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 독서법 - 공부가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
박민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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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시냅스 독서법』 그리고 농담을 찾아서
- 주식 투자 공부가 어려운 모든 투자자들을 위하여

2020년이 저물어 간다. 예년 이맘때엔 거리의 상점들마다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로 치장했었다. 올해는 다른 모습이다. 거리가 조용하다.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꾸었다. 첫째 아이는 거의 등교를 하지 않았고, 둘째 아이도 한동안은 유치원을 쉬었다. 아내는 때때로 도깨비로 변했고, 나는 더 이상 집에만 머물지 않기로 했다. 물론 아내가 변신하기 전에 결정한 일이다. 나는 도깨비로 변한 아내도 공식적으로 사랑한다.

1월에 집앞 소호 사무실을 구해 나만의 출퇴근 공간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공간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렸고 그 다음에는 유튜브와 그리고 그 다음에는 가투소(네이버 가치투자연구소 카페)와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한 건 7월 경이다. 

사회생활 10년 동안, 나는 원하는 만큼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사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일이 내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은 그저 기쁨이었다. 오랫동안 사막을 헤매던 사람이 마침내 오아시스를 만났을 때처럼 나는 독서의 기쁨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그 결과 나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올해가 아직 한 달 하고 보름 정도 남았지만, '올해의 책'으로 꼽을 수 있는 책을 만나서 기쁜 마음으로 글을 적는다. 올해 마흔 권 정도를 읽었는데, 나에게는 이 책이 가장 빛나는 별이다. 최근 출간된 박민근 소장의 『시냅스 독서법』이 그 주인공이다.

좋은 책은 독자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훌륭한 책은 따라서 걸을 수 있는 길을 자상하게 제시한다. 이 책은 훌륭한 책이다. 그 이야기를 천천히 해보자.


몇 주 전 나는 2차전지 투자를 위한 세미나 강의를 들었다. 가투소에서 유명한 ho****y님의 강의였다. 강의 교안의 첫 페이지는 원소 기호로 시작했다. 화학. 고등학교 때 정말 싫어했던 과목이다. 과목도 선생님도 좋아할 수 없었고, 수능 선택 과목으로 물리를 고른 내가 대체 왜 화학을 배워야하는지를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화학 시간이면 따분한 몸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저 괴로워했을 뿐이다.

그랬던 내가 토요일 오후, 하루에 무려 여섯 시간이나 행해지는 긴 강의를 듣던 중 팔에 소름이 돋았다. 아... 화학이 우리의 세상을 이렇게 바꾸는구나. 화학에 대한 지식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이렇게 선명하게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을 만나면, 심지어 학생은 배우는 기쁨으로 팔에 소름이 돋을 수도 있구나. 그날 나는 정말 놀라운 체험을 했다. 인생을 통틀어 싫어했던 과목이 단 하루 만에 좋아진 것이다. 집 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신나게 외쳤던 기억이 난다. "여보, 공부하다가 기뻐서 팔에 소름이 돋았어. 나 미쳤나봐."

왜 그토록 싫어했던 과목이 그렇게 기쁜 배움으로 바뀌었을까? 의문은 가슴에 남겨진 채로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바로 그 의문을 꺼내어 대답했고, 나는 그 원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공부를, 특히 독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박민근 소장이 어떻게 치유해 갔고, 그리하여 그 아이들이 어떻게 독서의 기쁨을 배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그런데 이 기록은 아이들에게만 소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소용이 있다. 아이들은 공부에서 멀어지면 성적이 나빠질 뿐이지만, 어른들은 특히 투자자들은 공부에서 멀어지면 경제적 생존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것은 투자자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배우는 것은 그토록 어렵고 싫은 일인가. 아무리 자책을 해보아도 나는 왜 배움의 길로 나아가지 못하나. 뛰어난 성공을 해낸 사람들은 거침없이 성큼성큼 나아가는데. 그들이 말하는 대로 내 간절함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이 책의 진단을 들어보라.

들어가며
책 읽는 기쁨이 공부머리를 만듭니다

"선생님도 제게 책 읽히려는 거죠?"
제가 하는 일은 흔히들 '위너'가 아닌 '루저'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상담하는 일입니다. 부모가 이끄는 대로 공부를 해오다 청소년기에 이르러 그만 삶의 목적을 잃고, 공부를 그만두다시피 한 아이들이지요. 
(...) 빛과 그림자는 늘 공존합니다. 하나의 성공 사례 뒤에는 실패하거나 경기에서 진 수많은 루저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 상담실을 찾아온 아이들을 만나면 일단 면밀한 학습검사를 합니다. (...)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르면 크게 다음의 8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무기력 단계 : 학습동기가 거의 없는 상태
2. 외적 강압 단계 : 누가 강제하거나 구체적인 지시를 할 때만 공부하는 상태
3. 내적 강압 단계 : 자발적 동기가 아닌 외적 보상 때문에 공부하는 상태
4. 유익 추구 단계 : 특정 목적이나 이득을 위해 공부하는 상태
5. 의미 부여 단계 : 자기 가치에 따라 공부하는 상태
6. 지식 탐구 추구 단계 : 지식 탐구의 즐거움 때문에 공부하는 상태
7. 지적 성취 추구 단계 : 공부 효능감을 느끼는 상태
8. 지적 자극 추구 단계 : 공부가 즐거운 상태

2009년에 나는 감정평가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2020년이 된 지금 나의 감정평가사 공부는 저 8단계 분류 중 1단계에 해당된다. 나는 그 활동에 아무런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어렵게 공부해서 시작한 전문직 생활인데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아이는 대체 왜 이런 상태가 되었을까요? 아픈 질책일 수 있겠지만,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게 된 까닭이 다음의 5가지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가 10세가 되기 전에 충분히 그리고 즐겁게 책을 읽지 못한 경우입니다. (...)
둘째, 아이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상담을 위해 찾아온 부모님과 아이를 관찰하면 아무리 양보해도 아이의 잘못이 10, 부모 잘못이 90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
셋째,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
넷째, 아이가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것에 빠져 있는 경우입니다. (...)
다섯째, 공부상처가 있는 경우입니다. (...) 한마디로 공부에 대한 아이의 감정이 부정적인 상태를 말합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긴 학령기 동안 갖게 되는 공부상처입니다.

(...) 책을 기쁘게 읽으면 그것만으로도 아이의 두뇌 속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뉴런이라는 두뇌신경세포 중 신경전달 물질을 주고받는 부분인 시냅스의 반응이 매우 활발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흔히들 말하는 공부머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름 아닌 시냅스의 반응을 활발하게 해주는 독서를 해야 하고, 이것은 아이의 정서적인 반응과 밀접하게 관련해 있습니다.

감정평가에 대한 나의 감정적 반응은 아주 커다란 부정이다. 업무 말년에 나는 굉장히 쉬운 감정평가 일을 수행할 때에도 커다란 무기력을 느꼈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공부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는 '담보평가'라는 2~3일 내에 처리해야하는 단기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갓 입사한 나는 오피스 프로그램조차 한번도 구동해보지 않은 상태였다. (아... 철학과의 슬픔이여...) 감정평가보고서를 창고에서 꺼내어 알아서 읽어보라는, 며칠 간의 교육을 빙자한 방치를 겪고 나서 나는 곧바로 사수와 함께 업무에 투입되었다. 그렇게 몇 번의 동행을 한 다음,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혼자서 현장 출장을 다녀와서 혼자서 감정평가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밤을 새워가며 일에 매달렸다. 그게 나의 수습기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해에 결혼을 했고, 바로 그 해에 아내는 예기치 못한 심한 입덧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나는 '왜 일만 하느냐, 함께 술을 마셔야 진정한 사회생활이지.'라고 이야기하는 선배들에게 인정받아야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식으로 채용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만도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느날은 밤 늦게 집에 돌아가니 아내가 불이 꺼진 거실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언제더라.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깜빡 졸아 중앙선 분리벽을 들이받을 뻔한 적이 있다. 아찔했다기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들이받게 되더라도 후회는 없다. 철학과로 전과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이 이상 할 수 없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 나는 나를 남김없이 소진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설명을 따르면, 나는 '(감정평가) 공부상처'를 크게 얻으면서 공부를 시작한 셈이다. 그리고 이 상처는 11년이라는 긴 학령기(업무기간) 동안 내 안에서 커져 갔던 것이다. 문득문득 번아웃 증상이 올 때마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나의 부족한 간절함을 자책했다. 그렇게 나의 (감정평가) 공부단계는 4단계에서 1단계로 추락해갔던 것이다.

반면 주식 투자는 전혀 다른 과정을 거쳤다. 나는 필요한 돈을 주식 투자로 벌어보겠다는 4단계의 목적으로 투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랬던 공부가 현재는 8단계에 이르렀다. 5~8단계를 조금 더 설명하면 이렇다.

5. 의미 부여 단계 : 자기 가치에 따라 공부하는 상태 → 하나의 행위로 돈버는 일과 즐거움을 같이 누리겠다. 이것이 일에 대해 내가 부여하고 싶은 가치다. 나의 일은 주식 투자다.
6. 지식 탐구 추구 단계 : 지식 탐구의 즐거움 때문에 공부하는 상태 → 주식 투자는 가치 투자 방법이 유리하군. 가치투자란 이런 것이군. 호오 흥미롭군.
7. 지적 성취 추구 단계 : 공부 효능감을 느끼는 상태 → 가치 투자로 수익이 나는군! 이야!
8. 지적 자극 추구 단계 : 공부가 즐거운 상태 → 수익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나는 그저 가치 투자에 매진할 뿐. 그런데 하한가를 맞은 날에도 공부가 이토록 즐겁다니. 나 주식 공부에 미쳤나봐!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감정평가와 주식 투자에 대한 나의 정서가 그토록 다르게 형성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싫어했던 화학이란 과목이 왜 한순간에 좋아졌는지도. 무엇보다, 어떤 공부에 대해 내가 무기력 등의 부정적 증상을 겪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증상을 치유하고 상위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게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상세한 방법론도 알려주면서, 동시에 그 방법론의 바탕이 되는 학문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작가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위대한 연구자들의 결과물을 오랜 공부를 통해 비교하여 가장 신뢰도 높은 이론을 추린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 적힌 내용은 정말로 대단히 귀한 것이다.

- 신체활동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책을 좋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5세 지성이는 축구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동네 형들이랑 축구하는 것이 제일 좋고 책 읽기나 한글 배우기는 별로 재미없어 했지요.
아빠 희석 씨는 아직 한글 읽기가 잘 되지 않는 지성이가 무척 걱정이었습니다. 혹시 ADHD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안고 상담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지성이 아빠는 상담 내내 한숨을 여러 번 내쉬며 무척 한탄했어요. 희석 씨의 직업 특성상 아이가 깨어 있을 때는 얼굴을 거의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려고만 하면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는 아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많다고 했습니다. 희석 씨 자신이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이죠. 그는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할머니 손에 맡긴 것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내심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지성이에게 걱정할 만한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물론 또래에 비해 주의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성이가 아주 재미있게 책을 읽은 경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성이는 신체운동지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무척 높은 대신 언어지능은 상대적으로 좀 떨어지는 편이고요. 책에 애착이 생기려면 즐거운 독서 경험이 풍부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게 좀 낯선 일이었던 거죠. 대신 지성이는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면서 신체활동을 할 때 더 큰 재미를 느꼈을 겁니다. 이 점은 절대 나쁘지 않습니다. 지성이의 사회성이 또래보다 뛰어나고, 무척 밝은 심리도 잘 유지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 덕분입니다."
저는 우선 지성이 아빠가 아이와 함께 축구와 같은 신체활동을 많이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신체활동을 다룬 그림책으로 아이의 독서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아가 축구 그림책으로 아이가 한글에 조금 더 익숙해지게 하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지성이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선택한 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축구선수 윌리》였죠. 아이는 난생처음 읽은 이 재미있는 책에 그만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지성이는 주의력을 높이기 위한 놀이치료와 미술치료를 여러 달 진행해오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독서치료가 재미있다며 제게 이렇게 속삭이더군요.
"선생님이 또 무슨 책을 보여줄지 너무 궁금해요."
이후 지성이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축구가 좋아》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지성이가 읽기에는 제법 내용이 많고 복잡할 수도 있는 책이었지만 축구에 대한 이야기라 거부감이 전혀 없었죠. 또한 윤여림, 이갑규의 《축구치 하람이, 나이쓰!》를 소개해주었더니 집으로 돌아가서도 엄마와 함께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지성이가 가장 공감했던 책은 아빠와 함께 읽은 키르스텐 보이에의 《축구 소녀 레나가 어떻게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지?》였습니다. 지성이는 축구만 좋아하고 공부는 싫어하는 주인공 레나 이야기가 꼭 자신의 이야기 같다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151-153p)

- 저는 글자를 알기 전 아이들이 암기 천재처럼 책의 내용을 모조리 외우며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합니다. 부모님이 책을 정성껏 읽어준 아이에게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지요. 누구나 경험했을 거예요. 외우기 싫은 영어 단어는 죽어라 외워도 안 외워지지만, 좋아하는 노랫말은 자신도 모르게 외워지죠. 기쁨 호르몬 도파민은 뇌 속의 기억장치 해마에서 저장하는 장기기억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접착제입니다. 기억 대상과 도파민이 결합해 뇌에 기억을 새기는 거죠. 그래서 기뻐하며 접한 일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암기 천재 아이들은 기쁨 호르몬이 넘치는 아이인 것입니다. (122p)

- 이 책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설명하고 싶은 개성 탐색 기준은 바로 다중지능 이론입니다. 이 방법은 좀 전에 설명했던 좌뇌형, 우뇌형 분류에 비해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입니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20세기를 풍미했던 IQ 시대에 마지막을 고하며 다중지능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다중지능 이론은 그를 위대한 교육자 반열에 오르게 한 이으로 인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단지 IQ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관점입니다. 인간의 지능은 IQ 검사로 측정되는 논리수학지능이나 언어지능 외에도, 음악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자연탐구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성찰지능 등 좀 더 다양하고 폭넓게 분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지능은 독자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고요.
자폐증이 있지만 미술 등 특정 분야에 놀라운 재능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서번트 신드롬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뇌의 각 영역이 분리된 채 서로 다른 능력들을 유지하면서 불균등하게 발달하기 때문이에요. 이는 다중지능 이론이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주었습니다.
(...)
다중지능 이론에 의하면 세상의 어느 아이도 남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학습 대상을 자신의 두뇌 프로파일에 따라,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학습합니다. 그러니 이 세상 모든 아이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부법이란 존재하지 않죠. 당연히 한 종류의 독서 프로그램을 모든 아이에게 적용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75-76p)

- 여러 지능 영역 가운데 특히 자기성찰지능은 다른 지능들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능입니다.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그것을 더 훈련하고 신장할 때 이 자기성찰지능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죠. 피카소와 같은 재능을 가진 아이라도 자기성찰지능이 떨어지면 훌륭한 예술가로 자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과 선생님이 꾸준히 성장시켜주어야 할 지능 영역이 바로 자기성찰지능입니다. (83p)

일요일에 회사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한 후 본가에 들렀다. 나는 어머니의 기질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보다 훨씬 험한 시대를, 여자로서 살면서, 신혼초의 가난은 주부로서, 두 아이가 각 중고등학생으로 사춘기를 겪을 때쯤에는 아버지의 사업실패가 초래한 가난을 워킹맘으로서 극복해야 했다. 어머니는 살면서 긍정적인 정서를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맞이한 적이 없다. 어머니는 그 모든 과제와 역경을 끌어안고서 자신을 소진하며 살았다. 나는 어머니의 몸부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랐다. 아버지는 감정에 덤덤한 성격이었다. 누나는 아버지를 닮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예민한 감정을 그나마 살필 수 있었던 게 가족 중에서는 나였다.

나는 어려서 어머니의 마음이 평안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무기력이 나에게는 그렇게 학습되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간절했기에 나는 그녀가 평안해지기를 진정으로 소망했고 그 소망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어머니의 몸부림이 결국에는 자녀들의 교육을 성공시키고, 집안의 가난도 극복해내는 걸 나는 보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그녀의 마음이 평온하지 않고 때때로 슬픔에 잠기고 괴로움으로 가득 차는 모습도 똑같이 지켜보았다.

이제서야 분명해진 게 하나 있다. 만약 누가 나에게 "네가 목표를 이루지 못한 건 네 간절함이 부족해서야."라고 말한다면, 나는 비록 싸움을 못하지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에게 달려들 것이다. 모자란 게 간절함이었는지 아니면 그 간절함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었는지 이제는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에 다가가는 방법을 모르기에, 본인들의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자책한다. 그건 우리 세대가 자라면서 몸에 새기게 된 어떤 공통적인 분모 같은 것이다. 마치 우리 아버지 세대가 가족과의 불화를 겪으면서도 스스로의 감정과 기분이 어떠한지를 보편적으로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청년 세대는 우리보다 조금은 더 현명하다. 노력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노오오력'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부족한 것은 노력이 아니라 방법이고, 우리 사회의 문제는 학생의 자질이 아니라 선생의 자질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이 서평은, 주식 투자 공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무기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씌어졌다. 이 책은 아무리 간절하게 원해도 바꿀 수 없었던 무기력감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짚어주고, 치유의 한 걸음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소망과 무기력의 불편한 관계가 치유되면 비로소 즐거움이 시작된다. 일요일에 방문한 본가에서 나는 어머니와 이 글에 쓴 이야기를 포함한 많은 이야기들을 몇 시간 동안이나 함께 나누었다. 때로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표정이 딱딱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우리는 편안히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즐거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편안한 마음으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은,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았던 커다란 일이었는데, 정말 일순간에 그 일은 눈앞에 와 있었다.

우리 내면에는 아이가 있다. 그러나 정말로의 우리는 많은 일들을 겪으며 이미 어른이 되어 있다. 방법을 알게 되면 지금의 어른이 된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 아이도 지금의 나에게 다가올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둘이 편안히 만날 때, 아이는 어른이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박민근 독서치료연구소 소장이다. 이런 스승을 만나게 되기를 나는 정말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 왔다. 나처럼 스승을 찾아 먼 길을 고행해 온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p.s 1
마지막을 유머로 맺고 싶었는데... 아직 마음대로 잘 안 된다. 그러나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는 마지막을 다르게 적을 수 있다.
눈시울을 붉히며 이 서평을 쓰고 있는 동안 퇴근 시간이 다가 왔다. 나는 아내에게 글을 마무리 하고 가도 될지 물어보았으나, 그녀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 "안돼."
눈물을 흘리며 글을 쓰고 있다고 재차 청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같았다. 내가 귀가하면 그녀는 나와 바톤 터치를 하고 운동을 갈 참이었다. 
(두 아이는 저녁마다 놀아 줄 어른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집안을 어슬렁 거린다.)
그녀에게 운동은 중요한 맥락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순순히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했다.
"정말, 사랑스러운 군주다."
물론 이것은 공식적인 발표다.


p.s 2
어머니는 '자기성찰지능'적 관점에서 나를 조기교육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돈 총각 처녀간이었고,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젊은 나이에 사랑의 도피를 했다. 국내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늘 어린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절대 콩각지가 씌어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면 안 된다."
사랑만으로는 행복한 결혼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나는 이런 화두를 안고 자라게 된다.
"행복하게 사랑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리고 그 화두는 나의 자기성찰지능의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

하워드 막스의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에 적힌 대로,
"성공은 그 안에 실패의 씨앗을 품고 있고, 실패는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다"
어머니의 실패는 세대를 건너 아들의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성공은 이제 어머니 세대의 즐거움의 씨앗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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