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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별
아야세 마루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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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처음 서평단 모집에서 책 소개를 봤을 때 드는 생각은
'나도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는데...'였다.
스무 살에 처음 만나 서른의 끝자락을 향해 같이 가는 내 친구들.
그 친구들이 생각나서 신청한 책이었다.

* 대학 시절, 같은 합기도부에 소속되어 있던 네 사람은
10년이 지나 조금 다른 모습으로 재회하게 된다.
재회의 이유는 유방암에 걸린 가야노에게 수술 후,
재활이 필요했고 이를 도와주던 아오코가 함께 하자고 연락한 것.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계속 인연을 이어가며
서로 몰랐던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알게 된다.

* 태어난 지 두 달 된 딸을, 이유도 모른채 잃어야 했던 아오코,
유방암과 재발과 전이로 인해 예민하고 초조해 진 가야노,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밖에 나가기가 두려워진 겐야,
출산으로 인해 아내가 친정에 가 있는 동안 태어난 아이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오지 않겠다는 아내의 말을 들은 다쿠마.

* 각자의 상처와 고민에 일상생활이 흔들리면서도
또 그 고민과 상처들을 나름대로 이겨내는 친구에게
응원과 위로를 받고 있는 그들이었다.
넘치는 것은 빼고, 부족한 것은 서로 보태주며 그들은
그들이 사는 방법을 만들었다.

* 친구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속내를 툭 터 놓기도 하고
친구이니까 더 상처 받지 않게 단어를 고르는 그들을 보며
나는 내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들이 내 삶에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데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나는 그들에게 위로가 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

* 책을 읽을 때는 나와는 거리가 먼 이들의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책을 덮고 보니 이들의 일상이 내 삶이었다.
가족을 잃어보고, 갑작스런 질병에 집에서 누워만 지냈기도 했고,
갑작스레 부모님과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또 추스리고 살아가게 되는 삶이 그네들과 닮아있었다.
그들은 나이기도 했고, 내 친구이기도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펑펑 울면서 책을 읽었다.

* 책이 슬퍼서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조금 지나고 보니
이 친구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울었나 싶기도 하고,
나도 이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이 종 잡을 수 없이 흘러가게 되었지만 그냥 그대로 둬야지.

* 내 친구들에게 '나도 너에게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
혹은 '내가 너에게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라고
이 책을 선물하고도 싶어졌다.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소용돌이 치게 만드는,
나와 가장 가깝게 닮아 있는, 닮고 싶은 책이었다.
여운이 너무 깊고 진하게 남아, 당분간은 다른 책을
읽지 못할지 싶다.

* 그녀들은 스스로를 케어하는 방법을 수없이 많이 알고 있으며 강인했다.
불행이 직격으로 덮쳐 와 연약해져 있는 친구들, 이라고 제멋대로
품고 있던 이미지를 다쿠마는 조심스레 수정했다.
누가 연약한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연약해지는 법조차 잘
모르고 있던 자신이 가장 연약했는지도 모른다.
ㅡ P.141

* 아무리 친하더라도, 함께 한 세월이 아무리 오래되어도
그 사람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이렇겠지, 생각한 상과
실제 그 사람의 모습은 언제고 약간 어긋나기 마련이다.
불투명하고, 휘청이고, 모순돼서ㅡ 그래서 자꾸만
보고 싶어진다.
ㅡ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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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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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 #자살가게 #장퇼레 #열림원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열림원에서 서평단으로 받은 책이다.
제목이 조금 섬뜩해서 더 궁금했던 책이었다.
자살을 파는 가게라....
목숨을 돈으로 환산해볼 생각은 한 번도 한적이 없었다.
또 늘 입버릇처럼 '배고파 죽겠어', '추워 죽겠어' 하지만
죽음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그게 지금 당장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렇게 갖은 의문을 품고 심호흡도 한 번하고 책을 열었다.

* 튀바슈 가문에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자살 가게.
여기서는 자살에 필요한 도구들을 판매한다.
여성적인 독이라든가, 남성적인 할복 자살용 세트나
동맥절단용 면도날, 목매달기용 밧줄 등
내가 죽고 싶은 방법으로 죽을 수 있다. 그것도 실패없이.

* 이런 튀바슈가문에 위기가 닥쳐왔다.
구멍 난 콘돔을 시험하다가 태어나게 된 막내 알랑.
그는 한시라도 붕대를 감지 않으면 머리가 터질 거라고
굳게 믿는 식욕부진증 환자인 형 뱅상과
자존감은 1도 없이 자신은 늘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누나 마릴린과는 전혀 다른 아이었다.
태어나면서 유전자 하나가 변형된 것 마냥 그는
늘 웃고 있었고, 낙천적이었으며, 친절했고,
전염성이 강한 행복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었다.

* 가게의 물건을 의도적으로 망치는 알랑에게 화가 난
아빠 미시마가 그를 자살특공대에 보냈버렸는데
거기서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퇴소 당해서 돌아왔다.
알랑의 전염성은 알랑이 이 자살특공대에 가 있는
동안에 빛을 발했다.
가족 모두가 알랑을 그리워했던 것이다.

* 자장가 대신에 클레오파트라의 자살 이야기를 들려주는
튀바슈 가문의 막내 아들은 그렇게 가족들의 삶을
조금씩 바꿔놓았다.
늘 형의 예술품은 최고라고 이야기하며 의견을 주고,
누나에게는 항상 예쁘다며 스카프를 선물해주며
그들이 삶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 그렇게 책은 제목과는 다르게 유쾌한 웃음을 주는
시트콤 한 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마릴린이 생일선물로 맹독이 든 주사기를 받은 후에
사랑에 빠져버린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낄낄거리고 있었다.
나 역시도 알랑에거 전염되어 버린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나는 알랑을 보내야만 했다.

* 튀바슈 가문의 사람들은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제공할 뿐, 그들의 사정까지는 듣지 않았다.
알랑 역시, 그럴 사정이 있었던 걸까 싶을 만큼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이후 튀바슈 가문의 사람들은 어떻게하지? 하고.

* 작가는 자살 용풍을 사러 온 사람들에게 알랑의 입을 빌려
분명하게 얘기하고 있다.
'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라고.
물론 이 이야기를 자살가게 아들이 하는거라서 웃긴걸테지만.

* 내 생각에 알랑은 아마도 이제는 너희도 좀 웃고 살아보라는
튀바슈 가문의 조상들이 보내준 천사가 아니었을까?
한편으로는 이런 알랑도 형, 누나와 다르다는 부모님의 구박에
울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도저히 결말을 납득할 수 없으니까.

* 삶이 힘들고 지칠 때 펴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알랑과 함께 있다면 나도 용기를 얻고
내 삶을 나답게 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
책을 덮고 다시 생각해 보니, 알랑을 위로해 준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의 알랑에게 작은 내 마음이 전해져
조그마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설추천 #영화원작소설 #소설읽기
#튀바슈가문의자살가게
#프랑스 #블랙코미디 #반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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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칼리 월리스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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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 ㅡ 1.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여 줌(救援)
2. 오래 전부터 품어왔던 원한(舊怨)
3.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仇怨)

* 운좋게도 서평단에 당첨으로 받아본 책이었다.
처음에 책 소개와 제목을 보고는 단순하게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위협을 제거하고 인류를 구하는 책인가보다 했다.
그렇게 첫 페이지를 펼친 순간, 나는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 자원고갈과 인간들의 전쟁, 이기심에 의해
지구가 '붕괴'가 되고 새로 재건한 도시와
의회가 생긴지 400여년이 지났다.

* 펠로십 참가를 위해 암스트롱시티로 가는 우주선 필그림 3호 안,
여기에는 10년 전 바이러스로 인한 대학살이 있었던
하우스오브위즈덤호의 유일한 생존자 자스빈더 바타차르야가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부모님을 잃었고 온 몸의 뼈가 산산히 부서지는 고통과 함께
의회 의원으로 있는 이모님 밑에서 자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자스를 노리는 사람이 있었다.

* 그녀의 이름은 자흐라.
하우스오브위즈덤호에 바이러스 테러의 범인으로 지목된
그레고리 라고 박사의 딸이었다.
'가해자의 딸'과 '피해자와 피해자의 아들'로 만난 그들의
첫 만남은 부모세대와 비슷했다.
자흐라는 우주선 및 연구원들을 납치한 납치범으로
자스는 그 피해자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 자흐라의 목적은 단 하나.
지금까지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던 하우스오브위즈덤호를 쟁취하고
'가족'들을 이주, 정착 시키는 것.
우주선 안에 생체정보가 남아있을 자스는
그들이 드론을 피해 하우스오브위즈덤호를 열 수 있는 열쇠였다.
그리고 거기서 자스는 10년 전의 끔찍한 현실과
다시 마주해야 했다.

* 피로 물든 벽면과 바이러스가 아닌
자상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여지는 시신들.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에도 살아있는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기생충에 감염된 연구원과 납치범.
여기서 자스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세지를 찾고
그동안 자신이 외면해 왔던 현실과 마주보게 된다.

* 자흐라와 자스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나오는 이야기가 신선했다.
한 사람의 눈으로 보지 않아서 편견없이 상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자흐라의 행동 또한 비난하지 못했고,
자흐라와 자스의 마지막 선택 또한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의 '붕괴' 이후 재건된 세상에서 외면 받은 채 살아야했던
반정부 조직의 또 다른 이름은 '난민'이었다.
책의 제목이 어째서 '구원의 날'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영단어로는 내가 처음 이해한 '구원'이 맞을테지만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지는 책이었다.

* 첫 장을 읽으면서 부터 이 책의 몰입도는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했다.
지문이 아닌 몇 줄의 대사로 이미 나를 우주에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뒷심이 더 대단했다.
매 장면마다 중요하고 '여기가 하이라이트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강렬한 책이었다.
SF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해서 와닿는 마음 또한 딱딱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떤 로맨스보다 더 몽글몽글하고 인류애를 자극하게 되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나의 가족과 이웃들, 그리고 지구의 미래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써야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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