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아메리카, 천 개의 자유를 만나다 - 스케치북, 카메라, 친구와 함께한 미국 횡단 스토리
이장희 지음 / 위캔북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요란하게 황량하며 찬란하게 누추해서 여행의 여유와 낭만을 탐하기는 적당하지 않은 땅. 자전거로 아메리카를 횡단하겠다는 무한'도전'으로 그 땅과 맞짱 뜰 작정이 아니라면, 자동차와 화해하는게 그 첫걸음인 것을. 자동차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그 땅에서 '자유'는 구할 수 없다. 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온갖 종류의 특이한 자동차가 즐거움이었던 작가에게 그 첫걸음은 어렵지 않았고, 도시가 그리울때쯤 도시를 만나게 되는 그 땅이 도시계획전공자에게는 제법 매력적이었나보다. 하긴 커피잔 옆에 스케치 노트를 펼치고 재즈에 취해 풍경을 담는 뉴요커의 전형이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이장희님의 인상 중 뽀인트이기도 하다.

 이 책, 그의 친구 홈볼트와 카메리와 1만여곡의 음악, 스케치북과 펜슬이 인덴버(endeavor)를 타고 함께한 아메리카 여행기는 보석같은 '장소'에 대한 '안내'라기 보다는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자신이 읽던 중인 책을 메모해 옮기거나. 흘러나오는 음악의 가사를 읊어준다. 아주 오래전 첫사랑에 대한 기억도 끄집어내고, 사랑에 부대끼는 친구의 모습도 고스란히 기록한다. 미열이 남아있는 자동차 보닛위에서 별을 헤아린다거나 하늘과 지평선을 구분 짓는 경계선에서 스쳐지나갔던 작은 불빛의 순간. 그 고요를 기억해낸다.

 모뉴먼트밸리에서 챙겨온 붉은 모래와 돌멩이들이 기념품이라고 소개하고, 현지인이 길안내를 도와준 봉투의 메모를 날 것의 모습으로 공개한다. 자신의 작품을 액자에 담아 작은 도시에 흔적으로 떨굴 여유도 있으니 여행자의 로망에는 무척 성실했던 셈이다.

 온갖 종류의 '정보'를 담아서 여행을 돕겠다는 백과사전식 책보다야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과 오랫동안 기억될 문구의 안내표지판, 그 순간 그 곳 그 공기를 전해주는 여행'기'가 떠날 수 없는 내게는 큰 위안이었다.

 뭐. 썩 가고 싶었던 땅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살짝 욕심이 나기도 했다. 적막한 그 곳에서 나도 반짝이는 찰나를 발굴하고 싶은 객기. 그 때문일게다.

 

 아차차, 밑줄긋기 하나.

 "너 그 사실 알아? 인디언들의 기우제는 반드시 이루어졌다는 거."

 "정말?" 홈볼트의 말에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이지.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