시 블루홀6로
열고 싶어 들게 된 작품이 바로
『우리의 노래를 불러라』.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아껴두었던 승호 오빠의 책이다.

* 제목부터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누구이며,
그들이 부르고자 하는 노래는 무엇일까.

* 이야기는 독거노인처럼 살아가던 가와베에게 걸려온
한 통의 낯선 전화로 시작된다.
대뜸 이름을 확인하는 상대방과의 짧은 실랑이 끝에
전해진 소식은 오래전 이름, 고미 사토시의 죽음이었다.

* 상대방은 니시보리로 와 달라고 했고,
가와베는 사토시의 죽음을 확인한 뒤
그동안 그를 돌봐왔다는 시게타라는 청년에게서
사토시의 마지막 시간에 대해 듣게 된다.
술에 절어 지내던 옛 친구,
그리고 그가 숨겨두었다는 유산 이야기까지.

* 사토시는 자신이 금괴를 숨겨두었다고 했고,
그 금괴의 위치는 ‘영광의 5인조’만이
풀 수 있는 수수께끼로 남겨두었다.
자신이 죽으면 가와베에게 연락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시게타는 금괴를 찾아
7대 3으로 나누자는 제안을 한다.

* 하지만 가와베는 사토시의 죽음을
단순한 자연사로 보지 않는다.
에어컨이 켜진 방에 사토시를 그대로 둔 채
시게타를 데리고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눈다.
전직 형사였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사토시의 목에 남은 작은 주사 바늘 자국이었다.

* 살해.
사토시는 살해당했다.
그렇다면 범인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살인의 동기는 정말 금괴였을까.

* 가와베는 이 사실을 시게타에게 알리며,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그들이 어린 시절 겪었던 사건부터
고등학생이 되어 ‘영광의 5인조’가
뿔뿔이 흩어지게 된 이야기까지
과거를 하나씩 풀어낸다.

* 1권은 사토시의 죽음으로 시작해
과거로 깊숙이 들어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를 취한다.
이야기가 어디로 향할지,
마지막이 어떤 모습일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저 승호 오빠가 안내하는 길을
묵묵히 따라 걸어갈 뿐이다.

* 60대의 전직 형사 가와베와
어린 건달 시게타의 케미도 인상적이다.
묘하게 친하지 않은 부자지간을 떠올리게 하는 관계.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 괜히 걱정되는 사이랄까.
시게타를 슬쩍슬쩍 긁는 가와베의 말투와
그에 약 올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시게타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져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 아마 2권에서는
사토시의 죽음에 대한 해답과
그가 남긴 수수께끼의 진실,
그리고 사토시를 제외한
다른 ‘영광의 5인조’ 멤버들도
차례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 그들이 말한 ‘우리’,
그리고 그들이 끝내 부르고자 했던 노래를
확인하러 이제 2권으로 넘어가야겠다.

* 출판사 도장깨기 62/94

#영광의 #5인조 #과거
#금괴 #수수께끼 #재일 #조선인

#교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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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완전범죄연구(2025마주) - 블랙레이블 시리즈 블랙레이블 시리즈
프리키 / 책보요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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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완전범죄연구 #프리키 #책보요여 #협찬도서

* 얼마 전, 반가운 작가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생록』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써온 프리키 작가님이었다.
새 작품을 내셨다며 조심스럽게
서평을 제안해 주셨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이북으로 받은 이번 책의 제목은
『완전범죄연구』였다.

* 제목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상에 완전범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온 나에게,
이 ‘연구’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해졌다.
다운로드 후 첫 페이지를 넘기자,
이 작품이 일본 작가 사노 요의 추리소설
『완전범죄연구』를 오마주했음을 밝힌다.
오마주란 다른 작가나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특정 장면이나 설정을 차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나는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선입견 없이 오롯이 프리키 작가님의
『완전범죄연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 이 책에는 총 여섯 가지 범죄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마네킹을 실은 차량을 별다른 의심 없이 통과시킨 경찰.
그날 밤, 마네킹과 똑같은 자세의 시신이 발견되고,
순경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뒤늦게 깨닫는다.

* 두 번째 이야기인 ‘위장 자살’ 역시
제목 그대로의 사건에서 출발한다.
자살로 알려졌던 비서가 명동에서 목격되면서,
그 이면에 감춰진 비리와 사건을 설계한
이들의 치밀한 트릭이 하나씩 드러난다.

* 이외에도 ‘반대 급부’, ‘유언의 함정’,
‘전화 너머의 저주’, ‘붉은 X표식과 지푸라기 인형’까지.
이 작품은 범죄의 ‘완벽함’을 증명하기보다는,
그 완벽함을 꿈꾸는 인간의 균열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 동기는 분명하고, 계획은 치밀하며,
감정은 철저히 배제된 듯 보이는 인물들.
그러나 그 완전해 보이는 구조 속에서
사소한 망설임, 설명되지 않는 불안,
순간적인 감정의 흔들림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바로 그 틈이 이 소설을 단순한
범죄물이 아닌 인간 심리극으로 끌어올린다.

*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작품이
‘죄를 어떻게 숨길 것인가’보다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더 오래 붙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완전범죄라는 말이 무색하게,
인물들은 끝내 자신의 감정과 기억,
선택으로부터 도망치지 못한다.
그래서 독자는 범죄의 성공 여부보다
“이 사람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 읽는 내내 긴장감은 유지되지만,
자극적인 반전이나 과한 장치로 몰아붙이지는 않는다.
대신 차분하지만 날카롭게 인간의
욕망과 자기합리화를 해부해 나간다.
그 점이 오히려 더 불편하고, 더 오래 남는다.

* 『완전범죄연구』는 말한다.
완전범죄란 이론 속에만 존재할 뿐,
인간이 개입하는 순간부터 이미 불완전해진다고.
그래서 이 소설을 덮고 나면
범죄를 본 것보다 사람을 본 기분이 든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을 쉽게 잊히지 않게 만든다.

@preakki
#잘읽었습니다
#범죄 #시나리오 #인간 #균열 #심리
#오마주 #단편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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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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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신작로 #김재희 #북오션 #협찬도서


* 북오션에서 얼마 전 팔로워 이벤트로
“나의 첫사랑은 ㅇㅇㅇ다”라는
문장 완성하기를 했다.
나는 여기에
‘나의 첫사랑은 분리수거도 안 되는 쓰레기였다’라는
댓글을 달았고,
그 쓰레기 덕분에 아주 예쁜 첫사랑 이야기가
담긴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오우, 쓰레기 땡큐!

* 김재희 작가님의 『신작로』는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간직한 이름,
첫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신작로는 새로 만든 길이라는 뜻으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게 낸 길을 이르는 말이다.
일제강점기 근대화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개설된
포장 도로를 의미하는 말인데,
이 단어가 첫사랑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 일곱 살의 동민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
생계를 위해 어머니는 늘 일터로 나갔고,
세 살 터울의 여동생은 외가에 맡겨져
동민은 늘 아버지의 영정사진과 함께 지냈다.
그런데 동민은 그 사진이 왠지 모르게 무서웠다.
설움을 받을 걸 알면서도
무서움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
동민은 어머니를 졸라
여동생 수민이가 있는 외가집으로 내려간다.

* 복숭아가 있는 도자마을.
반대하는 결혼으로 힘들게 살아온 딸이
못마땅했던 외할머니는
그 미움을 손자들에게도 가감 없이 쏟아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동민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서울에서 한 여자아이가 전학을 온다.
강운영이라는 여자아이를 본 순간,
동민의 가슴에 한 줄기 훈풍이 불었다.

* 어린아이들의 풋사랑이라
그저 모르는 척 넘어가 줄 법도 하건만,
외할머니를 비롯해 어머니까지
동민과 운영의 만남을 반대한다.
동민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강제로 서울로 전학을 보내버리고,
그렇게 둘은 헤어지게 된다.
이대로 잊히는 사랑인가 싶었지만
고등학교 동창회를 계기로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한다.

* 운영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오가고,
편지를 쓰기도 하지만
결국 그 사실은 어머니에게 들키고 만다.
풋풋했던 어린 날의 추억이
익어가는 복숭아처럼 말갛게 물들수록,
어른들의 반대는 더욱 격렬해지고
그럴수록 동민은
운영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 책을 읽는 내내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
혹은 예민의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가 떠올랐다.
산골 풍경과 꽃내음, 냇물 같은 묘사 속에서
동민과 운영의 순수한 마음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 장면들이 선명해질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애틋해졌다.
한편으로는 다들 첫사랑은 이렇게 아름답다는데,
나만 쓰레기로 기억하는 건가 싶어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나도 이런 예쁜 첫사랑이 가지고 싶었다고!!!

* 이 책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던 이유는
첫사랑이 단순히 ‘예쁜 기억’으로만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동민과 운영의 사랑은 늘
어른들의 선택과 시대의 무게에 가로막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두 아이는
너무 이르게 어른이 되어야 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했던
어린 마음이 안쓰러웠고,
그래서 더 찬란하게 느껴졌다.

* ‘신작로’라는 제목처럼
이들의 첫사랑은 새로 난 길 위에 놓여 있다.
한 번 지나가면 되돌아갈 수 없고,
걸어본 뒤에야 풍경을 알게 되는 길.
누군가에게는 추억으로 남고,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흔적으로 남는 그 길 위에서
동민과 운영은
그저 최선을 다해 사랑했을 뿐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첫사랑은 충분히 아름답다.

* 책을 덮고 나니
나의 첫사랑이 쓰레기였다는 사실마저
조금은 덜 억울해졌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갛고 아픈 첫사랑을
품고 살아가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했을 뿐.
중요한 건
첫사랑이 무엇이었느냐보다
그 사랑을 통해 어떤 마음을 배웠느냐가 아닐까.
이 책은 그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오래 남게 던진다.

@bookocean777 
#잘읽었습니다
#첫사랑 #도자마을 #복숭아 #추억 
#내이야기 #궁금하면 #DM주세요
#썰풀어드림 #레트로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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