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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요기 허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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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로스 미디어에서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본 책,
『세렌디피티』.
‘운 좋은 발견’, 혹은 재수 좋게 찾아온
우연한 행운을 뜻하는 말이다.
복권처럼 예상치 못한 행운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지만,
이 소설이 내미는 세계는 제목만큼 반짝이지 않는다.
* 책을 펼치자마자 느껴지는 건 행운이 아니라,
어딘가 깊은 구렁 속을 더듬으며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P시에서 임상 심리 전문가로 일하는 심동만.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인 직업과 일상을 가진 인물이지만
그녀의 내면은 생각보다 훨씬 위태롭다.
* 희귀병인 스틸씨병으로 인한 만성 통증,
그리고 그 병이 남긴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의 상처.
외로움과 고독이 깊어지던 밤,
막내동생처럼 생각하던 미영이
깔아둔 데이트 앱을 열게 된다.
그 이름이 바로 ‘세렌디피티’다.
* 그곳에서 동만은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난다.
파병 미군 ‘케니’.
단조롭고 고독한 동만의 일상에
그는 메시지 몇 줄로 온기를 불어넣는다.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 없는 남자였지만,
그가 건네는 ‘사랑’이라는 말 속에서
동만은 오랜만에 자신이 살아 있고,
어딘가에 필요로 되는 존재임을 느낀다.
*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케니의 오랜 친구라는 조니로부터
케니가 작전 중 무장 조직에 납치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몸값으로 요구된 돈은 10만 불.
동만은 망설임 없이 돈을 보낸다.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면서.
* 하지만 일주일 후, 다시 온 연락.
몸값은 50만 불로 뛰어올랐다.
처음 10만 불을 너무 쉽게 보낸 탓일지도 모른다.
조니는 지금 케니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동만뿐이라며 그녀를 압박한다.
당장 마련하기 어려운 거액임에도,
먼 곳에서 고통받고 있을 케니를 떠올리면
동만은 외면할 수 없다.
* 결국 그녀는 직접,
50만 불을 들고 케니가 있다는
무법지대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 책을 읽는 내내 헛웃음이 났다.
‘저걸 정말 진심으로 믿는다고?’
그것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한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동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케니는 비록 인터넷 너머에 있었지만,
그녀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원하던 것을
건네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문득 20대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길에서 번호를 묻던 사람들,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서요”라고 말하던 얼굴들.
‘나를 언제 봤다고?’라는 생각에
나는 단 한 번도 번호를 준 적이 없다.
얼굴을 보고도 믿기 어려운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을
대화 몇 번으로 믿어버리는 현실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왔다.
* 최근 뉴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캄보디아 사건,
데이트 앱을 이용한 사기와 로맨스 스캠들.
이 책을 읽으며 그 모든 사건들이 겹쳐 떠올랐다.
나는 이런 범죄가 살인만큼이나 나쁘다고 생각한다.
목숨을 빼앗는 대신,
그들은 인간의 가장 아픈 상처를 파고들어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무너뜨린다.
* 『세렌디피티』는
우연히 찾아온 행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외로움이 얼마나 쉽게 함정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누군가의 ‘필요함’이
얼마나 잔인하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믿은 게 문제가 아니다.
믿고 싶을 만큼,
너무 오래 혼자였다는 게 문제였다.
로맨스처럼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스릴러보다 더 서늘해진다.
이 책이 무서운 이유는
특별한 악인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외로움과 결핍이라는
너무 현실적인 감정을
정확히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 이 소설은
“왜 속았을까”가 아니라
“왜 믿고 싶었을까”를 묻는다.
사랑을 믿고 싶은 사람일수록,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이야기.
『세렌디피티』는
행운의 얼굴을 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이며,
읽고 끝나는 소설이 아니라
읽고 난 뒤에도 계속 남는 경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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