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싱 마이 라이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9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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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 같은 말...

어쩌면 구닥다리들이나 들먹이는 말이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흔히들 말하는 어떤 세상의  기준이 어딨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의 가치나 소중히 여겨온 정신적인 위안 같은 건 벌써 개한테나 줘버린 세상인 듯도 하다.

이젠 순결을 강조하고 타이르는 고리타분함에서 벗어나 피임의 방법을 일러주어야 한다고들 하기도 한다.

그렇구나, 세상이 변했구나..하면서도 분분한 의견 탓에 옳다, 그르다에 표를 던져 입장를 밝히기에도 우스운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물러서지 말아야 할 가치는,  성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관계의 지속이어야 하고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이다.

 

하연과 채강..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향해 준비해야하는 나이라고 어른들은 입을 모아 얘기들을 하지만, 정작 그때의 내 이를 생각해 보면

꿈을 꿀 수는 있지만 꿈을 향한 준비보다는 현실에 대한 호기심에 더 다채로웠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기류처럼 붕~뜨던 하루하루, 이성에 대한 새로운 느낌, 미래를 위한 노력보다는 현실에 대한 흥미가 더 앞섰던 시절..

하연과 채강도 어쩌면 그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평범한 하루를 보냈을 뿐인지도 모른다.

 

술주정이 심한 아버지와  분식점을 하며 억척스레 살아가는 엄마, 집을 나간 언니..

약간은 불안정한 가정속에서 그래도 공부만은 착실히하며 공부도 잘하던 하연과 하연의 남자친구 채강.

호기심과 순간의 감정에 못이겨 벌인 충동적인 행동으로 인한 결과는 하연의 삶을 학생의 평범한 삶이 아닌

새로운 방향으로 돌려놓는다.

친구들의 위로와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채강의 모습이 이뻐보이긴 하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 부모를 빼놓고 또래와 의논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이 안스럽고 안타깝기만했다.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나눌 가장 편한 상대가 친구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들이 해결 하기에 벅찬 문제를

친구가 아닌 어른(꼭 부모가 아니더라도..)과 상의하지않아 파생되는 더 큰 문제들을 보며, 만약 내 아이가

하연과 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지 ...생각하다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고 만다.

 

인류애나 종교적인 성향을 떠나서 낙태는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나지만,

하연과 같은  어린아이가, 꿈을 생각하며 그 꿈을 향해 오늘을 소중하게 보내햐 하는 청소년들이

충동으로 인한 뜻하지 않은 결과 때문에 인생전부를 저당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충되는 이기적인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딸을 둔 엄마여서 그럴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안타깝고 어깨를 잡고 흔들며 울부짖는 하연의 엄마 마음을 이해한다.

 

아이들과 마음을 터 놓고 다가설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어른으로서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수선하더라도 아이들에게 한번씩 깊은 시선을 보낼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쳐 주는 책이다.

 

용기를 가지고 아이를 택한 하연과 채강이..  잠시 쉬어가는 삶이더라도 꿋꿋이 계속되는 삶에

희망을 잃지말았으면 하는 기도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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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여자가 서른 살 여자에게 - 여자의 인생을 위로하는 47가지 조언
데버러 콜린스 스티븐슨 외 지음, 이은선 옮김 / 웅진윙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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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될리 없음을 알지만,

자조적인 목소리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10년만 젊었어도...'라는 말이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지나온 삶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수록..

이 말은 더 자주 우리의 안주거리가 되기도하고 혼자 읊조리는 넋두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은 10년전의 그 싯점은  아무런 다른일없이 그저 평범한 시간이어야만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내 몸처럼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거나,

내 몸에 돌이킬수없는 치명적인 상처가 남았던 시간이거나,

마음속에 씻어내지 못할 나쁜 기억을 가져다준 해였다면 누구도 쉽게 그 시간을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을것이다.

 

수월치 않았던 삶을 살아 낸 사람 일 수록 세상을 보는 눈은 더 빛이 나는가 보다.

여기 적힌 4명의 여인들.

그들은 지금보다 젊고 아름다웠던 10년전의 기억은 보통사람으로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사랑하던 남편을 암으로 잃고, 남아메리카의 출장지에서 총상을 입고 목숨이 위태했으며, 아버지로 부터 성적학대를 당한 기억으로 오래 힘들어 했으며, 남편의 죽음과 함께 실직된 상태에서 세 아이를 키워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희망만을 말하고 있다.

그러한 고통스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삶이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살아가고 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라는 내세울것 없는 평범한 말을 강조하면서 인생에 굴곡이 오더라도 극복할 힘과 용기와 지원군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혹독한 경험도 아픈 상처도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여길 수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삶이 농축된 넉넉한 웃음으로  자리를 내어주며 그자리에 앉은 우리에게 매일매일이 질풍노도인 우리에게

견고하고 영양가 있는 열매의 말로 삶의 방향과 지혜를 나누어 준다.

 

기적이 따로 있다고 믿지 않지만,

이 책을 찬찬히 읽으며 그들이 당했던 아픔과 견뎌내야 했던 시간, 치유하고다시 일어나기까지의 시간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식탁에 앉아 웃을 수 있기까지..그 모든 시간이 축복처럼 주어진 기적의 시간들은 아니었을까...한다.

꿈을 포기하지 말것, 인생이 뒤바뀌더라도 다시 걷는 법을 배울 것, 어둠속에서도 웃는 법을 배울 것,경제적으로 독립할 것..

지금은 아니더라도(계속 아니길 바라지만..) 언제 내게 찾아 올지모르는 달갑지 않은 시련에 대비할 경험한 그들의 소중한 메세지를

조심스레 옮겨 적으며 조용히 들려주는 극복의 지혜는 고맙고 귀한 감사다.

 

누구나 경험할 법한 어려운 시간들에 대한 충고와 지혜의 말들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이것도 다 지나간다..희망이면서 위로인 한마디를 새삼 쓸어보게 된다.

편한 친구와 마주앉아 오래토록 마음에 담아 두었던 깊은 이야기를 주고 받은 느낌이다.

힘이들때나 안위로 인한 무력감이 나를 엄습할때 또 다시 펴들게 될 책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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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 리버스 북 시리즈 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지은 옮김, 조상영 그림 / 인간희극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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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건!!

사실, 벤자민 버튼의 입장에선 이 사건은 흥미로운 사건은 아니었으리라 여겨진다.

터무니없고 어이없는 일 일 뿐!!

하지만, (벤자민 버튼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읽는 독자에게만은 참으로 흥미로운 사건이다.

세상에, 70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생을 거꾸로 시작하게 되다니.. 흥미로움을 넘어서 토픽감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시작과 함께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에서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구상해 냈다고 하니.. 피츠제럴드, 그의 풍자적 상상력 온도에 또 한 번 후끈 달아오르게 된다.

아름다움과 젊음에 관심이 많았던 26세의 젊은 피츠제럴드가 쓴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는 어쩌면 '늙어감'에 대해 

조금 심각해 하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최악이라고 여기는 순간을 처음에 배치해 두고, 최고의 순간을 마지막에 둔 걸로 봐서,(늙어서 죽음을 맞이하는게 최악의 순간이라

단정할 순 없는 일이긴 하지만..)그는 나이가 들어가는 걸 되돌리고 싶어하진 않았나..싶어진다는 것이다.

 

거꾸로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가끔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는데,

벤자민이 태어났을 때는 그의 할아버지와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 하는 걸 편해하다가, 마지막엔 그의 손자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며

즐거워 하는 대목에서, 웃기는 이 슬픈 장면들이 주는 삶의 아이러니와 그럼에도 멈출 수없는 각자의 삶에 대해 블랙 코메디의 한부분을 보고 있는것 같았다.

삶이란 언제나 원하지 않든, 원하든 한 쪽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고 그 도착점의 모습이 다를지라도 현재 진행형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야 하는 슬픈 코메디.

 

짧고 아주 간략한 소설이다.

그럼에도  흔히 우리가 자조적으로 되뇌는 '10년만 젊었더라도..'의 후회가 담긴 푸념의 아쉬움을 보란 듯이 배신한다.

점점 젊어져가는 게 ( 더 나아가 어려져 간다는 게) 이루어 내고, 이룩했던 일에 대해 때론 치명적일 수 있고,

어쩌면 늙어간는 것보다 더 암담한 현실일 수있다는것을 역설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준다.

모든것이 지나고 난 뒤,

반추해 낼 기억이 없는 마지막이라니!!

이것이야 말로 최악의 마지막이 아닌가 말이다.

 

피츠제럴드의 탄탄한 문장 덕에 짧은 분량에도 내공을 가지고 있어, 허술하다거나 알맹이가 없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재미있으면서 깊은 생각으로 오래 줄거리를 더듬어 보게 했다.

영문으로 된 원서가  책 반대편의 거꾸로 첨부되어 있어 묘하게 벤자민의 일생과 상통하는^^ 책의 구성도 눈길을 잡는다.

 

조만간 브래드피트의 주연으로 영화로도 상영된다고 하니, 원작과 비교해 볼 좋은 기회가 되리라 여긴다.

 

끝의 시작과 시작된 마지막.

그 반전과 아이러니 속에서 흐르듯 사는 아무렇지 않은 이 삶이 다시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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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만화 성경 1 : 구약 성경 하룻밤 시리즈
재담아이 글, 스튜디오 하늘 그림, 양승헌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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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전도'라는 말, 군대갔다 온 사람은 다 알것이다.

배가 고픈것도 아니고, 영양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군대라는 집단에 발을 들여놓은 처음의 몇 개월은

이상하게 유독 단 것이 그렇게 땡긴다.

그럴만한 나이도 아니고, 이전의 식습관이 단 걸 좋아했던 것도아닌데, (좀 심하게 말하면..) 걸신 들린 듯

장소에 관계없이 단 걸 탐닉하게 되는 순간이 훈련소때 더란 말이다.( 탐닉의 장소가 화장실이면 더 더욱 그 맛은 오묘해진다.--;;)

 

면회도  P.X도 허락이 되지 않는 처음의 몇 개월동안 유일하게 단 것을 제공 받을 수 있는 곳이 교회다.

졸음과의 사투 후에 허락되는 달콤한 간식의 시간..그때 나오는 빨간 포장의 초코파이!!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없는..

(그야말로 40년 광야를 헤맨 끝에 도착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에서 먹는 만나의 맛이 이랬을까...싶은)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 달고 오묘한 그 맛은 성경에 나오는 생명의 말씀 저리가라다!!

그리하여, 초코파이의 맛은 교회에서 다시 재 평가되고, 훈련소를 나와 자대에 배치되는 쫄병의 기간 내내

교회에서 제공하는 쵸코파이는 군대 생활의 고달픔을 달래주는 위로와 격려의 맛으로 자리잡게 된다.

(정확한 집계를 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옆에서 본 바로 대한민국 군인교회에서 제공하는 초코파이 갯수는

실제로 어마어마하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고참이 되고 (믿음과 큰 상관은 없지만..) 새로 전입 온 신병들을 교회로 데리고 오는 순환이

계속되어 초코파이 전도라는 말은 지금도 쓰이고 있다.

 

국방일보 가십난도 아니고...초코파이 이야기는 그만 접기로 하자!!

내 신앙의 처음이 이러했었다고 한 줄로 요약하면 됐었것을..이야기가 길었다.ㅠㅠ

아무튼,

초코파이 그 달고 오묘한 맛에 이끌려 교회를 선택한 나는 진정 하나님의 달고 오묘한 그 진리의 말씀을 느끼기엔

늘 부족했다. 횟수로 치면 이십 년이 다 되감에도..ㅠㅠ

 

신앙의 뿌리가 형성되고 성경의 토대를 알아가는 주일학교는 근처에도 못 가봤고,

주위 가까운 어느 누구 하나 교회에 다니는 사람없이 어린시절을 보냈으니 성경과 무관한 삶을 살았었다.

성경에 관한 지식없이 초코파이의 달콤함만을 쫒았으니, 믿음이 자랄리 없고 무늬만 신자일 뿐이었다.

그러는 중에 아이가 태어나고 크고 작은 일을 당할 때 마다 어쩐지 그 분 한 분밖에는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들이

정말 생기곤했는데, 그때 부터 조금씩 성경을 읽고 감사의 마음으로 교회를 다니게 됐었다.

(오늘은 서평이 아니라, 간증의 시간인 듯도...ㅠㅠ)


신앙의 뿌리가 없고 성경의 지식이 없는 나에게 주일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물어오는 성경에 대한 얘기들은

나를 자주 침묵하게 한다.

성경 일독에 참여하고, 예배를 거르지 말자고 다짐함에도 성경속에 나오는 지명과 인물들은 날로 생소함만

더해 마냥 나이탓으로 돌리기에도 부끄러워진다.

이런즈음, 만난 만화 성경은 재밌게 읽으면서  이름만 들어와서 헛갈리던 인물들을 특징을 잡아 각인 시켜 주고,

창조 - 족장 - 출애굽,광야 - 정복전쟁과 사사 - 왕국 - 포로 , 시대순으로 잘 정리해 주어 연대표를 보듯

성경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이야기도 성경의 내용에 충실해 어렵게 읽어왔던 성경이 한 눈에 쏙 들어왔고, 따로 마련한 주요 인물들의 포커스,

심화 학습으로 넘어와 성경 용어와 배경에 대한 설명, 성경에 관계된 명화를 첨부해 성경 내용과 연결시켜

설명을 해 준 것은 상식을 넓히는 데도 유용했다.

 

어린이들 용으로 나온 쉬운 책이어서, 아이들의 반응도 무척 좋았는데

성경 퀴즈란의 오답의 재밌는 말들에서 깔깔거리기도 하고, 제법 심오한 답까지 있어 뭐지?를 되묻는 경우도 많았었다.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따로 떠돌던 성경지식들이 한꺼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순간을 맛 보며,

그 옛날의 초코파이 맛과는 비교가 될 수없는 단 맛은 느낀책이었다.( 이제서야...말이다.ㅠㅠ)

언제 신약성경 편이 나오냐고 궁금해 하는 아이의 마음 만큼이나 나도 신약성경편을 궁금해 하며,

오늘도 같이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읽어 간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의 이치만큼, 성경도 아는 만큼 믿음의 깊이도 깊어가는 걸 다시 느낀다.

하나님께 한걸음 더 가까워 진 듯해 참 감사하고도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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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감는 여자
박경화 지음 / 책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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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연결해보려는 의지,

힘겹지만 몸을 곧추세워 걷어보리라는 다짐,

지금은 아닐지라도 혹, 만나게 될지모르는 희망으로의 한 걸음..

처음 만나는 박경화( 미인이기도 하셔라..^^;;)의 단편들은 표지에 그려진 여인의 눈빛 만큼이나

끝간데 없이 아득하다.

 

상처없는 영혼들이 어딨을까 마는,아직도 상처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가을몽정, 어항, 딤섬, 스무개의 담배, 지금 그대로의 당신들, 태엽감는 여자,현실은 비스킷, 어느 삭제되지 않은 비망록..

수록된 8편의 단편들은 아.직.은 젊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화가나는 상황에서 콸콸 쏟아지는 웃음을 참비 못하는 어이없는 버릇처럼

노신사의 사랑고백을 어이없어하면서도 정해진 약혼을 연기하고 떠난 사람을 막연히 그리워하는 <가을 몽정>,

예민하고 치료가 필요한 남편과 가까워지기 힘든 이웃, 깨진 어항이 가져다 주는 낙태의 조짐 <어항>,

상처가 되는 줄 알면서도 껴안을 수 밖에 없는 고양이와 엄마, 그리고 남자 <딤섬>,

자신이 처해 있는 나쁜 상황들에 과일향기와 담배연기 만큼의 위로라도 찾고 싶은 남자와 여자 <스무개의 담배>,

오리 피, 기실 그것이 아무것 아니라해도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기둥이라 여기고 싶은  아버지의 슬픈 위로 <지금 그대로의 당신들>,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말고 간절히 원하지 말아야하는 삶에서 벗어나 허기를 채우고 싶던 여자의 허망한 로맨스 뒤에 오는

미래까지 저당 잡히는 치명적이고 잔인한 형벌<태엽감는 여자>,

유일하게 남자의목소리로 말하는 받아내야 하는 삼천만원의 생활비와 지켜내야 할 아이의 목숨사이의 이중주 <현실은 비스킷>,

견디기 힘들어 도망쳐 나왔던 집보다  더 나을 것 없는 스무살 아가씨 앞에 놓인 처참하고 슬프기만 한 현실

<어느 삭제 되지 않은 비망록>..

 

누구의 삶 하나 녹록해 보이질 않는다.

상처의 자국들로 성한 곳 하나 없어 보인다.

그들의 얼굴은 표지에 그려진 고양이를 껴 안고 있는 여자의 얼굴과 닮아 있다.

껴안을 수록 상처를 입게 되리란 걸 알지만, 껴안지 않으면 채워질 수없는 따뜻함의 갈급을

위험하게, 때론 위태하게 부여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걸음걸이와  다시 태엽을 감는 몸짓에서 나는 다행이라는 안도의 날숨과 위로의 토닥임을 보내고 싶어진다.

 

낯설면서도 새로이 만나는 목소리에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반짝이며 심취해 가는 흡인력을 느꼈지만,

독자로 아쉬운 점은 너무 같은 색깔들로 그려진 그림들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상처와 비슷한 경험..

글의 깊이나 공명이 적지 않음에도 뭔가 한가지 재료로 만든 음식을 계속 먹는 느낌어서  혀를 깨우고 입을 헹굴 어떤 다른 맛,

슬쩍 뿌려줌으로 입안을 화~하게 만드는 향신료같은 작품이 하나쯤 있었더라면 싶었다.

보색의 대비같은 효과가 있었더라면 이 글들은 더 깊은 심연으로 우리를 끌고 가지 않았을까..했었다.

 

변덕스럽고 한가지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는 얕고 천박한 내 취향을 탓해보면서도

작가가 쓴 상반되는 빛갈의  다채로운 맛을 음미할 기회가 곧 오기를 조심스레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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