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돈의 감각 - 평범한 부모라서 가르쳐 주지 못한 6단계 경제 습관
베스 코블리너 지음, 이주만 옮김 / 다산에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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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감각이 모자란 게 아이만은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돈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식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는 돈을 리드해 본 적이 없다. 돈을 의식하게 된 이후에는 돈을 쫓아다니느라 바쁘게 우왕좌왕하며 지냈을 뿐이다. 연애에는 서툴렀지만 어쩌다보니 일이 잘 풀려 결혼을 하게 된 것처럼, 돈에는 서툴렀지만 어쩌다보니 일이 잘 풀려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다. 꽤 흔한 케이스다.

수학 실력이 부족한 고학년에게 좋은 방법은 저학년의 수학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는 것이다. 기초 없이 쌓아나가는 공부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노력한 만큼의 효율을 얻기 어렵다. 돈 공부는 숫자를 다룬다는 점에서 수학 공부와 유사하다. 그렇다면 돈 공부도 저학년의 기초부터 다시 하는 게 좋은 방법이리라.

보도 섀퍼의 『돈』이나 『열 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 고득성의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박종기의 『부자통장』 등을 먼저 읽은 내게 이 책의 내용은 다소 쉽게 느껴졌다. 책은 돈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지만 아이에게만은 돈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고 싶은 서투른 부모들을 위해 씌어졌다. 이를 감안하고서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보자.

내게는 각각 11살, 7살인 두 딸이 있다. 첫째 아이는 최근 돈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온다.
"아빠, 아빠는 연봉이 얼마야?"
"아빠, 우리 집은 얼마야?"
"아빠, 우리 차는 얼마짜리야?"
"아빠, 이 선물은 얼마야?"
"아빠, 내 한 달 용돈이 좀 적은 것 같아."

대부분의 질문을 태극권의 화경을 펼치듯 그대로 흘려 넘겼지만 아이의 질문은 반복되었다. 질문에 똑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 게 맞는 듯했지만 확실한 교육학적 근거가 있지는 않았다. 책은 이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준다. 48페이지에 "자녀가 모르면 더 좋을 돈에 관한 6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첫째, 부모의 연봉
둘째, 부모의 소득 비교
셋째, 퇴직연금 액수
넷째, 일가친척에 대한 경제적 평가
다섯째, 선물의 금액
여섯째, 대학 등록금에 관한 걱정

어떤 경우에도 부모의 연봉을 밝히지 말 것. 맞벌이든, 외벌이든 부모의 소득을 나누지 말고 부부가 한 팀으로 번다는 걸 강조할 것. 그리고 선물의 액수를 알려주어서 어떤 선물은 값어치가 있고 어떤 선물은 값어치가 낮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지 말 것. 이 세 가지가 이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배움 중 하나다.

다른 배움은 아이에게 '절약'을 가르치는 법이다. 절약을 가르친다는 건 인내와 꾸준함을 가르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가장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없는 방법은 당연히 솔선수범이다. 부모가 약속을 지키고 일관되게 근면 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에 참여하도록 지도할 것. 책은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가르침이 올바른 양육법을 알려주는 아동 교육 책의 가르침과 완전히 똑같다는 것이다. 

책의 핵심 주장은 이것이다. 돈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올바른 생활 태도에서 비롯된다. 돈에 대한 지식은 그 다음 문제다. 곱씹어보면 이 가르침은 돈뿐아니라 모든 것에 통용된다. 돈이든, 학문이든, 예절이든, 사랑이든, 그 어떤 것이든 올바른 태도는 올바른 생활 태도로부터 나온다. 차이점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일뿐이다. 그리고 이미 널리 알려진 바대로 태도를 갖춘 이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에 대한 정서와 마찬가지로 근면 성실함에 대한 나의 정서는 다소 반항적이다. 성장환경에서 이유를 짐작해보면 이렇다. 어렸을 때 서울로 이사를 온 뒤 아버지는 지방에서 따로 기러기 생활을 하셨기에 아버지의 근면 성실함은 목격할 기회가 없었다. 어머니의 경우에는 성실하셨지만, 그 성실함이 어머니를 즐겁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머니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마음이 평안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성실함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이미 어머니는 성실함을 가졌지만 그것이 어머니를 평안하게 만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가치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가치에 긍정적인 정서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여러 책을 탐독하면서 얻게 된 가장 큰 기쁨도 그동안 긍정적인 정서로 연결하지 못했던 많은 좋은 것들, 이를테면 돈, 역사, 정치, 세계, 영어, 학습, 여행, 운동, 주식, 부동산 등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좋은 평점을 주기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이 책을 읽고서도 나는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왜냐하면 이제서야 진정으로 '근면 성실함'에 대해서 반항의 감정 없이 '좋은 행동 패턴이구나. 천천히 익혀가자.'고 순순하게 마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빈틈을 가진 채로 어쩌다보니 어른이 되고 어쩌다보니 부모가 되어 스스로를 살필 겨를 없이 살던 나에게 있어 올해는 특히 의미가 남다른 해다. 책을 읽으며 나의 많은 빈틈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새로운 것을 배우며 자라고 어른은 지나쳐버린 것을 되돌아가 배우며 자라는 것일까. 어른에 대한 이야기보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에서 배움을 많이 얻게 된다. 근면 성실함에 대한 배움은 사랑스러운 두 딸들에게도, 그리고 역시 사랑스러운 빈틈 많은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책의 후반부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건너뛰며 읽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작성된 것이나 읽은 이의 심정을 솔직하게 담았다. 이 서평이 책을 살피는 예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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