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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 리버스 북 시리즈 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지은 옮김, 조상영 그림 / 인간희극 / 2008년 2월
평점 :
흥미로운 사건!!
사실, 벤자민 버튼의 입장에선 이 사건은 흥미로운 사건은 아니었으리라 여겨진다.
터무니없고 어이없는 일 일 뿐!!
하지만, (벤자민 버튼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읽는 독자에게만은 참으로 흥미로운 사건이다.
세상에, 70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생을 거꾸로 시작하게 되다니.. 흥미로움을 넘어서 토픽감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시작과 함께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에서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구상해 냈다고 하니.. 피츠제럴드, 그의 풍자적 상상력 온도에 또 한 번 후끈 달아오르게 된다.
아름다움과 젊음에 관심이 많았던 26세의 젊은 피츠제럴드가 쓴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는 어쩌면 '늙어감'에 대해
조금 심각해 하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최악이라고 여기는 순간을 처음에 배치해 두고, 최고의 순간을 마지막에 둔 걸로 봐서,(늙어서 죽음을 맞이하는게 최악의 순간이라
단정할 순 없는 일이긴 하지만..)그는 나이가 들어가는 걸 되돌리고 싶어하진 않았나..싶어진다는 것이다.
거꾸로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가끔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는데,
벤자민이 태어났을 때는 그의 할아버지와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 하는 걸 편해하다가, 마지막엔 그의 손자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며
즐거워 하는 대목에서, 웃기는 이 슬픈 장면들이 주는 삶의 아이러니와 그럼에도 멈출 수없는 각자의 삶에 대해 블랙 코메디의 한부분을 보고 있는것 같았다.
삶이란 언제나 원하지 않든, 원하든 한 쪽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고 그 도착점의 모습이 다를지라도 현재 진행형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야 하는 슬픈 코메디.
짧고 아주 간략한 소설이다.
그럼에도 흔히 우리가 자조적으로 되뇌는 '10년만 젊었더라도..'의 후회가 담긴 푸념의 아쉬움을 보란 듯이 배신한다.
점점 젊어져가는 게 ( 더 나아가 어려져 간다는 게) 이루어 내고, 이룩했던 일에 대해 때론 치명적일 수 있고,
어쩌면 늙어간는 것보다 더 암담한 현실일 수있다는것을 역설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준다.
모든것이 지나고 난 뒤,
반추해 낼 기억이 없는 마지막이라니!!
이것이야 말로 최악의 마지막이 아닌가 말이다.
피츠제럴드의 탄탄한 문장 덕에 짧은 분량에도 내공을 가지고 있어, 허술하다거나 알맹이가 없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재미있으면서 깊은 생각으로 오래 줄거리를 더듬어 보게 했다.
영문으로 된 원서가 책 반대편의 거꾸로 첨부되어 있어 묘하게 벤자민의 일생과 상통하는^^ 책의 구성도 눈길을 잡는다.
조만간 브래드피트의 주연으로 영화로도 상영된다고 하니, 원작과 비교해 볼 좋은 기회가 되리라 여긴다.
끝의 시작과 시작된 마지막.
그 반전과 아이러니 속에서 흐르듯 사는 아무렇지 않은 이 삶이 다시 소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