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 KOTRA가 엄선한 글로벌 뉴비즈니스
KOTRA 지음 / 알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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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지평이 넓어진다. 굉장히 많이 들어 본 관용적 표현일 것이다. 뭔가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전문가에게서 훌륭한 평을 받은 책이나 영화를 미디어가 소개할 때 이 문구를 쓰곤 한다. 그러나 일반 독자 중에서 이 문장을 체험한 사람은 손에 꼽힐 것이다.

얼마 전 두 아이들과 함께 VR테마파크에 다녀온 적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소꿉장난 정도의 즐거움을 예상했는데,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어른인 나도 그 재미에 푹 빠질 정도로 VR의 세계는 놀라웠다. 조금만 더 기술이 원숙해지면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굳이 에버랜드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집 근처 VR테마파크에서 놀이동산도 가고 세계여행도 가고 서바이벌 게임도 하고 야구 같은 스포츠도 즐기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VR테마파크에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게임의 재미를 맛보았다면, 이 책 『2021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에서는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비즈니스를 만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한 적 있는가. 다음의 이야기들을 주의깊게 읽어보라.

1. 멕시코시티 - 날씨에 상관없이 신선한 채소를, 멕시코 스마트 팜 시스템

식물이 자라는데 이제 자연의 햇볕과 비는 필요치 않다. 밭이 아닌 도시의 밀폐된 공간에서 채소가 자란다. 농부가 아니라 과학자가 식물을 심고 키우고 수확한다. 그 식물이 우리의 식탁으로 배달된다.

멕시코 과나후아토주에 있는 베르데콤팍토는 스마트 팜 시스템인 훕스터Huvster를 개발했다. (...)훕스터는 컨테이너를 식물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훕스터에서는 독창적으로 식물을 기르는데, 이 재배 양식을 에어로포닉스Aeroponics라고 한다. 40피트의 컨테이너 속에서 작물을 공중에 매단 채 재배하는 에어로포닉스를 도입해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 전통적인 노지(땅)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당 약 200배나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훕스터만의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기능이 100% 자동화로 작동한다. (...)
둘째, 수자원을 9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 전통적인 농업 방식으로는 상추 한 포기를 기르는 데 약 10ℓ의 물이 필요한데, 훕스터 컨테이너에서는 단 500㎖의 물이면 충분하다. (...)
셋째, 비료가 절약되고 자연적으로 친환경 유기농 식품이 된다. (...) 트랙터 같은 농기계나 살충제, 농약 등 화학물질도 필요 없다. 자연히 여기서 재배된 식물은 유기농 식품이 된다. (...)
넷째,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다. (...) 주차장, 벽, 아파트 베란다 등 어느 공간에서나 직접 채소를 기를 수 있다. (...)
다섯째, 거의 모든 채소의 재배가 가능하다.

요즘 많은 현대인들이 취미나 건강한 식단을 목적으로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기도 하고, 실내에 채소 기를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훕스터 스마트 컨테이너 팜이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면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설치만 해 두면 채소들이 알아서 무럭무럭 잘 자라는데 누군들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또한 2020년 8월 서울 교통공사에서는 지하철 역사에 스마트 팜을 설치한 '메트로팜'을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스마트 팜이 지하철 역사에 자리한 세계 첫 사례라고 한다.

멕시코의 기술에 한 번 놀라고, 그 기술의 효과에 두 번 놀라고, 우리나라 교통공사에서 세계 최초로 스마트팜을 지하철 역사에 설치했다는 데 세 번 놀랐다. 기사를 찾아보니 2020년 8월은 답십리역에 메트로팜이 설치되었다는 소식이었고, 그보다 앞선 2020년 4월에 지하철 7호선 상도역 1번 출구에 스마트팜을 설치했다는 기사가 있는데, 4월의 설치장소는 출구 쪽이라 역사 내로 치지 않은 모양이다.


2. 뉴욕 -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신개념 콘크리트

콘크리트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조물질인 동시에 물에 이어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자원이다. 콘크리트 제조에는 시멘트가 필요한데, 1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데 약 1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매년 전 세계 시멘트 생산량은 80억 톤에 이르고 이 과정에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시멘트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세계 국가와 비교하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솔리디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시멘트 생산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 솔리디아 시멘트가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기존 시멘트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0% 수준이다. 게다가 솔리디아 시멘트는 굳힐 때도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데, 1톤당 240kg의 이산화탄소를 머금는다.

솔리디아 시멘트는 친환경적이면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몇 가지 요소를 더 가지고 있다.
첫째, 솔리디아의 기술은 수자원 보존에 유리하다. 콘크리트 생산에 매년 3조ℓ의 물이 소비되는데 솔리디아의 기술을 사용하면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3조ℓ의 수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
둘째, 짧은 경화 시간 덕분에 생산 효율성이 높아진다. (기존 콘크리트 제조방식 28일, 솔리디아 24시간!)
셋째, 제품 자체의 품질이 우수하다.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내구성이 좋고 풍화 작용에 의한 침식도 거의 없다. (...) 다양한 색상의 제품도 생산 가능해 심미성이 뛰어나다.
마지막으로 솔리디아의 기술은 새로운 건설비용이 들지 않는다. 즉 제조 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멘트와 콘크리트 제조 시설에 적용할 수 있다.
오늘날의 콘크리트 제조 방식은 1824년 콘크리트의 주재료인 포틀랜드 시멘트가 개발된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 (...)
생명 안전 보장을 위해 구조물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건설업은 오랜 세월 사용하면서 검증된 기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신기술 채택에 주저한다. 

콘크리트 생산에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가 발생한다는 것이 무척 놀랍다.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자원이 콘크리트라는 것도. 그런데 이런 콘크리트를 이처럼 혁신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한다니. 이 기술은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2020년 10대 신흥 기술'로도 꼽혔다. 이 기술의 핵심은 규회석을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를 통해 콘크리트를 경화하는 것인데, 천연광물인 규회석은 전 세계 생산량이 연간 70만 톤에 불과하여 도저히 시멘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인공 규회석을 만드는 방법을 찾았고, 이후 수년간의 실혐,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져 마침내 상용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기업에는 정말... 투자하고 싶다...


3. 베이징 - 이젠 클라우드 농장주 시대

▶ 정목원농목양식유한공사의 클라우드형 목장
중국에서는 최근 모바일로 호주 목장의 송아지를 입양하는 서비스가 생겼다. 중국의 카카오톡 격인 위챗의 샤오청수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된다. 사용자는 호주산 송아지를 입양해 키우고 수익까지 낼 수 있다.
(...) 고객들은 원하는 송아지의 품종을 고를 수 있다. 게시된 송아지는 품종, 체중, 성별, 월령, 성장, 건강 상태 등 각종 정보가 개별 프로파일에 구체적으로 기록된다. 농장은 호주에 있고 전담 직원을 고용해 고객의 소를 위탁 사육한다.
(...) 소의 상태가 궁금한 고객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육 환경이나 발육 상태 등을 점검할 수 있다. 소가 커질수록 고객의 이윤도 늘어난다. 일례로 사육하는 소의 무게가 30일간 30kg 증량이 되면 약 15만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고객은 소가 다 크면 팔 수도 있고 도축해 호주산 고기를 공수해 올 수도 있다.
(...) 라이브 커머스는 주로 화장품이나 식품 등 일반 소비재 위주로 판매 활동이 이뤄지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개, 돼지, 닭, 가재, 과일 등 동식물 위탁 사육 · 재배 등의 서비스 상품까지 거래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위탁 재배 등의 서비스를 구입한 소비자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 알리바바의 개미숲 프로젝트
모바일로 심은 가상의 나무가 지구상의 어딘가에 실제로 심어진다면 어떨까? 나와 내 친구들이 심은 나무가 숲을 만들어 사막화를 방지한다면?
이런 상상을 기업의 사회 공헌 사업으로 만든 기업이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그 주인공이다. 알리바바는 2016년 8월 중국 대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애플리케이션에 개미숲Ant Forest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해 넣었다. 가상의 나무를 모바일에서 심고 잘 기르면 실제로 사막에 나무를 심을 수 있다.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일종의 CSR 프로젝트다.
(*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기업이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들과 공생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의식)
(...) 아직은 화면 속에 떡잎 하나만 덩그러니 있지만 사용자가 잘 키우면 나무로 자란다. 예를 들어 자주 걷는다든지, 알리페이를 통해 대중교통 비용을 결제한다든지, 자전거를 구입하는 친환경적인 행동을 할수록 떡잎이 커진다. 모바일 속 가상의 나무가 잘 크면 알리페이의 지원을 받아 중국 서북부 지역에 실제로 나무가 심어진다. 이렇게 심어진 나무는 알리페이 개미숲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알리페이는 지인 추천, 참여자들의 순위 공개 등을 통해 사용자의 참여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2020년 5월 말 5억 5,000만 명이 참여해 2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밝혔다. 총 재배 면적은 약 1,825㎢로, 싱가포르 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크기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위의 두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서 중국 기업에게서 처음으로 형님의 향기를 느꼈다. 중국이란 나라는 굉장히 선도적이면서도 굉장히 선도적이지 않은 두 가지 모순된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구나. 미래적이면서 과거적인 묘한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 비즈니스 모델이 그저 가상의 공간에서 그치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진행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충격적이라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놀라움이 이 서평을 읽는 예비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이 책은 KOTRA에 근무하는 무역관들에 의하여 공동 집필되었다. KOTRA[Korea Trade-Investment Promotion Agency]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로도 불리며 정부가 전액 출자한 비영리 무역진흥기관이다. 주요 활동으로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 외에 다양한 형태의 무역거래 알선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만화 및 드라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생'을 본 독자라면 KOTRA가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지는 대략 알고 있을 것이다. 해외 86개국에 126개 무역관을 두고 있으며, 해외시장 정보수집 및 제공사업, 해외 전시사업, 해외 홍보사업, 투자진흥사업, 국내 산업과 상품의 해외소개 및 선전, 해외무역관 설치 운영, 기타 산업자원부장관이 정한 수출입업무 등의 무역진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OTRA 직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해당 기관의 안내원처럼 기관의 역할을 자세하게 적은 것은, 그만큼 이 책에서 느낀 감흥이 크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매년 발간되는 것인데 앞으로 빼놓지 않고 챙겨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은 크게 4부, 10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37건의 비즈니스가 소개되어 있다. 그 상세한 목록은 이하의 표와 같다. 

영업에는 영 소질이 없는 나지만, 이 책을 비즈니스인들에게 팔라는 미션을 받았다면 실적이 꽤 잘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확신을 가진 자는 성과를 내는 법이니까.

구분
대분류
소분류
도시
비즈니스
1
혁신
사회
위생사회타이베이우표 크기 3g 체온계로 24시간 밀착 체크
도쿄손대지 않아도 척척, 터치리스 제품들
멕시코시티해초 입자로 만든 인공나무가 공기 정화를
마드리드질병X의 시대, 새로운 방역
안전사회실리콘밸리원스톱 배송, 드론 운송 서비스
파리파리지앵의 필수품, 자전거 에어백
카이로전염병 퇴치를 위한 위생 비즈니스, AD 주사기
투명사회광저우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클라우드 현장 감독 서비스
방콕경비 로봇 SR1, 일상을 지키다
이스탄불스포츠 선수를 내가 직접 발굴, 스카우티움
2
칩거
시대
웰빙
집콕라이프
시카고집에서 일대일 전문 강습, 차세대 홈트
암스테르담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온라인 시력 검사
파리수면 중에도 건강을 관리해주는 스마트 워치
후쿠오카워라밸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워케이션
키트
전성시대
뉴욕집에서 키트로 하는 가임력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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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커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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