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인간 수업 - 300년 경제학 역사에서 찾은 인간에 대한 대답 36
홍훈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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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인가? 

정치든 경제든 문화든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이 책, '들어가는 글'에 저자가 쓴 문장이다. 정치와 문화가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경제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문장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왜 그럴까?

경제라는 단어에서 먼저 읽히는 것은 '직장', '돈', '경쟁', '피로' 그리고 '탈진'이다. '돈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문장 보다 '돈을 벌기 위해 인간이 소진되고 있다'는 문장이 더 체감된다. 우리나라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 개인들이 마주하는 현실이 후자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를 하나의 사례로 짚어보자. 이유가 무엇이었든 나 또한 직장의 업무가 괴로운 노동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일찍 은퇴를 하고 싶었다. 이른 은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재테크 서적을 뒤졌다. '먼저 연봉을 높여라.' 이것이 재테크 서적의 결론이었다.

'괴로운 노동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괴로운 노동을 실행하라.' 이 문장은 모순이었지만 나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으므로 그 문장을 따라 있는 힘껏 자신을 소진했다. 수입은 늘었지만 은퇴는 여전히 요원했다. 나는 점점 탈진하다 이내 건강을 잃고 쓰러졌다.

내가 더 빠르게 나를 소진해야 했던 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강력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내 돈벌이를 다만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뛰어야만 했다. 앞서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레일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서, 불안에 쫓기지 않기 위해서, 나는 자신을 한계까지 사용해야 했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보편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이다. 현 시대가 우리들에게 부여한 질병인 셈이다.

불안에서 탈진으로 이어지는 이 질병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이 화두는 나에게 중요했다. 나는 직장을 그만둔 뒤 심리학을 뒤지고, 명상을 흉내내고, 돈에 대한 관념을 임시 인지 치료한 다음 주식 투자에 입문하는 것으로 그 처방을 마련했다. 그러면서 '나'의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너무 개인적이어서 보편적인 처방으로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우리 시대 동년배들에게 널리 적용 가능한 다른 대안은 없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경제학자'의 대답이다.


읽을 만한가?  ★★ (특히 독서 토론 모임 책으로 권한다)

나의 대답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의 대답으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서평을 적는다.

내게는 언젠가 대학원에 진학해서 '행동경제학'을 수학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구체적인 바람은 아니었다. 그냥 왠지 즐거울 것 같은 기분 좋은 하나의 상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그 상상을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로 삼기 시작했다. '하게 되면 즐겁겠지' 가 아니라 '한번 해보고 싶다'로 마음이 바뀌었다.

대학 시절 금속재료공학과에서 철학과로 전과했던 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 내게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질문이었고, 그 질문에 대답할 힘을 기르기 위해서 나는 이적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 십 년을 생활하니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어떤 경제 인생을 살 것인가?' 이 질문은 삼십대 이후 은퇴 전까지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는데, 나는 전혀 대비를 못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적은 이유는,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경제 활동에 쏟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활동에서 본인만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건 철학도인 나로서는 도저히 즐거울 수 없는 삶의 방식이다. (이 표현은 중요하다. 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철학도와 공학도가 다르고, 철학도와 예술가도 다르고, 철학도와 경영학도도 다르다. 성취지향형 인간과 관계지향형 인간이 다르고, 돈이 수단인 자와 돈이 목적인 자도 다르다. 경쟁의 승리가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인 자와 경쟁에서의 승리 그 자체가 목적인 자 또한 다르다)

이 책은, 경제 철학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우리 사회의 경제 주체(=개인)가 겪고 있는 시대적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서 기꺼이 먼 길을 탐험한다. 경제학의 주류 사상이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변모되어 왔고, 그 가운데 인간에 대한 경제학적 관점이 어떻게 세계에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 경제학에서 인간에 대한 어떤 논의가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그러한 가운데 동양에서 서양의 주류 경제 사상을 가장 기적적으로 단기간에 흡수하여 성장해 온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이 어떤 상태인지 진단한다.

시장경제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면 물건의 값을 지불해야 하므로 경제인은 재화의 가격, 임금, 이윤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제인이 가격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윤리 · 도덕이나 법에 둔감함을 의미한다. 경제인에게 가격은 일차적인 동기이며 윤리나 법은 부차적인 제약조건에 불과하다.
심지어 경제인은 자신의 이익 때문에 부도덕해질 수 있고, 법망을 피해 보려 노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주류경제사상은 놀랍게도 이 경우 경제인이 아니라 경제인을 부도덕하게 만들거나 죄인으로 만드는 도덕이나 법을 문제로 삼는다. 정치인이나 문화인도 부도덕해지거나 법을 위반할 수 있고 또 사회적인 지탄도 받지만, 경제학은 경제인의 도덕이나 법을 특별히 문제삼지 않는다. (30p)

경제인은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경제인은 행위 자체나 의도와 과정, 절차 보다 결과를 중시하는데 이것은 시장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는 금전적 유인을 위시한 '외적인 동기'가 경제인을 움직인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대비되는 몰입이나 헌신과 같은 '내적인 동기'에 경제인은 무관심하다. (35p)

이렇게 보면 신고전학파의 합리적인 경제인은 시장에 부합되도록 고안된 인간이다. (35p)

부를 추구하는 인간은 무한한 부의 축적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서 부는 생존, 생계, 생활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는 물자와 화폐의 축적을 의미한다. 
(...) 부는 물질적인 가치이므로 부에 대한 추구는 덕성이나 현명함 등 정신적인 가치나 미적인 가치 혹은 넓은 의미의 좋음,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 구분된다. (36p)

경제이론은 세속적인 경제현실에 대한 설명이지만 이를 넘어서 경제에 대한 이상이나 이념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경제가 실제로 '어떤지'와 더불어 '어떠해야 하는지'까지 말하고 있다. (39p)

노동자와 자본가, 생산자와 소비자뿐만 아니라 시민, 정치인, 공무원, 판검사, 언론인, 예술가, 의사, 학자나 교수, 목사 등도 점점 더 자신의 이익과 돈을 삶의 일차적인 가치로 삼으며 이를 위해 보다 꼼꼼하게 계산하고 있다. (41p)

세인들은 돈이나 권력을 중시하지 않는 사람을 좋게 보면 순진하고, 나쁘게 보면 어리석은 사람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 이에 따라 현대 경제사상에서는 경제주체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주체에게 이기심과 합리성을 적용해 '경제인'이라고 상정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전에는 제한된 영역(시장경제)을 대표하던 경제인이 이제 거의 인간 자체를 대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인간에게서 경제인이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인에 비추어 인간상을 도출하기도 한다. 이제 경제학자와 세인들은 기존의 시장 경제를 이끄는 주체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서 경제인을 찾아낸다. (42p)

체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을 통해 위의 얘기를 이해해보자.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가 있다. 기존 경제이론의 관점에서는 값싼 커피숍의 커피로 대체될 수 있는 스타벅스 커피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 돈을 더 지불하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건 경제적으로 어리석은 행위다. 그러나 소비자는 커피라는 음료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커피라는 '개념'을 함께 소비한다. 그는 돈을 더 지불하지만 더 만족한다. 경제적으로 불리한 행위지만 만족은 더 늘어나고, 기존 경제이론이 이러한 행위를 비판한다고 해도, 소비자는 그 이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자기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행위를 바라보는 제3자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현대 경제학 이론인 행동경제학은 개인의 이러한 행동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이번에는 소비 측면이 아니라 생산 측면을 보자. 대기업 직장인은 근로를 통해 업무 결과물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번다. 그는 다른 기업의 직장인 대비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대가를 받는다. 그러나 업무강도, 경쟁 강도, 그리고 주 업무 활동의 자기만족도 측면에서 대기업 활동이 심리적으로 대단히 불만족스러울 경우 그는 이직을 고려한다. 그러나 기존 경제이론은 이러한 이직을 경제적 불이익을 초래하는 어리석은 행위로 판단한다. 그로 인해 연봉을 낮추더라도 더 나은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이직을 선택하는 데 개인은 어려움을 겪는다.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스트레스가 있어야 한다. 본인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가족, 제3자도 이직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개인의 이직 행동 또한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위처럼 기존 경제이론이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이 '소비'와 '생산'에 있어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는 특히 '타인의 평가'가 중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남들의 평균적인 의견이 나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느냐 아니면 부정적으로 평가하느냐가 개인의 결정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만약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의견이 기존 경제이론에 입각한 것이라면?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모든 생산 활동은 어리석은 짓으로 치부된다. 그러면 개인은 돈을 벌기 위해 쓰러질 때까지 자신을 소진할 뿐, 자신의 만족을 위해 수입을 줄이는 행위를 선택할 수 없게 된다. 선택이 자유롭지 않은 근로자에게 더 잔인한 노동 환경이 주어지는 건 흔한 일이다. 업무 강도가 높은 직장에서는 지원한 이의 사는 곳부터 물어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 아니던가.

졸업 후 취업이라는 자신의 문제와 어머니의 병환에 대한 걱정이 뇌신경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미국인과 중국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자 양자에게서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인은 자신의 취직을 걱정할 때와 어머니의 병환을 걱정할 때 자극을 받는 뇌의 부위가 달랐다. 반면 중국인의 경우 양자가 동일했다.
이것은 미국인이 자신과 어머니를 독립적으로 여기는 데 비해 중국인은 자신과 어머니를 상호의존적으로 여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로부터 서양인이 독립적 자아를 지니고 있다면 동양인은 상호의존적 자아를 지니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400p)

동양인의 특성이 위와 같기 때문에, 동양에서 개인이 만족스러운 경제적 활동을 추구하려면, 개인과 관계를 맺는 타인, 가족, 직장 동료, 친구, 사회 일반의 인식이 무엇보다 개선되어야 한다. 서양보다 동양에서 일반 인식의 개선이 개인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다. 그러므로 기존 경제이론이 아니라, 행동경제학과 같은 현대 경제학 이론을 일반에게 널리 퍼트리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대니얼 카너먼 - 다중적인 존재
조지 애커로프 -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조지 에인슬리 - 내면적으로 갈등을 겪는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여성주의 경제학 - 다양한 정체성으로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아마르티아 센 - 역량을 바탕으로 자유를 실현한다
제임스 헤크먼 - 성격도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필리프 판 파레이스 - 노동보다 자아실현이 중요하다

그래서 경제사상의 변천사에 따라 인간을 탐구하는 이 책의 후반부에는, 위와 같은 현대경제학 이론이 소개된다. 책의 후반부까지 오면, 이 책의 제목이 왜 "경제학자의 인간 수업"인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 분명해진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책은 대단히 흥미롭다. 혼자 읽어야 했던 게 안타깝다. 만약 토론 모임에서 읽었다면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번뜩이는 해석과 나의 해석을 공유하며 아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다만 한 가지. 경제학 비전공자인 나로서는 책의 후반부까지 다다르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이 책을 읽어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서평이 다소 늦어진 이유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읽는다면, 그리고 토론 모임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을 한다면, 정말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질 훌륭한 책이다.
책의 표지에 생각하는 로뎅의 조각상이 빨간색 시계와 넥타이를 차고 있는데, 경제적 이득을 위하여 시간을 촉박하게 사용해야 하고, 경제적 이득을 위하여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현대인의 벌거벗은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다가 생각이 많아져서 십 분간 산책을 하고, 돌아와 책을 한 페이지쯤 읽다가 다시 산책을 하러 나가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독자에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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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용설명서 - 내 품격을 높이는
이미숙 지음 / 이비락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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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머리말에 작가가 쓴 첫 문장이다.
'말은 정신의 집이라고 한다'

우리말 장인의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첫 문장이다.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해서 품위 있는 인격과 교양을 풍기자. 그리고 남의 나라 말이 아니라 우리말을 되도록 더 많이 쓰자. 특히 일제강점기에 우리에게 심어진 말들은 되도록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자. 작가의 입장이다. 

최근에 글을 많이 쓰다 보니 맞춤법, 올바른 표현, 띄어쓰기가 궁금할 때가 많다. 이 책은 나와같은 글쟁이들을 (나는 '글장이'가 아니라 '글쟁이'라고 적었다. 이러한 섬세한 구분은 이 책을 읽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올바른 표현과 그 근거가 되는 지식으로 안내하는 길잡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책은 총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바르게 쓰자 우리말'로 자주 쓰는 말 가운데 습관적으로 잘못 사용하거나 헷갈려 하는 말들을 알기 쉽게 바로 잡는다.
2장은 '알고 쓰자 한자말'로 뜻도 모르면서 남들 따라 쓰는 한자말, 문맥이나 상황에 맞지 않게 쓰는 한자말들의 뜻을 자세히 풀이하여 예문과 함께 바로 잡는다.
3장은 '솎아내자 일본말'로 우리말 대신에 무심히 사용하는 일본말들을 집어내고 대신에 순화한 우리말을 제시한다.

예시를 들어본다.

<1장>
①  '너무'를 너무 쓴다

'너무'를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2015년 국립국어원은 현실 쓰임의 변화에 따라 '너무'를 긍정적인 서술어와도 어울려 쓸 수 있다고 수정했다.
우리에게는 '너무'가 들어갈 자리에 적합하게 쓸 수 있는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뜻을 지닌 말들이 많이 있다.

"정말 사랑해." "옷이 예쁘네요." "아주 행복합니다." "무척 좋다." "이 물건이 좋아 보이는구나." "매우 기쁘다."

▶ 우리말 참 아름답다. 아름다운 단어가 정말 많다.


② 굵은 목, 가는 목소리
"허벅지가 두꺼운 게 좋아요, 얇은 게 좋아요?"
"허벅지는 굵은 게 좋아요."
"두꺼운 목소리와 얇은 목소리 어느 게 좋아요?"
"굵은 목소리와 가는 목소리 중 어느 게 좋아요?"가 맞다.

▶ 아내에게 가끔 두꺼운 허벅지를 자랑했는데 이 글 보고 뜨끔했다. 두꺼운 허벅지도 두터운 허벅지도 아니다. 굵은 허벅지다.  


③ 오늘이 몇 월 며칠이니?
결론을 말하자면, 모든 경우에 '며칠'을 쓰는 것이 맞다. (...) '몇일'이나 '몇 일'은 어떤 경우에도 써서는 안 된다.

▶ 무조건 '며칠'이 맞다니. 충격이다. 그런데 왜 이리 즐거운가. 앞으로 고민 없이 쓸 수 있겠다. 


<2장>
①  이송과 후송
후송이란 적군과 맞대고 있는 전방지역에서 부상자나 포로가 생겼을 때, 후방 지역으로 보낸다는 말이다. 다음과 같이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것을 후송이라 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응급환자가 제주해경에 의해 긴급 후송됐다." (→ 이송됐다 → 옮겨졌다)
"범죄자나 용의자를 다른 곳으로 후송할 때에 호송차량을 이용한다." (→ 이송할 → 옮길)

▶ 군대를 제대하였으니 후송될 일은 없다. 일반인은 무조건 '이송되었다.'로 쓰면 되겠다.

 
② 미망인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의 한자말이다. 남편을 따라 죽어야 하는데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남편을 여읜 여인이 스스로를 겸손하게 일컫는 말이다. (...) 옛날 순장의 풍습에서 유래하였다. (...) 사회가 변함에 따라 순장의 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고, (...) 미망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무서운 언어폭력이다.
과부라는 말도 '부족한 여자', 즉 남편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여자라는, 곱지 못한 말이므로 쓰지 않는 게 좋겠다.

'(故) O O O 님의 부인 O O O 님'과 같이 쓰면 된다.

▶ 이제 알았으니 나라도 혼자 남은 쓸쓸한 사람을 언어로 때리지 말자.


<3장>
- 개인적으로

'개인적으로'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아마 어떤 연예인이 재미있게 말하려고 한 것에서 시작된 듯싶은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습관처럼 쓰는 것을 본다. (...)
'-적(的)'은 일본에서 온 말투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이 말투가 우리말에 들어와 지나치게 많이 쓰여 우리말의 자연스러움을 해치고 있다.
"이 제품은 자극적이니 장기적으로 쓰지 말고 일시적으로 쓰세요."
"오늘은 비교적 온도가 높고 국지적으로 비가 오겠으니 가급적 우산을 챙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게 우리말의 현 실정이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없을까?
"이 제품은 자극을 주니 오래 쓰지 말고 잠깐씩만 쓰세요."
"오늘은 온도가 높은 편이고 곳에 따라 비가 오겠으니 될 수 있으면 우산을 챙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우리말 사용이 기본이되, 운율감 리듬감 그리고 느낌적 느낌을 위하여 가끔은 일본 말투를 사용하기도 할 것 같다. 3장을 읽다 보면 정말 일본말이 뿌리깊게 우리말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조금씩 바꾸어 나가면 좋으리라.


책을 읽으며 1장과 2장은 모든 사례를 에버노트에 기록하고 핵심을 간추렸다. 그런데 3장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일본말이 많이 체화되어 순화말로 바꾸면 원 표현이 가진 맛이 도무지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3장의 일본말과 순화말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연구를 해보아야겠다.

예시를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바른 표현으로 우리말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글쓰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외없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우리말 장인의 장인 정신이 녹아든 책이다. 예시로 든 사례들 모두 억지스럽지 않았으며, 그 처방 역시 대부분 고개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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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 KOTRA가 엄선한 글로벌 뉴비즈니스
KOTRA 지음 / 알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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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지평이 넓어진다. 굉장히 많이 들어 본 관용적 표현일 것이다. 뭔가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전문가에게서 훌륭한 평을 받은 책이나 영화를 미디어가 소개할 때 이 문구를 쓰곤 한다. 그러나 일반 독자 중에서 이 문장을 체험한 사람은 손에 꼽힐 것이다.

얼마 전 두 아이들과 함께 VR테마파크에 다녀온 적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소꿉장난 정도의 즐거움을 예상했는데,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어른인 나도 그 재미에 푹 빠질 정도로 VR의 세계는 놀라웠다. 조금만 더 기술이 원숙해지면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굳이 에버랜드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집 근처 VR테마파크에서 놀이동산도 가고 세계여행도 가고 서바이벌 게임도 하고 야구 같은 스포츠도 즐기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VR테마파크에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게임의 재미를 맛보았다면, 이 책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에서는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비즈니스를 만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한 적 있는가. 다음의 이야기들을 주의깊게 읽어보라.

1. 멕시코시티 - 날씨에 상관없이 신선한 채소를, 멕시코 스마트 팜 시스템

식물이 자라는데 이제 자연의 햇볕과 비는 필요치 않다. 밭이 아닌 도시의 밀폐된 공간에서 채소가 자란다. 농부가 아니라 과학자가 식물을 심고 키우고 수확한다. 그 식물이 우리의 식탁으로 배달된다.

멕시코 과나후아토주에 있는 베르데콤팍토는 스마트 팜 시스템인 훕스터Huvster를 개발했다. (...)훕스터는 컨테이너를 식물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훕스터에서는 독창적으로 식물을 기르는데, 이 재배 양식을 에어로포닉스Aeroponics라고 한다. 40피트의 컨테이너 속에서 작물을 공중에 매단 채 재배하는 에어로포닉스를 도입해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 전통적인 노지(땅)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당 약 200배나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훕스터만의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기능이 100% 자동화로 작동한다. (...)
둘째, 수자원을 9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 전통적인 농업 방식으로는 상추 한 포기를 기르는 데 약 10ℓ의 물이 필요한데, 훕스터 컨테이너에서는 단 500㎖의 물이면 충분하다. (...)
셋째, 비료가 절약되고 자연적으로 친환경 유기농 식품이 된다. (...) 트랙터 같은 농기계나 살충제, 농약 등 화학물질도 필요 없다. 자연히 여기서 재배된 식물은 유기농 식품이 된다. (...)
넷째,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다. (...) 주차장, 벽, 아파트 베란다 등 어느 공간에서나 직접 채소를 기를 수 있다. (...)
다섯째, 거의 모든 채소의 재배가 가능하다.

요즘 많은 현대인들이 취미나 건강한 식단을 목적으로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기도 하고, 실내에 채소 기를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훕스터 스마트 컨테이너 팜이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면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설치만 해 두면 채소들이 알아서 무럭무럭 잘 자라는데 누군들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또한 2020년 8월 서울 교통공사에서는 지하철 역사에 스마트 팜을 설치한 '메트로팜'을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스마트 팜이 지하철 역사에 자리한 세계 첫 사례라고 한다.

멕시코의 기술에 한 번 놀라고, 그 기술의 효과에 두 번 놀라고, 우리나라 교통공사에서 세계 최초로 스마트팜을 지하철 역사에 설치했다는 데 세 번 놀랐다. 기사를 찾아보니 2020년 8월은 답십리역에 메트로팜이 설치되었다는 소식이었고, 그보다 앞선 2020년 4월에 지하철 7호선 상도역 1번 출구에 스마트팜을 설치했다는 기사가 있는데, 4월의 설치장소는 출구 쪽이라 역사 내로 치지 않은 모양이다.


2. 뉴욕 -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신개념 콘크리트

콘크리트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조물질인 동시에 물에 이어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자원이다. 콘크리트 제조에는 시멘트가 필요한데, 1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데 약 1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매년 전 세계 시멘트 생산량은 80억 톤에 이르고 이 과정에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시멘트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세계 국가와 비교하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솔리디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시멘트 생산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 솔리디아 시멘트가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기존 시멘트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0% 수준이다. 게다가 솔리디아 시멘트는 굳힐 때도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데, 1톤당 240kg의 이산화탄소를 머금는다.

솔리디아 시멘트는 친환경적이면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몇 가지 요소를 더 가지고 있다.
첫째, 솔리디아의 기술은 수자원 보존에 유리하다. 콘크리트 생산에 매년 3조ℓ의 물이 소비되는데 솔리디아의 기술을 사용하면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3조ℓ의 수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
둘째, 짧은 경화 시간 덕분에 생산 효율성이 높아진다. (기존 콘크리트 제조방식 28일, 솔리디아 24시간!)
셋째, 제품 자체의 품질이 우수하다.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내구성이 좋고 풍화 작용에 의한 침식도 거의 없다. (...) 다양한 색상의 제품도 생산 가능해 심미성이 뛰어나다.
마지막으로 솔리디아의 기술은 새로운 건설비용이 들지 않는다. 즉 제조 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멘트와 콘크리트 제조 시설에 적용할 수 있다.
오늘날의 콘크리트 제조 방식은 1824년 콘크리트의 주재료인 포틀랜드 시멘트가 개발된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 (...)
생명 안전 보장을 위해 구조물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건설업은 오랜 세월 사용하면서 검증된 기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신기술 채택에 주저한다. 

콘크리트 생산에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가 발생한다는 것이 무척 놀랍다.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자원이 콘크리트라는 것도. 그런데 이런 콘크리트를 이처럼 혁신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니. 이 기술은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2020년 10대 신흥 기술'로도 꼽혔다. 이 기술의 핵심은 규회석을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를 통해 콘크리트를 경화하는 것인데, 천연광물인 규회석은 전 세계 생산량이 연간 70만 톤에 불과하여 도저히 시멘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인공 규회석을 만드는 방법을 찾았고, 이후 수년간의 실혐,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져 마침내 상용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기업에는 정말... 투자하고 싶다...


3. 베이징 - 이젠 클라우드 농장주 시대

▶ 정목원농목양식유한공사의 클라우드형 목장
중국에서는 최근 모바일로 호주 목장의 송아지를 입양하는 서비스가 생겼다. 중국의 카카오톡 격인 위챗의 샤오청수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된다. 사용자는 호주산 송아지를 입양해 키우고 수익까지 낼 수 있다.
(...) 고객들은 원하는 송아지의 품종을 고를 수 있다. 게시된 송아지는 품종, 체중, 성별, 월령, 성장, 건강 상태 등 각종 정보가 개별 프로파일에 구체적으로 기록된다. 농장은 호주에 있고 전담 직원을 고용해 고객의 소를 위탁 사육한다.
(...) 소의 상태가 궁금한 고객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육 환경이나 발육 상태 등을 점검할 수 있다. 소가 커질수록 고객의 이윤도 늘어난다. 일례로 사육하는 소의 무게가 30일간 30kg 증량이 되면 약 15만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고객은 소가 다 크면 팔 수도 있고 도축해 호주산 고기를 공수해 올 수도 있다.
(...) 라이브 커머스는 주로 화장품이나 식품 등 일반 소비재 위주로 판매 활동이 이뤄지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개, 돼지, 닭, 가재, 과일 등 동식물 위탁 사육 · 재배 등의 서비스 상품까지 거래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위탁 재배 등의 서비스를 구입한 소비자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 알리바바의 개미숲 프로젝트
모바일로 심은 가상의 나무가 지구상의 어딘가에 실제로 심어진다면 어떨까? 나와 내 친구들이 심은 나무가 숲을 만들어 사막화를 방지한다면?
이런 상상을 기업의 사회 공헌 사업으로 만든 기업이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그 주인공이다. 알리바바는 2016년 8월 중국 대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애플리케이션에 개미숲Ant Forest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해 넣었다. 가상의 나무를 모바일에서 심고 잘 기르면 실제로 사막에 나무를 심을 수 있다.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일종의 CSR 프로젝트다.
(*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기업이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들과 공생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의식)
(...) 아직은 화면 속에 떡잎 하나만 덩그러니 있지만 사용자가 잘 키우면 나무로 자란다. 예를 들어 자주 걷는다든지, 알리페이를 통해 대중교통 비용을 결제한다든지, 자전거를 구입하는 친환경적인 행동을 할수록 떡잎이 커진다. 모바일 속 가상의 나무가 잘 크면 알리페이의 지원을 받아 중국 서북부 지역에 실제로 나무가 심어진다. 이렇게 심어진 나무는 알리페이 개미숲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알리페이는 지인 추천, 참여자들의 순위 공개 등을 통해 사용자의 참여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2020년 5월 말 5억 5,000만 명이 참여해 2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밝혔다. 총 재배 면적은 약 1,825㎢로, 싱가포르 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크기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위의 두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서 중국 기업에게서 처음으로 형님의 향기를 느꼈다. 중국이란 나라는 굉장히 선도적이면서도 굉장히 선도적이지 않은 두 가지 모순된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구나. 미래적이면서 과거적인 묘한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 비즈니스 모델이 그저 가상의 공간에서 그치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진행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충격적이라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놀라움이 이 서평을 읽는 예비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이 책은 KOTRA에 근무하는 무역관들에 의하여 공동 집필되었다. KOTRA[Korea Trade-Investment Promotion Agency]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로도 불리며 정부가 전액 출자한 비영리 무역진흥기관이다. 주요 활동으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 외에 다양한 형태의 무역거래 알선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만화 및 드라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생'을 본 독자라면 KOTRA가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지는 대략 알고 있을 것이다. 해외 86개국에 126개 무역관을 두고 있으며, 해외시장 정보수집 및 제공사업, 해외 전시사업, 해외 홍보사업, 투자진흥사업, 국내 산업과 상품의 해외소개 및 선전, 해외무역관 설치 운영, 기타 산업자원부장관이 정한 수출입업무 등의 무역진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OTRA 직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해당 기관의 안내원처럼 기관의 역할을 자세하게 적은 것은, 그만큼 이 책에서 느낀 감흥이 크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매년 발간되는 것인데 앞으로 빼놓지 않고 챙겨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은 크게 4부, 10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37건의 비즈니스가 소개되어 있다. 그 상세한 목록은 이하의 표와 같다. 

영업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나지만, 이 책을 비즈니스인들에게 팔라는 미션을 받았다면 실적이 꽤 잘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확신을 가진 자는 성과를 내는 법이니까.

구분
대분류
소분류
도시
비즈니스
1
혁신
사회
위생사회타이베이우표 크기 3g 체온계로 24시간 밀착 체크
도쿄손대지 않아도 척척, 터치리스 제품들
멕시코시티해초 입자로 만든 인공나무가 공기 정화를
마드리드질병X의 시대, 새로운 방역
안전사회실리콘밸리원스톱 배송, 드론 운송 서비스
파리파리지앵의 필수품, 자전거 에어백
카이로전염병 퇴치를 위한 위생 비즈니스, AD 주사기
투명사회광저우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클라우드 현장 감독 서비스
방콕경비 로봇 SR1, 일상을 지키다
이스탄불스포츠 선수를 내가 직접 발굴, 스카우티움
2
칩거
시대
웰빙
집콕라이프
시카고집에서 일대일 전문 강습, 차세대 홈트
암스테르담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온라인 시력 검사
파리수면 중에도 건강을 관리해주는 스마트 워치
후쿠오카워라밸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워케이션
키트
전성시대
뉴욕집에서 키트로 하는 가임력 진단
로스엔젤레스코로나 19 시대, 코딩 홈스쿨링 키트
마닐라나만의 정원을 가꾸다, 식물 재배 키트
중국대체가 아니라 대세, 뜨겁고 건강해진 간편대체식
버추얼
커넥터
암스테르담가상현실 기술로 가까워진 병실 밖 세상
나고야버추얼 세상의 확장, 가상 유튜버의 시대
베이징이젠 클라우드 농장주 시대
밀라노방구석에서 온라인 미술관 투어로 세계여행
3
유통
혁명
강력한 유통댈러스신선식품 공급망 문제를 인공지능이 해결하다
런던유통에서 플랫폼 회사로,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브뤼셀일대일 맞춤 사료를 집 앞까지 정기 배송
리마미식 문화를 함께 배달, 페루의 와인 구독 서비스
새로운 창조멜버른과일과 야채로 만든 프리미엄 생수
홍콩영원한 사랑과 그리움을 간직한, 유골 다이아몬드
벵갈루루버려지는 꽃을 재탄생시키다
4
그린
혁명
순환사회키토자연에서 자연으로, 식물로 만든 일회용 접시
멕시코시티아픈 지구를 살리는 바이오플라스틱
뉴욕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신개념 콘크리트
멕시코시티밀레니얼을 사로잡은 비건 비즈니스
아그리테크
비즈
무스카트사막 한가운데서 피우는 첨단 농업의 꿈
멕시코시티날씨에 상관없이 신선한 채소를, 멕시코 스마트 팜 시스템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한 친환경 농업
도쿄로봇이 수확하고 데이터가 알려주는 미래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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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냅스 독서법 - 공부가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
박민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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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시냅스 독서법』 그리고 농담을 찾아서
- 주식 투자 공부가 어려운 모든 투자자들을 위하여

2020년이 저물어 간다. 예년 이맘때엔 거리의 상점들마다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로 치장했었다. 올해는 다른 모습이다. 거리가 조용하다.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꾸었다. 첫째 아이는 거의 등교를 하지 않았고, 둘째 아이도 한동안은 유치원을 쉬었다. 아내는 때때로 도깨비로 변했고, 나는 더 이상 집에만 머물지 않기로 했다. 물론 아내가 변신하기 전에 결정한 일이다. 나는 도깨비로 변한 아내도 공식적으로 사랑한다.

1월에 집앞 소호 사무실을 구해 나만의 출퇴근 공간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공간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렸고 그 다음에는 유튜브와 그리고 그 다음에는 가투소(네이버 가치투자연구소 카페)와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한 건 7월 경이다. 

사회생활 10년 동안, 나는 원하는 만큼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사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일이 내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은 그저 기쁨이었다. 오랫동안 사막을 헤매던 사람이 마침내 오아시스를 만났을 때처럼 나는 독서의 기쁨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그 결과 나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올해가 아직 한 달 하고 보름 정도 남았지만, '올해의 책'으로 꼽을 수 있는 책을 만나서 기쁜 마음으로 글을 적는다. 올해 마흔 권 정도를 읽었는데, 나에게는 이 책이 가장 빛나는 별이다. 최근 출간된 박민근 소장의 『시냅스 독서법』이 그 주인공이다.

좋은 책은 독자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훌륭한 책은 따라서 걸을 수 있는 길을 자상하게 제시한다. 이 책은 훌륭한 책이다. 그 이야기를 천천히 해보자.


몇 주 전 나는 2차전지 투자를 위한 세미나 강의를 들었다. 가투소에서 유명한 ho****y님의 강의였다. 강의 교안의 첫 페이지는 원소 기호로 시작했다. 화학. 고등학교 때 정말 싫어했던 과목이다. 과목도 선생님도 좋아할 수 없었고, 수능 선택 과목으로 물리를 고른 내가 대체 왜 화학을 배워야하는지를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화학 시간이면 따분한 몸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저 괴로워했을 뿐이다.

그랬던 내가 토요일 오후, 하루에 무려 여섯 시간이나 행해지는 긴 강의를 듣던 중 팔에 소름이 돋았다. 아... 화학이 우리의 세상을 이렇게 바꾸는구나. 화학에 대한 지식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이렇게 선명하게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을 만나면, 심지어 학생은 배우는 기쁨으로 팔에 소름이 돋을 수도 있구나. 그날 나는 정말 놀라운 체험을 했다. 인생을 통틀어 싫어했던 과목이 단 하루 만에 좋아진 것이다. 집 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신나게 외쳤던 기억이 난다. "여보, 공부하다가 기뻐서 팔에 소름이 돋았어. 나 미쳤나봐."

왜 그토록 싫어했던 과목이 그렇게 기쁜 배움으로 바뀌었을까? 의문은 가슴에 남겨진 채로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바로 그 의문을 꺼내어 대답했고, 나는 그 원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공부를, 특히 독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박민근 소장이 어떻게 치유해 갔고, 그리하여 그 아이들이 어떻게 독서의 기쁨을 배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그런데 이 기록은 아이들에게만 소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소용이 있다. 아이들은 공부에서 멀어지면 성적이 나빠질 뿐이지만, 어른들은 특히 투자자들은 공부에서 멀어지면 경제적 생존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것은 투자자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배우는 것은 그토록 어렵고 싫은 일인가. 아무리 자책을 해보아도 나는 왜 배움의 길로 나아가지 못하나. 뛰어난 성공을 해낸 사람들은 거침없이 성큼성큼 나아가는데. 그들이 말하는 대로 내 간절함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이 책의 진단을 들어보라.

들어가며
책 읽는 기쁨이 공부머리를 만듭니다

"선생님도 제게 책 읽히려는 거죠?"
제가 하는 일은 흔히들 '위너'가 아닌 '루저'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상담하는 일입니다. 부모가 이끄는 대로 공부를 해오다 청소년기에 이르러 그만 삶의 목적을 잃고, 공부를 그만두다시피 한 아이들이지요. 
(...) 빛과 그림자는 늘 공존합니다. 하나의 성공 사례 뒤에는 실패하거나 경기에서 진 수많은 루저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 상담실을 찾아온 아이들을 만나면 일단 면밀한 학습검사를 합니다. (...)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르면 크게 다음의 8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무기력 단계 : 학습동기가 거의 없는 상태
2. 외적 강압 단계 : 누가 강제하거나 구체적인 지시를 할 때만 공부하는 상태
3. 내적 강압 단계 : 자발적 동기가 아닌 외적 보상 때문에 공부하는 상태
4. 유익 추구 단계 : 특정 목적이나 이득을 위해 공부하는 상태
5. 의미 부여 단계 : 자기 가치에 따라 공부하는 상태
6. 지식 탐구 추구 단계 : 지식 탐구의 즐거움 때문에 공부하는 상태
7. 지적 성취 추구 단계 : 공부 효능감을 느끼는 상태
8. 지적 자극 추구 단계 : 공부가 즐거운 상태

2009년에 나는 감정평가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2020년이 된 지금 나의 감정평가사 공부는 저 8단계 분류 중 1단계에 해당된다. 나는 그 활동에 아무런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어렵게 공부해서 시작한 전문직 생활인데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아이는 대체 왜 이런 상태가 되었을까요? 아픈 질책일 수 있겠지만,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게 된 까닭이 다음의 5가지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가 10세가 되기 전에 충분히 그리고 즐겁게 책을 읽지 못한 경우입니다. (...)
둘째, 아이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상담을 위해 찾아온 부모님과 아이를 관찰하면 아무리 양보해도 아이의 잘못이 10, 부모 잘못이 90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
셋째,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
넷째, 아이가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것에 빠져 있는 경우입니다. (...)
다섯째, 공부상처가 있는 경우입니다. (...) 한마디로 공부에 대한 아이의 감정이 부정적인 상태를 말합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긴 학령기 동안 갖게 되는 공부상처입니다.

(...) 책을 기쁘게 읽으면 그것만으로도 아이의 두뇌 속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뉴런이라는 두뇌신경세포 중 신경전달 물질을 주고받는 부분인 시냅스의 반응이 매우 활발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흔히들 말하는 공부머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름 아닌 시냅스의 반응을 활발하게 해주는 독서를 해야 하고, 이것은 아이의 정서적인 반응과 밀접하게 관련해 있습니다.

감정평가에 대한 나의 감정적 반응은 아주 커다란 부정이다. 업무 말년에 나는 굉장히 쉬운 감정평가 일을 수행할 때에도 커다란 무기력을 느꼈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공부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는 '담보평가'라는 2~3일 내에 처리해야하는 단기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갓 입사한 나는 오피스 프로그램조차 한번도 구동해보지 않은 상태였다. (아... 철학과의 슬픔이여...) 감정평가보고서를 창고에서 꺼내어 알아서 읽어보라는, 며칠 간의 교육을 빙자한 방치를 겪고 나서 나는 곧바로 사수와 함께 업무에 투입되었다. 그렇게 몇 번의 동행을 한 다음,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혼자서 현장 출장을 다녀와서 혼자서 감정평가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밤을 새워가며 일에 매달렸다. 그게 나의 수습기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해에 결혼을 했고, 바로 그 해에 아내는 예기치 못한 심한 입덧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나는 '왜 일만 하느냐, 함께 술을 마셔야 진정한 사회생활이지.'라고 이야기하는 선배들에게 인정받아야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식으로 채용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만도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느날은 밤 늦게 집에 돌아가니 아내가 불이 꺼진 거실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언제더라.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깜빡 졸아 중앙선 분리벽을 들이받을 뻔한 적이 있다. 아찔했다기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들이받게 되더라도 후회는 없다. 철학과로 전과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이 이상 할 수 없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 나는 나를 남김없이 소진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설명을 따르면, 나는 '(감정평가) 공부상처'를 크게 얻으면서 공부를 시작한 셈이다. 그리고 이 상처는 11년이라는 긴 학령기(업무기간) 동안 내 안에서 커져 갔던 것이다. 문득문득 번아웃 증상이 올 때마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나의 부족한 간절함을 자책했다. 그렇게 나의 (감정평가) 공부단계는 4단계에서 1단계로 추락해갔던 것이다.

반면 주식 투자는 전혀 다른 과정을 거쳤다. 나는 필요한 돈을 주식 투자로 벌어보겠다는 4단계의 목적으로 투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랬던 공부가 현재는 8단계에 이르렀다. 5~8단계를 조금 더 설명하면 이렇다.

5. 의미 부여 단계 : 자기 가치에 따라 공부하는 상태 → 하나의 행위로 돈버는 일과 즐거움을 같이 누리겠다. 이것이 일에 대해 내가 부여하고 싶은 가치다. 나의 일은 주식 투자다.
6. 지식 탐구 추구 단계 : 지식 탐구의 즐거움 때문에 공부하는 상태 → 주식 투자는 가치 투자 방법이 유리하군. 가치투자란 이런 것이군. 호오 흥미롭군.
7. 지적 성취 추구 단계 : 공부 효능감을 느끼는 상태 → 가치 투자로 수익이 나는군! 이야!
8. 지적 자극 추구 단계 : 공부가 즐거운 상태 → 수익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나는 그저 가치 투자에 매진할 뿐. 그런데 하한가를 맞은 날에도 공부가 이토록 즐겁다니. 나 주식 공부에 미쳤나봐!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감정평가와 주식 투자에 대한 나의 정서가 그토록 다르게 형성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싫어했던 화학이란 과목이 왜 한순간에 좋아졌는지도. 무엇보다, 어떤 공부에 대해 내가 무기력 등의 부정적 증상을 겪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증상을 치유하고 상위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게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상세한 방법론도 알려주면서, 동시에 그 방법론의 바탕이 되는 학문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작가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위대한 연구자들의 결과물을 오랜 공부를 통해 비교하여 가장 신뢰도 높은 이론을 추린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 적힌 내용은 정말로 대단히 귀한 것이다.

- 신체활동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책을 좋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5세 지성이는 축구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동네 형들이랑 축구하는 것이 제일 좋고 책 읽기나 한글 배우기는 별로 재미없어 했지요.
아빠 희석 씨는 아직 한글 읽기가 잘 되지 않는 지성이가 무척 걱정이었습니다. 혹시 ADHD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안고 상담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지성이 아빠는 상담 내내 한숨을 여러 번 내쉬며 무척 한탄했어요. 희석 씨의 직업 특성상 아이가 깨어 있을 때는 얼굴을 거의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려고만 하면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는 아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많다고 했습니다. 희석 씨 자신이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이죠. 그는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할머니 손에 맡긴 것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내심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지성이에게 걱정할 만한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물론 또래에 비해 주의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성이가 아주 재미있게 책을 읽은 경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성이는 신체운동지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무척 높은 대신 언어지능은 상대적으로 좀 떨어지는 편이고요. 책에 애착이 생기려면 즐거운 독서 경험이 풍부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게 좀 낯선 일이었던 거죠. 대신 지성이는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면서 신체활동을 할 때 더 큰 재미를 느꼈을 겁니다. 이 점은 절대 나쁘지 않습니다. 지성이의 사회성이 또래보다 뛰어나고, 무척 밝은 심리도 잘 유지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 덕분입니다."
저는 우선 지성이 아빠가 아이와 함께 축구와 같은 신체활동을 많이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신체활동을 다룬 그림책으로 아이의 독서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아가 축구 그림책으로 아이가 한글에 조금 더 익숙해지게 하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지성이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선택한 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축구선수 윌리》였죠. 아이는 난생처음 읽은 이 재미있는 책에 그만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지성이는 주의력을 높이기 위한 놀이치료와 미술치료를 여러 달 진행해오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독서치료가 재미있다며 제게 이렇게 속삭이더군요.
"선생님이 또 무슨 책을 보여줄지 너무 궁금해요."
이후 지성이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축구가 좋아》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지성이가 읽기에는 제법 내용이 많고 복잡할 수도 있는 책이었지만 축구에 대한 이야기라 거부감이 전혀 없었죠. 또한 윤여림, 이갑규의 《축구치 하람이, 나이쓰!》를 소개해주었더니 집으로 돌아가서도 엄마와 함께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지성이가 가장 공감했던 책은 아빠와 함께 읽은 키르스텐 보이에의 《축구 소녀 레나가 어떻게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지?》였습니다. 지성이는 축구만 좋아하고 공부는 싫어하는 주인공 레나 이야기가 꼭 자신의 이야기 같다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151-153p)

- 저는 글자를 알기 전 아이들이 암기 천재처럼 책의 내용을 모조리 외우며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합니다. 부모님이 책을 정성껏 읽어준 아이에게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지요. 누구나 경험했을 거예요. 외우기 싫은 영어 단어는 죽어라 외워도 안 외워지지만, 좋아하는 노랫말은 자신도 모르게 외워지죠. 기쁨 호르몬 도파민은 뇌 속의 기억장치 해마에서 저장하는 장기기억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접착제입니다. 기억 대상과 도파민이 결합해 뇌에 기억을 새기는 거죠. 그래서 기뻐하며 접한 일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암기 천재 아이들은 기쁨 호르몬이 넘치는 아이인 것입니다. (122p)

- 이 책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설명하고 싶은 개성 탐색 기준은 바로 다중지능 이론입니다. 이 방법은 좀 전에 설명했던 좌뇌형, 우뇌형 분류에 비해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입니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20세기를 풍미했던 IQ 시대에 마지막을 고하며 다중지능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다중지능 이론은 그를 위대한 교육자 반열에 오르게 한 이으로 인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단지 IQ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관점입니다. 인간의 지능은 IQ 검사로 측정되는 논리수학지능이나 언어지능 외에도, 음악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자연탐구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성찰지능 등 좀 더 다양하고 폭넓게 분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지능은 독자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고요.
자폐증이 있지만 미술 등 특정 분야에 놀라운 재능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서번트 신드롬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뇌의 각 영역이 분리된 채 서로 다른 능력들을 유지하면서 불균등하게 발달하기 때문이에요. 이는 다중지능 이론이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주었습니다.
(...)
다중지능 이론에 의하면 세상의 어느 아이도 남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학습 대상을 자신의 두뇌 프로파일에 따라,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학습합니다. 그러니 이 세상 모든 아이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부법이란 존재하지 않죠. 당연히 한 종류의 독서 프로그램을 모든 아이에게 적용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75-76p)

- 여러 지능 영역 가운데 특히 자기성찰지능은 다른 지능들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지능입니다.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그것을 더 훈련하고 신장할 때 이 자기성찰지능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죠. 피카소와 같은 재능을 가진 아이라도 자기성찰지능이 떨어지면 훌륭한 예술가로 자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부모님과 선생님이 꾸준히 성장시켜주어야 할 지능 영역이 바로 자기성찰지능입니다. (83p)

일요일에 회사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한 후 본가에 들렀다. 나는 어머니의 기질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보다 훨씬 험한 시대를, 여자로서 살면서, 신혼초의 가난은 주부로서, 두 아이가 각 중고등학생으로 사춘기를 겪을 때쯤에는 아버지의 사업실패가 초래한 가난을 워킹맘으로서 극복해야 했다. 어머니는 살면서 긍정적인 정서를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맞이한 적이 없다. 어머니는 그 모든 과제와 역경을 끌어안고서 자신을 소진하며 살았다. 나는 어머니의 몸부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랐다. 아버지는 감정에 덤덤한 성격이었다. 누나는 아버지를 닮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예민한 감정을 그나마 살필 수 있었던 게 가족 중에서는 나였다.

나는 어려서 어머니의 마음이 평안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무기력이 나에게는 그렇게 학습되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간절했기에 나는 그녀가 평안해지기를 진정으로 소망했고 그 소망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어머니의 몸부림이 결국에는 자녀들의 교육을 성공시키고, 집안의 가난도 극복해내는 걸 나는 보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그녀의 마음이 평온하지 않고 때때로 슬픔에 잠기고 괴로움으로 가득 차는 모습도 똑같이 지켜보았다.

이제서야 분명해진 게 하나 있다. 만약 누가 나에게 "네가 목표를 이루지 못한 건 네 간절함이 부족해서야."라고 말한다면, 나는 비록 싸움을 못하지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에게 달려들 것이다. 모자란 게 간절함이었는지 아니면 그 간절함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었는지 이제는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에 다가가는 방법을 모르기에, 본인들의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자책한다. 그건 우리 세대가 자라면서 몸에 새기게 된 어떤 공통적인 분모 같은 것이다. 마치 우리 아버지 세대가 가족과의 불화를 겪으면서도 스스로의 감정과 기분이 어떠한지를 보편적으로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청년 세대는 우리보다 조금은 더 현명하다. 노력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노오오력'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부족한 것은 노력이 아니라 방법이고, 우리 사회의 문제는 학생의 자질이 아니라 선생의 자질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이 서평은, 주식 투자 공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무기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씌어졌다. 이 책은 아무리 간절하게 원해도 바꿀 수 없었던 무기력감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짚어주고, 치유의 한 걸음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소망과 무기력의 불편한 관계가 치유되면 비로소 즐거움이 시작된다. 일요일에 방문한 본가에서 나는 어머니와 이 글에 쓴 이야기를 포함한 많은 이야기들을 몇 시간 동안이나 함께 나누었다. 때로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표정이 딱딱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우리는 편안히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즐거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편안한 마음으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은,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았던 커다란 일이었는데, 정말 일순간에 그 일은 눈앞에 와 있었다.

우리 내면에는 아이가 있다. 그러나 정말로의 우리는 많은 일들을 겪으며 이미 어른이 되어 있다. 방법을 알게 되면 지금의 어른이 된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 아이도 지금의 나에게 다가올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둘이 편안히 만날 때, 아이는 어른이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박민근 독서치료연구소 소장이다. 이런 스승을 만나게 되기를 나는 정말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 왔다. 나처럼 스승을 찾아 먼 길을 고행해 온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p.s 1
마지막을 유머로 맺고 싶었는데... 아직 마음대로 잘 안 된다. 그러나 아내의 도움을 받아 나는 마지막을 다르게 적을 수 있다.
눈시울을 붉히며 이 서평을 쓰고 있는 동안 퇴근 시간이 다가 왔다. 나는 아내에게 글을 마무리 하고 가도 될지 물어보았으나, 그녀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 "안돼."
눈물을 흘리며 글을 쓰고 있다고 재차 청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같았다. 내가 귀가하면 그녀는 나와 바톤 터치를 하고 운동을 갈 참이었다. 
(두 아이는 저녁마다 놀아 줄 어른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집안을 어슬렁 거린다.)
그녀에게 운동은 중요한 맥락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순순히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했다.
"정말, 사랑스러운 군주다."
물론 이것은 공식적인 발표다.


p.s 2
어머니는 '자기성찰지능'적 관점에서 나를 조기교육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돈 총각 처녀간이었고,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젊은 나이에 사랑의 도피를 했다. 국내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늘 어린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절대 콩각지가 씌어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면 안 된다."
사랑만으로는 행복한 결혼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나는 이런 화두를 안고 자라게 된다.
"행복하게 사랑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리고 그 화두는 나의 자기성찰지능의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

하워드 막스의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에 적힌 대로,
"성공은 그 안에 실패의 씨앗을 품고 있고, 실패는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다"
어머니의 실패는 세대를 건너 아들의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성공은 이제 어머니 세대의 즐거움의 씨앗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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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 트레이딩 - 기본부터 충실하게 잡아주는 차영주 소장의
차영주 지음 / 페이지2(page2)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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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스스로에게 적용할 수 있는 투자에 대한 정의를 떠올릴 정도였다.

투자는 '자기자신을 현명한 투자자로 진화시키는 게임'이다.

투자에 대한 나의 정의에는 개인적인 맥락이 있다.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에 적어본다. 2018년 하반기에 우울증이 발병한 나는 2019년 초까지도 넝마의 상태였다. 우울증의 가장 큰 증상은 아무것에도 흥미와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 6개월을 침대에 누워만 지내다보니 다리 근육이 다 빠져서 팔과 다리가 같은 두께가 될 정도였다. 보다못한 아내는 내게 권유했다.
"여보. 차라리 게임이라도 좀 해보면 어때?"

백종원은 사업에 실패 후 죽기 전에 맛있는 음식이라도 실컷 먹고 죽자 싶어서 홍콩에 갔다고 했다. 비슷한 심정으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안방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렇게 시작한 게임이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라는 MMORPG였다. 중고등학생 때 특히 즐겼던 RPG는 내가 평생을 사랑한 장르다. '캐릭터를 성장시킨다'는 그 단순한 행위에서 나는 커다란 즐거움을 느꼈다.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슛연습을 즐겁게 여겼던 것처럼 내게 '성장'이라는 단어는 늘 즐거운 무엇이었다.

그러나 RPG 게임은 항상 똑같은 결말을 맞는다. 캐릭터가 급속도로 성장할 때에는 너무나 재밌지만, 유의미한 성장을 다 끝마치고 나면 새로 익힐 필살기도 없고, 능력치도 크게 신장되지 않으며, 엄청난 수의 적을 반복 작업으로 물리쳐야만 레벨을 올릴 수 있다. 이쯤되면 사실 즐겁지 않은 노가다가 되어버려서 슬슬 게임에 대한 흥미가 식기 시작한다. 그러면 곧 다른 게임은 없나 눈을 돌리게 된다. 그렇게 눈을 돌려 시작한 게임이 우리나라의 민속 게임, 전략 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였다.

스타크래프트(줄여서 '스타'라고도 부른다)가 MMORPG와 다른 점은, 플레이어끼리 서로 겨룬다는 점과 게임 캐릭터의 능력이 아닌 내 실력이 승부의 관건이라는 점이다. 내 스타 실력은 십대에는 반에서 2~3등 정도였고, 이십대 후반에는 오랜 친구이자 스타 초보였던 아내를 데리고서 드라마틱하게 팀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훌륭한 에이스 역할을 맡을 정도였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나는 그녀의 친구에서 연인으로 지위가 승격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근 십년 만에 접한 스타에서 내 자신감은 산산이 부서졌다. 2019년에는 "빠른무한"이라는 컨텐츠가 스타에서 가장 유행이었는데, 플레이어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는 열 판을 하면 1~2판을 이길까 말까였다. 자꾸 지다보니 즐겁자고 시작한 게임이 괴로워져서 고민에 빠졌다. 게임을 그만두고 다시 침대에 누워 '우울증은 이런 것이다'를 연기할까? 아니면 조금 노력해볼까. 나는 노력해보기로 했다. 6개월을 쏟아 붓자, 10판에 7~8판을 이기게 되었고, '스타'가 무척이나 즐거워졌다.

내가 '성장'에 특별한 재미를 느낀다는 걸, 그때 새삼 알게 되었다. 1년 정도 스타를 즐긴 후에, 나는 이제는 경제적으로 좀 소용있는 행위에 재미를 붙여보자고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그 생각을 아내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내는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녀와 첫 연애를 시작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이 사람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 그 보람 있는 일을 평생 열심히 해보자.' 아내를 보며 나는 이런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그녀와 연인이 되었다. 오랜 세월을 건너 마침내 남편의 초심이 돌아온 것이다.

물론 게임에 집중하던 때에 게임만 한 것은 아니다. 심리치료, 운동, 심리학 서적의 탐구, 명상을 부수적으로 진행했다. 때가 되자 게임도 부수적인 일들도 무르익어서 위의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거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2020년 4월에 가치투자연구소 카페에 가입하게 된다. 그 덕분에 이런 글도 카페에 남길 수 있다.

투자는 '자기자신을 현명한 투자자로 진화시키는 게임'이다.

내가 내린 첫 번째 투자의 정의를 보며, 나는 일종의 감회에 젖는다. 남들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저 정의에는 내 역사의 중대한 굴곡이 담겨 있다. 예측할 수 없고 너무나 컸던, 그래서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굴곡의 한 시절이 마침내 갈무리되고 있다. 나는 다시 건강한 상태로 주식 투자라는 경제활동을 마주하며 서 있다.

위와같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터틀 트레이딩'이 나같은 초보자(가치투자 입문 6개월 차인)에게 아주 적합했기 때문이다. 자, 내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삼프로TV 김동환 소장의 특별한 추천사
삼프로TV의 진행자는 세 명이다. 그중 제일 단단한 기운을 풍기는 이가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다. 이 책은 전적으로 김동환 소장의 추천 때문에 읽게 되었다. 김 소장의 추천사는 특별하다. 눈총을 크게 받을 만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끔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철들고 가장 잘한 일은 아내와 결혼한 것이고, 그다음 잘한 일은 첫 직장으로 증권사를 선택한 일'이라고 말이다.

유부남 독자들의 질타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역시 단단하고 뱃심이 큰 사람이다. 그가 이렇게 추천사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오래 함께 할 대상을 선택하는 본인의 검증된 안목을 설명하고, 바로 차영주 소장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차영주 소장과의 인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후 추천사는 '터틀 트레이딩'에 대한 다음의 찬사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주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역설하고 다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승자가 될 수는 없다. 공부가 필요하다. 그런데 주식을 공부할 수 있는 책들이 차고 넘쳐도 권할 만한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차영주 소장의 『터틀 트레이딩』은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주식투자가 늘 제자리라고 체념하는 사람들, 그리고 주식투자를 더 잘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늘 곁에 두고 부담 없이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는, 다정한 선배 같은 투자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삼프로TV'의 contents 공신력은 대단히 높다. 가히 주식 유튜브 채널의 '1황(皇)'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이루어진 미국 대선 개표 때 삼프로 TV는 17시간 릴레이 생방송을 했다. 방송 내내 MC의 오른쪽 앞 광고 패널에 이 책, '터틀 트레이딩'이 놓여 있었다. 이 책은 과연 어떤 책일까.


주식투자를 잘하기 위해서 '기질'은 '공부'보다 더 중요한가? 이 논쟁은 이미 미국에서 결론이 났다.
미국의 투자자 리처드 데니스와 빌 에크하르트는 동료였다. 그들은 시카고에서 '상품 선물(농산물, 축산물, 에너지, 비철금속, 귀금속 등) 트레이딩'으로 성공한 투자자였다. 그들은 10년 동안이나 아래와 같은 논쟁을 벌였다.

투자의 자질
투자의 기술
리처드 데니스
후천적
수익 내는 과정을 학습할 수 있다
빌 에크하르트
선천적
투자는 학습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데니스는 실험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입증하기로 한다. 1983년 가을, 두 사람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에 광고를 내고 트레이딩 훈련생(터틀)을 모집한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13명은 조리사, 교사, 상담사, 배달원, 회계보조원, 웨이터 등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14일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생들을 교육한 결과, 여러 훈련생이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교육 이후 4년 넘게 연간 100%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위의 내용은 당시 교육생 중 한 명이었던 커티스 페이스가 쓴 『터틀의 방식』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해당 책은 국내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다. 차주영 소장은 이처럼 '공부'를 경시하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그는 '주식투자에 대한 공부'를 강조하고,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올바로, 제대로 배우면 투자를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로 마음 먹는다.

차 소장은 2018년 최초 교육생을 모집하여 2년 동안 기수별 교육을 진행하면서 '한국형 터틀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이 책은 그 이정표로 나온 결과물이다. 얼마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차 소장의 프로그램은 1:1 맞춤형 교육으로 그 형태가 자리잡혔다. 헬스 트레이닝에서 1:1 PT(Personal Training)이 대세가 된 이유와 유사하다. 효과적인 트레이닝을 위해서는 개인별 맞춤 지도가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나는 교육생들에게 동일한 방식의 획일적인 교육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투자자 모두가 워런 버핏이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17p)

내가 진행한 '터틀 수업'은 위대한 투자자들이 직접 쓴 책을 통해 그들의 행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했는데(자신의 경험을 직접 쓰지 않은 책은 배제했다), 각자의 투자 지식과 경험 수준에 맞는 책을 정해주고 학습하도록 이끌었다. 그리고 모의 투자를 거쳐 실전 투자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경험하도록 했다. 이때 투자할 종목은 직접 선정하게 했는데, 그 과정에서 수시로 방향을 점검하고 지도하려고 노력했다. 매매 시마다 매매일지를 작성하도록 해서,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17p)


책에 대한 이야기 : 훌륭한 주식 트레이너 차영주 소장
나는 근면 성실함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다. 지나치게 파괴적으로 달리다가 병마를 얻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잘못은 근면 성실함이 아니라 자기 항상성을 지키지 못한 나의 부족한 자기 통제력 때문이지만, 아무튼 '근면 성실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별로 감정이 좋지 않다)

훈련의 강도가 임계점을 넘을 때 선수는 부상을 입는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의 강도로 단련하려면,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주식 투자로 원하는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단련할 때 임계치를 넘지 않는 최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의 흔한 오류 중 하나가 사회생활을 하듯이 근면 성실하게 주식시장에 접근하면 투자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 9시부터 3시 30분까지 주식시장에 바짝 붙어서 주시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기업 분석과 차트 분석, 종목 토론방 참석, 유튜브 및 블로그 검색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주식시장과 계속 붙어 있어야 주식과 투자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주식시장은 사회와는 다른 방식의 근면 성실을 요구한다.
주식시장에서의 근면 성실은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그 방식을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사회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생존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주식 계좌와 리스크를 어떻게 잘 다룰 수 있는가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48-49p)

"다른 사람의 방식을 자신의 방식에 접목시키려 하다간 두 방식의 최악의 단점만을 취하게 돼요." - 잭 슈웨거, 『시장의 마법사들』 (56p)

주식투자는 단순히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처럼 해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주식투자를 저축처럼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저축과 투자는 분명 다른 영역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여러 번 강조컨대, 올바른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 한다. 배우지 않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훈련 없이 나가는 것과 똑같다. 그런 상황에선 '운'이 좋지 않으면 결코 살아날 수 없으니 오직 '운'만 믿어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 조언가는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빼고, 그저 전장에 나가서 버티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부추기기도 한다. (59p)

위와 같은 조언을 건네는 주식 트레이너라면 나와는 궁합이 잘 맞는다. 나는 과거 PT를 받으며 건강이 오히려 악화된 적이 있다. 디스크가 하나 터져서 허리에서 통증을 느끼는 상태였는데, 당시 트레이너는 허리에 좋은 운동이라며 내게 윗몸일으키기를 권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윗몸일으키기는 디스크 환자가 절대 하면 안되는 대표적인 운동이었다. 그 사태를 겪은 뒤에는 재활 운동을 전공한 트레이너를 찾아 운동을 배웠다. 수강생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서 그에게 적합한 지도 방법을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트레이너다.

저자는 가치투자자와 트레이더를 구분하고 다시 직장인과 전업 투자자를 구분한 다음, 집단별로 익혀야 할 공부가 다름을 짚어준다. 개인들의 귀납적 패턴을 규모있게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몇 개의 유의미한 집단으로 분류한 뒤 각 집단에게 적합한 처방을 제시하는 것은 틀림없는 절정 고수의 내공이다. 오은영 박사의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는 그러한 내공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가르침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이 책을 쓴 저자의 내공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가치투자는 엄청난 강도의 노동과 엄격히 지켜야 할 원칙뿐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을 요구한다. 가치투자자가 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감당할 능력과 시간이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오직 그들 중 몇몇만이 성공을 위한 마인드를 지닐 뿐이다." - 세스 클라먼, 『안전 마진』 (93p)

나는 주식 공부를 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주식 공부를 많이 해야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더 반긴다. 심리적으로도 초보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인지'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데에 있다. 우연히 가치투자에 입문은 하였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닐텐데, 그러면 무엇이 가치투자자들의 성패를 나누는 걸까. 초보투자자는 누구나 이 의문에 자기만의 대답을 가져야 심리적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답 중 하나가 바로 '공부'다. 내게는 이 대답이 적합하므로 굳이 다른 대답을 찾아보지 않기로 한다.

 
만약 내가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먼저 준비할 것은 자신만의 현명한 가치투자자 되기 진도 계획표
나는 타인이나 세상의 속도에 맞추어 내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 서툴다. My way, My pace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살아와서다. 그러나 10년의 결혼생활은 스님마저도 공처가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고, 어린 두 딸들은 어쩌면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매일매일 몸으로 가르쳐주었다. 아내와 아이는 총각이었던 FM시트콤을 유부남이자 아빠로 탈바꿈시키는 강력한 트레이너였다. 이 관계에서는 트레이너가 갑이고 내가 을이었다. 만약 차영주 소장과 트레이닝을 한다면 나는 조금 다른 관계를 맺고 싶다. 갑을이 없는 진정한 동반자 말이다.

이를 위해 먼저 스스로 생각하는 가치투자자로서의 나의 진도 계획표를 만들어 보았다. 아래는 이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다.




출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원래 첫 투자 3년은 본전만 해도 잘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이를 반영했다. 그 다음 4년차에는 10% 수익률을, 5년차에는 15% 수익률(S&P500의 수익률 수준)을, 6년차에는 버크셔 해서웨이 수준인 17% 수익률을 달성하는 계획이다. 7년 차부터는 직접 투자의 의미가 있는(버크셔 해서웨이를 능가하는) 20% 수익률을 달성하고, 8년차부터는 24% 수준의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략적인 매년의 공부 내용과 주요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1. 투자 서적을 집중적으로 읽는다.
2. 스터디에 참여하여 기업분석, 산업분석을 집중적으로 익힌다.
3. 1~2에 익힌 지식을 바탕으로 실전 경험을 본격적으로 쌓는다.
4. 1~3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한다.
5. 직접 투자가 의미 있으려면 S&P500 ETF에 묻어두는 것 이상의 효용이 있어야 한다. 이를 넘어서야, 주식 투자의 재미를 이어나갈 수 있다.
6. 워런 버핏의 수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더라면, 당연히 목표수익률은 S&P500이 아니라 버크셔 해서웨이의 수익률이 되었을 것이다. (17%)
7. 전업으로 7년을 올바르게 쏟아부었는데도 지지부진 하다면, 나와 주식 투자는 궁합이 안 맞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
8. 8년차 이후는 평생을 가치투자자로 살고 싶은 바람을 담은 목표 수익률이다. (24%)

위의 진도 계획표가, 내가 주식 투자의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 양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지노선이다. 만약 이보다 진도가 느리다면 나는 워라밸을 바꾸어야 할 것인데 그건 매우 즐겁지 않은 일이다. 먼저 마지노선을 정한 건, '여유자금으로 주식 투자하라'는 격언의 의미 때문이다. 그 의미를 달리 표현하면 '투자자는 물러서서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자기의 할 일을 할 수 있다'인데, 이 문장은 주식 투자라는 게임을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는 꼭 획득해야 할 필수 아이템으로 생각된다.


그 밖에 책에서 발견한 한 줄

자신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많은 성공 투자 방식을 배우고, 그것을 익히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100p)
→ 코칭을 받고 싶어졌다.

과거 대가들의 투자법을 익히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주식시장에 좀 더 올바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익힌 만큼 득이 된다. (121p)
어떤 대가의 투자법을 배워야 할까? 안타깝게도 대가들의 투자법은 한두 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10명의 대가가 있으면 열 가지 투자법이 있기 때문에 해야 할 공부의 양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 배우는 과정에서는 다소 힘이 들더라도 이들 각각의 투자법을 가능한 한 모두 배우고 익히려고 해보자. (122p)
→ 이분 지도 방법이 완전 내 스타일이다.

투자 초기에 꼭 공부해야 하는 투자자로 내가 추천하는 대가들은 다음과 같다.
● 개인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법을 이야기해주는 '피터 린치'
● 차트를 활용해 성장 가치투자를 알려주는 '윌리엄 오닐'
● 마법 공식을 만든 '조엘 그린블라트'
● 박스 이론의 창시자 '니콜라스 다비스'
● 소형 가치주의 대가 '랄프 웬저'
● '줄루 주식투자법'이라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 '짐 슬레이터'
● 금융시장에 '심리 투자'라는 해법을 제시한 '알렉산더 엘더' (126p)
→ 읽지 않은 책이 많고, 들어보지 못한 책도 많다. 신난다!


터틀 트레이딩 입문 특강
11월 14일에 서울 선릉역 부근에서 터틀 트레이딩 입문 특강이 있다고 한다. 참여를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이고 책을 지참해야 한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미리 준비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여담 : 삼프로의 교육사업자로 거듭나기?
2020년 8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현재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주식 투자 교육이 그만큼 필요해졌고, 그만큼 시장이 넓어져서 양질의 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다. 삼프로TV는 최근 사경인 회계사의 회계 강의를 시작으로, 이 책 '터틀 트레이딩'의 1:1 오프라인 교육과, 박성진, 최준철 대표의 독서 강독(유료 팟)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사업 contents가 점차 확장되는 모양새인데, contents 공신력이 워낙 높은 삼프로TV이고, 초청된 강사들 역시 모두 훌륭한 분들인만큼 앞으로 삼프로TV에서 또 어떤 교육 contents가 나올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즐거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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