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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주인을 찾습니다 - 세상을 지배하기도 바꾸기도 하는 약속의 세계
김진한 지음 / 지와인 / 2024년 4월
평점 :
법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해야 하는가?
이 책<법의 주인을 찾습니다>은 법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묻는다. 너무 당연하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므로 “민”이 “주인” 즉, 시민이 법의 주인이다. 그런데 왜 법의 주인을 찾는다는 제목을 붙인 것일까, 지은이 김진한은 헌법학자이면서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 실무를 익힌 이론과 실무와의 거리 제대로 파악한 드문 경험자이면서, 성문과 불문법의 세계에 대한 이해 또한. 그런 그가, 법의 주인을 찾는다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법은 상식과 윤리의 최소한, 국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법, 이른바 “리걸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이 책을 내놓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 섞인 비아냥에 머물고 만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법 현실이다. 법의 주인이 마치 있는 자인 것처럼 말이다. 법은 세상을 지배하기도 바꾸기도 하는 약속의 세계다.
이 책은 5장으로 체재다. 1장에서 눈에 눈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하여 동서고금의 법은 어떻게 생겨났고, 당대 사람들에게 법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본다. 현대 법은 로마에서 시작됐다는 서양, 한비자에서 비롯된 통치를 위한 법가사상, 그리고 2장에서는 법을 아는 법, 읽는 법, “법이 내는 네 가지 목소리”를 비롯하여 내가 범죄자가 된다면, 변명할 기회는 운명을 바꾼다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3장은 법을 내 편으로 만들기에서는 “법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되새겨본다. 4장. 좋은 법으로 좋은 나라 만들기, 5장. 법은 상상력이 세다. 마지막에 지은이가 생각하는 헌법 개정에 관한 여섯 가지 제안이 실려있다.
만일 내가 범죄자가 됐다면, 그래서 법을 알아야!
이 책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겼던 것이 실제 나에게 닥쳤을 때, 법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이해하고, 법률 조문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제갈량과 관련된 고사 “읍참마속” 엄격한 법률의 이른바 군율의 적용이다. 그가 법가사상을 가졌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나와 친소관계를 떠나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보여준다. 이른 원칙이 깨어지면 군율은 어지러워지고, 당장에 눈앞에 적들에게서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도망가는 이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법은 복수에서 태어나, 회복적 정의 실현으로 발전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법은 복수에서 태어났다” 즉, 복수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과제가 된 순간, 법이 태어났다. 원시사회에서는 생존을 위해 복수를, 내가 사냥한 동물들을 누군가 와서 힘으로 빼앗아간다면 빼앗긴 이들이 힘을 합쳐, 강탈한 사람들에게 복수한다. 이렇게 개인에서 가족으로 부족, 국가로 이를 바꿔말하면 복수를 위해 가족이 부족으로 뭉치고, 국가로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법의 원형은 “금지와 처벌”이다. 함무라비법에서는 국가 권력이 재판권을 독점하고 옳은 자와 그른 자를 가려내 범죄자를 처벌한다. 복수의 종류는 두 가지, 민사와 형사다. 그리고 가장한 중요한 처벌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이른바 “회복적 정의”에 관한 논의들[하워드 제어의 <우리 시대에 회복적 정의(대장간, 2019), 주디스 루이스 허먼<진실과 회복>(북하우스, 2024)] 범죄자를 적정한 처벌로 그에게 괴로움을 주는 게 아니라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치유할 수는 없지만 발생한 범죄의 진실을 밝히고,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치유의 출발점이다. 지은이는 채상병 사건을 짚는다. 책임져야 할 지휘관에게 죄와 벌을 면해준다면, 장래에 그런 일이 다시 생길 수 있다. 군인들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출세만을 위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된다. 책임질 것은 꼼꼼히 따져서 책임지게 하는 것이 이성이고, 법의 원리다.
법의 주인은 누구인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민주주의자가 필요하다. 시민의 힘이 권력자의 독점 시도를 통제할 수 있다면 국가의 장래는 밝다. 이런 국가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장치가 “헌법”이다. 헌법이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탁월한 장치는 “권력 분립의 원리”다. 권력에 대한 견제가 잘 규정됐다 하더라도 헌법을 실현할 수 있는 권력의 기초는 약하다. 그 예로 선거법 문제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헌법은 최고의 법이지만 자체를 보호할 확실한 힘을 갖지 못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대통령선거에 불복, 조 바이든에게 현직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권력 이양을 막고자 했다.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을 막은 것은 다행히도 여러 국가 기관이 헌법 수호에 힘을 모은 덕분이다. 헌법보호를 위해 국가 기관들이 협력하기보다는 현재의 권력에 충성하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게 사실이다.
세상에서 헌법을 제대로 잘 지키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최후의 보장 장치는 시민이다. 시민이 가진 강력한 무기는 “질문”이다. 질문은 개인의 삶이라는 울타리에서 한 걸음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의 자유와 공적인 사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질문해야 한다.
법은 만드는 것은 공동체의 희망과 미래를 함께 만드는 일
법은 한 번 만들어지면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과 생활을 규정하게 된다. 그 여과가 사회를 황폐하게 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 나쁜 법과 법 해석을 발견하고 걸러내는 시민들의 논의 속에서 법치주의 원칙의 진정한 역할이 놓여있다.
이 책에는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등의 기본법과 특별법 등의 원칙과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법의 주인은 시민이고, 법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시민이라는 지위만으로는 안 된다. 끊임없는 질문과 토론을 통해, 개인의 삶을 넘어, 공동체의 이익,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한 부단한 노력만이. 그저 주인자격만으로는 주인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지은이가 제안한 헌법 개정의 여섯 가지를 보자, 대통령의 중임, 대통령선거의 결선투표제 도입,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임기 및 정년연장,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허용, 갑사원의 독립성보장, 방송통신위원회 독립성보장이다. 이미, 수차례 제안된 내용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