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안 책방 - 아직 독립은 못 했습니다만 딴딴 시리즈 2
박훌륭 지음 / 인디고(글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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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약국에서 화장품도 팔았다. 사실 외국에선 드러그 스토어라고 해서 약국에서 온갖 것들을 파는 걸 보긴 했는데, 우리나라에선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뭐 그랬었다. 하지만 올리브영이니 뭐니 하는 화장품 멀티샵이 늘어나면서 이 기능을 거의 가져가 버렸다. 현직 약사인 이 책의 작가는 그렇게 (화장품이 빠지면서) 비어버리게 된 자리에 책을 채워놓기로 한다. 이른바 샵인샵 책방의 시작이다.


이 책은 그렇게 조금은 충동적(?)으로 시작한 책방 경영기다. 경영기라고 해서 무슨 전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소소한 작가의 경험들, 책방을 운영하며 있었던 일들 중 기억에 남는 장면들 등을 소소하게 엮어낸 책이다.





비슷한 종류의 작은 서점의 운영자들이 쓴 책을 몇 권 본적이 있는데, 이건 또 약국 안에 있는 책방이라는 콘셉트가 흥미로웠다. 작은 동네서점의 가장 큰 고민은 임대료 같은 고정비용지출 부분인데, 확실히 약국이라는 기본적인 시설이 바탕에 있어서 그런지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적다. 이와 관련해 책 표지에도 적혀 있는 “아직 독립은 못 했다”는 문구는 아쉬움 보다는 일종의 여유가 느껴지는 표현이다.


사실 저자는 굳이 서점을 독립시키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듯하다. 요새 유행하는 일종의 부캐 느낌이랄까. 약국 안에 책을 들여놓고 서점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 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조금 더 싸게 들여올 수 있다는 이득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요인인 것 같다. 먹고 살 걱정만 없으면 책만 보며 책에 관한 일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에겐 그저 부러울 따름.




책 말미에는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이 실려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방을 생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뛰어드는 사람들을 위한 경영적 차원에서의 조언은 아니다. 그건 애초에 부업으로 시작한 동네서점 이야기라는 한계이겠지만, 뭐 이런 모양으로 또 하나의 책방이 만들어지는 것도 재미있긴 하니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와의 공통점도 느껴진다. ‘역시 책 좀 보는 사람은 저런 데가 있지’ 하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얇은 책이라 금세 마지막 장에 이른다. 작가의 즐거운 도전이 좀 더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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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적 설교는

하나님을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분으로 만드는

보수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러한 형식적 하나님에게는 구원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설교는 우리가 제멋대로 경영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자유주의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경영은 결코 생명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월터 브루그만, 『마침내 시인이 온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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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판을 싫어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그냥 숨어버리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회피하곤 하는데,

이리하여 성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난관을 헤치고 나가는 유일한 방법이 리마커블해지는 것이고,

비난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 지겹지만 안전하게 행동하는 것이라면,

이런 것도 과연 선택이라고 해야 하는가?


- 세스 고딘, 『보랏 빛 소가 온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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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여자들 3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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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여자들’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다. 이번 권에서는 드디어 삼두정치가 결성되는 장면이 나온다. 전직 법무관 신분으로 히스파니아 속주 총독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카이사르는 원로원의 방해로 당시 로마 남자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영예인 개선식을 포기하고 집정관 선거에 출마한다.(늘 상식을 깨뜨리는 카이사르다.)


그렇게 수석 집정관에 당선되었지만, 하필 그의 동료가 카이사르가 하는 모든 일을 방해하겠다는 작심으로 나선 비블루스였다. 그리고 이제 카이사르의 반대편에는 모든 면에서 원로원 계급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나선 보니파라는 정치적 파벌이 있었다. 애초에 집정관 당선이 자신의 정치 인생의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카이사르로서는 더 큰 한 발을 내딛기 위해 이런 상황을 타계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여기서 삼두정치가 등장한다.


당대 최고의 군사적 업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태생적 한계 때문에 원로원파로부터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던 폼페이우스는 자신의 전쟁에서 싸운 병사들에게 배분할 땅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또 새롭게 얻은 동방속주의 세금 징수업무에 나섰다가 큰 손해를 보게 된 기사계급은 크라수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크라수스 역시 원로원의 반대로 막혀 있었다. 카이사르는 이 두 사람과 손을 잡고 현직 집정관의 힘으로 그들의 필요를 만족시켜 주면서 동시에 자신이 원하던 갈리아 정복을 위한 합법적 지위를 얻어낸다.






마침 유튜브 채널에 카이사르 시기를 다룬 로마인 이야기 읽기 영상을 올리는 중이라 같은 시기를 어떻게 다르게 써 내려가는지 비교하며 보는 맛이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경우 삼두가 결성되자마자 모든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고 보니파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것처럼 서술을 하지만, 콜린 매컬로는 삼두 결성 이후에도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는 로마의 정치상황을 묘사한다. 아무래도 이쪽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갖는 글의 여유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에 비해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사 전체를 써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꽉 막힌 로마의 정치 상황을 한참 읽다 보면, 카이사르가 이런 뭐 하나 되는 일없는 체제를 뒤엎어버려야겠다는 결심을 한 이유가 실감나게 와 닿는다. 겨우 1년 밖에 안 되는 집정관 임기를 오로지 동료 집정관인 카이사르가 하는 일을 막기 위해 쓰는 행태는, 오늘날의 정치 상황에도 그대로 오버랩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런 행동의 배경에는 원로원 계급이라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철저하게 보호하겠다는 속셈이 있었으니...


결국 정치가 자기 계급의 이익을 위해서만 치달으면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평민들의 이익만을 위해 나섰던 포퓰리스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국가 정치는 좀 더 큰 공동체를 위해 운영되어야 하지만, 요새는 소위 정체성 정치의 일환으로 소수그룹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만이 정당하고 옳은 일인 양 착각하는 정치인들이 참 많다.





애초에 선거로 뽑힌 정치인들이 국정을 운영한다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그래서 그런지 밥 먹고 하는 일이 온통 이런 고민뿐이었던 고대 철학자들 중에 의외로 민주정을 혐오하던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소위 표계산이 쉬운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어떻게 하든 상대 후보보다 1표만 더 받으면 이길 수 있으니, 진영을 가리지 않고 오직 자기편에 더 강한 방식으로 소구하려는 정치인들이 나오기 더 쉬운 것 같기도 하다. 선거가 충성투표 쟁, 정체성 전투의 현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물론 그렇다고 카이사르의 삼두정치 같은 해결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삼두정치란 실력자들의 야합이었고, 폼페이우스나 크라수스는 결국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으니까. 만약 그 중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던 카이사르까지도 자신의 정체성에 몰입하는 인물이었다면 로마의 상황은 훨씬 더 안 좋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카이사르가 만들어 낸 1인 중심의 체제에는, 그 1인의 자질에 너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이제 카이사르는 갈리아로 떠났다. 그 유명한 갈리아 전쟁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풀려나올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자.(그 전에 읽어야 할 책들이 몇 권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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