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 KOTRA가 엄선한 글로벌 뉴비즈니스
KOTRA 지음 / 알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다. 굉장히 많이 들어 본 관용적 표현일 것이다. 뭔가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전문가에게서 훌륭한 평을 받은 책이나 영화를 미디어가 소개할 때 이 문구를 쓰곤 한다. 그러나 일반 독자 중에서 이 문장을 체험한 사람은 손에 꼽힐 것이다.

얼마 전 두 아이들과 함께 VR테마파크에 다녀온 적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소꿉장난 정도의 즐거움을 예상했는데,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어른인 나도 그 재미에 푹 빠질 정도로 VR의 세계는 놀라웠다. 조금만 더 기술이 원숙해지면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굳이 에버랜드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집 근처 VR테마파크에서 놀이동산도 가고 세계여행도 가고 서바이벌 게임도 하고 야구 같은 스포츠도 즐기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VR테마파크에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게임의 재미를 맛보았다면, 이 책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에서는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비즈니스를 만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한 적 있는가. 다음의 이야기들을 주의깊게 읽어보라.

1. 멕시코시티 - 날씨에 상관없이 신선한 채소를, 멕시코 스마트 팜 시스템

식물이 자라는데 이제 자연의 햇볕과 비는 필요치 않다. 밭이 아닌 도시의 밀폐된 공간에서 채소가 자란다. 농부가 아니라 과학자가 식물을 심고 키우고 수확한다. 그 식물이 우리의 식탁으로 배달된다.

멕시코 과나후아토주에 있는 베르데콤팍토는 스마트 팜 시스템인 훕스터Huvster를 개발했다. (...)훕스터는 컨테이너를 식물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훕스터에서는 독창적으로 식물을 기르는데, 이 재배 양식을 에어로포닉스Aeroponics라고 한다. 40피트의 컨테이너 속에서 작물을 공중에 매단 채 재배하는 에어로포닉스를 도입해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 전통적인 노지(땅)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당 약 200배나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훕스터만의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기능이 100% 자동화로 작동한다. (...)
둘째, 수자원을 9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 전통적인 농업 방식으로는 상추 한 포기를 기르는 데 약 10ℓ의 물이 필요한데, 훕스터 컨테이너에서는 단 500㎖의 물이면 충분하다. (...)
셋째, 비료가 절약되고 자연적으로 친환경 유기농 식품이 된다. (...) 트랙터 같은 농기계나 살충제, 농약 등 화학물질도 필요 없다. 자연히 여기서 재배된 식물은 유기농 식품이 된다. (...)
넷째,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다. (...) 주차장, 벽, 아파트 베란다 등 어느 공간에서나 직접 채소를 기를 수 있다. (...)
다섯째, 거의 모든 채소의 재배가 가능하다.

요즘 많은 현대인들이 취미나 건강한 식단을 목적으로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기도 하고, 실내에 채소 기를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훕스터 스마트 컨테이너 팜이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면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설치만 해 두면 채소들이 알아서 무럭무럭 잘 자라는데 누군들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또한 2020년 8월 서울 교통공사에서는 지하철 역사에 스마트 팜을 설치한 '메트로팜'을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스마트 팜이 지하철 역사에 자리한 세계 첫 사례라고 한다.

멕시코의 기술에 한 번 놀라고, 그 기술의 효과에 두 번 놀라고, 우리나라 교통공사에서 세계 최초로 스마트팜을 지하철 역사에 설치했다는 데 세 번 놀랐다. 기사를 찾아보니 2020년 8월은 답십리역에 메트로팜이 설치되었다는 소식이었고, 그보다 앞선 2020년 4월에 지하철 7호선 상도역 1번 출구에 스마트팜을 설치했다는 기사가 있는데, 4월의 설치장소는 출구 쪽이라 역사 내로 치지 않은 모양이다.


2. 뉴욕 -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신개념 콘크리트

콘크리트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조물질인 동시에 물에 이어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자원이다. 콘크리트 제조에는 시멘트가 필요한데, 1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데 약 1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매년 전 세계 시멘트 생산량은 80억 톤에 이르고 이 과정에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시멘트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세계 국가와 비교하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솔리디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시멘트 생산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 솔리디아 시멘트가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기존 시멘트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0% 수준이다. 게다가 솔리디아 시멘트는 굳힐 때도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데, 1톤당 240kg의 이산화탄소를 머금는다.

솔리디아 시멘트는 친환경적이면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몇 가지 요소를 더 가지고 있다.
첫째, 솔리디아의 기술은 수자원 보존에 유리하다. 콘크리트 생산에 매년 3조ℓ의 물이 소비되는데 솔리디아의 기술을 사용하면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3조ℓ의 수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
둘째, 짧은 경화 시간 덕분에 생산 효율성이 높아진다. (기존 콘크리트 제조방식 28일, 솔리디아 24시간!)
셋째, 제품 자체의 품질이 우수하다.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내구성이 좋고 풍화 작용에 의한 침식도 거의 없다. (...) 다양한 색상의 제품도 생산 가능해 심미성이 뛰어나다.
마지막으로 솔리디아의 기술은 새로운 건설비용이 들지 않는다. 즉 제조 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멘트와 콘크리트 제조 시설에 적용할 수 있다.
오늘날의 콘크리트 제조 방식은 1824년 콘크리트의 주재료인 포틀랜드 시멘트가 개발된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 (...)
생명 안전 보장을 위해 구조물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건설업은 오랜 세월 사용하면서 검증된 기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신기술 채택에 주저한다. 

콘크리트 생산에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가 발생한다는 것이 무척 놀랍다.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자원이 콘크리트라는 것도. 그런데 이런 콘크리트를 이처럼 혁신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니. 이 기술은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2020년 10대 신흥 기술'로도 꼽혔다. 이 기술의 핵심은 규회석을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를 통해 콘크리트를 경화하는 것인데, 천연광물인 규회석은 전 세계 생산량이 연간 70만 톤에 불과하여 도저히 시멘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인공 규회석을 만드는 방법을 찾았고, 이후 수년간의 실혐,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져 마침내 상용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기업에는 정말... 투자하고 싶다...


3. 베이징 - 이젠 클라우드 농장주 시대

▶ 정목원농목양식유한공사의 클라우드형 목장
중국에서는 최근 모바일로 호주 목장의 송아지를 입양하는 서비스가 생겼다. 중국의 카카오톡 격인 위챗의 샤오청수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된다. 사용자는 호주산 송아지를 입양해 키우고 수익까지 낼 수 있다.
(...) 고객들은 원하는 송아지의 품종을 고를 수 있다. 게시된 송아지는 품종, 체중, 성별, 월령, 성장, 건강 상태 등 각종 정보가 개별 프로파일에 구체적으로 기록된다. 농장은 호주에 있고 전담 직원을 고용해 고객의 소를 위탁 사육한다.
(...) 소의 상태가 궁금한 고객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육 환경이나 발육 상태 등을 점검할 수 있다. 소가 커질수록 고객의 이윤도 늘어난다. 일례로 사육하는 소의 무게가 30일간 30kg 증량이 되면 약 15만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고객은 소가 다 크면 팔 수도 있고 도축해 호주산 고기를 공수해 올 수도 있다.
(...) 라이브 커머스는 주로 화장품이나 식품 등 일반 소비재 위주로 판매 활동이 이뤄지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개, 돼지, 닭, 가재, 과일 등 동식물 위탁 사육 · 재배 등의 서비스 상품까지 거래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위탁 재배 등의 서비스를 구입한 소비자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 알리바바의 개미숲 프로젝트
모바일로 심은 가상의 나무가 지구상의 어딘가에 실제로 심어진다면 어떨까? 나와 내 친구들이 심은 나무가 숲을 만들어 사막화를 방지한다면?
이런 상상을 기업의 사회 공헌 사업으로 만든 기업이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그 주인공이다. 알리바바는 2016년 8월 중국 대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애플리케이션에 개미숲Ant Forest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해 넣었다. 가상의 나무를 모바일에서 심고 잘 기르면 실제로 사막에 나무를 심을 수 있다.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일종의 CSR 프로젝트다.
(*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기업이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들과 공생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의식)
(...) 아직은 화면 속에 떡잎 하나만 덩그러니 있지만 사용자가 잘 키우면 나무로 자란다. 예를 들어 자주 걷는다든지, 알리페이를 통해 대중교통 비용을 결제한다든지, 자전거를 구입하는 친환경적인 행동을 할수록 떡잎이 커진다. 모바일 속 가상의 나무가 잘 크면 알리페이의 지원을 받아 중국 서북부 지역에 실제로 나무가 심어진다. 이렇게 심어진 나무는 알리페이 개미숲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알리페이는 지인 추천, 참여자들의 순위 공개 등을 통해 사용자의 참여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2020년 5월 말 5억 5,000만 명이 참여해 2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밝혔다. 총 재배 면적은 약 1,825㎢로, 싱가포르 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크기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위의 두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서 중국 기업에게서 처음으로 형님의 향기를 느꼈다. 중국이란 나라는 굉장히 선도적이면서도 굉장히 선도적이지 않은 두 가지 모순된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구나. 미래적이면서 과거적인 묘한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 비즈니스 모델이 그저 가상의 공간에서 그치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진행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충격적이라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놀라움이 이 서평을 읽는 예비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이 책은 KOTRA에 근무하는 무역관들에 의하여 공동 집필되었다. KOTRA[Korea Trade-Investment Promotion Agency]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로도 불리며 정부가 전액 출자한 비영리 무역진흥기관이다. 주요 활동으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 외에 다양한 형태의 무역거래 알선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만화 및 드라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생'을 본 독자라면 KOTRA가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지는 대략 알고 있을 것이다. 해외 86개국에 126개 무역관을 두고 있으며, 해외시장 정보수집 및 제공사업, 해외 전시사업, 해외 홍보사업, 투자진흥사업, 국내 산업과 상품의 해외소개 및 선전, 해외무역관 설치 운영, 기타 산업자원부장관이 정한 수출입업무 등의 무역진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OTRA 직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해당 기관의 안내원처럼 기관의 역할을 자세하게 적은 것은, 그만큼 이 책에서 느낀 감흥이 크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매년 발간되는 것인데 앞으로 빼놓지 않고 챙겨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은 크게 4부, 10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37건의 비즈니스가 소개되어 있다. 그 상세한 목록은 이하의 표와 같다. 

영업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나지만, 이 책을 비즈니스인들에게 팔라는 미션을 받았다면 실적이 꽤 잘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확신을 가진 자는 성과를 내는 법이니까.

구분
대분류
소분류
도시
비즈니스
1
혁신
사회
위생사회타이베이우표 크기 3g 체온계로 24시간 밀착 체크
도쿄손대지 않아도 척척, 터치리스 제품들
멕시코시티해초 입자로 만든 인공나무가 공기 정화를
마드리드질병X의 시대, 새로운 방역
안전사회실리콘밸리원스톱 배송, 드론 운송 서비스
파리파리지앵의 필수품, 자전거 에어백
카이로전염병 퇴치를 위한 위생 비즈니스, AD 주사기
투명사회광저우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클라우드 현장 감독 서비스
방콕경비 로봇 SR1, 일상을 지키다
이스탄불스포츠 선수를 내가 직접 발굴, 스카우티움
2
칩거
시대
웰빙
집콕라이프
시카고집에서 일대일 전문 강습, 차세대 홈트
암스테르담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온라인 시력 검사
파리수면 중에도 건강을 관리해주는 스마트 워치
후쿠오카워라밸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워케이션
키트
전성시대
뉴욕집에서 키트로 하는 가임력 진단
로스엔젤레스코로나 19 시대, 코딩 홈스쿨링 키트
마닐라나만의 정원을 가꾸다, 식물 재배 키트
중국대체가 아니라 대세, 뜨겁고 건강해진 간편대체식
버추얼
커넥터
암스테르담가상현실 기술로 가까워진 병실 밖 세상
나고야버추얼 세상의 확장, 가상 유튜버의 시대
베이징이젠 클라우드 농장주 시대
밀라노방구석에서 온라인 미술관 투어로 세계여행
3
유통
혁명
강력한 유통댈러스신선식품 공급망 문제를 인공지능이 해결하다
런던유통에서 플랫폼 회사로,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브뤼셀일대일 맞춤 사료를 집 앞까지 정기 배송
리마미식 문화를 함께 배달, 페루의 와인 구독 서비스
새로운 창조멜버른과일과 야채로 만든 프리미엄 생수
홍콩영원한 사랑과 그리움을 간직한, 유골 다이아몬드
벵갈루루버려지는 꽃을 재탄생시키다
4
그린
혁명
순환사회키토자연에서 자연으로, 식물로 만든 일회용 접시
멕시코시티아픈 지구를 살리는 바이오플라스틱
뉴욕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신개념 콘크리트
멕시코시티밀레니얼을 사로잡은 비건 비즈니스
아그리테크
비즈
무스카트사막 한가운데서 피우는 첨단 농업의 꿈
멕시코시티날씨에 상관없이 신선한 채소를, 멕시코 스마트 팜 시스템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한 친환경 농업
도쿄로봇이 수확하고 데이터가 알려주는 미래 농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냅스 독서법 - 공부가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
박민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의 책, 『시냅스 독서법』 그리고 농담을 찾아서
- 주식 투자 공부가 어려운 모든 투자자들을 위하여

2020년이 저물어 간다. 예년 이맘때엔 거리의 상점들마다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로 치장했었다. 올해는 다른 모습이다. 거리가 조용하다.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꾸었다. 첫째 아이는 거의 등교를 하지 않았고, 둘째 아이도 한동안은 유치원을 쉬었다. 아내는 때때로 도깨비로 변했고, 나는 더 이상 집에만 머물지 않기로 했다. 물론 아내가 변신하기 전에 결정한 일이다. 나는 도깨비로 변한 아내도 공식적으로 사랑한다.

1월에 집앞 소호 사무실을 구해 나만의 출퇴근 공간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공간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렸고 그 다음에는 유튜브와 그리고 그 다음에는 가투소(네이버 가치투자연구소 카페)와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한 건 7월 경이다. 

사회생활 10년 동안, 나는 원하는 만큼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사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일이 내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은 그저 기쁨이었다. 오랫동안 사막을 헤매던 사람이 마침내 오아시스를 만났을 때처럼 나는 독서의 기쁨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그 결과 나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올해가 아직 한 달 하고 보름 정도 남았지만, '올해의 책'으로 꼽을 수 있는 책을 만나서 기쁜 마음으로 글을 적는다. 올해 마흔 권 정도를 읽었는데, 나에게는 이 책이 가장 빛나는 별이다. 최근 출간된 박민근 소장의 『시냅스 독서법』이 그 주인공이다.

좋은 책은 독자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훌륭한 책은 따라서 걸을 수 있는 길을 자상하게 제시한다. 이 책은 훌륭한 책이다. 그 이야기를 천천히 해보자.


몇 주 전 나는 2차전지 투자를 위한 세미나 강의를 들었다. 가투소에서 유명한 ho****y님의 강의였다. 강의 교안의 첫 페이지는 원소 기호로 시작했다. 화학. 고등학교 때 정말 싫어했던 과목이다. 과목도 선생님도 좋아할 수 없었고, 수능 선택 과목으로 물리를 고른 내가 대체 왜 화학을 배워야하는지를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화학 시간이면 따분한 몸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저 괴로워했을 뿐이다.

그랬던 내가 토요일 오후, 하루에 무려 여섯 시간이나 행해지는 긴 강의를 듣던 중 팔에 소름이 돋았다. 아... 화학이 우리의 세상을 이렇게 바꾸는구나. 화학에 대한 지식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이렇게 선명하게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을 만나면, 심지어 학생은 배우는 기쁨으로 팔에 소름이 돋을 수도 있구나. 그날 나는 정말 놀라운 체험을 했다. 인생을 통틀어 싫어했던 과목이 단 하루 만에 좋아진 것이다. 집 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신나게 외쳤던 기억이 난다. "여보, 공부하다가 기뻐서 팔에 소름이 돋았어. 나 미쳤나봐."

왜 그토록 싫어했던 과목이 그렇게 기쁜 배움으로 바뀌었을까? 의문은 가슴에 남겨진 채로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바로 그 의문을 꺼내어 대답했고, 나는 그 원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공부를, 특히 독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박민근 소장이 어떻게 치유해 갔고, 그리하여 그 아이들이 어떻게 독서의 기쁨을 배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그런데 이 기록은 아이들에게만 소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소용이 있다. 아이들은 공부에서 멀어지면 성적이 나빠질 뿐이지만, 어른들은 특히 투자자들은 공부에서 멀어지면 경제적 생존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것은 투자자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배우는 것은 그토록 어렵고 싫은 일인가. 아무리 자책을 해보아도 나는 왜 배움의 길로 나아가지 못하나. 뛰어난 성공을 해낸 사람들은 거침없이 성큼성큼 나아가는데. 그들이 말하는 대로 내 간절함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이 책의 진단을 들어보라.

들어가며
책 읽는 기쁨이 공부머리를 만듭니다

"선생님도 제게 책 읽히려는 거죠?"
제가 하는 일은 흔히들 '위너'가 아닌 '루저'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상담하는 일입니다. 부모가 이끄는 대로 공부를 해오다 청소년기에 이르러 그만 삶의 목적을 잃고, 공부를 그만두다시피 한 아이들이지요. 
(...) 빛과 그림자는 늘 공존합니다. 하나의 성공 사례 뒤에는 실패하거나 경기에서 진 수많은 루저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 상담실을 찾아온 아이들을 만나면 일단 면밀한 학습검사를 합니다. (...)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르면 크게 다음의 8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무기력 단계 : 학습동기가 거의 없는 상태
2. 외적 강압 단계 : 누가 강제하거나 구체적인 지시를 할 때만 공부하는 상태
3. 내적 강압 단계 : 자발적 동기가 아닌 외적 보상 때문에 공부하는 상태
4. 유익 추구 단계 : 특정 목적이나 이득을 위해 공부하는 상태
5. 의미 부여 단계 : 자기 가치에 따라 공부하는 상태
6. 지식 탐구 추구 단계 : 지식 탐구의 즐거움 때문에 공부하는 상태
7. 지적 성취 추구 단계 : 공부 효능감을 느끼는 상태
8. 지적 자극 추구 단계 : 공부가 즐거운 상태

2009년에 나는 감정평가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2020년이 된 지금 나의 감정평가사 공부는 저 8단계 분류 중 1단계에 해당된다. 나는 그 활동에 아무런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어렵게 공부해서 시작한 전문직 생활인데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아이는 대체 왜 이런 상태가 되었을까요? 아픈 질책일 수 있겠지만,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게 된 까닭이 다음의 5가지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가 10세가 되기 전에 충분히 그리고 즐겁게 책을 읽지 못한 경우입니다. (...)
둘째, 아이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상담을 위해 찾아온 부모님과 아이를 관찰하면 아무리 양보해도 아이의 잘못이 10, 부모 잘못이 90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
셋째,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
넷째, 아이가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것에 빠져 있는 경우입니다. (...)
다섯째, 공부상처가 있는 경우입니다. (...) 한마디로 공부에 대한 아이의 감정이 부정적인 상태를 말합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긴 학령기 동안 갖게 되는 공부상처입니다.

(...) 책을 기쁘게 읽으면 그것만으로도 아이의 두뇌 속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뉴런이라는 두뇌신경세포 중 신경전달 물질을 주고받는 부분인 시냅스의 반응이 매우 활발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흔히들 말하는 공부머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름 아닌 시냅스의 반응을 활발하게 해주는 독서를 해야 하고, 이것은 아이의 정서적인 반응과 밀접하게 관련해 있습니다.

감정평가에 대한 나의 감정적 반응은 아주 커다란 부정이다. 업무 말년에 나는 굉장히 쉬운 감정평가 일을 수행할 때에도 커다란 무기력을 느꼈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공부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는 '담보평가'라는 2~3일 내에 처리해야하는 단기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갓 입사한 나는 오피스 프로그램조차 한번도 구동해보지 않은 상태였다. (아... 철학과의 슬픔이여...) 감정평가보고서를 창고에서 꺼내어 알아서 읽어보라는, 며칠 간의 교육을 빙자한 방치를 겪고 나서 나는 곧바로 사수와 함께 업무에 투입되었다. 그렇게 몇 번의 동행을 한 다음,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혼자서 현장 출장을 다녀와서 혼자서 감정평가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밤을 새워가며 일에 매달렸다. 그게 나의 수습기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해에 결혼을 했고, 바로 그 해에 아내는 예기치 못한 심한 입덧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나는 '왜 일만 하느냐, 함께 술을 마셔야 진정한 사회생활이지.'라고 이야기하는 선배들에게 인정받아야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식으로 채용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만도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느날은 밤 늦게 집에 돌아가니 아내가 불이 꺼진 거실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언제더라.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깜빡 졸아 중앙선 분리벽을 들이받을 뻔한 적이 있다. 아찔했다기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들이받게 되더라도 후회는 없다. 철학과로 전과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이 이상 할 수 없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 나는 나를 남김없이 소진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설명을 따르면, 나는 '(감정평가) 공부상처'를 크게 얻으면서 공부를 시작한 셈이다. 그리고 이 상처는 11년이라는 긴 학령기(업무기간) 동안 내 안에서 커져 갔던 것이다. 문득문득 번아웃 증상이 올 때마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나의 부족한 간절함을 자책했다. 그렇게 나의 (감정평가) 공부단계는 4단계에서 1단계로 추락해갔던 것이다.

반면 주식 투자는 전혀 다른 과정을 거쳤다. 나는 필요한 돈을 주식 투자로 벌어보겠다는 4단계의 목적으로 투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랬던 공부가 현재는 8단계에 이르렀다. 5~8단계를 조금 더 설명하면 이렇다.

5. 의미 부여 단계 : 자기 가치에 따라 공부하는 상태 → 하나의 행위로 돈버는 일과 즐거움을 같이 누리겠다. 이것이 일에 대해 내가 부여하고 싶은 가치다. 나의 일은 주식 투자다.
6. 지식 탐구 추구 단계 : 지식 탐구의 즐거움 때문에 공부하는 상태 → 주식 투자는 가치 투자 방법이 유리하군. 가치투자란 이런 것이군. 호오 흥미롭군.
7. 지적 성취 추구 단계 : 공부 효능감을 느끼는 상태 → 가치 투자로 수익이 나는군! 이야!
8. 지적 자극 추구 단계 : 공부가 즐거운 상태 → 수익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나는 그저 가치 투자에 매진할 뿐. 그런데 하한가를 맞은 날에도 공부가 이토록 즐겁다니. 나 주식 공부에 미쳤나봐!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감정평가와 주식 투자에 대한 나의 정서가 그토록 다르게 형성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싫어했던 화학이란 과목이 왜 한순간에 좋아졌는지도. 무엇보다, 어떤 공부에 대해 내가 무기력 등의 부정적 증상을 겪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증상을 치유하고 상위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게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상세한 방법론도 알려주면서, 동시에 그 방법론의 바탕이 되는 학문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작가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위대한 연구자들의 결과물을 오랜 공부를 통해 비교하여 가장 신뢰도 높은 이론을 추린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 적힌 내용은 정말로 대단히 귀한 것이다.

- 신체활동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책을 좋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5세 지성이는 축구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동네 형들이랑 축구하는 것이 제일 좋고 책 읽기나 한글 배우기는 별로 재미없어 했지요.
아빠 희석 씨는 아직 한글 읽기가 잘 되지 않는 지성이가 무척 걱정이었습니다. 혹시 ADHD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안고 상담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지성이 아빠는 상담 내내 한숨을 여러 번 내쉬며 무척 한탄했어요. 희석 씨의 직업 특성상 아이가 깨어 있을 때는 얼굴을 거의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려고만 하면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는 아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많다고 했습니다. 희석 씨 자신이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이죠. 그는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할머니 손에 맡긴 것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내심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지성이에게 걱정할 만한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물론 또래에 비해 주의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성이가 아주 재미있게 책을 읽은 경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성이는 신체운동지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무척 높은 대신 언어지능은 상대적으로 좀 떨어지는 편이고요. 책에 애착이 생기려면 즐거운 독서 경험이 풍부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게 좀 낯선 일이었던 거죠. 대신 지성이는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면서 신체활동을 할 때 더 큰 재미를 느꼈을 겁니다. 이 점은 절대 나쁘지 않습니다. 지성이의 사회성이 또래보다 뛰어나고, 무척 밝은 심리도 잘 유지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 덕분입니다."
저는 우선 지성이 아빠가 아이와 함께 축구와 같은 신체활동을 많이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신체활동을 다룬 그림책으로 아이의 독서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아가 축구 그림책으로 아이가 한글에 조금 더 익숙해지게 하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지성이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선택한 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축구선수 윌리》였죠. 아이는 난생처음 읽은 이 재미있는 책에 그만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지성이는 주의력을 높이기 위한 놀이치료와 미술치료를 여러 달 진행해오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독서치료가 재미있다며 제게 이렇게 속삭이더군요.
"선생님이 또 무슨 책을 보여줄지 너무 궁금해요."
이후 지성이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축구가 좋아》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지성이가 읽기에는 제법 내용이 많고 복잡할 수도 있는 책이었지만 축구에 대한 이야기라 거부감이 전혀 없었죠. 또한 윤여림, 이갑규의 《축구치 하람이, 나이쓰!》를 소개해주었더니 집으로 돌아가서도 엄마와 함께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지성이가 가장 공감했던 책은 아빠와 함께 읽은 키르스텐 보이에의 《축구 소녀 레나가 어떻게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지?》였습니다. 지성이는 축구만 좋아하고 공부는 싫어하는 주인공 레나 이야기가 꼭 자신의 이야기 같다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151-153p)

- 저는 글자를 알기 전 아이들이 암기 천재처럼 책의 내용을 모조리 외우며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합니다. 부모님이 책을 정성껏 읽어준 아이에게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지요. 누구나 경험했을 거예요. 외우기 싫은 영어 단어는 죽어라 외워도 안 외워지지만, 좋아하는 노랫말은 자신도 모르게 외워지죠. 기쁨 호르몬 도파민은 뇌 속의 기억장치 해마에서 저장하는 장기기억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접착제입니다. 기억 대상과 도파민이 결합해 뇌에 기억을 새기는 거죠. 그래서 기뻐하며 접한 일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암기 천재 아이들은 기쁨 호르몬이 넘치는 아이인 것입니다. (122p)

- 이 책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설명하고 싶은 개성 탐색 기준은 바로 다중지능 이론입니다. 이 방법은 좀 전에 설명했던 좌뇌형, 우뇌형 분류에 비해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입니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20세기를 풍미했던 IQ 시대에 마지막을 고하며 다중지능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다중지능 이론은 그를 위대한 교육자 반열에 오르게 한 이으로 인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단지 IQ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관점입니다. 인간의 지능은 IQ 검사로 측정되는 논리수학지능이나 언어지능 외에도, 음악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자연탐구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성찰지능 등 좀 더 다양하고 폭넓게 분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지능은 독자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고요.
자폐증이 있지만 미술 등 특정 분야에 놀라운 재능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서번트 신드롬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뇌의 각 영역이 분리된 채 서로 다른 능력들을 유지하면서 불균등하게 발달하기 때문이에요. 이는 다중지능 이론이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주었습니다.
(...)
다중지능 이론에 의하면 세상의 어느 아이도 남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학습 대상을 자신의 두뇌 프로파일에 따라,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학습합니다. 그러니 이 세상 모든 아이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부법이란 존재하지 않죠. 당연히 한 종류의 독서 프로그램을 모든 아이에게 적용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75-76p)

- 여러 지능 영역 가운데 특히 자기성찰지능은 다른 지능들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능입니다.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그것을 더 훈련하고 신장할 때 이 자기성찰지능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죠. 피카소와 같은 재능을 가진 아이라도 자기성찰지능이 떨어지면 훌륭한 예술가로 자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과 선생님이 꾸준히 성장시켜주어야 할 지능 영역이 바로 자기성찰지능입니다. (83p)

일요일에 회사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한 후 본가에 들렀다. 나는 어머니의 기질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보다 훨씬 험한 시대를, 여자로서 살면서, 신혼초의 가난은 주부로서, 두 아이가 각 중고등학생으로 사춘기를 겪을 때쯤에는 아버지의 사업실패가 초래한 가난을 워킹맘으로서 극복해야 했다. 어머니는 살면서 긍정적인 정서를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맞이한 적이 없다. 어머니는 그 모든 과제와 역경을 끌어안고서 자신을 소진하며 살았다. 나는 어머니의 몸부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랐다. 아버지는 감정에 덤덤한 성격이었다. 누나는 아버지를 닮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예민한 감정을 그나마 살필 수 있었던 게 가족 중에서는 나였다.

나는 어려서 어머니의 마음이 평안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무기력이 나에게는 그렇게 학습되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간절했기에 나는 그녀가 평안해지기를 진정으로 소망했고 그 소망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어머니의 몸부림이 결국에는 자녀들의 교육을 성공시키고, 집안의 가난도 극복해내는 걸 나는 보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그녀의 마음이 평온하지 않고 때때로 슬픔에 잠기고 괴로움으로 가득 차는 모습도 똑같이 지켜보았다.

이제서야 분명해진 게 하나 있다. 만약 누가 나에게 "네가 목표를 이루지 못한 건 네 간절함이 부족해서야."라고 말한다면, 나는 비록 싸움을 못하지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에게 달려들 것이다. 모자란 게 간절함이었는지 아니면 그 간절함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었는지 이제는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에 다가가는 방법을 모르기에, 본인들의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자책한다. 그건 우리 세대가 자라면서 몸에 새기게 된 어떤 공통적인 분모 같은 것이다. 마치 우리 아버지 세대가 가족과의 불화를 겪으면서도 스스로의 감정과 기분이 어떠한지를 보편적으로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청년 세대는 우리보다 조금은 더 현명하다. 노력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노오오력'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부족한 것은 노력이 아니라 방법이고, 우리 사회의 문제는 학생의 자질이 아니라 선생의 자질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이 서평은, 주식 투자 공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무기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씌어졌다. 이 책은 아무리 간절하게 원해도 바꿀 수 없었던 무기력감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짚어주고, 치유의 한 걸음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소망과 무기력의 불편한 관계가 치유되면 비로소 즐거움이 시작된다. 일요일에 방문한 본가에서 나는 어머니와 이 글에 쓴 이야기를 포함한 많은 이야기들을 몇 시간 동안이나 함께 나누었다. 때로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표정이 딱딱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우리는 편안히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즐거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편안한 마음으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은,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았던 커다란 일이었는데, 정말 일순간에 그 일은 눈앞에 와 있었다.

우리 내면에는 아이가 있다. 그러나 정말로의 우리는 많은 일들을 겪으며 이미 어른이 되어 있다. 방법을 알게 되면 지금의 어른이 된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 아이도 지금의 나에게 다가올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둘이 편안히 만날 때, 아이는 어른이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박민근 독서치료연구소 소장이다. 이런 스승을 만나게 되기를 나는 정말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 왔다. 나처럼 스승을 찾아 먼 길을 고행해 온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p.s 1
마지막을 유머로 맺고 싶었는데... 아직 마음대로 잘 안 된다. 그러나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는 마지막을 다르게 적을 수 있다.
눈시울을 붉히며 이 서평을 쓰고 있는 동안 퇴근 시간이 다가 왔다. 나는 아내에게 글을 마무리 하고 가도 될지 물어보았으나, 그녀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 "안돼."
눈물을 흘리며 글을 쓰고 있다고 재차 청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같았다. 내가 귀가하면 그녀는 나와 바톤 터치를 하고 운동을 갈 참이었다. 
(두 아이는 저녁마다 놀아 줄 어른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집안을 어슬렁 거린다.)
그녀에게 운동은 중요한 맥락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순순히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했다.
"정말, 사랑스러운 군주다."
물론 이것은 공식적인 발표다.


p.s 2
어머니는 '자기성찰지능'적 관점에서 나를 조기교육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돈 총각 처녀간이었고,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젊은 나이에 사랑의 도피를 했다. 국내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늘 어린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절대 콩각지가 씌어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면 안 된다."
사랑만으로는 행복한 결혼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나는 이런 화두를 안고 자라게 된다.
"행복하게 사랑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리고 그 화두는 나의 자기성찰지능의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

하워드 막스의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에 적힌 대로,
"성공은 그 안에 실패의 씨앗을 품고 있고, 실패는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다"
어머니의 실패는 세대를 건너 아들의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성공은 이제 어머니 세대의 즐거움의 씨앗이 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터틀 트레이딩 - 기본부터 충실하게 잡아주는 차영주 소장의
차영주 지음 / 페이지2(page2)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책이다.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스스로에게 적용할 수 있는 투자에 대한 정의를 떠올릴 정도였다.

투자는 '자기자신을 현명한 투자자로 진화시키는 게임'이다.

투자에 대한 나의 정의에는 개인적인 맥락이 있다.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에 적어본다. 2018년 하반기에 우울증이 발병한 나는 2019년 초까지도 넝마의 상태였다. 우울증의 가장 큰 증상은 아무것에도 흥미와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 6개월을 침대에 누워만 지내다보니 다리 근육이 다 빠져서 팔과 다리가 같은 두께가 될 정도였다. 보다못한 아내는 내게 권유했다.
"여보. 차라리 게임이라도 좀 해보면 어때?"

백종원은 사업에 실패 후 죽기 전에 맛있는 음식이라도 실컷 먹고 죽자 싶어서 홍콩에 갔다고 했다. 비슷한 심정으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안방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렇게 시작한 게임이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라는 MMORPG였다. 중고등학생 때 특히 즐겼던 RPG는 내가 평생을 사랑한 장르다. '캐릭터를 성장시킨다'는 그 단순한 행위에서 나는 커다란 즐거움을 느꼈다.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슛연습을 즐겁게 여겼던 것처럼 내게 '성장'이라는 단어는 늘 즐거운 무엇이었다.

그러나 RPG 게임은 항상 똑같은 결말을 맞는다. 캐릭터가 급속도로 성장할 때에는 너무나 재밌지만, 유의미한 성장을 다 끝마치고 나면 새로 익힐 필살기도 없고, 능력치도 크게 신장되지 않으며, 엄청난 수의 적을 반복 작업으로 물리쳐야만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이쯤되면 사실 즐겁지 않은 노가다가 되어버려서 슬슬 게임에 대한 흥미가 식기 시작한다. 그러면 곧 다른 게임은 없나 눈을 돌리게 된다. 그렇게 눈을 돌려 시작한 게임이 우리나라의 민속 게임, 전략 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였다.

스타크래프트(줄여서 '스타'라고도 부른다)가 MMORPG와 다른 점은, 플레이어끼리 서로 겨룬다는 점과 게임 캐릭터의 능력이 아닌 내 실력이 승부의 관건이라는 점이다. 내 스타 실력은 십대에는 반에서 2~3등 정도였고, 이십대 후반에는 오랜 친구이자 스타 초보였던 아내를 데리고서 드라마틱하게 팀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훌륭한 에이스 역할을 맡을 정도였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나는 그녀의 친구에서 연인으로 지위가 승격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근 십년 만에 접한 스타에서 내 자신감은 산산이 부서졌다. 2019년에는 "빠른무한"이라는 컨텐츠가 스타에서 가장 유행이었는데, 플레이어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는 열 판을 하면 1~2판을 이길까 말까였다. 자꾸 지다보니 즐겁자고 시작한 게임이 괴로워져서 고민에 빠졌다. 게임을 그만두고 다시 침대에 누워 '우울증은 이런 것이다'를 연기할까? 아니면 조금 노력해볼까. 나는 노력해보기로 했다. 6개월을 쏟아 붓자, 10판에 7~8판을 이기게 되었고, '스타'가 무척이나 즐거워졌다.

내가 '성장'에 특별한 재미를 느낀다는 걸, 그때 새삼 알게 되었다. 1년 정도 스타를 즐긴 후에, 나는 이제는 경제적으로 좀 소용있는 행위에 재미를 붙여보자고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그 생각을 아내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내는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녀와 첫 연애를 시작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이 사람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 그 보람 있는 일을 평생 열심히 해보자.' 아내를 보며 나는 이런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그녀와 연인이 되었다. 오랜 세월을 건너 마침내 남편의 초심이 돌아온 것이다.

물론 게임에 집중하던 때에 게임만 한 것은 아니다. 심리치료, 운동, 심리학 서적의 탐구, 명상을 부수적으로 진행했다. 때가 되자 게임도 부수적인 일들도 무르익어서 위의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거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2020년 4월에 가치투자연구소 카페에 가입하게 된다. 그 덕분에 이런 글도 카페에 남길 수 있다.

투자는 '자기자신을 현명한 투자자로 진화시키는 게임'이다.

내가 내린 첫 번째 투자의 정의를 보며, 나는 일종의 감회에 젖는다. 남들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저 정의에는 내 역사의 중대한 굴곡이 담겨 있다. 예측할 수 없고 너무나 컸던, 그래서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굴곡의 한 시절이 마침내 갈무리되고 있다. 나는 다시 건강한 상태로 주식 투자라는 경제활동을 마주하며 서 있다.

위와같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터틀 트레이딩'이 나같은 초보자(가치투자 입문 6개월 차인)에게 아주 적합했기 때문이다. 자, 내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삼프로TV 김동환 소장의 특별한 추천사
삼프로TV의 진행자는 세 명이다. 그중 제일 단단한 기운을 풍기는 이가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다. 이 책은 전적으로 김동환 소장의 추천 때문에 읽게 되었다. 김 소장의 추천사는 특별하다. 눈총을 크게 받을 만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끔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철들고 가장 잘한 일은 아내와 결혼한 것이고, 그다음 잘한 일은 첫 직장으로 증권사를 선택한 일'이라고 말이다.

유부남 독자들의 질타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역시 단단하고 뱃심이 큰 사람이다. 그가 이렇게 추천사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오래 함께 할 대상을 선택하는 본인의 검증된 안목을 설명하고, 바로 차영주 소장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차영주 소장과의 인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후 추천사는 '터틀 트레이딩'에 대한 다음의 찬사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주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역설하고 다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승자가 될 수는 없다. 공부가 필요하다. 그런데 주식을 공부할 수 있는 책들이 차고 넘쳐도 권할 만한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차영주 소장의 『터틀 트레이딩』은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주식투자가 늘 제자리라고 체념하는 사람들, 그리고 주식투자를 더 잘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늘 곁에 두고 부담 없이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는, 다정한 선배 같은 투자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삼프로TV'의 contents 공신력은 대단히 높다. 가히 주식 유튜브 채널의 '1황(皇)'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이루어진 미국 대선 개표 때 삼프로 TV는 17시간 릴레이 생방송을 했다. 방송 내내 MC의 오른쪽 앞 광고 패널에 이 책, '터틀 트레이딩'이 놓여 있었다. 이 책은 과연 어떤 책일까.


주식투자를 잘하기 위해서 '기질'은 '공부'보다 더 중요한가? 이 논쟁은 이미 미국에서 결론이 났다.
미국의 투자자 리처드 데니스와 빌 에크하르트는 동료였다. 그들은 시카고에서 '상품 선물(농산물, 축산물, 에너지, 비철금속, 귀금속 등) 트레이딩'으로 성공한 투자자였다. 그들은 10년 동안이나 아래와 같은 논쟁을 벌였다.

투자의 자질
투자의 기술
리처드 데니스
후천적
수익 내는 과정을 학습할 수 있다
빌 에크하르트
선천적
투자는 학습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데니스는 실험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입증하기로 한다. 1983년 가을, 두 사람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에 광고를 내고 트레이딩 훈련생(터틀)을 모집한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13명은 조리사, 교사, 상담사, 배달원, 회계보조원, 웨이터 등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14일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생들을 교육한 결과, 여러 훈련생이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교육 이후 4년 넘게 연간 100%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위의 내용은 당시 교육생 중 한 명이었던 커티스 페이스가 쓴 『터틀의 방식』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해당 책은 국내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다. 차주영 소장은 이처럼 '공부'를 경시하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그는 '주식투자에 대한 공부'를 강조하고,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올바로, 제대로 배우면 투자를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로 마음 먹는다.

차 소장은 2018년 최초 교육생을 모집하여 2년 동안 기수별 교육을 진행하면서 '한국형 터틀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이 책은 그 이정표로 나온 결과물이다. 얼마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차 소장의 프로그램은 1:1 맞춤형 교육으로 그 형태가 자리잡혔다. 헬스 트레이닝에서 1:1 PT(Personal Training)이 대세가 된 이유와 유사하다. 효과적인 트레이닝을 위해서는 개인별 맞춤 지도가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나는 교육생들에게 동일한 방식의 획일적인 교육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투자자 모두가 워런 버핏이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17p)

내가 진행한 '터틀 수업'은 위대한 투자자들이 직접 쓴 책을 통해 그들의 행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했는데(자신의 경험을 직접 쓰지 않은 책은 배제했다), 각자의 투자 지식과 경험 수준에 맞는 책을 정해주고 학습하도록 이끌었다. 그리고 모의 투자를 거쳐 실전 투자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경험하도록 했다. 이때 투자할 종목은 직접 선정하게 했는데, 그 과정에서 수시로 방향을 점검하고 지도하려고 노력했다. 매매 시마다 매매일지를 작성하도록 해서,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17p)


책에 대한 이야기 : 훌륭한 주식 트레이너 차영주 소장
나는 근면 성실함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다. 지나치게 파괴적으로 달리다가 병마를 얻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잘못은 근면 성실함이 아니라 자기 항상성을 지키지 못한 나의 부족한 자기 통제력 때문이지만, 아무튼 '근면 성실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별로 감정이 좋지 않다)

훈련의 강도가 임계점을 넘을 때 선수는 부상을 입는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의 강도로 단련하려면,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주식 투자로 원하는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단련할 때 임계치를 넘지 않는 최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의 흔한 오류 중 하나가 사회생활을 하듯이 근면 성실하게 주식시장에 접근하면 투자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 9시부터 3시 30분까지 주식시장에 바짝 붙어서 주시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기업 분석과 차트 분석, 종목 토론방 참석, 유튜브 및 블로그 검색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주식시장과 계속 붙어 있어야 주식과 투자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주식시장은 사회와는 다른 방식의 근면 성실을 요구한다.
주식시장에서의 근면 성실은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그 방식을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사회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생존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주식 계좌와 리스크를 어떻게 잘 다룰 수 있는가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48-49p)

"다른 사람의 방식을 자신의 방식에 접목시키려 하다간 두 방식의 최악의 단점만을 취하게 돼요." - 잭 슈웨거, 『시장의 마법사들』 (56p)

주식투자는 단순히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처럼 해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주식투자를 저축처럼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저축과 투자는 분명 다른 영역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여러 번 강조컨대, 올바른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 한다. 배우지 않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훈련 없이 나가는 것과 똑같다. 그런 상황에선 '운'이 좋지 않으면 결코 살아날 수 없으니 오직 '운'만 믿어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조언가는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빼고, 그저 전장에 나가서 버티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부추기기도 한다. (59p)

위와 같은 조언을 건네는 주식 트레이너라면 나와는 궁합이 잘 맞는다. 나는 과거 PT를 받으며 건강이 오히려 악화된 적이 있다. 디스크가 하나 터져서 허리에서 통증을 느끼는 상태였는데, 당시 트레이너는 허리에 좋은 운동이라며 내게 윗몸일으키기를 권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윗몸일으키기는 디스크 환자가 절대 하면 안되는 대표적인 운동이었다. 그 사태를 겪은 뒤에는 재활 운동을 전공한 트레이너를 찾아 운동을 배웠다. 수강생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서 그에게 적합한 지도 방법을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트레이너다.

저자는 가치투자자와 트레이더를 구분하고 다시 직장인과 전업 투자자를 구분한 다음, 집단별로 익혀야 할 공부가 다름을 짚어준다. 개인들의 귀납적 패턴을 규모있게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몇 개의 유의미한 집단으로 분류한 뒤 각 집단에게 적합한 처방을 제시하는 것은 틀림없는 절정 고수의 내공이다. 오은영 박사의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는 그러한 내공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가르침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이 책을 쓴 저자의 내공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가치투자는 엄청난 강도의 노동과 엄격히 지켜야 할 원칙뿐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을 요구한다. 가치투자자가 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감당할 능력과 시간이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직 그들 중 몇몇만이 성공을 위한 마인드를 지닐 뿐이다." - 세스 클라먼, 『안전 마진』 (93p)

나는 주식 공부를 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주식 공부를 많이 해야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더 반긴다. 심리적으로도 초보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인지'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데에 있다. 우연히 가치투자에 입문은 하였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닐텐데, 그러면 무엇이 가치투자자들의 성패를 나누는 걸까. 초보투자자는 누구나 이 의문에 자기만의 대답을 가져야 심리적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답 중 하나가 바로 '공부'다. 내게는 이 대답이 적합하므로 굳이 다른 대답을 찾아보지 않기로 한다.

 
만약 내가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먼저 준비할 것은 자신만의 현명한 가치투자자 되기 진도 계획표
나는 타인이나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 내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 서툴다. My way, My pace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살아와서다. 그러나 10년의 결혼생활은 스님마저도 공처가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고, 어린 두 딸들은 어쩌면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매일매일 몸으로 가르쳐주었다. 아내와 아이는 총각이었던 FM시트콤을 유부남이자 아빠로 탈바꿈시키는 강력한 트레이너였다. 이 관계에서는 트레이너가 갑이고 내가 을이었다. 만약 차영주 소장과 트레이닝을 한다면 나는 조금 다른 관계를 맺고 싶다. 갑을이 없는 진정한 동반자 말이다.

이를 위해 먼저 스스로 생각하는 가치투자자로서의 나의 진도 계획표를 만들어 보았다. 아래는 이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다.




출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원래 첫 투자 3년은 본전만 해도 잘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이를 반영했다. 그 다음 4년차에는 10% 수익률을, 5년차에는 15% 수익률(S&P500의 수익률 수준)을, 6년차에는 버크셔 해서웨이 수준인 17% 수익률을 달성하는 계획이다. 7년 차부터는 직접 투자의 의미가 있는(버크셔 해서웨이를 능가하는) 20% 수익률을 달성하고, 8년차부터는 24% 수준의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략적인 매년의 공부 내용과 주요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1. 투자 서적을 집중적으로 읽는다.
2. 스터디에 참여하여 기업분석, 산업분석을 집중적으로 익힌다.
3. 1~2에 익힌 지식을 바탕으로 실전 경험을 본격적으로 쌓는다.
4. 1~3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한다.
5. 직접 투자가 의미 있으려면 S&P500 ETF에 묻어두는 것 이상의 효용이 있어야 한다. 이를 넘어서야, 주식 투자의 재미를 이어나갈 수 있다.
6. 워런 버핏의 수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더라면, 당연히 목표수익률은 S&P500이 아니라 버크셔 해서웨이의 수익률이 되었을 것이다. (17%)
7. 전업으로 7년을 올바르게 쏟아부었는데도 지지부진 하다면, 나와 주식 투자는 궁합이 안 맞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
8. 8년차 이후는 평생을 가치투자자로 살고 싶은 바람을 담은 목표 수익률이다. (24%)

위의 진도 계획표가, 내가 주식 투자의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 양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지노선이다. 만약 이보다 진도가 느리다면 나는 워라밸을 바꾸어야 할 것인데 그건 매우 즐겁지 않은 일이다. 먼저 마지노선을 정한 건, '여유자금으로 주식 투자하라'는 격언의 의미 때문이다. 그 의미를 달리 표현하면 '투자자는 물러서서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자기의 할 일을 할 수 있다'인데, 이 문장은 주식 투자라는 게임을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는 꼭 획득해야 할 필수 아이템으로 생각된다.


그 밖에 책에서 발견한 한 줄

자신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많은 성공 투자 방식을 배우고, 그것을 익히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100p)
→ 코칭을 받고 싶어졌다.

과거 대가들의 투자법을 익히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주식시장에 좀 더 올바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익힌 만큼 득이 된다. (121p)
어떤 대가의 투자법을 배워야 할까? 안타깝게도 대가들의 투자법은 한두 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10명의 대가가 있으면 열 가지 투자법이 있기 때문에 해야 할 공부의 양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 배우는 과정에서는 다소 힘이 들더라도 이들 각각의 투자법을 가능한 한 모두 배우고 익히려고 해보자. (122p)
→ 이분 지도 방법이 완전 내 스타일이다.

투자 초기에 꼭 공부해야 하는 투자자로 내가 추천하는 대가들은 다음과 같다.
● 개인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법을 이야기해주는 '피터 린치'
● 차트를 활용해 성장 가치투자를 알려주는 '윌리엄 오닐'
● 마법 공식을 만든 '조엘 그린블라트'
● 박스 이론의 창시자 '니콜라스 다비스'
● 소형 가치주의 대가 '랄프 웬저'
● '줄루 주식투자법'이라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 '짐 슬레이터'
● 금융시장에 '심리 투자'라는 해법을 제시한 '알렉산더 엘더' (126p)
→ 읽지 않은 책이 많고, 들어보지 못한 책도 많다. 신난다!


터틀 트레이딩 입문 특강
11월 14일에 서울 선릉역 부근에서 터틀 트레이딩 입문 특강이 있다고 한다. 참여를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이고 책을 지참해야 한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미리 준비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여담 : 삼프로의 교육사업자로 거듭나기?
2020년 8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현재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주식 투자 교육이 그만큼 필요해졌고, 그만큼 시장이 넓어져서 양질의 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다. 삼프로TV는 최근 사경인 회계사의 회계 강의를 시작으로, 이 책 '터틀 트레이딩'의 1:1 오프라인 교육과, 박성진, 최준철 대표의 독서 강독(유료 팟)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사업 contents가 점차 확장되는 모양새인데, contents 공신력이 워낙 높은 삼프로TV이고, 초청된 강사들 역시 모두 훌륭한 분들인만큼 앞으로 삼프로TV에서 또 어떤 교육 contents가 나올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즐거울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를 위한 돈의 감각 - 평범한 부모라서 가르쳐 주지 못한 6단계 경제 습관
베스 코블리너 지음, 이주만 옮김 / 다산에듀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돈의 감각이 모자란 게 아이만은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돈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식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는 돈을 리드해 본 적이 없다. 돈을 의식하게 된 이후에는 돈을 쫓아다니느라 바쁘게 우왕좌왕하며 지냈을 뿐이다. 연애에는 서툴렀지만 어쩌다보니 일이 잘 풀려 결혼을 하게 된 것처럼, 돈에는 서툴렀지만 어쩌다보니 일이 잘 풀려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다. 꽤 흔한 케이스다.

수학 실력이 부족한 고학년에게 좋은 방법은 저학년의 수학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는 것이다. 기초 없이 쌓아나가는 공부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노력한 만큼의 효율을 얻기 어렵다. 돈 공부는 숫자를 다룬다는 점에서 수학 공부와 유사하다. 그렇다면 돈 공부도 저학년의 기초부터 다시 하는 게 좋은 방법이리라.

보도 섀퍼의 『돈』이나 『열 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고득성의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박종기의 『부자통장』 등을 먼저 읽은 내게 이 책의 내용은 다소 쉽게 느껴졌다. 책은 돈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지만 아이에게만은 돈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고 싶은 서투른 부모들을 위해 씌어졌다. 이를 감안하고서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보자.

내게는 각각 11살, 7살인 두 딸이 있다. 첫째 아이는 최근 돈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온다.
"아빠, 아빠는 연봉이 얼마야?"
"아빠, 우리 집은 얼마야?"
"아빠, 우리 차는 얼마짜리야?"
"아빠, 이 선물은 얼마야?"
"아빠, 내 한 달 용돈이 좀 적은 것 같아."

대부분의 질문을 태극권의 화경을 펼치듯 그대로 흘려 넘겼지만 아이의 질문은 반복되었다. 질문에 똑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 게 맞는 듯했지만 확실한 교육학적 근거가 있지는 않았다. 책은 이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준다. 48페이지에 "자녀가 모르면 더 좋을 돈에 관한 6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첫째, 부모의 연봉
둘째, 부모의 소득 비교
셋째, 퇴직연금 액수
넷째, 일가친척에 대한 경제적 평가
다섯째, 선물의 금액
여섯째, 대학 등록금에 관한 걱정

어떤 경우에도 부모의 연봉을 밝히지 말 것. 맞벌이든, 외벌이든 부모의 소득을 나누지 말고 부부가 한 팀으로 번다는 걸 강조할 것. 그리고 선물의 액수를 알려주어서 어떤 선물은 값어치가 있고 어떤 선물은 값어치가 낮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지 말 것. 이 세 가지가 이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배움 중 하나다.

다른 배움은 아이에게 '절약'을 가르치는 법이다. 절약을 가르친다는 건 인내와 꾸준함을 가르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가장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없는 방법은 당연히 솔선수범이다. 부모가 약속을 지키고 일관되게 근면 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에 참여하도록 지도할 것. 책은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가르침이 올바른 양육법을 알려주는 아동 교육 책의 가르침과 완전히 똑같다는 것이다. 

책의 핵심 주장은 이것이다. 돈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올바른 생활 태도에서 비롯된다. 돈에 대한 지식은 그 다음 문제다. 곱씹어보면 이 가르침은 돈뿐아니라 모든 것에 통용된다. 돈이든, 학문이든, 예절이든, 사랑이든, 그 어떤 것이든 올바른 태도는 올바른 생활 태도로부터 나온다. 차이점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일뿐이다. 그리고 이미 널리 알려진 바대로 태도를 갖춘 이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에 대한 정서와 마찬가지로 근면 성실함에 대한 나의 정서는 다소 반항적이다. 성장환경에서 이유를 짐작해보면 이렇다. 어렸을 때 서울로 이사를 온 뒤 아버지는 지방에서 따로 기러기 생활을 하셨기에 아버지의 근면 성실함은 목격할 기회가 없었다. 어머니의 경우에는 성실하셨지만, 그 성실함이 어머니를 즐겁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머니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마음이 평안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성실함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이미 어머니는 성실함을 가졌지만 그것이 어머니를 평안하게 만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가치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가치에 긍정적인 정서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여러 책을 탐독하면서 얻게 된 가장 큰 기쁨도 그동안 긍정적인 정서로 연결하지 못했던 많은 좋은 것들, 이를테면 돈, 역사, 정치, 세계, 영어, 학습, 여행, 운동, 주식, 부동산 등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좋은 평점을 주기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이 책을 읽고서도 나는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왜냐하면 이제서야 진정으로 '근면 성실함'에 대해서 반항의 감정 없이 '좋은 행동 패턴이구나. 천천히 익혀가자.'고 순순하게 마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빈틈을 가진 채로 어쩌다보니 어른이 되고 어쩌다보니 부모가 되어 스스로를 살필 겨를 없이 살던 나에게 있어 올해는 특히 의미가 남다른 해다. 책을 읽으며 나의 많은 빈틈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새로운 것을 배우며 자라고 어른은 지나쳐버린 것을 되돌아가 배우며 자라는 것일까. 어른에 대한 이야기보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에서 배움을 많이 얻게 된다. 근면 성실함에 대한 배움은 사랑스러운 두 딸들에게도, 그리고 역시 사랑스러운 빈틈 많은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책의 후반부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건너뛰며 읽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작성된 것이나 읽은 이의 심정을 솔직하게 담았다. 이 서평이 책을 살피는 예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영을 넷플릭스하다 - 한 권으로 읽는 요즘 비즈니스
이학연 지음 / 넥서스BIZ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즈니스 세상에 대한 이해는 시대적 교양
4차 산업,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머신러닝,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두 비즈니스 세상에 대한 단어들이다. 그러나 이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가까운 시일 안에 이 단어들은 스마트폰처럼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 세상에 대한 이해가 시대적 교양이 된 까닭이다.

지식 큐레이터가 권하는 책은?
서점의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투자 책만 즐비하다. 일반 코너에서 찾을 수 있는 책들은 각 분야의 전공 서적에 가깝거나, 기업 경영방법을 설교하거나, 성공했다고 알려진 사례들을 단순 짜깁기해서 늘어놓은 경우가 많다. 미래 산업과 현재를 잇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이고, 왜 그것이 가장 중요하며, 다른 산업들과는 어떻게 연계되고, 세계적 선도 기업들은 어떤 행보들을 보이고 있는가. 이런 지식을 일반 독자도 알기 쉽게 추려놓은 책은 없을까? 박물관의 큐레이터처럼 전시품을 선별해서 담아놓은 좋은 책 어디 없나?

이학연 저, 『경영을 넷플릭스하다』
넷플릭스가 OTT 사업에서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구독 경제 + 맞춤형 추천" 서비스때문이라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볼거리를 저렴한 구독료로 무제한 볼 수 있기에 수요층을 키울 수 있었고, 다양한 볼거리 중에서 무엇을 볼지 몰라 헤매다가 이탈하였을 수많은 구독자들을 맞춤형 추천 서비스로 붙잡아 둘 수 있었기에 키운 수요층을 유지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하다'는 이제 일반동사처럼 쓰이고 있다. 썸남썸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의 '라면 먹고 갈래?'처럼, 'netflix and chill?(넷플릭스 같이 볼래?)'이란 표현이 생겼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비즈니스를 혁신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현재 거의 모든 기업들이 '넷플릭스하기'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일상생활이나 경영적 측면, 둘 모두에서 의미가 큰 단어다.

이학연 저, 『경영을 넷플릭스하다』는 총 14개의 에피소드(21개의 조각)를 통하여, 4차 산업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인 이학연 교수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기술경영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의 평점 : 별이 다섯 개 ★
문학평론가 권혁웅은 김경주 시인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 대해서 이렇게 썼다. 
'시인으로서의 믿음과 비평가로서의 안목 둘 다를 걸고 말하건대, 이 시집은 한국어로 씌어진 가장 중요한 시집 가운데 한 권이 될 것이다.'

이를 오마주 해본다.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믿음과 독자로서의 안목 둘 다를 걸고 말하건대, 이 책은 4차 산업에 대한 경영 교양서 가운데 손꼽히는 책 중 한 권이 될 것이다.'
나의 주관적 생각보다 조금은 더 객관적인 다른 지표도 있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책나눔위원회 추천도서,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 추천도서,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다.


총 3개의 Part로 구성
책은 총 3개의 파트와 1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1. 요즘 기업들이 돈 버는 방법 : 비즈니스 모델 (에피소드 1~5)
2. 요즘 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 : 비즈니스 혁신 (에피소드 6~9)
3. 요즘 기업들이 기회를 찾는 방법 : 비즈니스 지능 (에피소드 10~14)

각 파트를 모두 요약하면 분량이 지나치게 방대해진다. 아래에서는 파트 1만 모든 에피소드를 분석하고, 파트 2와 3은 크게 인상깊었던 내용 중 일부만 골라서 서술했다. 모든 에피소드의 내용이 다 충실해서 가볍게 흘릴 내용이 거의 없다.


Part 1 : 요즘 기업들이 돈 버는 방법 : 비즈니스 모델
01. 누가 요즘 돈 내고 게임 하니? - 공짜와 프리미엄의 결합, Freemium 모델

애니팡 사례 : 플레이는 무료. 편리함과 강력함은 유료 → Freemium 비즈니스 모델
아이러브스쿨과 프리챌 : 유료화는 어렵다.

질레트의 : 면도기 - 면도날 모델이 시초. 다른 점은?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은 무료 고객 증가가 비용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고객 추가에 따른 한계비용이 제로다.
→ 그래서 Freemium 모델이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의 표준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의 큰 특징 : 네트워크 효과 = 같은 제품 또는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용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
성공의 핵심 Point : 무료 기능과 유료 기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02. 카카오톡이 우리나라에서만 잘 나가는 까닭 : 연결될수록 불어나는 가치, 네트워크 효과
메칼프의 법칙 : 특정 네트워크의 가치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노드(node)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페이스북의 가치 : 사용자가 1억 4천만명일 때 40억 달러, 사용자가 10배 증가한 14억일때 가치는 50배가 넘는 2,000억 달러

경영학 교과서의 고전 VCR 표준 전쟁: 선발주자 소니의 베타맥스가 폐쇄적 운영으로 쇠락하고, 후발주자였던 마쓰시타의 VHS 포맷이 네트워크 효과를 선점하여 표준으로 자리 잡은 사례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디지털 산업에서는 대부분 승자 독식이 이루어짐 (이것이 모든 기업이 겪게 될 시대적 흐름임이 중요!)

우리나라는 카카오톡, 일본·대만·태국은 라인, 중국은 QQ와 위챗(둘 다 텐센트). 전세계 133개국은 왓츠앱, 다른 75개국은 페이스북 메신저. 그런데 왓츠앱도 페이스북 소유. 와... 페이스북...!

03. 신림동 내기 당구 최후의 승자 - 온라인 세상의 만남의 광장, 플랫폼 비즈니스
내기 당구 최후의 승자는 당구장 사장님. 이것이 플랫폼 비즈니스
유튜브는 플랫폼 비즈니스. 반면 넷플릭스는? 기존의 파이프라인 비즈니스.
플랫폼 비즈니스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의 선순환으로 성장. 교차 네트워크란? 한 그룹의 참여자가 늘어나면 다른 그룹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증가하여 더 많은 참여자가 플랫폼에 진입하는 효과. 직방의 사례 : 매물이 많아지면 방 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한 예.

부정적 교차 네트워크 효과 사례 : 카카오 택시 - 강남역에서 카카오택시 콜이 잘 안 잡힘.
긍정적 교차 네트워크 효과 사례 : 오픈 테이블, 미국 다이너스 클럽, 배달의 민족, 링크드인

04. 교보문고에 가서 매번 할인을 받는 방법 -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뒤섞이다, O2O 서비스 (feat. 핀테크)
교보문고 바로드림 서비스 :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할인가로 결제. 바로 책 수령.
→ 쇼루밍(showrooming)  :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눈으로 살펴보고 정작 구매는 저렴한 온라인에서 하는 방식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 바이. 쇼루밍 현상으로 매출 하락 → 아예 매장을 쇼룸으로 변경. 매장 내 shop-in-shop 개념으로 제조사에 입점료 받고 공간 대여.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슈퍼마켓을 만든 이유 : 모두 데이터 때문.
리테일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 : 우리나라 2019년 20%를 넘김. 미국 12% 수준고객 구매 데이터의 88%는 오프라인에 있다
→ 누가 매장에 와서 어떤 제품을 둘러보고, 무엇과 무엇을 비교하다 무엇을 샀는지, 가장 오래 머무른 코너가 즉석 식품 코너인지 과일 코너인지, 유제품을 사고 그 다음 기저귀를 사는지 맥주를 사는지 등 고객의 모든 행동이 데이터로 쌓임.
아마존 서점은 베스트 셀러를 추천하지 않고, 베스트 레이팅이라고 하여 아마존에서 제일 평점이 높은 책을 주요 매대에 전시함. 큐레이팅의 차별화 + 플랫폼 락인효과.

1) 로레알의 '메이크업 지니어스' 사례 : AR기반.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 스캔 후 고객이 선택한 상품(립스틱, 아이라이너)으로 화장한 내 얼굴을 보여주는 서비스. 소비자는 클릭 몇 번으로 수십 가지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고, 기업은 이러한 고객 행동 데이터를 얻음.
2) 이케아 플레이스 : 스마트폰으로 거실을 비추고 테이블을 선택하면, 실제 거실의 모습과 테이블이 겹쳐짐. 가구 사이즈를 놓을 공간에 대조해 볼 수 있음.
3) 나이키 핏 : 스마트폰으로 발 스캔. 발 길이와 발 볼 넓이를 고려하여 신발의 정확한 치수 제공.
4) 에어비앤비 :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느 시기에 어느 가격으로 방을 내놓으면 예약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분석해주는 숙소 예약률 산출 모델을 개발. 에어비앤비의 조언을 받은 호스트(방 제공자)의 예약률이 4배 이상 상승.
5) 미국 우버 :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택시요금이 공공요금이 아니므로 '요금 더블' 매치가 가능. (우리나라 강남역도 요금 더블이 된다면 좋으련만)
6) 국내 역경매 서비스 : 구매자(소비자)가 기본 조건 제시. 판매자들이 가격을 제시하며 경쟁하는 형태.  '법무통' '인테리온' '위매치다 이사'

중국이 O2O의 꽃 '간편결제'가 빠르게 진전된 이유 : 선진국에 비해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았기 때문.
선진국 : 현금 → 신용카드 → 간편결제
중국 : 현금 → 간편결제


05. 자동차 사지 말고 장롱 면허를 탈출하자 - 소유하지 말고 경험하라,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공유경제 사례
국내 크라우드 펀딩의 사례 : 세븐브로이 (대통령 맥주)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 '인디고고'와 '킥스타터'

공유경제의 그림자
1) 차량 1대 공유 시 승용차 8.5대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 
▶ 그렇다면 자율주행차의 공유 시대가 오면 완성차 제조업체는...?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과 단순 전기차 제조업체는 미래가 다르겠구나...

2) 긱 이코노미(Gig Economy) : 단기 임시직 형태의 노동 증가

구독경제 사례
1) 전통적인 신문 구독 
2) 달러 쉐이브 클럽(미국 스타트업. 2011년 설립) : 한국산 도루코 면도날 5개를 매달 집으로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
→ 폭발적 성장. 1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유니레버에 인수됨. (구독 경제의 어마어마한 시장성을 보여주는 사례)
3) 넷플릭스

구독경제의 장점
1) 기업 입장 : 제품 생산수량, 재고관리가 수월. 현금흐름 파악이 용이. 사업계획 세우기가 수월. 고객 유지 비용은 신규 고객 유치 비용보다 훨씬 저렴. 마케팅 비용 절약 가능.
2) 소비자 입장 : 귀찮음 해소, 저렴한 비용, 다양한 경험 


Part 2 : 요즘 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 : 비즈니스 혁신
이 파트는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은 아래와 같다.

06 최초의 스마트폰을 만든 회사가 스마트폰 때문에 망하다 - 신생 기업이 전통 강자를 쓰러뜨리다, 파괴적 혁신 (feat. 애자일)
07 데이터 과학자들의 종합격투기 대회가 열리다 - 개방과 협력으로 혁신하라, 개방형 혁신과 크라우드 소싱
08 삼성은 정말 애플의 특허를 베꼈을까? - 총성 없는 기술 전쟁의 필승 무기, 특허전략
09 애플의 경쟁자는 삼성이 아닌 넷플릭스 - 제품이 서비스로 바뀌는 마술, 서비스화

이중 07파트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옮겨본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국내 첫 폐암 치료제 '올리타'는 2004년에 착수해서 2016년에 조건부 허가를 받고 시판을 시작했다. 2015년에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 계약을 마쳤다. 그런데 그 사이에 영국의 한 제약회사가 '타그리소'라는 유사 치료제를 출시한다. 개발은 한미약품이 빨랐지만, 임상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출시가 늦어 표준 치료제 자리를 '타그리소'에 내어주게 되고, 이로 인해 베링거인겔하임이 판권을 반납하기에 이른다.
반면 또 다른 국내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은 한미약품이 포기한 폐암 치료제에 늦게 뛰어든다. 2015년 국내 신약개발 전문 기업인 오스코텍으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10억원에 사들인 후 공동으로 임상을 진행한다. 이렇게 개발된 '레이저티닙'의 효능이 '타그리소'보다 훨씬 우수함이 입증되어,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게 해외 생산 및 판매 독점권 제공의 대가로 1조 4천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다.
유한양행은 통상 10년 넘게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5년 미만으로 단축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개방형 혁신이 가지는 장점이다.


Part 3 : 요즘 기업들이 기회를 찾는 방법 : 비즈니스 지능
이 파트는 총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은 아래와 같다.

10 넷플릭스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 비즈니스 가치를 요리하는 식재료, 빅데이터
11 그녀의 임신 사실을 마트는 알고 있다 - 고객 한 명 한 명을 정조준하라, 개인화 마케팅 (feat. 머신러닝)
12 우리 이제 영어공부 그만해도 될까요? - AI가 선사하는 새로운 기회, 인공지능 비즈니스 (feat. 딥러닝)
13 스마트한 세상은 스마트한 인간을 원치 않는다 - 연결하고 접속하라,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14 현실판 심시티가 공장에 온다 - 똑똑한 공장이 만드는 나만의 제품, 스마트 제조

이 파트를 읽으며 제일 놀라웠던 것은, 빅 데이터 - 머신러닝 - 맞춤형 추천(개인화 마케팅) - 편리한 소비 - 사물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아마존이란 기업의 무서움이었다.

왜 유수의 기업들은 음성 인식에 집중할까. 책의 설명에 의하면 곧 바뀔 미래는 이런 모습이다. 집에 들어온 나는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말한다. '쓰리에이 건전지 좀 시켜줘.' 아이 장난감의 건전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는 아마존에서 건전지를 검색하고 등록된 결제 정보로 자동 결제하여 물건을 집으로 배송시킨다. 어떤 회사의 제품을 살 것인지는 에코가 결정한다.

넷플릭스는 2008년에 자체 데이터 센터 문제로 3일간 DVD 배송서비스가 중단되는 뼈아픈 경험을 한 뒤, 자체 데이터 센터가 아니라 클라우딩 서버로 이전을 결정한다. 고객이 언제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이 어려웠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유연하게 서버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클라우딩이 매력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데이터 이민이 완료되는 데 무려 8년이 걸렸다. 2016년 넷플릭스는 마지막 데이터 센터의 문을 닫았다. 덕분에 넷플릭스는 급증하는 가입자 수에 맞추어 유연하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넷플릭스가 선택한 클라우드가 바로 아마존의 AWS였던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매월 250억원의 사용료를 아마존에 지불한다. 그런데 아마존은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출시하여 넷플릭스와 직접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의 핵심인 머신러닝에 의한 고객 개인 맞춤형 영화 추천 알고리즘은, 방대한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아마존의 AWS에 클라우딩 되어 있다.

맺음말
4차 산업 시대에 공학기술이 인류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앞으로 소비자의 구매 행동은 어떻게 변화하고, 그 변화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들의 공통된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 등이 이 책에는 잘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정말 많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이를 쉽게 풀어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 대중도 이 시대의 비즈니스 상식을 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책이 저자가 쓴 첫 번째 책이라는 점이다. 웹툰 <호랑이 형님>의 작가가 그린 첫 번째 웹툰이 바로 <호랑이 형님>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다.

나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았다. 가장 큰 행운은 내가 얻었고, 그 다음 행운은 이 책을 구매한 후 일독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가장 불운한 사람은 이 책에 대한 소식을 아예 접하지 못한 사람이며, 그리고 가장 행복하지 않을 사람은 이 책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도 읽지 않은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