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톨레의 이 순간의 나 - 세계 3대 영적 지도자 에크하르트 톨레 사상의 핵심집약판이자 실천편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최린 옮김 / 센시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 어울리지 않는 비유로 책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초등학생 때 동네 오락실에 가면 대전 게임이 인기였다. 스트리트파이터, 더킹오브파이터즈 같은 대전 게임기에는 늘 대기 인원이 줄 서 있곤 했다. 먼저 게임을 하고 있던 사람에게 다음 사람이 챌린지를 해서 1:1 대결이 이루어지는 방식. 이긴 사람은 남고 진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서야 하는 진검승부였다. 대결이 흥미진진할 때면 오락실은 두 사람의 조이스틱과 버튼 소리만 가득한 채 묘하게 고요해지곤 했다.

나는 부서져라 조이스틱을 휘젓고 버튼을 눌러대는 하수였다. 그러던 어느날 대기줄에 서서 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쓸모없는 움직임이 적고 손을 부드럽게 놀려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 사람은 십중십 고수라는 걸 말이다. 한 분야에서 고수란 헛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그때 배웠다. 

아마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언제부턴가, 나는 그 무엇보다 인생의 고수가 되고 싶었다. 헛힘을 들이지 않고 물 흘러가듯 살아가고 싶었다. 아마 혼자였다면 조금은 쓸쓸했겠지만 그리 살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십대 후반에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 둘을 얻은 다음에는 나의 바람도 바뀌었다. 나는 우리 가족의 행복을 일구고 싶었다. 우리 네 식구의 행복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기둥이 되고 싶었다. 나는 희생이 아니라 나 자신의 즐거움으로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결혼 전에는 자신조차 다스리기 어려워 했던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합리적인 의문이었지만 나는 할 수 있을 거라고 해내고 싶다고 끝없이 욕망하면서 좌충우돌했다. 그게 열정이고, 올바른 노력이며, 사랑에 성실한 삶이라 믿었던 것 같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사실은 마음이 평화롭지 않아서 꽤 힘들었다. '남들은 안 힘든가? 아니면 똑같이 힘든데 그냥 버티나?' 다른 사람의 기분과 생각이 궁금해 어설프게 진지한 대화를 시도한 적도 많다. 그때 여러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말았는데, 늦었지만 이 글에서나마 사과하고 싶다. 나는 유연성이 특히 떨어지는 몸과 마찬가지로 정신의 유연성도 대체로 부족했다. 너무 힘들면 조금 놓아버리고 쉴 법도 한데 미련하게 끝까지 달렸다. 법륜 스님 말마따나 뜨거운 불덩이를 손에 쥐고서 놓을 생각은 못하고 '아아. 뜨겁다. 뜨거워'하며 계속 괴로워만 한 것이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행동을 멈추었으니 어리석은 중생이란 바로 나 같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리라.

그러나 크게 어리석었던 대가로 이 책을 만난 것이라면 마냥 손해만 본 건 아니다. 독서모임 트레바리에서 만난 '명상'을 주제로 한 소모임, 이 책은 그 소모임의 추천 서적 중 한권이었다. 세계 3대 영적 스승인 에크하르트톨레가 쓴 <이 순간의 나>. 200 페이지 분량의 짧은, 크기마저 작은 책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의 에세이다. 

책의 모든 내용이 좋았다. 앞으로도 나는 이 책을 거듭 읽을 것이다. 다른 책보다 이 책이 특별하게 좋았던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지점이다. '마음이 곧 나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그 지점에서 들린다. 지향점을 향해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향점에서 우리 쪽을 향해 들려오는, 길을 인도해주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저자가 택한 언어다. 법륜스님의 언어와 비교하면 다소 형이상학적이지만, 그 특징 때문에 언어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더욱 깊게 와닿는다. 

현재의 순간을 거부하며 그에 저항하는 낡은 패턴을 깨뜨려야 합니다. 과거와 미래가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언제든 과거와 미래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연습을 하세요. 일상생활 속에서 가능한 한 자주 시간의 차원에서 한 걸음 물러서보세요.
지금 이 순간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면, 습관적으로 현재에서 달아나려는 당신의 마음을 지켜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세요. 그러면 당신이 현재보다 더 좋거나 더 나쁜 미래를 상상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당신이 상상한 미래가 지금보다 더 좋다면, 희망이나 가슴 벅찬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지금보다 더 안 좋은 미래를 상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환상입니다.
자신을 관찰할 때, 당신은 저절로 현재에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자신이 현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현재에 존재하게 됩니다. 마음을 관찰할 수 있다면 언제든 더 이상 마음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벗어날 때 마음이 아닌 또 다른 어떤 것이 당신의 삶으로 들어옵니다. 바로 관찰하는 존재입니다.
마음의 관찰자로 현재에 머물러야 합니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자신의 반응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관찰해보세요. 당신이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나 사람에 관심을 갖는 만큼 당신의 반응 자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44-45p)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진행할 때에는 시계상의 시간을 활용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정확히 인식하되 이 순간 당신이 내딛는 발걸음에 모든 주의를 집중하고 그것을 존중해야 합니다. 반면에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행복이나 성취감 혹은 자신에 대한 더 완벽한 의미를 추구하면서 목표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되면, 지금 이 순간은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합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은 그저 미래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의미가 축소되어 그 본질적 가치를 잃게 됩니다. 시계상의 시간이 심리적인 시간으로 전락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인생 여정은 더 이상 모험이 아니라, 반드시 도착해야 하고 이루어내고 '성취해야 할' 강박적인 욕구로 변질됩니다.
더 이상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보지 못하고, 향기를 맡을 수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때 당신 주변에서 펼쳐지는 삶의 아름다움과 기적을 놓쳐버리는 겁니다.
언제나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로 가려 애쓰고 있지는 않나요? 당신의 행동이 대부분 그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가요? 눈앞에 놓인 성취를 쫓거나, 성행위, 음식, 술, 마약, 황홀감, 흥분처럼 순간의 즐거움에 매달려 있나요? 항상 무언가가 되고, 무언가를 성취하고 획득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나요? 혹은 새로운 황홀감이나 즐거움을 찾기 위해 모든 정신을 쏟고 있나요? 더 많은 것을 얻으면, 더 큰 성취감과 행복, 심리적 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믿나요?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나요?
(48-49p)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한 가지 문제를 갖는다. 마음은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하고 원하는 것을 가져야 한다. 세상을 이루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마음들의 수많은 욕구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의 마음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오직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때에 만족을 얻는다. 그렇기에 마음을 중요시 해 마음을 추종하면 필연적으로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자신을 관찰할 때, 당신은 저절로 현재에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자신이 현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현재에 존재하게 됩니다. 마음을 관찰할 수 있다면 언제든 더 이상 마음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벗어날 때 마음이 아닌 또 다른 어떤 것이 당신의 삶으로 들어옵니다. 바로 관찰하는 존재입니다.'
명상은 마음을 추종하는 나로부터 마음을 관찰하는 나로 의식을 옮기는 일이다. 그 행위의 반복으로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커다란 내면의 평화'다. 타인과 어울려 생활하면서도 자기과잉욕구나 자기보존욕구가 앞서지 않는 평정심이다. 타인과 나를 똑같이 자비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너그러운 삶이다.

이 책은 그곳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자상하고 훌륭한 초대장이다.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이좋아라 2022-10-0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rlaalswl203 2023-08-24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고 구매하러 갑니당 총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