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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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프라하'는 로망의 도시이다.

어릴 적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안에서 본 프라하는 내가 생각했던

동화 속 세상과 꼭 닮아 있었다.

빨간 지붕과 맑은 하늘은 지금 생각해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 늘 신혼여행은 프라하로 갈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 때가 되어도 가지 못했다.

냥냥이를 긴 시간 동안 혼자 둘 수 없던 엄마의 불안함과

장시간의 비행을 감당할 수 없었던

나의 몸 상태가 가장 큰 이유였다.

결국 가까운 곳으로 신혼여행을 가고,

나머지 기간은 집에서의 쉼을 선택했다.

그랬기에 프라하를 배경으로 나온 소설이 더욱 반가웠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처음 받아본 책이

'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이다.


* 코 끝이 시리도록 추운 프라하의 겨울.

한국의 겨울도 춥지만, 프라하의 겨울은 유독

더 추운 것만 같이 느껴진다.

한 때는 이곳에서 사랑을 속삭였던 그를

잘 떠나보내기 위해, 잊기 위해서 다시

프라하를 찾은 수빈.

그녀는 '마민카'라는 식당에 들어가게 된다.


* '마민카'는 체코어로 '엄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마민카 식당의 주인은 엄마가 아니라

젊은 총각이다. 그것도 한국인.

마민카 식당의 주인 해국에게서 따뜻한

한식을 받아든 수빈과 어딘지 모르게

우울해 보이는 수빈이 신경쓰이는 해국.

그 사이로 수빈의 친한 동생인 단비와

해국의 친한 동생인 지호가 들어왔다.


* 낯선 땅, 아무도 없는 타국에서

서로를 만나 알아보고 인연을 쌓아가던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아픔과 상실을

서서히 보여준다.

'이혼'이라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돌게 된 수빈,

자신의 전부였던 어머니를 잃고 유럽에 가보는게 소원이었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프라하에 식당을 차린 해국,

4살 때 가족과 함께 프라하로 넘어와서

체코인도 한국인도 아닌 경계인이 되어버린 지호,

과도한 경쟁에 죽어라 노력했지만

친구들보다 뒤쳐졌다 생각하는 단비.


* 이 청춘 네 남녀가 만들어가는 프라하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마민카 식당을 찾은

한국인, 혹은 체코인들의 아픔이나

그들의 다양한 삶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이야기는 오롯히 딱 네 남녀에게 집중되었다.

막상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대로 흘러갔더라면

요즘 유행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 작가님이 투영되는 듯한 섬세한 문장과

눈 앞에 선명히 그려지는 프라하의 배경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 느낌이 조금 강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울림이 강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상처로부터 도망을 쳤든

당당히 마주보려고 했든 그들은 프라하에서 만났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과거로부터 벗어나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를 살아가게 했다.


* 책 중간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

나는 지금 현재에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나는 내 스스로가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자신감이든 자존감이든,

나는 언제나 '이런 것에 지치지 않아!'

'이런 것에 굴복하지 않아!'를 마음에 새기며 산다.


*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상실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많은 방황을 했고

많은 아픔을 겪었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

혹자는 오기이고 치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나에게 저 말들은 힘을 내는 주문이었다.


* 내가 했던 고민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들의 과거를 보며 그들의 현재도

나름 평안한 현재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과거의 인고가 없었다면 현재의 단단한 나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그 시간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주변을 지켜주는 이들이 곁에 있다면

이겨내지 못할 일들도 없다.


*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려는 프라하.

그들은 나름대로 여전히

서로의 곁을 지키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프라하의 겨울에서 만난 따뜻한 온기를 가진

이 인연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소설 같은 에세이, 에세이 같은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완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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